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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히, 나를 지배하는 정서가 있다면 그건 ‘사람’

‘보사노바 싱어송라이터’ 소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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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제 중심으로 했어요. 나를 어떻게 볼까. 남들이 어떻게 들을까를 생각하기보다 내가 좋은 것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해요. 하지만 셀프 프로듀싱을 한 첫 음반이기 때문에 분명히 아쉬운 점은 있어요. 편곡적으로도 더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 같은데 싶고, 근데 그걸 이번 음반에 다 담아야 한다는 건 욕심이죠. 저는 계속 공부하면서 변화하는 사람이고, 하나하나 해 나가면서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소히의 음악 이력은 변화의 연속이다. 슬로코어 밴드 ‘잠의 베이시스트로 처음 음악활동을 시작했지만 우연히 구입한 보사노바 앨범에 매료돼 자신의 장르를 브라질 음악으로 바꾸었고, 그후 ‘보사노바 싱어송라이터’로 불리며 세 장의 앨범을 내놓으면서도 각각을 다르게 가져가며 변화를 이었다. 2집에서는 첫 음반에서 선보인 그만의 브라질 음악에 일렉 요소를 가미하며 반복을 피하더니, 3년 만에 발매된 최근의 3집에서는 첫 셀프 프로듀싱 작업으로 ‘또 다름’을 발현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앞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질 것 같다’고 언급했다. 새로움에 대한 의지와 시도는 현재도 끊임이 없다.

변화는 다양함을 축척해 가는 과정이다. 변화를 통해 풍성해진 자기 재료는 남다른 스스로를 일구어내는 원천이 된다. 브라질 음악의 부드러운 곡선과 과거 밴드 시절의 영향이라는 직선적인 메시지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특별한 개성을 만드는 소히의 음악은 그 든든한 예다. 직접 만난 그도 이색의 매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소히는 자신의 노래처럼 차분한 어조로 거침없이 말했고, 그 이야기들은 강과 약, 곡과 직의 리듬을 타며 유연하게 흘렀다. 지나칠 것도 모자랄 것도 없는 편안한 대화였다.




신보 <Daycare>는 어떤 바람으로 세상에 나왔나요? 스스로 자신의 앨범을 소개한다면?

요즘 위로다 힐링이다 너무 많잖아요. 워낙에 세상이 각박하다 보니 그런 대표 이미지들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여전히 세상이 각박하니까 힐링을 표방하는 것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 나오는 것 같아요. 제 음반도 위로를 드리려고 했지만 단순한 포근함이 아니라 듣고 나서 ‘나도 비슷한 감정들 경험들 있는데’ 하는 외로움의 동질감. 그런 위로를 전하고 싶었어요. 또 셀프 프로듀싱한 음반이다 보니 마음속의 작은 감성을 건드리고 싶은 바람이 있었고요.

힐링을 하려고 일부러 ‘당신 괜찮아요’ 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서 더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어떤 선배님이 그러셨는데, 위로는 일방통행인 단어래요. ‘위안’이 서로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양방통행의 주고받음이라면, ‘위로’는 하는 사람의 의도가 더 부각된 단어인 거 같다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위로보다는 위안을 드리고자 하는 앨범이에요.

그래서 앨범 타이틀도 ‘데이케어’인데, ‘노인데이케어센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셨다고요.

‘노인데이케어센터’를 흔히 알고 계시는 줄 알았는데 잘 모르시더라고요. 저는 길 지나가면서 정말 자주 보거든요. 근데 제가 그런 걸 즐겨 보는 건 있어요. 구 소식지 이런 거.(웃음) 마포구 소식지 같은 것들 집마다 날아오거든요. 그런 걸 잘 활용해서 봐요. 유용한 정보가 많아요. 무료강좌 같은 거.(웃음)

전작과 다른 3집만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곡을 쓰건 편곡을 하건 프로듀싱을 하건 온전히 제 뜻으로 곡 작업을 했기 때문에, 제 색이 많이 나는 게 가장 다른 점이에요. 사실 3집이지만 셀프 프로듀싱은 처음 하는 거라 이 음반이 1집 같은 느낌도 있어요. ‘2집 좋아하시는 분은 3집은 좀 실망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하시는데, 저는 이 앨범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이거든요. 저만의 것을 인정해 주고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다시금 모이도록 새로이 시작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어요.

