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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허지웅, 주호민이 함께한 ‘미생 빠 데이’

『미생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완간& 데뷔 20주년 기념 북 콘서트 “워커홀릭 오차장은 내 모습과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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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완간과 윤태호 작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가 지난 10월 16일 홍대 v-hall에서 열렸다. 영화평론가 허지웅의 사회로 진행된 이 행사는 조태준, 에브리싱글데이의 축하공연과 만화가 주호민이 특별 게스트로 출연해 더욱 특별했다.



『미생-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이하 미생)』에는 흔한 연애ㆍ성공 스토리가 없다. 총알이 빗발쳐도 무조건 살아남는 히어로적인 주인공도 없다. 그저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현실적이면서도 간명하게 보여줄 뿐이다.

『미생』 은 프로바둑기사 입문에 실패한 주인공 장그래가 대기업 상사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입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졸 출신의 장그래는 ‘정사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뛰지만, 회사는 그에게 쉽게 곁을 내주지 않았다. 만화의 제목인 ‘미생(未生)’은 두 집을 만들어야 완전히 살아 있게 되는 상태(완생ㆍ完生)인 바둑판에서 한 집만 있어 언제든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히트작 『이끼』 를 그린 윤태호 작가가 지난해 1월부터 1년 7개월가량 온라인 포털 다음에 연재한 것으로 올 7월 시즌 1 연재를 마쳤다. 10월에는 9권의 종이책으로 발행되기도 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지난 10월 16일 윤태호 작가의 북 콘서트가 열렸다. 이름 하여 ‘미생 빠 데이’. 직장인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린 웹툰답게 콘서트 장에는 회사원으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사람이 많았다. 퇴근 후 서둘러 홍대를 찾아서인지 한 손에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들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북 콘서트는 영화평론가 허지웅 기자의 사회로 진행됐다. 허지웅 기자는 자신의 회사생활 경험을 토대로『미생』 을 해석하며 질문을 던졌다. 윤태호 작가는 강직하면서도 소탈하게 답변해주었다. 이날에는 ‘하찌와 TJ’로 이름을 알린 조태준과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메인테마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에브리싱글데이의 축하공연과 함께 만화가 주호민이 특별 게스트로 참가해 자리를 빛내주었다.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윤태호 작가의 속 깊은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 1부_ 시즌2는 내년 가을에 나올 예정

허지웅 : 우리가 소위 기업, 특히 대기업이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톱니바퀴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자기비하 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생』 이란 작품은 톱니바퀴 하나하나에 인간의 얼굴을 덧씌워준 어찌 보면 고맙고 놀라운 작품인데요. 윤 작가님은 조직에 몸담고 있는 직원이 가져야할 태도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윤태호 : 창작물에서 절대 권력에 속한 사람을 다룰 때 독자, 관객은 대부분 주인공이 혁명가가 되길 바라요. 저 역시 그러했고요. 사실 그건 어마어마한 판타지에요. 저는 회사가 개인의 가치를 이루기 위해 가는 곳은 아니지만, 열심히 노력한다면 결과적으로 그 가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미생』 에서 주인공 장그래가 보고서를 쓰기 위해 밤새 고민하는 장면이 나와요. 그 밑에 달린 댓글을 보면 ‘뭐 그렇게 까지 일을 해’라는 말도 있죠. 하지만 저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바보라서 그렇게 일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그리고 싶었어요.

허지웅 : 회사에 다녀본 적은 없죠?

윤태호 : 전혀 없죠.

허지웅 : 관료제에 대한 기존의 인상은 어땠나요?

윤태호 : 제가 20대일 때는 ‘넌 보수야’라는 말을 굉장히 불쾌하게 받아들였어요. ‘젊은이라면 무조건 진보지’라는 생각도 있었죠. 그런데 『미생』 을 그리면서 사회 구조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 나가는지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생각이 바뀌었어요. 전 보수더라고요. 대기업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어요. 잘못된 부분에 대해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잖아요. 그런 곳이 무조건 잘못된 곳이기만 할까요? 물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대단히 많은 관심을 가져 옳게 만들어야한다고도 생각해요.

허지웅 : 『미생』 이 관료제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거나 옹호하는 것 아니냐, 라는 비판도 받으실 것 같아요.

윤태호 : 굉장히 많이 받았죠. ‘본격 관료제 옹호 만화’라는 댓글도 많았고요. 일기를 쓸 때도 가끔은 글의 완성을 높이기 위해 기억을 조작하기도 하잖아요. 시나리오를 쓸 때도 지금까지 써 온 문장의 힘 때문에 그 뒤 결말이 내 뜻과 다르게 표현되는 경우가 있고요. 물론 내공 있는 분은 글을 흐름대로 두는 게 아니라, 중심을 잡아 끝까지 본래대로 밀고 나가죠. 하지만 전 관성에 따라 쓴 부분이 있어요.

