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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복현 “나의 글쓰기는 거짓말과 표절로 시작됐다”

『닥치고 써라』 최복현 저자 글쓰기, 마음이 열리고 치유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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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큰 바탕은 즐거움과 자신감이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자신감말이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정신적 건강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즐거움을 얻게 되고, 나아가 한 편의 글을 제대로 잘 써냄으로써 글에서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의 자신감을 얻었던 수많은 사례들이 이 책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아무리 글쓰기의 왕초보라고 하더라도 이 책을 다 읽을 때쯤에는 글쓰기의 개념은 물론, 글쓰기의 원리를 이해하고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내가 아는 가장 유익하고 실질적인 충고는 <파인딩 포레스터>에서 나왔다. “글쓰기의 첫 번째 열쇠는 쓰는 것이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No thinking. The first key to writing is to write).” 자말(로버트 브라운)에게 건넨 포레스터(숀 코네리)의 이 말은 내 글쓰기의 금과옥조가 됐다. 덧붙여, 하나 더. 포레스터가 자말에게 가르친 창작의 교훈을 압축한 대사도 마찬가지다. “초고는 가슴으로 써라. 그런 다음 머리로 다시 써라(You write your first draft with your heart and you rewrite it with your head).” 글쓰기는 모름지기 일단 쓰고 보는 것이며, 자신에게 진실해야 한다는 말이렷다.

시인이자 수필가로 오랫동안 글쓰기 강연을 진행해 온 최복현 작가도 같은 말을 건넸다. “닥치고 써라!” 그 말을 입증하듯, 그가 최근에 펴낸 책의 제목도 『닥치고 써라』 이다. 지난 10월 30일(수) 서울 리브로 홍대점, 그는 다시금 이 말을 전도했다. ‘저자 최복현과 함께하는 ‘치유하는 글쓰기’라는 주제로 열린 『닥치고 써라』 의 독자와의 만남, 글쓰기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글을 쓴다는 것

저자는 글쓰기에 목말라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만나고 있다. 그는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해오고 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문학소녀의 꿈을 간직하고 있는 할머니부터 대학에서 국문학을 강의한 전직 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을 글쓰기를 통해 만나고 있다.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홍세화 선생의 말씀을 인용하자. “독서는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글쓰기는 사람을 정교하게 한다.” 문제는 한국의 제도 교육은 두 개 모두 하지 않는다. 생각하는 존재로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독서와 글쓰기이지만, 우리는 암기하는 기계, 정답 기술자로만 사육(!)될 뿐이다.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좀 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고 삶의 의미를 규정하는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이날 행사 또한 그런 사람들의 열망을 품고 진행됐다. 독자 면면이 그랬다.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젊은 여성, 초로의 할머니, 독서클럽 운영자, 오십대 직장인, 주부 등을 비롯해 용인에서 글쓰기 강연을 듣고자 달려왔다는 40대 가장에 이르기까지 글쓰기는 삶의 중요한 부분임에 분명하다. 강단에서 국문학을 강의한 전직 교수까지 이 자리에 온 것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건넨다.

“내 강연은 어렵지 않다. 다들 쉽다고들 한다. 그러나 쉽게 강의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마도 대학교수 출신이 내 강의를 듣는 것도 글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내 강의의 특징을 연구하거나 배우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원래 어느 강연에서든 내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는다. 아는 것도 많지 않고. (웃음) 강연은 20분만 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여러분이 질문 해 달라. 그러면 나는 대답을 할 것이다.”

체험 중심으로 그는 글쓰기의 비기(?)를 전달한다. 저자의 글쓰기에는 오롯이 저자가 묻어난다. 가난한 강원도 산골의 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먹고 살기 위한 돈을 벌고자 산속의 뱀을 잡아 시장에 내다팔아야 했다. 자연스레 농부는 그의 첫 직업이었다. 그리고 공장노동자, 배달사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다. 뒤늦게 공부를 향한 열정이 불붙은 그는 독학으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서강대 불어교육학 석사와 상명대 불문학 박사과정까지 수료를 했다. 이 과정에서 글쓰기가 따랐다.

“나의 글쓰기는 거짓말과 표절로 시작됐다(웃음). 초등학교 시절, 시를 쓰라는 숙제에 어느 잡지에서 얼핏 본 동시가 생각나서 조금 각색해서 냈다. 그걸 몰랐던 담임선생님은 내가 글쓰기에 소질이 있다고 칭찬했다. 당시 표절이란 생각도, 죄책감도 있을 수 없었다. 지금 같은 인터넷 시대에는 금방 탄로가 나겠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웃음).”

칭찬을 했던 선생은 방과 후, 어린 최복현에게 시 쓰기 수업을 별도 진행했다. 어린 최복현은 선생의 칭찬에 막연한 자신감이 붙었다. 그때부터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자신감은 실은 자만에 가까웠나보다. 청소년기에 접어들고 글 좀 쓴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때, 펜팔에도 손을 뻗쳤다. 글을 좀 쓴다고 생각해서 시험해 보고 싶었다.