그러면 이번 앨범이 지금까지 중 본인과 가장 닮은 앨범이라 봐도 되나요? 같다면 얼마나 같고, 그럼에도 좀 다른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다를까요?

네. 저랑 온전히 같은 것 같아요. 굉장히 저 같은 음반을 만들었어요. 그렇다고 이전 앨범이 나빴다는 게 아니라, 이번 앨범 하면서는 ‘싱어송라이터라면 프로듀싱까지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그 정도로 내 곡에 대해 책임을 지는 거죠. 그래서 1,2집 때는 어떤 부분에서는 내 옷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살짝 있었다면, 이번 앨범은 제 옷 같아요. 저로서는 굉장히 마음이 가요. 온전한 저 자신이라서.

「떡볶이 식사」 등에서의 삼바 리듬이 앨범 내에서 도드라지게 부각되는데, 브라질 음악 속에서도 변화가 있다면 그런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죠. 사실 저는 보사노바를 더 이상 듣지 않거든요. 수식어는 ‘보사노바 싱어송라이터’로 고착화됐는데, 이번 앨범에서 표현하고 싶은 것도 보사노바뿐 아니라 다양한 브라질 음악을 전하는 거였어요. 브라질 음악 스펙트럼이 무척 넓은데 그중에서도 브라질 팝이나 삼바에 관심을 많이 갖게 돼서, 그게 더 표현된 음반이에요. 좀 더 재즈풍의 곡들도 있고요.

조용한 트랙들을 앞부분에 배치하고 뒤로 갈수록 리드미컬하게 곡 배열을 한 것은 의도인가요, 결과적인 건가요?

의도도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전 앨범들과 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이전 음반은 모두 1, 2번 곡들이 밝거든요. 또 재즈 향이 났으면 하는 제 의도를 표현하고 싶어서 1, 2번에 재즈풍 배치를 했어요. 그래서 2집 때의 신선함이 없어졌다는 평이 있더라도 저는 만족해요.




첫 곡 제목은 왜 「왈츠」 라고 지었나요? 다른 제목들은 가사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축약하는데, 유일하게 그렇지 않은 스타일의 곡명이에요.

「왈츠」는 제목이 안 나와서 제목 고민을 많이 한 곡이에요.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 추는 왈츠? 가사가 주는 느낌도 외로움이고, 혼자서 느끼는 감성이라서. 그런 상상 많이 했어요. 이 곡을 틀어놓고 혼자 왈츠를 추는 거예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고…

「심증」 이라는 곡은 성추행 문제를 다루었는데, 어떤 배경에서 나왔나요?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만든 컴필레이션 앨범 <이야기해 주세요> 1집에 실렸던 곡이에요.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거고요. 사실 저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이야기하고 다녀요. 제가 진정한 페미니스튼지는 모르겠지만(웃음). 근데, 다 연결돼 있잖아요. 성추행이든 뭐든, 전쟁도 그렇고, 모든 폭력이 연결된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심증」 에는 부분 부분 한국적인 가락이 있어요. 과장되게 말하면 민요스럽게 들리기도 했어요.

아, 그 트로트멜로디요?(웃음) 2집 때는 「강강수월래」 같은 곡을 통해서도 그랬고, 한국색을 찾고 싶었고 그런 걸 유지해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심증」이라는 곡도 그런 마인드가 있을 때 쓴 곡이어서 그런 느낌이 나는 거 같아요. 그런데 한국색을 끌고 가다 보면 멜로디적으로 한계가 생기는 것도 같아요.

특별히 한국색을 찾고자 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때는 그랬어요. 우리나라는 우리 옛 음악과 현대음악의 맥이 완전히 끊겨 있잖아요. 일제 시대와 독재 시대를 겪으면서 더 단절이 되었는데, 그걸 잇고 싶다는 강박 비슷한 욕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꼭 그래야 하나 싶어요. 어쨌든 중요한 건 음악인데, 내가 대단한 애국주의자라도 된 마냥 꼭 그래야 할까 라는 의문이 드는 시점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저 말고도 퓨전국악하시는 분들이나, 그런 역할 하시는 분들은 또 많이 계시니까요.

