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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신환 교수의 공자 『논어』 두 번째 이야기

인의예지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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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6일, 생각하는 10대를 위한 고전읽기 강연회는 곽신환 교수의 『논어』 강연으로 마무리되었다. 『논어』 의 이전 강연이 『논어』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는 시간이었다면, 이번시간은 공자가 『논어』에서 주장한 ‘수기와 안인’을 주제로 좀 더 심도 깊은 논의를 하는 시간이었다.

‘수기’와 ‘안인’의 실천필요성

 

곽신한 교수는 ‘수기(修己)’ 는 자아의 존재론적 완성을 도모하는 노력을 의미하고, ‘안인(安人)’은 공동체 구성원, 타인을 평안하게 하려는 지향이라고 설명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수기가 이루어져야 진정한 의미의 안인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공자는 군자는 지도자인 동시에 탁월한 인격자가 될 것을, 지도자학은 동시에 만인의 학문으로서의 성향을 가져야 함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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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라이언킹>을 예로 들어보자. 라이언킹은 어렸을 때 자신을 보통의 사자라고 인식했다. 자신의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인식하자 그의 마음가짐이 변하게 되고, 곧 태도가 바뀌게 되며, 결과적으로 그는 왕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부처님도 모든 중생은 부처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 이처럼 자신의 마음 속 씨앗을 자각하는 사람은 부처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자는 평생을 중생으로 살아가게 된다.”
 
곽 교수는 학생들이 목적에 의한 삶보다 자각에 의한 삶을 살 것을 권유했다. 공자는 자기의 한계를 긋는 사람과는 아무런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기의 한계를 긋는 행위는 자획과 자포의 행위이다. 곽 교수는 자획과 자포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행위로서 지양할 것을 강조했다.

 

 “운동선수는 감독의 역량만큼 성과를 낸다. ‘수기안인’이란 나를 완성하고 타인을 완성하는 개념이다. 생태학적인 관점에서도 모든 것들이 온전한 위치에 있으려면 그에 따르는 희생과 경력이 있어야한다. 조각가가 대리석을 다루듯이 자신의 형상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이에 더 나아가 타인을 위해 애쓰는 사람이 되어야한다. 그것이 수기이고, 안인의 실천정신이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논어』 에는 빈도수가 높은 단어들이 존재한다. 내포된 수만큼 중요한 개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상관성은 있다. 『논어』의  ‘학이시습지면 불역여호아’ 라는 글귀는 ‘배우고 그것을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겠는가?’ 라고 해석된다. 하지만 곽 교수는 이 문장의 해석보다 ‘누가’, ‘누구를’,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의 개념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누가는 ‘누구나 다’를, 배워야할 대상은 ‘선각자’를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이다. 이는 ‘본성의 선함을 배우는’ 것이라 하겠다. 공자는 요순성지라고 하여 성인은 ‘본성대로 사는 사람’이라고 했다. 공자는 요인금과 순임금은 인의를 행한 것이 아니라 인의로 말미암아 실천한 사람으로 성인이 아니라고 했다. 그들은 규범에 따라서 선했던 사람이지, 공자가 말하는 진정한 선함을 갖춘 자가 아닌 것이다.”

 

공자가 살았던 시대배경을 고려할 때, 배움은 귀족만 가능했다. 이러한 시대에서 공자의 사상은 선구자적 주장이었다. 곽 교수는 ‘자의식에 의한 선과 행’에 대해 주장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대다수는 어렵지 않게 선과 행을 행할 수 있다. 하지만 특수한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한 사람은 많지 않다. 곽 교수는 그 상황에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위인이 될 수 있으며, 그들에게는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과 결정에 따른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자가 말하는 ‘성인의 본질’이란 ‘너희의 본능대로 본성을 구현하며 산다’는 의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본능의 개념과 다르다. 여기서 본능은 선(善)한 것이고 하늘의 명령과 동일한 것이다. 곽 교수는 ‘본성’을 각자가 모른다는 점이 문제라며 ‘본성’을 자각할 것을 말했다.

 

“영화 <울지마톤즈>의 고 이태석 신부가 사회에서 성인으로 인정받고 추대 받는 이유가 ‘성인의 본성’에 있다. 우리는 본능의 형식이 무엇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온 세상에 유익한 것이 선함이다.”

 

학, 배움의 의미

 

배움이 중요하다고 강조되는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때때로’ 배워야하는지도 배워야한다. 공자는 ‘때때로’라고 표현은 했지만 마치 새가 날갯짓하듯 언제나 익힐 것을 강조했다. 율곡 선생은 『격몽요결』에서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성인을 목표로 하라고 언급한다. 이는 성인을 목표로 배우라는 공자의 사상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곽 교수는 호학(好學)의 대표주자로 공자의 제자 안연을 예로 들었다.

 

안연은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의 현인으로 공자가 가장 신임하였던 제자이다. 그는 학문과 덕이 높으며,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도(道)를 즐긴 인물이다. 안연은 노여움을 옮기지 않고 같은 실수는 두 번 하지 않는 불천노 불이과(不遷怒 不二過)를 실천한 인물이다. 공자는 ‘그에 대해 댓고리 박, 표주박 물, 누추한 거리에 사는 것을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어 하는데 안연은 그 속에서도 그가 누리는 즐거움을 바꾸지 않았다’고 하여 그의 덕을 칭찬한 바 있다.