허지웅 : 동시에 연재했던 작품이 『내부자들』 이잖아요. 위와 같은 비판에 대한 균형을 잡고자 혹은 피해가고자 쓴 게 아닌지(웃음)?

윤태호 : 『내부자들』 기획할 땐 제가 진보인 줄 알았어요(웃음). 제가 회사에 한 번도 다녀본 적이 없다보니 잘 정돈된 매뉴얼, 시스템에 매혹되는 지점이 있어요.

허지웅 :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잖아요.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한국의 닌텐도나 스티브잡스를 만들기 위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요. 이건 제 생각도 아니고 사전적인 의미로서 ‘시스템’은 최저의 평균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만드는 것이지, 천재를 만들기 위한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미생』 에서 표현되고 있는 관료제 시스템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를 담고 있었어요. 저 역시 방금 전 말씀하신 것처럼 ‘작가의 판타지가 녹아있는 것 아닐까’ 라고 생각했어요.




윤태호 : 장그래가 속한 영업3팀은 직장인에게 꿈동산 같은 곳이죠. ‘회사에 들어가면 이렇게 일하고 싶어, 직급을 단다면 이렇게 되고 싶어’와 같은 판타지. 나머지 팀을 통해서는 왜 직장이 꿈동산 같을 수 없는지에 대해 보여주고자 했어요.

허지웅 : 개인적으로 오차장 캐릭터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굉장히 좋은 캐릭터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절대 오차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어요. 제가 볼 때 오차장은 ‘아이언 맨’같은 슈퍼 히어로예요(웃음). 저도 직장생활을 10년 했는데, 만약 오차장 반만큼이나 되는 사람을 만났다면 그곳에서 뼈를 묻었을 거예요. 윤 작가님은 오차장이라는 캐릭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태호 : 오차장은 합리적인 판단을 하려고 가장 애쓰는 캐릭터예요. 우리는 회사에 인간관계를 맺으러 가는 게 아니라 일을 하러 가는 건데, 그곳에서 너무나 많은 ‘게임’을 하잖아요. 가끔 아내 아이디로 직장인 커뮤니티에 들어가곤 하는데, 회사일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 사람 때문에 힘들어 하죠. 사실 평생 안 볼 사람이라면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겠지만, 회사 사람은 그럴 수 없잖아요. 오차장은 굉장히 드라이하지만 공정한 사람이에요. ‘월급 받았으면 빨리 집에 들어가’라고 말하는 상사를 더 바라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 이 캐릭터를 만들게 됐어요.

허지웅 : 장그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형적인 주인공 캐릭터는 아니거든요.

윤태호 : 한국기원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4~5세 정도 되는 바둑 영재들은 프로기사의 기보(棋譜)를 보면서 밤새도록 바둑을 둔대요. 그 모습을 보며 부모는 두 가지 마음이 생긴다고 해요. 프로기사로 만들어 ‘제2의 이창호’로 만들 것이냐, 머리가 좋은 것에 만족하고 일반 학교에 진학할 것이냐.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바둑을 좋아하는 자녀를 보며 아이를 일반 학교에 진학시키기란 쉽지 않다고 해요. 그렇게 한국기원에 들어가면 진학은 대부분 검정고시로 해요. 그리고 18세까지 프로기사가 못 되면 퇴출되죠. 프로기사가 못 된다는 건 말 그대로 자신의 세계가 끝나는 일이라고 해요. 그래서 장그래는 과거 자신의 슬픔이 사사로워 질까봐 감정표현을 크게 하지 않아요. 딱 한번, 동기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자신만 이해하지 못하자 ‘정규교육을 받았으면 이렇지 않았을 텐데’라며 바둑을 뒀던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어졌을 때 펑펑 울죠.

허지웅 : 『미생』 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는 무엇인가요? 또 독자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캐릭터가 있나요?

윤태호 : 제일 감정이입 되는 캐릭터는 워커홀릭인 오차장이고요. 독자들이 너무 몰라준다, 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는 요르단 사업 비리 문제 때문에 좌천되었다가 오차장이 다시 모시게 된 부장이 있어요. 오차장이 코피를 흘리는 걸 본 부장이 ‘내가 오차장 자식 세 명 돌잡이 본 사람이야, 건강 챙겨’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임원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위해 잔혹한 판단을 내릴 때도 있지만, 10년 이상 알고 지낸 후배와 그 정도의 유대감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허지웅 : 『미생』 시즌2는 언제쯤 나오나요?