마지막 두 곡인 「이별공부」 와 「꿈같아」 에서는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죽음이란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아요. 6년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더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음.. 저는 죽음에 대해 많이 떠올리는 사람이, 그러니까 ‘내가 언젠가는 죽을 존재다’라는 걸 인지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자살을 할까 라는 생각을 해요. 그런데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너무 바쁘게 살죠. 좀 여유 있는 사람들만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도 같아요. 그러다 보니 자살률도 높은 것 같고… 그래서 더 그런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사실 제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지식도 짧고 산 날도 얼마 안 되지만, 앞으로도 계속 저한테는 큰 화두가 될 거 같아요.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요.

가사가 굉장히 돌직구 스타일이에요.

80년대 가요를 많이 들은 영향인 거 같아요. 그때는 돌직구 스타일의 가사가 많았어요. 신해철씨나 공일오비나, 사회현상 같은 걸 굉장히 직접적으로 말했었는데, 그런 분위기가 어느 순간 사랑노래 일색이 되면서 많이 사라졌어요. 또 저는 활동을 인디씬에서 록밴드로 시작했으니까, 그 영향도 있는 거 같아요. 제가 만약 밴드를 안 했다면 어떤 주제나 소재로든 곡 쓰는 걸 망설였을 거예요. 밴드를 하면서 어떻게 해도 무방하다는 것을, 같이 밴드 하는 친구들 보면서 많이 배웠고, 그러면서 가사도 거침없이 쓰게 된 것 같아요. 다음 앨범은 상징적인 걸 써 볼까 싶긴 해요. 좀 더 시적이 되고 싶달까.(웃음) 어떤 분은 재즈가 너무 직접적이면 음악 색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시는데, 저는 그건 좀 재미없는 생각인 것 같아요.

보통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나요? 특별히 자신을 지배하는 정서가 있나요?

저를 지배하는 정서가 있다면 그건 ‘사람’인 것 같아요. 「떡볶이 식사」 도 떡볶이 파시는 아주머니가 환하게 웃는데 그 안에서 느껴지는 안쓰러움에서 시작됐고요. 내가 누구 안쓰러울 입장도 아닌데.(웃음) 사람들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 커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을 고른다면 무엇인가요?

타이틀곡인 「투명인간」 이요. 사실 1,2집 때는 타이틀 정할 때 듣는 사람이 좋아할 만한 걸 많이 고려했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타이틀곡조차도 저한테 감동이 있는 곡을 골랐어요. 사실 타이틀 감은 아니거든요. 소위 말하는, 훅이 있고 밝고 통통 튀는 노래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일부러 그렇지 않은 곡을 골랐고, 저희 레이블(푸른곰팡이)이 그런 걸 뮤지션에게 온전히 맡겨요. 사장님이 터치를 전혀 안 하세요. (윤)영배 오빠가 얼마 전 낸 앨범에서 ‘자본주의’에 대해서 이야길 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자신은 이 앨범으로 프로모션을 하면 안 되겠다고, 그래서 지금 활동을 전혀 안 하는 앨범이에요. 이게 회사 입장에서는 되게 피해인데도, “네 뜻이 그러냐? 그럼 알았다” 하는 식이에요.

푸른곰팡이로 소속사를 옮긴 후 나온 첫 앨범인데, 음악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나 스스로에게 또 다른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한테 다 맡기시니까 자생력이 생긴 느낌이랄까.(웃음) 앨범이 나왔으니 홍보도 해야 하고, 그런 부분을 신경 쓰게 돼요. 예전에는 회사에 다 맡겨 버리면 됐거든요. 그런데 그러면서 더 애착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음반에 대해서도 결정권이 저한테 있으니까, 더 책임지고 하게 돼요.

