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 그녀가 전하는 기억 저편의 아련한 이야기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다시 꿈꾸는 ‘윤하’의 겨울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윤하의 앨범, 소개합니다.

글 | 이즘

윤하(Younha) <Subsonic>

속편이라 함은 본래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기 위한 그릇과 같다. 이러한 관점에서 <Subsonic>은 애매하다. 원작 <Supersonic>보다는 오히려 전작 <Just Listen>의 형태와 유사하고, 정규앨범에 수록되지 못한 비사이드(B-side)트랙을 수록한 것도 아니며 스토리의 부분에서도 특별한 이음새를 찾기 어렵다. 굳이 따지자면 4집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활동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명 정도로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렇다면 속편이라는 관점을 떼고 그 자체로 보자면 어떨까. 그럼에도 애매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Set me free」 와 같은 대곡을 추구하는 「시간을 믿었어」 와 「Subsonic」 은 속편이라는 이름에 맞는 곡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괜찮다」 등 일반 대중들에게 알려진 윤하의 전형적인 이미지를 고려한 곡들 간의 간극은 괴리를 형성한다. 여섯 곡만을 담은 앨범에서 거대한 의미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윤하라는 브랜드를 생각해 봤을 때 평범한 가요 앨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새 소속사에서의 활동이 일관성을 갖췄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럽지만 이것이 음원 차트 강세 외의 다른 의미를 가져오는지는 의문이다. 「Set me free」 같은 경우 과거의 개인적 경험과 어우러져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 힘을 갖지 못한 「Subsonic」 의 산만한 구성은 다소 맥이 빠진다. 「시간을 믿었어」 는 담담한 목소리가 매력적이지만 밋밋함도 지울 수 없고, 애절한 감성을 강조한 「없어」 는 최근 가요계의 히트공식인 발라드와 랩의 결합을 의식한 듯 보인다. 「괜찮다」 는 확실한 윤하표 발라드지만 바로 그 점에서 오히려 진부함의 독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새로운 윤하의 스타일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는 그래도 긍정적인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일반적인 발라드에서 탈피하여 밴드 사운드를 새 기반으로 삼은 음악은 <Supersonic>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일관성이다. 여기에 가사와는 별개로 신시사이저가 가미되어 신선한 느낌을 주는 「아픈 슬픔」, 클라이막스를 배제하고 끝까지 감정의 절제를 지키는 「Home」 같은 새로운 시도 또한 꾸준히 동반된다. 언제나 인정받았던 보컬의 힘까지 더해지면서 최소한 안주하지는 않음을 증명한다.

당장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면 불필요한 작업이겠지만 그 과정이 불필요할 정도로 길어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해답은 히트곡 「비밀번호 486」에도 있었고, 성공적인 소포모어작 <Someday>에도 있었으며 가까이는 <Supersonic>에도 있었다. 윤하는 재능이 있고, 음악에 대한 욕심도 많은 뮤지션이다. 다만 그 다양한 시도들을 이제는 하나의 길로 통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직도 어리다 하지만 이제는 젊은 신예가 아닌 스물여섯, 네 장의 정규 앨범을 가진 뮤지션이다. 반등을 위해 과감한 도전을 시도해야 할 때다.

글/ 김도헌(zener121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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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태그: 윤하, Subsonic, 괜찮다, Set me f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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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