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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부 힙합 스타일의 효시 - 블랙 문(Black Moon)

미국 동부 힙합의 명작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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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문(Black Moon)이 산출한 내용물은 동부 힙합이 지닌 묵직함, 단도직입의 언사, 다이내믹한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거시적으로는 동부 힙합의 전형성을 규정하는 데 한몫했다. 이들이 점화한 불꽃은 금방 꺼진 것이 아니라 방대한 흐름을 일군 기폭제가 되었다.

1990년대 초중반, 미국 동부 힙합은 다른 지역 및 장르와 구분되는 독자적인 성격을 확보하게 됩니다. 1993년에 발표된 블랙 문의 이 앨범은 상업적으로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을지라도 미국 동부 힙합을 규정하는 데 한 몫을 하면서 음악적으로 인정받는 명반으로 남아있습니다. 이 앨범에서 드러나는 그들만의 독보적인 스타일로 어떤 것들을 꼽고 있는지 리뷰를 통해 살펴보세요. 이 주에 소개해드릴 명반, 블랙 문의 <Enta Da Stage>입니다.


블랙 문(Black Moon) <Enta Da Stage> (1993)


미국 동부 힙합, 특히 하드코어 랩은 보편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징들을 갖는다. 그것은 단순하면서도 둔중함이 전면에 부각되는 드럼 루프, 때로는 고함으로 느껴질 만큼 혈기 왕성한 래핑, 공격적인 콘텐츠를 거리낌 없이 담아 낸 노랫말 등으로 요약된다. 일련의 중심 성분은 199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동부의 랩 음악을 타 지역, 또는 다른 장르와 구분 짓는 성질로 자리 잡아 왔다. 견고한 방법론은 새천년이 지나서도 여러 아티스트가 이와 같은 요소를 자기 음악에 투입함으로써 길이 보존되는 중이다.

블랙 문(Black Moon)의 데뷔 앨범 <Enta Da Stage>는 그러한 구성의 압축인 동시에 효시 격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들이 산출한 내용물은 동부 힙합이 지닌 묵직함, 단도직입의 언사, 다이내믹한 표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만족시키면서 거시적으로는 동부 힙합의 전형성을 규정하는 데 한몫했다. 이들이 점화한 불꽃은 금방 꺼진 것이 아니라 방대한 흐름을 일군 기폭제가 되었다.

강건한 흡인력을 발휘하며 독보적인 스타일이 된 부분은 우선 악곡에 있었다. 프로듀싱을 전담한 그룹 멤버인 디제이 이블 디(DJ Evil Dee)와 그의 형 미스터 월트(Mr. Walt)는 재즈, R&B에서 소스를 구하되 원본이 되는 부분을 대놓고 앞에 배열하지 않고 거의 효과음, 배경음 정도로 사용하면서 절제된 곁들임을 가했다. 이 덕분에 드럼 소리가 나서서 전면을 주무르는 듯한, 건조하고 성긴 느낌이 풍겨 난다. ‘여백의 미’라는 수식은 이 음반에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브라스 샘플을 삽입한 「Shit iz real」, 「Who got da props?」, 「Niguz talk shit」 은 단출함과 조절력 있는 구성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노래들이다.

프로듀싱 팀 비트마이너즈(Da Beatminerz)의 두 멤버 디제이 이블 디와 미스터 월트가 만든 비트를 타고 다니듯 유려한 래핑을 펼친 벅샷(Buckshot)의 능력도 앨범의 흥미와 진가를 상승시키는 요소다. 기교 부리기에 열을 올리지는 않지만 침착함과 여유를 유지하는 플로우는 청취자들로 하여금 그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이와 더불어 사실적 묘사보다는 상상을 통해 구성한 적대적인 감정을 담은 노랫말은 센 것을 좇는 마니아들의 구미를 자극했다. 그는 총기나 마약, 온갖 범죄를 들먹이면서 공공을 향해 계획된 협박을 날린다. 과거에 갱단에 몸담았거나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후회하는 종류의 랩은 여기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다. 벅샷에 비해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은 또 다른 래퍼 파이브에프티(5ft) 역시 하드코어에 충직하다.

앨범은 또한 ‘블랙 문 훅(Black Moon hooks)’이라는 용어를 양산하며 그들만의 훅 스타일을 완성했다. 팀 멤버를 비롯해 이들과 친분을 맺은 래퍼들이 모두 모여서 코러스를 제창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역동성을 자연스럽게 내세운 것이었다. 턴테이블로 간주를 대신하는 「Powaful impak!」 이나 훅이 아예 없는 「Slave」 같은 노래를 제외하고는 절반 이상의 곡이 단체로 부르는 훅으로 구성되었다. 블랙 문보다 먼저 나온 오닉스(Onyx)의 데뷔 앨범도 멤버들이 다 같이 훅에 참여하는 유니슨 방식을 띠고 있긴 하지만 이 그룹은 콜 앤 리스폰스를 병행하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으며 블랙 문에 필적하는 집단화를 이루지는 못했다. 허니 패밀리(Honey Family)의 「우리 같이해요」, 브로스(Bros)의 「Winwin」, <2000 대한민국>에 수록된 「비상」 등 2000년도를 전후로 우리나라에서 나온 많은 인원이 합창하는 방식의 힙합은 모두 블랙 문으로부터 음악적 차관을 받은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시하지 못할 독자성은 앨범을 동부 힙합의 명작 중 하나로 추앙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같은 해 나온 우 탱 클랜(Wu-Tang Clan)의 <Enter The Wu-Tang (36 Chambers)>나 1년 터울을 두고 출시된 나스(Nas)의 <Illmatic>, 몹 딥(Mobb Deep)의 <The Infamous> 등 동부 힙합의, 더 나아가서 힙합 역사상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을 걸작으로 꼽히는 앨범들에 비해서는 상업적인 성과나 차트에서의 기록이 변변치 못했다. 블랙 문의 데뷔작은 예술적, 역사적 가치와 대중의 호응이 꼭 붙어 있지만은 않는다는 걸 알려 준, 조금은 소외받은 명반이었다.

글/ 한동윤(bionicsou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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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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