김정렬씨가 후반작업을 도왔고 고찬용씨와 박용준씨도 참여했는데, 앨범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제가 데모를 보내서 김정렬씨가 참여하게 된 거였는데, 데모를 할 때 음반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된 상태였어요. 후반작업 들어가서 몇 곡 재녹음을 했는데, 당시 제가 노래에 지쳐 있었어요. 노래를 잘 한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너무 압박감을 줘서 흥미를 잃은 상황이었는데, 정렬 오빠가 디렉팅을 봐 주시면서 노래가 다시 좋아졌어요. 노래는 자신감이 반이라잖아요. 만약 누군가가 노래를 할 때 “이 음을 그렇게 내지마”라고 하면 긴장이 생겨 버리고, 또 생각이 많아지면 노래가 안 되는데, 그런 디렉팅이 전혀 없었어요. 스포츠 심리학에도 테니스 선수한테 코치가 ‘팔을 돌리고 발을 이렇게 하고’ 그러면 경기를 제대로 못한대요. 대신 “공에 한번 집중해 봐”라고 하면 경기력이 좋아진다는 코칭 방법이 있더라고요. 그런 식이었어요. 어떤 걸 어떤 방식으로 해 보라는 조언이 있지 어떤 걸 하지 말라는 건 없었어요. 그래서 재미있어진 거 같아요. 박용준씨나 고찬용씨 보면서는 앨범을 작업하는 데 있어서의 집요함을 배웠어요. ‘이정도로 집요하게 하시는구나, 나는 참 대충 했구나’ 싶을 정도로 집요하게 하세요. 내가 듣기로는 아까 것과 똑같다 싶은데 다시, 다시, 다시 하자고. 그런 걸 보면서 많이 배웠죠.




원래 작업스타일은 어땠나요?

저는 성격상 완벽주의를 추구하지 못해요. 관심사도 많고 호기심도 많아서 뭔가를 뭉뚱그려서 그려내는 것에 더 가까운데, 저도 점점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보컬에 있어서는 전과 다르게 목소리에 힘이 빠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노래하고 싶었어요. 제가 추구하는 보컬 스타일이 그런 스타일이에요. 제가 좋아하는 가수도 그런 가수. 브라질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전반적으로 목소리에 힘이 빠져 있거든요. 보사노바 같은 건 특히 더 그렇고… 앞으로도 힘을 더 빼려고요.

앨범에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Antonio Carlos Jobim)의 커버곡도 실었는데, 이 곡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요?

곡 중반부에 5초 나오는 멜로디라인이 주는 감동이 있었어요. 그 감동이 좋아서 택했어요. 평소에 부르지 않은 노래를 넣고 싶기도 했고요.

앞으로 더는 커버곡을 하지 않으려 하신다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항상 브라질 커버곡을 넣고 싶었는데, 처음으로 넣어 본 거예요. 근데 한번 해 보니까 ‘그냥 내 음악 하기도 바쁜데, 커버는 해 봤으니 됐다’ 하는 마음이 돼요. 브라질 음악을 좋아하지만 브라질 음악을 얼마나 똑같이 구현해내느냐에 대해서는 사실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구현 한번 했으니까 또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록밴드로 처음 음악활동을 시작하시다가 음반가게에서 우연히 구입한 아스트로 질베르토(Astrud Gilberto) 앨범을 듣고 보사노바와 인연을 맺으셨죠. 록밴드를 하다 브라질 음악으로 장르를 바꾸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별로 힘들다는 생각을 안 한 게, 집에서 아스트로 질베르토 노래를 들으면서 좋다는 생각만 하다가, 당시 저는 팀에서 베이스를 치고 있었으니까 자연스럽게 베이스 치면서 노래를 따라부르는데, 노래를 하려다 보니 기타를 쳐 보고 싶더라고요. 기타 잡는 운지법이랑 코드가 나와 있는 ‘보사노바 송북’이란 게 있어요. 그걸 보면서 하루에 일고여덟 시간씩 그냥 연습했어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어서 한 거예요. 그래서 힘든 게 없었던 거 같아요.

추천할 만한 브라질 음악이 있다면요?

