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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베이더의 가면을 벗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가족'이란 이름 안에 아버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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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의 낯간지러움과 웃기지 않은 코미디의 신산스러움이 움츠러든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기엔 힘이 부치는 가운데, 그래도 마지막까지 나를 안아줄 유일한 사람은 ‘가족’일 거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가족이란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 묵직한 정서적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낭만적인 힘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뜻 아버지를 말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부재중이거나 등을 돌리고 ‘가족’이란 이름에 길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아버지는 터지면 골치 아프지만 뚝 떼어버려도 별 상관없고, 별다른 문제만 없다면 그냥 달고 살아도 좋은 맹장 같은 존재가 되어 가족과 사회의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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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있는 고아들을 위하여

 

검은 철가면에 가려진 <스타워즈> 속 다스 베이더의 모습은 권력과 지위를 손에 넣은 것이 자신의 삶이 되어버린, 인간적 모습을 잃어가는 남성성 혹은 영웅의 이미지에 갇힌 또 다른 신화이다. 그렇게 철가면 속에 갇힌 채, 아들의 칼에 쓰러져 죽으면서야 “나는 네 아버지다”는 말을 마지막 저주처럼 내뱉는 다스 베이더는 어쩌면 가부장제라는 권력지향적인 제도 속에서 아버지가 가질 수밖에 없었던 어두운 면의 이미지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권력과 재물의 편중현상이 심화되면서 생활인으로서의 남자, 그들의 다른 타이틀인 아버지로서의 남자들의 삶은 위축되고 제 설 곳을 잃어왔다. 사회와 가족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가지지 못하고 자신들의 아버지에게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배워보지 못한 현재의 아버지는 미디어가 내세우는 ‘부성’에의 강요와 생활인으로서 자신의 삶 사이에서 비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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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는 2005년 부모 없이 남겨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아무도 모른다> 이후 2011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에서는 이혼한 부모의 재결합을 바라는 아이들의 간절한 심정을 말했다. 그렇게 아이들을 중심으로 가족을 이야기하던 히로카즈 감독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통해 이번에는 아버지를 말한다. 모든 것이 완벽한 젊은 아버지 료타(후쿠아먀 마사하루)가 이야기의 중심에 섰다. 영화는 사립초등학교 면접장에서 시작된다. 다정하고 상냥한 엄마, 반듯하고 능력 있는 아빠,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들의 모습은 얼핏 완벽한 중산층 가정의 전형처럼 보인다. 성공한 대기업 직원으로 승승장구하며, 렉서스 차량에 펜트 하우스에 사는 료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해 본 적 없는 완벽한 남자의 모습이다. 그러던 그들에게 시골 병원에서 연락이 온다. 6년간 키워온 아이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뒤바뀐 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다소 흔한 소재일 수도 있지만, 히로카즈 감독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오열과 끄잡이 대신, 이 완벽해 보이는 남자 료타의 변화에 주목한다. 그리고 아버지라 불렸지만, 단 한 번도 아버지였던 적이 없는 남자가 비로소 아버지가 되(어보려 하)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 어조는 속삭임처럼 낮고 조용해 더 선명하게 가슴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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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가수이자 남녀 모두의 사랑을 받는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는 일본인들에게는 완벽한 남자의 전형처럼 불리는 사람이다. 일드 <갈릴레오> 시리즈의 천재 물리학자의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은 그는 실제로 한 번도 아버지였던 적이 없는 미혼이다. 그런 그의 캐스팅은 실로 신의 한수라 할 만큼 영화의 절반 이상의 의미를 차지한다. 가장 아버지 같지 않은 사람, 완벽하지만 아버지의 역할조차도 정해진 틀에서 원칙을 내세우는 사람, 아들이 바뀐 사실을 알고도 냉정할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절대 밉게 보여서는 안 되는 그 사람이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그리는 아버지 료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바뀐 아이의 또 다른 아버지 유다이(릴리 프랭키)는 또 다른 아버지의 모습을 보인다. 시골의 낡은 전기상회의 주인인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능력한 아비의 전형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친구처럼 따뜻하고 자상한 사람이다. <도쿄 타워>를 쓴 소설가이자, 삽화작가이기도 한 릴리 프랭키는 현실 속에서는 다재다능한 능력 있는 남자이지만, 이 영화 속에서 그는 속물적이지만 밉지 않은 늙고 초라하지만, 아버지로서 부끄럽지 않은 또 다른 아비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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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타 부부와 유다이 부부는 함께 어울려 놀고, 주말 동안 아이들을 바꿔 재우다가 결국 수개월 만에 아이를 맞바꾸기로 결정한다. 단 한 번도 아버지의 역할을 배워본 적이 없는 료타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후천적으로 습득된 것이 아니라, 선천적인 생물학적인 것에 더 가깝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의 마음 따윈 읽지도 못하고 그는 키워온 아이는 훌쩍 떠나보내고, 자신의 생물학적 친자 류세이에게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라고 강요한다. 키워준 아버지 유다이가 자신의 아버지라고 믿는 류세이는 “왜?”라고 묻는다. 이것이 조용하지만 힘 있는 이 영화의 질문이다. 당신이 나의 생물학적 아버지건, 키워준 아버지건 상관없이 왜 내가 당신을 아버지라 불러야 하는가 하는 아들들의 질문에 이제 아버지들이 답을 해야 할 시간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봄 햇살에 조금씩 녹아내리는 강물처럼 여전히 차갑지만 희망적이다. 권위적인 아버지 밑에서 단 한 번도 가슴으로 아버지를 느껴본 적이 없었던 료타가 비로소 가슴으로 아버지가 되어가는 성장담은 그렇게 호들갑스럽지도 않고, 신파적인 울림도 없이 조용히 가슴속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가장 큰 장점은 이 덜 자란 아버지를 채근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그 시선에 있다. 특히나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 시대에 부모는 있었으나 고아나 다름없이 살았던 젊은 부모들에게 ‘제대로 된 부모 역할’은 ‘아이의 잘못이 내 탓’이라는 무거운 죄의식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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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보면 좋을, <케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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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소설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금방이라도 베어버릴 것처럼 날선 차가운 칼날을 세우고 당연시 되어왔던 모성 신화를 폐부까지 난도질한다. 사이코패스는 타고나는가, 키워지는가에 대한 원론적인 이 영화의 질문 속에서 린 램지 감독은 애초에 모성애 결핍이자 이기적인 주인공 에바를 절대 힐난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머니가 되는 것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과 그 힘겨운 싸움을 묵도한다. 그녀에게 다가온 충격적인 비극을 현실로 체화하고서야, 에바는 케빈을 받아들인다. 비로소 케빈이 자신에게서 나온 아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에바는 그렇게 어머니가 되어보려 한다.

 

[관련 기사]

-설렘보다 먼저 다가온 12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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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안녕하지 못할 우리(1) : <집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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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케빈에 대하여

<라이오넬 슈라이버> 저/<송정은> 역13,320원(10% + 5%)

세계적인 연기파 배우 틸다 스윈튼과 독특한 연출로 유명한 린 램지 감독의 「케빈에 대하여」가 2011년 칸 영화제에서 발표되었을 때, 비평가와 관객들은 한 마디 말로 설명 불가능한 긴 여운의 이 영화에 수많은 찬사를 표하였다. 모성을 모독하듯 아기를 낳기 싫어하는 엄마, 그에 대한 복수라도 하듯 태어나면서부터 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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