“사람들은 빌립보서 4장 11절과 13절 사이에서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라고 하는 구절에 집중해서 본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그 전에 언급한 ‘내가 궁핍하므로 말하는 것이 아니니라. 어떠한 형편이든지 나는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라는 부분에 귀기울여야 한다. 이 부분을 통해서 배움은 궁핍할 때도, 풍요로울 때도 자아를 잃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행복의 에너지를 가질 수 있음을 말한다. 안연도 마찬가지다. 가난 속에서도 호학할 수 있었던 것은 내적으로 분출되는 에너지에 의해 배움으로 행복을 얻었기 때문이다.”


인, 공자가 추구한 최고의 덕


곽신한 교수는 공자가 추구한 최고의 덕으로 ‘인’을 꼽았다. 자공과 안연의 질문을 통해서 ‘인’이 어떠한 덕인지 알 수 있다.

 

자공이 물었다. 만일 백성에게 널리 베풀고 도탄에 빠진 많은 무리를 건져낸다면 이를 인이라고 할 수 있는지 공자에게 물었다. 이때 선생이 말했다. 그것을 어찌 인이라고 하랴! 반드시 성의 경지이다. 요순도 그것을 걱정했다, 인이라는 것은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을 세워주고 자기가 그 뜻을 펴고자 하면 남이 그 뜻을 펴게 한다. 가까이서 취하여 깨닫는 것이 인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안연이 인에 대해 물었다. 선생이 말했다. 자기를 이기고 예를 실천하면 세상이 그를 인하다고 인정한다. 인을 이루는 것은 자기로부터 말미암는 것인지 남으로부터이겠는가?

 

“군자는 근본에 힘쓰고, 근본이 서면 길이 생긴다. 공자가 말하는 어진 사람은 근심이 없다고 했다. 어진 자는 천지만물과 일체라고 했다. ‘인’은 소통이 원할한 것을 말한다. 소통이 일체감을 형성하므로 결핍의식이 없어진다. 근심은 결핍에 대한 의식이다. 그러므로 인자는 결핍이 없으므로 근심이 없는 것이다.”


의(義), 군자와 소인의 갈래


공자는 『논어』에서 지도자(군자)는 인격적으로 탁월해야 하며, 보통사람(소인)처럼 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자의 사상에 따르면, 군자는 의로움에서 깨닫고 소인은 이로움에서 깨닫는다. 공의와 사리의 분별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판단할 일차적 과제이다. 곽 교수는 『논어』를 통해서 자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공자가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을 비교한 글귀로 '군자는 주이불비(周而不比)하고 소인은 비이주주(比而不周)니라 -군자는 모두를 생각하는 처신을 하는데 소인은 가까운 사람만 생각하고 모두를 생각하지 않는다.-, 군자는 탄탕탕(坦蕩蕩)이오 소인은 장척척(長戚戚)이니라-군자는 시원하게 쭉 뻗은 길과 같고 소인은 늘 근심 걱정한다.-,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 -군자는 남들과 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고 소인은 같아질 뿐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등이 있다. 또한 공자는 군자와 소인의 인격을 대비하여 군자는 크지만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지만 크지 못하며, 군자는 위의 것을 통달하고 소인은 아래의 것에 대해 통달한다고 한 바 있다.


예, 합리적 차별의 세련된 양식


곽 교수는 ‘예’는 합리적 차별의 의식이자 가치평가의 행위라고 설명했다. 예라는 존재는 봄 과 가을이라는 계절이 있듯, 나무나 돌에 결이 있듯. 매듭과 무늬가 있는 것과 같은 천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예는 제방이 물을 조절하듯 감정을 조절하는 장치임을 강조했다.

 

공자가 자천에게 말했다.'군자로다! 노나라에 군자가 없는데 여기서 이를 취하리라! ' 자공이 물었다 저는 어떠합니까, 너는 그릇이다. 무슨 그릇입니까? 옥과 청동으로 만든 제사용 그릇(호련)이다.


“공자는 이전에 군자는 그릇이 아니라고 가르쳤다. 자공은 자신이 공자의 수제자라고 생각했으나 공자는 그를 그릇에 비유했다. 하지만, 공자의 이와 같은 비유는 자공이 성자가 아니라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었다. 디자인의 그릇이라도 사용처에 따라 그 그릇은 생활용품도, 거룩한 제사용품이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순수한 사랑이라도 사회의 체제를 따르지 않으면 그것은 결혼이 아니고 동거가 된다. 부부는 유별하다는 말은 다른 남자와 다른 여자를 구분하는 의식이다. 예란 바로 그러한 의식이다.”


공자 『논어』 강연을 마지막으로 8월부터 12월까지의 4개월간의 4가지의 고전(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노자의 『장자』, 플라톤의 『국가』, 공자 『논어』)에 관한 강연회가 끝을 맺었다. 지난 일 년 동안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되었던 <2013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읽기 강연회>는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콘서트』 이라는 이름의 책으로 12월에 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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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나리

스스로를, 물음표와 느낌표의 이성과 감성을 두루 갖추었다 자칭하는 일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라디오와 함께 생활한 탓에 책, 음악,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 얇고 넓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항상 다양한 매체를 향해 귀와 눈, 그리고 마음을 열어두어 아날로그의 감성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채사모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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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저/<김형찬> 역13,5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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