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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마치 골목길을 들어서듯 서점을 돌며 책을 고른다”

『위대한 개츠비』 읽고 좌절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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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어느 것도 책 속의 세상을 마주할 때만큼 너그러울 수는 없을 거예요. 책 속의 모든 인물들과, 풍경들, 셀 수 없는 수많은 우연들과 운명들을 아무것도 손해보지 않고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곳, 게다가 함덕 바다가 눈에 들어오는 서재, 그 곳을 저는 ‘바다드림’라고 부르고 싶네요.”



“독서는 누구든 좋아하지요, 다만 어떤 때 읽느냐의 차이는 저마다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틈나면 무조건 책을 읽는 독서광은 아니에요. 여행할 때도 여러 권의 책을 싸 들고 가는 편은 아니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책을 잡으면 밥도 안 먹고 한꺼번에 읽어요. 주로 내 마음이 너무 꽉 차있거나 반대로 텅 비어있을 때 읽지요. 가장 많이 책을 읽었던 때는 내 마음이 가장 힘겨웠던 시기, 2006년이었어요. 무언가로 꽉 차서 숨이 막힐 지경인데 동시에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것 같은 허기에 시달렸어요. 그 때 좋은 책들을 많이 찾아내고 잠도 안 자고 읽었지요.”

“책을 읽고 영감을 얻은 작품은, 딱히 어떤 책이라고 할 수는 없고 책 한 권을 읽으면 다음 날, 당장 쓰고 싶어져요. 그런데
『위대한 개츠비』 를 읽었을 때는 좌절했지요. 평생 책을 쓴다 해도 저는 도저히 그렇게 쓸 수 없겠더라고요.”

“요즘은 한창 딸아이가 크는 중이라 아이에게 읽힐 책에 관심이 많아요. 최근에 이수지의 『미러』 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림만 있는 책이고 글은 읽는 이의 마음속에만 나타나지요. 그리고 같은 그림이지만 마음속의 글은 매번 달라지는 신기한 책 이예요. 아직 한 번 밖에 못 읽었는데, 두 번째, 세 번째 읽으며 딸의 마음이 과연 어떤 글들을 만드는지 듣고 싶네요.”

“책을 고를 때는 마치 골목길을 들어서듯 서점을 돌지요.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가로등 같거나, 누군가 살고 있는 집 창문 같거나, 친절한 가게에서 내놓은 나무 의자 같거나, 또는 오랜만에 마주친 옛 친구 같은 그런 책을 찾아요.”

“이 세상의 어느 것도 책 속의 세상을 마주할 때만큼 너그러울 수는 없을 거예요. 책 속의 모든 인물들과, 풍경들, 셀 수 없는 수많은 우연들과 운명들을 아무것도 손해보지 않고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곳, 게다가 함덕 바다가 눈에 들어오는 서재, 그 곳을 저는 ‘바다드림’라고 부르고 싶네요.”

최근 제주 생활 가이드
『왜 사느냐면, 제주도에』 를 펴낸 방송인 허수경은 셀레브리티의 삶이 아닌 제주도민 8년차의 삶을 책 속에 녹였다. 제주도 앞에 ‘왜 사느냐면’을 붙인 건, 독자들에게 물음표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허수경은 “자신이 왜 사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여기’가 아닌 다른 곳, 여기지만 ‘다른 마음’으로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제주도라는 장소보다도 왜 사는가에 밑줄을 긋고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소개했다.



명사의 추천


목걸이

기 드 모파상 원작/개리 켈리 그림/김주열 역 | 아이세움

중학교 때 처음 읽었어요, 집에 돌아다니던 책이어서 그냥 한 번 읽어보게 되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에 충격을 받아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지요. 며칠 동안 그 부분을 읽고 또 읽으며 곱씹었어요.







파도야 놀자

이수지 저 | 비룡소

글은 없고 그림만 있는 책이에요. 저는 이 책을 별이와 함께 읽었어요. 한 권의 그림책이지만 우리가 읽은 것은 열 번도 넘어요. 그림을 펼치면 매 번 새로운 이야기가 나타나기 때문이죠. 때로는 아무 것도 읽지 않고 그림만 보기도 해요. 그녀의 따뜻하고, 속삭이는 듯한 붓이 내 마음을 살 살 간질이는 느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인간의 굴레에서 1

서머싯 몸 저/송무 역 | 민음사

오래된 책이지만 지금도 읽기를 권해요. 주어진 것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 확률이 희박하다는 슬픔을 느끼게 되죠. 여자가 가버리면 비참해지고 다시 오면 절망하던 필립과 그 여자, 밀드레드의 굴레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색깔을 달리 합니다. 아마도 밀드레드는 영원히 풀 수 없는 결박과도 같은 삶의 단순한 조건들이야말로 행복의 근원지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죽었을 거예요.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저/김연수 역 | 문학동네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는 어정쩡한 시간에 한 편씩 읽으면 좋을 단편소설입니다. 납작한 일상이 입체북처럼 툭 튀어 올라 신선한 자극을 주죠. 간과하는 것들, 설명할 수 없는 심경들, 말해본 적 없는 진심들이 마치 잘 깎은 과일 한 조각이 입 안에 쏙 들어오는 듯 읽혀요. 글자를 삼분의 일만 쓰고도 모든 것을 다 담을 수 있는 그의 문체가 언제나 존경스럽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저/이윤기 역 | 열린책들

행복이라는 말을 대치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는 자유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행복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을 만한 완전한 의미의 자유를 지닌 사람은 거의 없죠. 조르바는 타인의 이해를 구할 필요 없이 자유로운 사람이에요. 그래서 자칫 비호감일 수 있겠고요. 하지만 책을 덮으면 이상하게도 그에게 애정을 지니게 돼요.






불안

알랭 드 보통 저/정영목 역 | 은행나무

무언가 머뭇거린다면 불안하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단지 몇 초에 불과한 머뭇거림조차도 실은 수세기에 걸쳐 변형된 인간사회의 유산에서 근거한다는 것을 작가는 성실히 찾아내 밝혀줍니다. 불안의 실체를 잡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안타깝게도 우리의 머뭇거림은 계속되겠지만 울렁거리던 속이 어쩐지 가벼워진 기분이 들더라고요.






바벨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 미라지 엔터테인먼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를 모두 좋아해요. <21그램>도 잊을 수 없는 명작이지요.









잉글리쉬 페이션트

안소니 밍겔라, 레이프 파인즈, 줄리엣 비노쉬, 윌렘 데포 | Miramax

사랑하는 이의 주검을 안고 울던 랄프 파인즈, 그보다 더 아프게 울 수 있는 남자 배우를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을린 사랑

드니 빌뇌브,루브나 이자벨,멜리사 디소르미스-폴린,맥심 고데테 | 아트서비스

라는 원제보다 ‘그을린 사랑’이라는 제목이 더 완벽하게 느껴집니다. 진실을 알게 된 순간! 가슴이 멎는 듯 하지요. 입을 뗄 수조차 없는 침묵의 시간이 흐릅니다. 하지만 비장하고도 따뜻한 ‘엄마’라는 이름의 부탁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결코 잊을 수 없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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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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