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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팬들에게 잊혀질 수 없는 그 이름, ‘캐넌히터’ 김재현

김재현, 그는 어떻게 전설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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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해설위원으로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명쾌한 해설을 선보이는 김재현은 타석에 서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포스를 발산하고 있다. 신인 시절에는 너무 당차다 못해 오렌지족 같은 인상까지 풍겼던 그였지만 선수생활 최대의 시련을 딛고 인간승리의 기적을 연출하더니 선수생활 말년에는 후배들을 이끄는 어엿한 캡틴으로서 화려하면서도 굴곡 많았던 선수생활을 마감한 김재현은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그리운 이름으로 팬들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출처 : LG트윈스]


11년 만에 맛본 달콤한 가을 잔치는 불과 일주일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팬들은 야구장에 유광점퍼를 입고 응원에 나섰지만 시리즈는 4경기 만에 허무하게 마감되었다. 2013년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LG 트윈스는 서울 라이벌 두산 베어스에게 힘 한 번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1승 3패로 물러나고 말았다.

경기 내용은 더욱 큰 아쉬움을 남겼다. 오랜 기간 포스트시즌 경험이 없었던 선수들은 전반적으로 몸이 경직되었다. 지나친 부담감에 평소의 기량마저 드러내지 못하고 결정적인 고비 때마다 실책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가을의 감동을 기대했던 팬들의 바램은 아쉽게 이뤄지지 못하였다. 가을의 깊은 기운이 드리워지는 야구장에서 LG 트윈스 팬들은 11년 전 한 남자의 강한 체취를 자연스럽게 떠올렸을 것이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역전 적시타를 치고 난 후 절뚝거리며 겨우 1루에 안착한 한 선수의 투혼에 트윈스 팬들은 진한 감동을 느꼈다.


투혼의 그 사내는 호쾌한 스윙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캐넌히터’ 김재현이다. 김재현은 대한민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 준 신인 중의 한 명이다. 1994년 같이 입단한 유지현, 서용빈과 더불어 김재현은 기존 선수들을 무색하게 만드는 놀라운 활약으로 신인 트리오 돌풍을 일으켰다.

 

벼락 같은 스윙에서 비롯되는 강력한 컨택트 능력과 파워, 기동력까지 겸비한 김재현은 입단 첫 해 호타준족의 상징인 20-20(홈런-도루) 클럽에 가입하는 기염을 토하였다. 20홈런을 기록할 당시 그를 상대한 투수는 고등학교 시절 김재현, 김동주와 더불어 트로이카로 군림했던 이호준이었다. 이호준도 김재현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했는데, 당시 그의 포지션은 투수였다. NC 다이노스의 4번 타자 이호준이 마운드에 서 있는 모습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입단 첫 해부터 유지현, 서용빈과 함께 신들린 활약을 펼친 김재현은 소속팀 LG 트윈스의 창단 두 번째 우승에 큰 기여를 하였다. 그의 활약과 더불어 트윈스는 90년대 후반 리그의 대표적인 강팀으로 군림하게 된다.

거칠 것이 없어 보였던 그의 야구인생은 2002년 큰 고비를 맞이한다. 엉덩이 부분에 피가 통하지 않는 고관절 무혈괴사증이라는 희귀병을 앓으면서 선수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절대절명의 기로에서 김재현은 팀을 위한 헌신을 택한다.


2002년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현은 매 경기 정상출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더 기적 같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기적을 연출한다. 그가 타석에 서 있는 자체가 기적이었고, 타석에서 그만의 날카로운 스윙을 볼 수 있는 것은 더 큰 기적이었다. 6차전에서 역전 적시타를 터뜨리고 나서 1루 베이스까지 절뚝거리던 그의 모습은 가장 험난한 순간에 처해 있어도 야구를 향한 열정을 놓치지 않는 숭고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한국시리즈에서 트윈스는 라이온즈에게 2승 4패로 고배를 들었지만 팬들은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를 거머쥔 라이온즈 선수들 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상태에서 자신을 내던진 김재현의 투혼에도 많은 감동을 받았다.

영원히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레전드로 남을 것만 같았던 김재현은 2004시즌을 마지막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FA 자격을 획득한 그는 트윈스와의 계약에 실패하고 SK 와이번스로 이적하게 된다.

새로운 유니폼을 입자마자 팀의 중심타자로 확실하게 자리 잡으면서 창단 초창기의 SK 와이번스의 연착륙에 큰 기여를 한다. 이적 첫 해인 2005년, 프로 입단 후 두 번째로 많은 19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한다.

SK 와이번스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2007년 창단 첫 우승을 거머쥔다. 그 중심에는 바로 김재현이 자리하고 있었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초반 2연패로 위기에 내몰리자, 김성근 감독은 3차전부터 베테랑 김재현을 중용한다. 김재현은 기다렸다는 듯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유감없이 해결사 능력을 과시하며 한국시리즈 MVP에 등극한다.


이듬해 다시 베어스와 맞붙은 한국시리즈에서 김재현은 시리즈의 흐름을 역전시키는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리고, 와이번스는 한국시리즈 2연속 우승에 성공한다. 1990년대 중, 후반 LG 트윈스를 리그 최강팀의 지위에 올려놓았던 김재현은 10년 후에는 SK 와이번스를 2000년대 후반 최강팀으로 군림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다.

일반적으로 포스트시즌에서는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의 활약과 더불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큰 활약을 펼쳐주는 ‘미친’ 선수가 조화를 이루면 해당 팀은 우승을 거머쥐게 될 확률이 크게 높아진다. 김재현은 팀이 승리를 필요로 하는 순간 어김없이 나타나서 모든 상황을 일거에 해결해주었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는 믿었던 베테랑 선수들의 결정적인 실책과 타선의 침묵으로 자멸하고 말았다. 만약 김재현 같은 활약을 펼쳐주는 해결사가 현재 LG 트윈스에 있었다면 11년만의 가을야구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일지 모른다.


현재 야구 해설위원으로서 맹활약 중인 김재현은 타석에 서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어조와 명쾌한 해설로 강력한 포스를 발산하고 있다. 인간승리의 표본이자 강력한 리더십의 캡틴 김재현을, 가을이 오면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그리운 이름으로 LG 트윈스 팬들의 기억 속에 깊게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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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형진

모든 것이 풍요롭게만 느껴졌던 1990년대의 진한 향수가 느껴지는 흔적을 탐사하는 X세대 블로거. 스포츠와 영화를 보고 듣고 쓰는 것을 즐긴다. 늘 끄집어내도 변치 않는(不老) 추억들에 대한 글들을 함께 나누고 싶은 소박한 바램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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