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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하고 싶다면 ‘입사 후 포부’ 구체적으로 써라

『여자 취업 백서』 저자 신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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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취업 백서』는 여자의 취업 준비가 남자와 달라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기업에는 아직도 ‘여자와 함께 일하는 것은 힘들다’는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여자 취업 백서』의 저자는 취업을 앞둔 여성이라면 먼저, 기업이 선호하는 여성상과 기피하는 여성상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취업, 남자와 경쟁하려면 5배 더 준비해야 한다

여풍이 거세다는 요즘, 취업시장에서도 그녀들은 승승장구하고 있을까. 『여자 취업 백서』의 저자 신길자가 전하는 ‘현장’의 분위기는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네이버 취업상담 카페 ‘언니의 취업가게’ 운영자이자 12년 경력의 취업컨설턴트인 그녀는 취업 준비생들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많이 만나 온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취업에 성공하고 실패하는 많은 청춘들을 만나면서 그녀가 발견한 사실 중 한 가지는 여성과 남성 사이에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취업의 문은 남성들을 향해 더 많이 열려 있었고, 동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상황에서조차 여성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녀들의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남성 지원자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여성들도 기업의 선택을 받는 일은 쉽지 않았다.

“저는 곳곳에서 취업이 안 되는 여자들을 많이 만났고, 취업이 잘 되는 여자도 많이 만났어요. 남자들은 보통이면 취업이 잘 되고, 준비가 소홀하면 취업이 안 돼요. 그런데 여자는 준비가 소홀했을 때는 당연히 취업이 안 되고, 보통이어도 안 돼요. 최고여야만 됐어요. 참 희한한 건 최고인 여자들은 다수의 기업에 합격하더라고요. 기업은 최고인 여자만 원하니까요. 저는 그때마다 너무 슬펐고, 그런 최고인 여자들이 당신이 되어 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자 취업 백서』를 쓰기 시작했어요.”

도대체 이유가 뭘까. 10여 년 동안 커리어우먼으로 살아 온 저자에게도 그것은 쉽게 풀리지 않는 의문이었다. 대학 진학률과 외무고시, 행정고시 등 숱한 관문들을 보란 듯이 통과한 그 많던 알파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기업의 임원과 CEO 자리에 오른 여성을 찾아보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저자는 지난 5년간 많은 사람들을 만나 질문을 던져왔다. 택시기사부터 자신의 직장 동료, 기업의 인사 담당자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그들에게 ‘일하는 여자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여자랑 일하면 어떠세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들 안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여자 취업 백서』 안에 담긴 그 해답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일정 부분(기존 직장) 여성들이 만들어낸 것이기도 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여성들이 주인의식을 못 갖고 손님처럼 있으니까, 기업이 우리를 주인으로 대할 수가 없는 거예요. 조금 있으면 회사를 떠나니까요. 그게 여러분 탓은 아니죠. 사회의 문제도 있지만 저는 ‘개인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려고 합니다. 학교와 가정, 사회와 기업이 함께 바뀌어야 하지만 우리가 모든 걸 바꿀 수는 없잖아요. 나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야 내 가족이 바뀌고 사회가 바뀔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나부터 변화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여러분은 ‘나부터 뭘 바꾸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저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주요국가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여성의 임금이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낮게 책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올 해 9월 한 일간지에서 조사한 결과만 보더라도, 국내 500대 기업 중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 곳은 두 곳뿐이다. 반면에 여성 임금이 남성의 절반도 안 되는 기업은 13%에 달한다. 저자는 한창 경력을 쌓을 시기의 여성들이 결혼, 출산, 육아로 퇴직하거나 혹은 경력 단절 이후 재취업을 하면서 낮은 연봉을 받는 것이 여성임금 격차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선진국에 비해서 이른 나이에, 결혼하자마자 집으로 들어갑니다. 다른 나라 여자들은 일단 사회에 진입하면 힘들어도 웬만하면 퇴사를 안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여자들은 일하랴 가정 돌보랴 너무 바쁜 거예요. 우리 사회가, 우리 가족이, 차라리 집에 들어와서 살림하고 애 키우라고 얘기하죠. 제가 만난 남자들 중에는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일을 그만두겠다’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자들은 결혼할 때 고민하고, 임신할 때 고민하고, 첫째 아이 출산하면 고민하고, 둘째 아이 임신하고 출산한 다음에도 계속 고민해요. 일할까 말까. 그래서 기업이 우리 여자들을 뽑지 않는 겁니다.”