“옛날에는 잡지 뒤에 펜팔난이 있었다. 이름과 주소가 나와 있었는데, 그 주소로 편지를 썼다. 그런데 답장이 하나도 안 오는 거다. 자존심이 무너졌다. 내 글에 아무도 반응을 안 한다는 게 서운하고 섭섭했다.(웃음)”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이 상실됐다. 그렇다고 펜팔을 그만두지 않았다. 방법을 바꿨다. 엄청난 거짓말(?)로 펜팔을 다시 시작했다. 여자 행세를 한 것이다. 자신을 여자로 설정하고 연애편지를 썼다. 사진도 없고 휴대폰도 없으며, 글로만 소통해야 했던 시절이니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여자 행세를 시작하자마자 여러 남자들에게서 편지가 마구 쏟아졌다. 그 ‘여장 남자’에게 빠진 한 청년도 있었다. 나중에는 보러오겠다며 만나자고 조르기도 했단다. 엉뚱한 이런 계기를 통해 그는 글쓰기에 또 다른 자신감을 얻었다.




글쓰기에 필요한 건 뭐? 자신감을 갖고 닥치고 쓸 것!

“거짓말로 얻은 자신감이었지만 ‘자신감’은 글쓰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전주에서 글쓰기 강의를 할 때였다. 강의를 듣는 여고생이었는데 매사 자신감도 없었고 게임만 하던 아이였다. 그래도 좀 할 줄 아는 게 글쓰기라고 하더라. 그런 딸을 걱정하던 부모의 권유로 글쓰기 강의를 들기 위해 온 것이었다. 재밌는 것은 그 학생이 글쓰기를 하면서 변했다. 자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닫힌 마음이 열린 거다. 그 아이에게는 글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바뀌었다. 게임도 당연히 끊었고. 내게 2년을 배웠는데, 소설을 써서 ‘우수저작물 지원사업’에 뽑혀서 고등학교 3학년 때 소설책을 냈을 정도다. 지금은 명지대 문창과에 열심히 다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가 강연 내내 강조한 것이 ‘자신감’과 ‘닥치고 써라’였다. 잘 쓰고 싶고, 열심히 쓰는데도 마음에도 들지 않고 자신감은 떨어진다는 질문에 저자의 답변은 명확했다.

“글 쓰는 게 어렵지 않다. 그냥 무조건 써라. 그래서 책 제목도 ‘닥치고 써라’이지 않는가?(웃음) 그런데 이렇게 닥치고 쓰라고 하면 좀 막연하지? 결론을 먼저 쓰고 다음에 그 이유를 말하면 된다. 결과에는 이유가 있기 마련이잖나. 예를 들어보자. 낙엽이 떨어진 것은 결과고, 그 이유는 바람이 불어서든, 가을이 되어서든, 뭐든 이유가 있다.”

쓰고 또 쓰면서 글쓰기는 는다. 글은 세월의 축적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글쓰기는 자신의 삶과 태도 등을 성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덕분에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뉘앙스가 글에 묻어나고, 그것은 다시 삶으로 스며든다.

“나는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글쓰기를 통해 그들이 마음을 열고 자신감을 가지며 치유의 경험을 하는 것을 봤다. 그래서 글쓰기는 치유라고 생각한다.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닌, 자신의 치유 말이다. 글을 왜 써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언제나 치유다. 글은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회이며 때문에 스스로에게 솔직해야 한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은데, 자기 자신에 대해 쓸 게 얼마나 많은가? 우리의 부모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이런 게 있다. 자기 인생을 소설로 쓰면 장편 몇 권이라고. 맞다. 자기가 경험한 것, 생각한 것,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쓰면 된다. 망설이지 말고 그대로 그냥 닥치는 대로 써라. 쓰다 보면 마음이 열린다. 그게 치유다.”


[관련 기사]

-독서와 글쓰기, 생각하는 존재로 살기 위해 필요한 것
-내 글이 시시하게 보이면 글쓰기가 나아진 것
-『열하일기』 연암 박지원의 ‘글 잘 쓰는 법’
-꾸뻬 씨의 행복이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하는 것
-글쓰기의 가장 좋은 교재,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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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써라 최복현 저 | 작은숲
학창 시절 문학소녀를 꿈꾸다가 환갑이 넘은 할머니, 현직에서 은퇴한 대학 교수.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들 모두 마음 한 구석에 ‘작가’와 ‘글쓰기’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글쓰기 두려움 역시 가지고 있다. 10여 년 동안 지역과 연령대를 불문하고 부산 평화방속, 국군방송, 삼성생명, 삼성엔지니어링 등에서 행복하기 연습, 인문학의 즐거움을 주제로 글쓰기 강의를 한 저자가 ‘늦깎이 작가’들을 위해 오랜 경험이 묻어나 있는 그의 ‘글쓰기’ 비밀노트를 공개했다. 그 비밀노트가 『닥치고 써라』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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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닥치고 써라

<최복현> 저13,410원(10% + 5%)

학창 시절 문학 소녀를 꿈꾸다가 환갑이 넘은 나이에 글쓰기 교실을 찾은 할머니부터, 현직에서 은퇴한 후 자신의 삶과 경험을 글로 써 보려는 전직 대학교수까지. 정말로 다양한 삶의 이력을 사진 사람들에게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저자는 '글을 왜 써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글쓰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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