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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출판사 최초로 인형 탈을 쓰다?!

<채널예스> 페친소 8편: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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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가 특집기획으로 페이스북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인기 출판사들의 페이지를 소개합니다. 여덟 번째 주인공은 대한민국 출판계를 이끌고 있는 문학 전문 출판사 ‘문학동네’입니다.

문학동네는 올해로 스무 살이 된, 국내와 해외문학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대표 문학 전문 출판사다. 상당히 젊은 출판사지만 은희경, 신경숙, 윤대녕, 김훈, 성석제, 김영하, 김연수, 김중혁, 천명관, 박민규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문학동네를 통해 데뷔했거나 작품을 발표했다. 또 문학동네소설상, 문학동네작가상, 젊은작가상, 대학소설상 등 권위 있는 상을 제정해 기성작가와 신인작가를 지원, 발굴하고 있다. 독자층이 넓지 않은 인문라이브러리, 한국고전문학전집 등을 꾸준히 펴내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한민국 출판계를 이끌고 있는 문학동네의 페이스북(//www.facebook.com/munhak)에서는 어떤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을까? 문학동네 SNS 담당자, 김상만 대리에게 물었다.




왜 이제야 ‘문학동네’ 페이스북을 소개하냐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네요. 문학동네 페북지기 님의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문학동네 SNS와 카페는 홍보실에서 나눠 맡고 있는데, 각 담당자들은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해 닉네임을 쓰고 있습니다. 100 차장, 당근 과장, 든든 대리, 랄라와 우탄 사원, 이런 식이에요. 저는 SNS를 맡고 있고 함요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어요. 공구, 직구계의 전문용어(?)로 ‘함께해요’의 줄임말이고요. 두 곳의 주간지에서 영화와 방송, IT 분야를 취재하다 지난해 6월 공채로 문학동네에 합류했습니다.

문학동네 페이스북 팬 수는 출판계의 TOP 수준인데요. 어떻게 SNS를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학동네는 독자와 더 많이 만나기 위해 여러 채널들을 이용하고 있어요. 트위터(//twitter.com/munhakdongne)와 페이스북으로는 신간, 책 속 문장, 작가와의 만남, 문학계 소식 같은 최신 뉴스를 전달합니다. 네이버 공식카페(//cafe.naver.com/mhdn)를 통해서는 바비큐 파티, 송년회, 독서 토론 행사 등 다양한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할 수 있고, 핀터레스트(//www.pinterest.com/munhak/world-literature)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작품과 국내 초역작들이 다수 포함된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본문을 미리 읽어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브//www.youtube.com/user/munhaktv) 서비스에 최적화된 구글+를 여는 것도 검토하고 있어요.

문학동네는 독자들이 많기 때문에 페이스북에 거는 기대도 많을 것 같아요. 초창기 페이스북 운영은 어땠나요?

SNS 담당자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싶은데 RT와 ‘좋아요’ 수가 마치 성적표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트친, 페친의 호응에 따라 그날 퇴근길 기분이 달라져요. 처음 페이스북을 맡았을 때, 팬 수가 2천 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팬 수가 적은 탓도 있었겠지만 생각보다 반응이 저조했어요. 그래서 초기에는 이벤트에 많이 의존했습니다. 하지만 경험상 이벤트 효과는 제한적이에요. 당장 눈에 보이는 팬 수는 늘지 몰라도 마음을 열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다 박웅현의 책 『여덟 단어』 에서 ‘본질’이라는 단어와 만났습니다. 책에서 누가 이렇게 말해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모르고는 이제 광고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박웅현 선생님은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한 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도구일 뿐이고 누구나 갖고 있는 보편적인 마음을 읽어내는 힘이 좋은 광고의 본질”이라고 말이지요.




출판사 페이스북은 책 홍보에 가장 주력할 수밖에 없는데요. 어떻게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나요?

문학동네에서 1년에 나오는 책만 400~500종에 이릅니다. 이걸 출판계 전체로 확장하면 어마어마하겠지요. 그런데도 독서 인구는 해마다 감소하고 책은 물성마저 잃어버릴 위기에 놓여있다고 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사람들이 책의 홍수 속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운영 방침이라고 하면 조금 거창하고, 책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한 명의 독자로서 먼저 책을 읽어보고, 그 중에서 반짝이는 책들을 추천한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책이 나오면 한번이라도 훑어보려고 노력하고, 그게 어려우면 서문과 해설만이라도 꼭 읽습니다.

SNS 운영자들은 독자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잖아요. 독자와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한 독자가 글을 남겼어요. 동네 서점에서 『어린 왕자』 를 사려고 봤더니 하나같이 표지가 더럽더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종이 질감은 좋은데 유통과정에서 먼지 같은 이물질이 쉽게 묻는 재질이 문제였던 거예요. 바로 다음 날 회의가 소집됐고, 중쇄 때 다른 재질로 표지를 교체하기로 결정이 났습니다. 이런 과정을 독자 분께 전했더니, 빠른 조치에 놀랐고 문학동네를 다시 보게 됐다는 인사를 전해왔습니다. 독자와 출판사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없었다면, 독자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출판사도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영영 놓쳐버렸을 겁니다.

감동을 느낀 일화도 있을 것 같아요.

