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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아터스 코요테(Hiatus Kaiyote), 공간감을 자아내는 사운드 메이킹

‘소리’라는 차원의 경계에서 벗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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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함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들이 늘어난 만큼, 그들의 모든 음악이 놀라움으로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하이아터스 코요테는 복고성이 짙으면서도 트렌드를 반영한 음악을 통해 선전하고 있네요. 이번 주에 소개해드릴 앨범, 하이아터스 코요테의 <Tawk Tomahawk>입니다.

하이아터스 코요테(Hiatus Kaiyote) <Tawk Tomahawk>


하이아터스 코요테의 음악은 무엇보다도 리듬 앤 블루스와 재즈, 펑크(funk)에 기초를 두고 있다. 허나 1960년대와 1970년대를 불러일으키는 레트로 리듬 앤 블루스라기보다는 힙합이나 일렉트로니카, 심지어는 약간의 앰비언트적인 요소가 더해진 혼성의 형식에 가깝다. 그 때문에 혹자는 프로그레시브 알앤비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일각에서는 앱스트랙트 힙합의 요소도 상당히 묻어난다고 평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팀은 단순히 소리라는 차원의 경계에서 벗어나, 공간감을 자아내는 독특한 사운드 메이킹을 보여준다. 샘플링 기법을 사용하는 전자 음악 기반의 사운드스케이핑이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복고성이 짙은 옛 음악을 기초로 두면서도 동시에 트렌드를 짚어나가는 이들의 방향성을 가리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미 행 티켓을 쥐게 한 「Nakamarra」 뿐만 아니라 라이브에서 자주 선보인 「Breathing Underwater」, 앨범에 수록된 「Mobius streak」 나 「Ocelot」 과 같은 곡들도 수준 이상의 흡인력을 발산한다.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프론트 맨 네이 팜의 변화무쌍한 보컬 퍼포먼스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할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전체적인 사운드다. 신디사이저와 베이스, 드럼, 사운드 샘플이 제각기 가지고 있는 돌출된 소리들로 하나의 조화로운 색감을 뽑아내는, 커다란 흐름에 초점을 맞춰보자. 여기에는 높은 연주력도 연주력이거니와 개개의 파트를 배치하는 편곡, 프로듀싱에서의 수준도 일정 이상을 충분히 상회한다. 미니멀한 사운드 운용이 돋보이는 「Mobius Streak」 와 재지한 느낌이 흐르는 「The World It Softly Lulls」, 몽환적으로 그루브를 이끌어가는 「Rainbow Rhodes」 나 「Malika」 같은 곡들을 우선으로 두어야겠다. 그룹의 대표곡인 「Nakamarra」 는 물론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사실 이런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최근 꽤나 늘어난 상태다. 정형화된 사운드로 추상적인 세계를 구현해내는, 가령 가볍게 접근하자면 최근의 피비 알앤비 장르를 들 수 있겠고, 비슷한 느낌의 일렉트로니카를 구사하는 라디오헤드와 톰 요크, 록의 영역으로 들어섰을 때 보이는 뱀파이어 위켄드나 테임 임팔라, 오포섬과 같은 그룹들이 이러한 예에 해당되겠다. 신이 넓어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물 밑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사람들은 더 많지 않을까. 게다가 현재로서는 장르에 대한 수요가 꽤나 높은 상태다. 힙스터를 자처하는 향유자들이 상당수 고개를 든 지금 이런 종류의 음악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동류의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아닐 터, 바라봄에 있어 약간의 경계는 필요하다.

이러한 아티스트들이 추구하는 곳은 기존 주류 음악이 줄곧 맹신해 온 체계화된 공식이 아닌, 틀 바깥의 지점이다. 그렇기에 독특함이라는 요소는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가는 셈인데, 100이면 100 모두 놀라움을 선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우리 모두 여러 차례 봐왔다. 놀라움과 당혹스러움을 가르는 것은 기량이라는 존재다. 그럼에도 현재로서는 괜찮은 출발을 보이고 있는 하이아터스 코요테다. 당장에 보이는 역량에는 딱히 의심의 여지를 둘 일이 없다.

2014/01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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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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