기업이 여성에 대해 ‘언제든 떠날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갖고 있는 이상, 여성 구직자는 기업을 향해 약속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는 늘 일 할 겁니다’ 또는 ‘제가 늘 일하지는 못하지만 일하는 동안에는 남자 직원의 3배 정도는 일해드릴 수 있습니다’라는 약속이 그것이다. 하지만 결혼해도 퇴사하지 않고 계속 근무하겠다는 약속은 깨지기 쉬우므로, 저자는 후자를 권유한다. 일하는 동안에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을 해 주라는 이야기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을 거란 걸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입사 후 포부를 구체적으로 쓰는 거예요. 회사에 들어와서 하고 싶은 일이 구체적이기 때문에 ‘이 사람은 그만두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기업이 우리를 믿을 수 있는 방법인 거죠. 말로만 오래 다닐 거라고 하지 마시고 ‘입사 후 3년차, 5년차, 10년차 때 제가 이뤄낼 포부가 있기 때문에 오래 다닐 겁니다’라고 얘기하셔야 기회가 주어지는 겁니다.”




눈물이 나면 닦으면 된다

저자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있는 방법’ 다섯 가지를 소개했다. 그 첫 번째는 알파걸에서 그치지 말고 알파우먼으로 남으라는 이야기였다.

“알파우먼이 될 여러분이 가져야 할 첫 번째는 열정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결혼도 가치 있지만 내가 하는 일도 가치 있는 거다’라고 말하면서 우리의 일을 사랑할 수 있어야 됩니다.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 어렵다면 시간의 질을 높이세요. 엄청 빠르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나로 만드세요. 그런데 어떻게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질이 높아집니까? 그래서 여러분이 미혼일 때가 더 중요한 거예요. 미혼 시절에 멋있게 경력 관리를 해 놓으세요. 그리고 기혼일 때, 아이한테 시간을 쓰고 싶을 때, 미혼 시절의 노하우를 가지고 일할 수 있게끔 해 놓으셔야 합니다.”

두 번째 방법은 팀워크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서 자신이 팀워크를 보여줬던 경험 혹은 조직을 위해 희생했던 경험을 어필해야 한다. 남자들은 군대에서의 경험 혹은 스포츠 경기의 경험을 통해 힘을 합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에 익숙하지만,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그러한 능력이 적은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저자는 남자의 장점과 여자의 장점을 두루 갖춘 양성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소프트 카리스마’를 발휘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리고 감정과 이성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여성이 감정적이라는 편견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면접 상황에서 ‘회사 생활하면서 울 일이 많을 텐데 괜찮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눈물이 나면 닦으면 됩니다’라는 대답으로 강하고 이성적인 면모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있는 방법’의 마지막은 결혼한 후에도 경력관리를 통해 회사에 기여할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는 당신이 입사 후 10년차일 때 그 회사에서 어떤 위치에 올라갈지, 그 포부를 적은 자기소개서를 좋아해요. 조직을 어떻게 책임지고 어떤 모습의 관리자가 되어 있을 거라고 말해주면, 회사에 훨씬 더 애정이 있는 것으로 보여요. 왜냐하면 많은 여자들이 10년 후에 관리자가 될 거라는 생각을 안 하거든요. 그 전에 떠날 거니까요. 그래서 10년 후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저자는 많은 기업들이 아직까지도 ‘여자와 함께 일하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을 원한다면 기업이 왜 우리 여자들을 힘들어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통해 ‘우려하시는 바와 달리, 저는 힘들게 해 드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라고 약속해 줘야 한다. 그녀가 공개한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있는 방법’은 그 약속의 구체적인 조항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여자 취업 백서』는 면접 상황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질문들에 대한 모범 답안과 자신의 ‘천직’을 찾을 수 있는 방법, 자기소개서 작성의 비결, 그리고 직무별 요구 역량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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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취업 백서 신길자 저 | 지식공간
여성은 남성보다 취업 준비를 잘한다. 그런데 합격률이 낮은 이유는 뭘까? 기업은 여성을 남성과 경쟁하는 상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성별로 남성과 여성을 따로 구분하여 신입 채용을 진행한다. 남자 TO, 여자 TO가 따로 있다는 말이다. 당연히 남자보다 더 많이 준비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대신 여성에 맞게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 남자와 다르게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게 신길자 취업컨설턴트의 통찰이다. 이 책에 담긴 여성 취업의 다양한 성공 예시가 힌트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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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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