요즘에는 자반 (djavan)이라는 남성 싱어송라이터 음악을 많이 들어요. 이분 공연 영상을 보면 멜로디가 굉장히 어려운데도 브라질 사람들이 다 따라 불러요. 그거 보면서 ‘얘네들 음악적으로 정말 많이 발전한 나라구나. 이런 어려운 멜로디를 수많은 관중이 따라 부르고 있다니’ 하는 감탄을 했었죠. 한국에서는 가요가 어려운 멜로디를 쓰면 사람들이 어렵다고 치부해 버리고 안 듣잖아요. 그런 면은 다른 것 같아요. 브라질 사람들은 노래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그런지 가수보다 크게 노래하더라고요. 크게 막 합창을 해요. 그래서 저도 생긴 꿈이, 나중에 제 공연장에서도 사람들이 합창을 하게 되는 날을 꿈꾸고 있어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앞으로의 음악은 또 달라져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지금 많은 변화 중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런가요?

네. 요즘에도 곡을 쓰고 있는데, 곡 쓰는 방법도 달라졌고 멜로디적으로 바뀐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자기 내부에서 태어나면서 지닌, 자기만이 가진 멜로디가 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생성된 멜로디랄까. 근데 그게 계속 반복이 되거든요. 음반을 서너 장 내면, 특히 멜로디적으로 계속 새롭기가 어려운 거 같아요. 그래서 이 사람은 재탕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주게 되는데, 저는 그런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요. 저 자체도 새로운 것을 찾아다니는 성격이다 보니 멜로디적으로 자기갱신이 있는 송라이팅을 하려하고, 그런 면에서 앞으로 좀 바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려면 공부가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죠. 그래서 공부하고 있어요. 사실 예전에는 음악을 공부하는 것에 대해 불안함이 있었어요. 내 음악이 바뀌는 게 아닌가, 아카데믹해지는 게 아닐까, 자연적으로 갖고 있는 게 없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3집까지 쭉 하다 보니 이게 자연스럽게 없어지더라고요. 되게 웃기죠? 그 걱정이나 불안이, 시간이 지나면 그냥 없어질 것들이었는데 그때는 참 왜 그런 고민을 했나 몰라.(웃음)

앨범에 대한 만족도는 어떻게 되나요?

모든 것을 제 중심으로 했어요. 나를 어떻게 볼까. 남들이 어떻게 들을까를 생각하기보다 내가 좋은 것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굉장히 만족해요. 하지만 셀프 프로듀싱을 한 첫 음반이기 때문에 분명히 아쉬운 점은 있어요. 편곡적으로도 더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 같은데 싶고, 근데 그걸 이번 음반에 다 담아야 한다는 건 욕심이죠. 저는 계속 공부하면서 변화하는 사람이고, 하나하나 해 나가면서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까지 걸어온 음악 인생을 되돌아볼 때, 스스로를 칭찬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해 온 거요. 2집 나왔을 때 ‘많이 알려지고 싶다, 내 앨범을 더 많이 들려주고 싶다’ 하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사람이 욕심이 있으면 그대로 안 되나 봐요. 공연을 하거나 라디오를 나가면 너무 긴장을 하는 거예요. 그래선지 평도 되게 안 좋았어요. 특히 노래에 대해서. 그러니까 ‘노래가 내 길이 아닌데, 내가 부여잡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노래가 너무 하고 싶은 거예요.(웃음) 그런데 그때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하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싹 없어지는 때가 오더라고요. 악플 같은 것 보면서 마음 아파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그냥 그냥 한 거죠, 별 생각 없이. ‘이게 내 길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냥 신경 쓰지 말고 계속 하자.’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해 나간 거는 칭찬해 주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앨범이 전보다 더 안 좋을 수도 있고, 공연을 하면 티켓이 예전보다 더 안 팔릴 수도 있지만 ‘내가 그만두지 않고 계속 하고 있는 게 어디야. 그것만으로도 어디야’ 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해 나가려고 해요.

앞으로 어떤 음악인이 되었으면 하나요?

저는 이번 음반 작업하면서, 물론 슬픈 일도 있었겠지만, 행복감을 제일 많이 느꼈어요. 결과물 내고 나서도 그랬고요. 그 이유는 저한테 집중을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타인들보다는. 앞으로도 저 자신에게 집중하고, 저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하고 싶어요.

인터뷰 : 김반야, 윤은지
사진 : 이한수
정리 : 윤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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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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