베트남 아이들을 도울 수 있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예요. 천재지변에 가까운 수해로 학교가 물에 잠겨 도서관의 책들을 모두 쓸 수 없게 된 베트남 시골학교의 안타까운 사연을 한 국제구호단체의 SNS를 통해 알게 됐어요. 어린이 동화책을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알고 국장께 상의를 드렸고, 문학동네어린이 도서 100권을 베트남 학교에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뒤 고맙다는 메시지와 함께 사진 한 장을 받았어요. 한국어를 공부하는 베트남의 자원봉사 대학생들이 문학동네어린이 책에 자국어로 번역한 종이를 오려 붙이고 있고, 그 뒤에서 책을 받아 든 아이들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기억에 오래 남는 건 제가 한 말들이 아니라 독자들과 함께 더 좋은 무언가를 만들었던 일들인 것 같아요.




페북지기 님이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요?

문학평론가 황현산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 는 많은 독자들이 꼭 만났으면 하는 산문집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지만 선생님이 느낀 사유의 길을 천천히 따라가는 시간들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습니다. 미문으로 빼놓을 수 없는 불문학자 김화영 선생님의 『행복의 충격』, 『여름의 묘약』 도 주위에 자주 추천하는 에세이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1913 세기의 여름』 이에요. 1913년에 『율리시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가 탄생했고 쇤베르크가 전위적인 음악회 때문에 따귀를 얻어맞았으며, 코코 샤넬의 작은 모자가게가 번창하고, 프라다의 첫 매장이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세요? 문학과 음악, 패션계에서 일어난 사건을 시기에 따라 서술한 독창적인 역사서인데 소설처럼 술술 읽힙니다. 그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알랭 드 보통과 미술사가 존 암스트롱이 함께 지은 『영혼의 미술관』 도 마음에 드실 거예요.

소설도 추천해주세요. 책을 선택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소설 중에서는 윤대녕 소설집 『도자기 박물관』 을 추천합니다. 그 중에서도 ‘통영-홍콩 간’은 꼭 읽어보세요. 사랑이라는 시린 바람이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느낌이었어요. 성석제 작가의 『이 인간이 정말』 은 읽다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웃었습니다. 저의 경우엔 어떤 책을 봐야 할지 모를 때는 수상작들을 선택하는데요. 김애란, 김중혁, 손보미 작가 등 재능 있는 작가들을 주목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과 은희경, 천명관 작가 등을 배출한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들은 꼭 챙겨봅니다. 올해엔 특히 10대와 20대의 세계를 다룬 소설들을 흥미롭게 읽었어요. 홍희정 작가의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줘』(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와 김수연 작가의 데뷔작 『브라더 케빈』(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에서 발랄함과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은 글귀도 종종 소개하고 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글귀는 무엇인가요.

책 속 문장은 아닌데 올해 김영하 작가가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강연에서 한 말이 꽤 인상적이어서 수첩에 적어뒀습니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에요. “책을 왜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남이 침범할 수 없는 내면을 갖기 위해서’라고 답하겠다. 대부분의 삶은 실패한 채로 끝난다. 그래도 우린 살아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만의 내면이 있어야 한다. 흔들리지 않을,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내면.” 디자인 팀에 부탁해 명함 뒷면에 새겨 넣을 정도로 좋아하는 문장입니다.




<채널예스> 페친소의 공식 질문입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면서 엿보게 되는 타 기업의 페이지가 있나요?

고양시청과 대림미술관 페이스북의 팬이에요. 고양시청은 고양이를 캐릭터로 내세워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정책을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소개하고 있어서 매번 감탄하고 있습니다. 대림미술관은 여러 SNS 채널을 특성에 맞춰 잘 활용하고 있는데, 특히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모바일 앱과 연동시킨 프로모션 같은 경우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미술 전시와 책을 결합한 콜라보레이션 마케팅을 함께 기획해보고 싶어요.

눈여겨보는 국내 작가들의 페이지도 있나요?

김영하 작가를 빼면 아직 국내에서는 공개적으로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작가를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작품 이외에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해외 작가들은 조금 다릅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의 J.M. 에르와 『회색 세상에서』 의 루타 서페티스 같은 작가들은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한국판 표지가 무척 마음에 든다는 메시지와 한국 독자에게 감사 인사를 직접 전해와 놀랐습니다. 앞으로는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일반화되지 않을까 싶어요.

2013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문학동네 SNS의 연말은 어떻게 계획하고 있나요?

문학동네는 아직 정형화 돼 있는 틀이 없어요. 그래서 무언가를 시도하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올해에는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여러 가지 실험들을 해 볼 생각입니다. 문학동네 SNS 2.0으로 이름도 지었어요. 어떻게 하면 독자들과 더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음, <채널예스> 인터뷰를 계기로 출판사로는 처음으로 인형 탈을 썼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고요. 인터뷰 반응을 보면서 ‘문학톡(끼)’나 ‘문학소년’ 캐릭터를 밀어보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아무래도 무리수일까요^^?) 지금까지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만족했다면 올해와 내년에는 한 권의 책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에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모든 채널을 개방할 생각입니다. 독자와 함께 의미 있는 독서캠페인도 해 보고 싶어요. 또, 지방이나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독자들을 위해 작가와의 만남과 북 콘서트 같은 행사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것도 준비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김영하 작가님의 『퀴즈쇼』 에 나오는 글귀를 소개하고 싶어요.

“기회는 신선한 음식 같은 거야. 냉장고에 넣어두면 맛이 떨어져.
 젊은이에게 제일 나쁜 건 아예 판단을 내리지 않는 거야.
 차라리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게 더 나아.
 잘못된 판단을 내릴까 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거 이게 제일 나빠.”
김영하, 『퀴즈쇼』

‘채널예스 페이스북 친구를 만나다’는 매주 화요일 독자들을 찾아옵니다.
다음 회는 나무수 출판사의 SNS 담당자 이지은 씨를 인터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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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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