윤태호 : 내년 9~10월 사이에 시즌2를 시작하려고 해요.




# 2부_ 윤태호 작가에겐 창작자의 방아쇠를 당기는 힘이 있다

허지웅 : 2부에서는 『신과 함께』 의 주호민 작가와 계속 이야기하겠습니다. 주호민 작가님은 『미생』 을 보고 개인적으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주호민 : 윤태호 작가님이 기획 과정에서 종합상사에 다니는 분들과 인터뷰할 때 같이 간 적이 있어요. 윤 작가님과 굉장히 친하더라고요.

허지웅 : 『미생』 을 보면서 회사생활도 안 해봤는데 어떻게 이토록 디테일하게 그려냈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만화가에게 취재는 어떤 의미인가요?

주호민 : 악기로 치면 베이스 같은 거죠. 저는 『신과 함께』 의 배경이 저승이라 사람을 취재할 수는 없고, 책을 많이 찾아봤어요(웃음). 그것도 일종의 취재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을 그리고자 한다면 많은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야 공감되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어요.

윤태호 : 『미생』 은 지금까지의 제 작품과는 차원이 다르게 취재를 해야 했어요. 전 대학도 나오지 않았고, 회사생활도 한 적이 없기에 여의도 술집 같은데서 죽치고 앉아 사람들의 대화를 엿들었죠.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자주 들어가 봤고요. 사실 이번에 배우게 된 취재 노하우가 아는 척 하지 않기, 예요. 취재원 중에는 ‘내가 이런 것까지 말하면 작가를 너무 무시하는 건가?’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저는 아주 무식한(?) 포지션에서 ‘기초적인 것이라도 좋으니 다 말해 달라’고 했죠. 또 ‘먼지 같은 일을 하다 결국 먼지가 되는 거죠’와 같은 좋은 표현을 들었다면, ‘그 말 좋은데 제가 써도 되나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때 먼지 같다는 느낌을 받나요?’라고 질문을 되던지기도 하고요.

허지웅 : 취재원이 누구냐, 라는 질문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윤태호 : 옛날에는 문화부 기자와 인터뷰를 자주 했는데, 이젠 경제부 기자와 해요. 경제부 기자는 꼭 종합상사에 다니는 직원을 데리고 와서 함께 인터뷰하더라고요. 그때마다 묻는 질문이 ‘어느 회사를 배경으로 했냐’예요. 특히 대우인터내셔널 직원 분들이 자기네 회사 책상과 똑같다고 말하면서 ‘우리 회사가 배경인 것 아니냐’고 많이 물으세요. 안타깝게도 사무실 배경은 한국콘텐츠진흥원이에요. 한국콘텐츠진흥원 책상 위가 너무 현대적인 느낌이라 초록색으로 바꿨는데, 대우인터내셔널 직원 분들이 그렇게 느끼고 즐겨주셨다면 저야 감사하죠(웃음).

허지웅 : 윤태호 작가님의 많은 작품이 영화화 되었는데요. 작가님의 작품에는 창작자의 방아쇠를 당기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주호민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주호민 : 방아쇠를 당기기보다 좌절감을 많이 주죠. 이 재미와 감동이라니! 전 그저 재밌게 읽을 뿐이에요. 뭔가 허술하면 ‘이것보다 내가 더 재밌게 그릴 수 있어’라고 할 테지만, 그저 전 독자가 될 뿐입니다(웃음).

허지웅 : 윤태호 작가님은 원작자로서 영화화할 때 얼마나 관여 하나요?

윤태호 : 『이끼』 할 때는 웹툰 연재 중에 영화 계약이 되는 바람에 강우석 감독님과 일주일에 1~2회 정도 만나면서 계속 대화를 했어요. 저는 강풀 작가처럼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놓는 게 아니라, 워낙 장편 연재니까 징검다리만 만들어놓고 작업에 들어가요. 『이끼』 가 기획부터 연재까지 5년이 걸렸으니까요. 5년 뒤에 제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미리 뭔가를 정해놓을 수 없는 거예요. 강우석 감독님이 계속 묻는데 선뜻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때는 저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시나리오 회의에도 계속 참여했고, 원작에도 없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어요. 각본을 정지훈 감독님이 썼는데, 원작과 톤이 달라서 제가 손을 좀 보기도 했고요. 물론 원작자로서 개입한다는 게 아니라, 스텝의 일부로서 움직였던 것 같아요.

허지웅 : 윤 작가님 12월에 남극 가잖아요. 왜 가는지 설명을 해주시죠.

