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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꼼수가 이러한 인기를 끌게 된 현상에 관해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 이 글을 통해 언급하고자 했던 핵심적인 요인은 다름 아닌 장르 간의 융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나꼼수>는 팟캐스트 채널 가운데 ‘뉴스 및 정치’ 카테고리로 분류된 일종의 시사 프로그램에 해당합니다.

여러분은 지난 18대 대선기간을 즈음하여 인터넷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라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기억하실 겁니다. 개인의 정치관에 따라, 혹은 지나치게 자유분방하며 난삽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법한 특유의 포맷으로 인해 호불호가 극명히 나뉠 수도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적어도 인터넷에 접속하여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세간에 오르내렸던 <나꼼수>의 열풍을 다들 어디선가 한번쯤은 접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방송이 담고 있는 특유의 이념적 메시지와 이에 대한 찬반양론을 떠나, 일개 방송으로서 이 프로그램이 시사하는 바는 가히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에서 제공하는 방송 플랫폼인 팟캐스트는 전 세계 이용자들이 독립적으로 제작하여 일련의 승인과정을 거친 컨텐츠들을 PC나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자유로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인터넷 방송국으로, 최근 몇 년 사이의 급격한 스마트폰 보급으로 인해 국내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자생적 프로그램들이 이 팟캐스트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자체적으로 제작된 팟캐스트 프로그램의 경우 제도권 방송사나 대형 광고주의 눈치를 볼 일이 없고, 까다로운 방송 심의규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여건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폭넓은 소재의 방송을 제약 없이 만들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나꼼수>는 이러한 조건 하에 기존 언론이 입을 다물었던 MB정권의 실정과 정치 현안에 관련된 다채로운 문제들을 강도 높게 꼬집는 역할을 자임하였고, 평소 대안적 언론의 필요를 절감하던 청취자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인해 회당 평균 1,000만에 육박하는 경이로운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게 됩니다. 


<나꼼수>가 이러한 인기를 끌게 된 현상에 관해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 가운데 이 글을 통해 언급하고자 했던 핵심적인 요인은 다름 아닌 장르 간의 융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나꼼수>는 팟캐스트 채널 가운데 ‘뉴스 및 정치’ 카테고리로 분류된 일종의 시사 프로그램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수의 청취자들은 이 프로그램에서 여타의 예능 프로그램 못지않은 재미를 느꼈고, 걸쭉한 입담으로 정치현안을 ‘쥐고 흔드는’ 출연진들의 해학에 큰 공감을 표했습니다. 예능을 가미한 시사, 혹은 시사를 표방한 예능. <나꼼수>는 이렇듯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이 지닌 장르의 규격을 탈피한 채 성공을 거머쥔 특이한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이렇듯 장르 간의 벽을 허무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색다른 시도는 TV로까지 이어지는 추세라 할 수 있습니다. <나꼼수>의 예처럼 시사와 예능을 접목시킨 JTBC <썰전>과 <적과의 동침>, 흡사 미국드라마의 속도감을 연상시키는 연출과 편집으로 국내의 크고 작은 사건들을 밀도 있게 재현ㆍ추적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궁금한 이야기 Y>, 여야의 정치인들이 코카서스 산맥을 등정하며 자신들의 정치관을 피력하고 토론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최후의 권력: 7인의 빅맨> 등은 방영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한 프로그램입니다. 편의상 시사ㆍ교양 컨텐츠로 뭉뚱그려 분류되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에서 엿보이는 신선한 변화들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한 것일까요? 사실상 이러한 다각적인 시도들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에 편중되어 있는 시청층의 수요와 그로 인한 시사ㆍ교양 프로그램의 자체적인 위기의식에서 비롯한 바 클 것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시청률과 광고 유치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방송사의 생리는 시사ㆍ교양 프로그램의 대중 지향적 움직임을 부추기는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로 대표되는 방송 컨텐츠의 최신 트렌드를 접목시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으려는 시도는 이제 하나의 생존전략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시사ㆍ교양 프로그램의 역사는 곧 방송의 역사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지상파의 주요 방송사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은 프라임 타임 대에 방영되는 메인뉴스이며 KBS <추적 60분>, MBC <PD 수첩> 등은 오랜 기간 갖은 굴곡을 겪으면서도 그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는 대표적인 시사 프로그램에 해당합니다. 매주 각기 다른 주제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국내외 현안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해와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으며, 주요 선거철마다 유권자들은 TV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후보자들의 자질과 역량을 가늠하곤 합니다. 이렇듯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관한 시청자들의 꾸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곧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면밀히 귀 기울이고자 하는 시민의식의 발로와 무관치 않을 것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 나와 내 이웃, 그 너머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시사ㆍ교양 프로그램은 곧 세상과 사람에 관해 들려주는 보고입니다. 그 시사ㆍ교양 프로그램이 변하고 있습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TV가 들려주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차분히 경청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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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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