윤태호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극지연구소가 후원하는 ‘극지 노마딕 레지던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격년으로 시행되는 건데 이번엔 저와 소설 『생강』, 『잘 가라 서커스』 의 천운영 작가, 영화 <해피 엔드>, <은교>의 정지우 감독, 싱어송라이터 이이언, 일러스트레이터 이강훈 씨가 팀을 이뤄 남극에 가요. 갖다 와서 전시를 하며 되는데, 저는 웹툰으로 만들고 싶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카메라도 구입했죠. 12월 초에 가서 4주 일정으로 다녀올 것 같아요.




# 3부_ 독자와의 일문일답

안영이 캐릭터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요. 엘리트지만 여성으로서 어느 한계를 넘지 못하는 캐릭터로 설정한 건지, 시즌2에 더 많은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윤태호 : 남은 이야기가 더 있고요. 한계선을 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게임을 시작한다는 의미였어요. 일을 하면서 여성 편집자를 많이 만났는데 그분들은 제가 만난 어떤 남성보다 기가 세고 결단력이 있어요. 사실 『미생』 캐릭터 중 한 명은 엘리트로 만들고 싶었는데 남성이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여성으로 했고요. ‘엘리트지만 분명 여성이기에 좌절되는 어느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넘어섰을 때 어떤 일이 펼쳐질까’라는 궁금증에 그리게 됐어요.

『미생』 시즌2 외 어떤 작품을 연재할 계획이세요?

윤태호 : 남극 다녀오면 내년 3월부터 신안 앞바다 도굴꾼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이끼』 에서 본질적인 악당을 다뤘다면, 이번에는 하나의 악을 행하기 위해 열심히 애쓰는, 근면 성실한 악당을 다뤄보려고요.

저는 취업 준비생인데요. 유명 만화가가 되기까지 불안감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작가님이 생각하는 성공이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주호민 작가님께도 질문이 있는데요. 『무한동력』 의 장선재라는 인물의 이름을 따 아드님 이름을 지어주었잖아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주호민 : 아들이 1월에 태어났는데, 이름을 주선재라고 지었어요. 사실 전 캐릭터 이름을 주로 지인의 이름을 따다 한 글자만 바꿔 사용하곤 했는데요. 『무한동력』 의 장선재만 선한 느낌을 주면서도 평범하고 뜻이 좋은 이름을 고심하다 지었어요. 먼저 선(先)자에 재목 재(材)자를 따서 가장 먼저 베어지는 나무라는 뜻이죠. 사실 아내는 이 이름을 반대했어요. 『무한동력』 의 장선재가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캐릭터였기 때문이죠. 아내에게 한문은 다르지만 불교에서 선재는 ‘뜻을 찾아나서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지녔다며 설득했고, 결국 아들 이름으로 지을 수 있었어요(웃음).

윤태호 : 저는 만화 외에 할 줄 아는 게 전무해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잘 하건 못 하건 하는 거죠. 그래서 불안감은 없었어요. 사실 『이끼』 연재 전만 해도 정말 힘든 슬럼프 기간을 보냈어요. 어느 정도 비참했었냐 하면 한 스포츠 신문에서 연재 의뢰가 들어왔어요. 이현세 작가님의 작품 다음에 연재할 만화를 찾고 있다고 했죠. 3개월 열심히 준비해서 갔는데 퇴짜 맞고, 3개월 준비해서 다시 찾아갔는데 또 거절당하고… 결국엔 이현세 작가님의 데뷔작 『저 강은 알고 있다』가 재 연재 됐어요. 이현세 작가님이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한 대가의 데뷔작보다 못한 평가를 받으니까 좌절하게 되더라고요. 또 그 당시엔 1년에 1000만 원 밖에 못 버는 데다 아내가 생활비를 빌리러 다녀야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어요. 저는 지금까지도 연재가 종료되면 담당자에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이 잘 먹고 살았습니다’라고 문자해요. 힘들었지만 지금까지 성공을 염두하고, 그것을 탐하며 산 적이 없어요. 그저 열심히 살 뿐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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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새벽같이 일어나 기보책을 보며 혼자 바둑돌을 놓아보던 아이였다. 열한 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갔고, 7년간 오직 바둑판 위의 세계에서만 살았다. 그리고… 입단에 실패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도피하듯 사회에 나왔다. 바둑밖에 모르던 삶에서 철저히 바둑을 지운 삶으로… 차갑고 냉정하지만 혼자가 아닌 일터로… 그렇게, 전혀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베스트셀러 『이끼』 의 작가 윤태호. 그가 연결하는 바둑과 인생은 어떤 그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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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현희

담백한 만남, 담백한 인생. hhpar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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