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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 견디는 자가 이기는 게임의 법칙

캔디형 로맨틱 코미디는 약일까 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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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자들>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상위 1%의 상속자들이 모인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재벌그룹 상속자, 호텔 상속자, 엔터테인먼트 기업 상속자인 이들은 모두 날 때부터 왕관을 쓰고 태어난 이들이다. 그러나 많은 것을 가졌다는 것은 지켜야 할 것이 많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더 화려해진 제왕의 귀환

<상속자들>은 방영 전 공개된 포스터만으로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꽃보다 남자’로 일약 아시아권의 스타가 된 이민호와 학원물에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인 박신혜, 게다가 첫 연기에 도전하는 아이돌 크리스탈과 박형식, 요즘 최고로 ‘핫한’ 배우 김우빈까지. 그들이 나란히 서 있는 포스터는 <상속자들>을 비주얼만 가지고도 일단 기대가 되는 드라마로 만들었다. 거기에 말이 필요 없는 시청률 제조기, ‘시크릿 가든’과 ‘신사의 품격’의 김은숙 작가와 ‘타짜’와 ‘마이더스’를 연출한 강신효 PD가 지휘봉을 잡았다. 최고의 청춘스타와 최고 제작진의 만남, 그야말로 로맨틱 코미디의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다.




모두들 견뎌야 하는 무게가 있다

<상속자들>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 상위 1%의 상속자들이 모인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재벌그룹 상속자, 호텔 상속자, 엔터테인먼트 기업 상속자인 이들은 모두 날 때부터 왕관을 쓰고 태어난 이들이다. 그러나 많은 것을 가졌다는 것은 지켜야 할 것이 많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아직 인생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도 전인 이들의 머리 위에 놓인 왕관의 무게는 결코 녹록지 않다. 때로는 그 무게를 버거워하며, 혹은 그것을 이용하며, 그들은 저마다의 시간을 견뎌낸다.

주인공 김탄(이민호) 또한 마찬가지다. 재계 1위 제국그룹의 아들이지만 배다른 아들이라는 이유로 그는 늘 찬밥 신세다. 늘 믿고 따르던 형도 김탄과 그의 어머니로 인해 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에게 차갑게 군다. 마음 붙일 곳 없던 그에게는 모국의 땅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그는 형이 주는 무언의 압력으로 인해 쫓기듯 미국으로 유학을 온다. 하지만 김탄은 알고 있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이 가진 것은 누군가의 배경에 기대어 얻은 허울이라는 것을.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미국에 온 건 유학이 아니라 유배라는 걸. 형은 내가 빼앗게 될 것들을 미리 되찾고 있는 중이라는 걸…. 누군가를 원망하기에 나는 너무 게으르다.
-<상속자들> 1회, 김탄(이민호)의 대사 중에서
너무 많은 것을 가져서 서러운 그에 비해, 날 때부터 ‘가난만을 상속받은’ 사람도 있다. 차은상(박신혜)는 장애를 가진 어머니와 둘이 산다. 가사도우미 일을 하는 어머니의 수입만으로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녀는 각종 알바를 섭렵한다. 자는 시간 말고 그녀에게는 허락된 시간은 오직 돈 버는 시간뿐이다.
사치스런 소리한다. 시급 없이 보내는 시간은 나한텐 전부 사치거든? 그럼 어떡하냐. 나한테 허락된 천국이 알바천국 하나뿐인데.
-<상속자들> 1회, 차은상(박신혜)의 대사 중에서
이밖에도 어머니의 재혼 때문에 ‘콩가루 집안’이라는 시선을 받는 것이 싫은 유라헬(김지원), 아버지가 후계자인 자신을 놓고 사사건건 저울질하는 것이 싫은 최영도(김우빈)과 같이 등장인물들은 모두 자신이 쓴 왕관의 무게를 힘겹게 떠받치고 있다. 그리고 김탄과 차은상, 전혀 다른 세상 속에서 살 것만 같은 이들은 미국이라는 땅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삶 속으로 얽혀들었다. 이들을 둘러싼 상속자들도 이 작은 소용돌이에 휘말려든다. 그러나 작은 바람인 줄만 알았던 소용돌이는 곧 거대한 태풍이 된다. 그들은 여기에 맞서 자신의 왕관을 잘 지켜낼 수 있을까.


때로는 잘하는 것이 독이 된다


4회까지 방송된 이 드라마, 지금까지 전개된 이야기는 그리 새롭지 않다. 심지어 일부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패션은 미국의 인기 시리즈 <가십 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주기도 한다. 설정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일 터.

하지만 <상속자들> 앞에 놓인 가장 큰 장애물은 자기 자신이다. 멋진 재벌남과 발랄한 캔디형 여주인공이 만드는 사랑은 데뷔작부터 김은숙 작가가 늘 답습해 온 이야기다. 조금씩의 환경 변화만 있을 뿐, <파리의 연인>부터 크게 달라지지 않은 구성이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의 장기가 도리어 발목을 잡을 때도 있는 법이다. 늘 보아 왔던 인물관계, 식상한 설정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이 드라마의 성패를 결정지을 것이다.

최근 드라마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기존의 구조를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냐는 한 취재진의 질문에 김은숙 작가는 이렇게 답변했다. “우리 드라마에는 ‘많이 봤지만 이상하게 재밌네’ 하는 지점들이 생길 것 같다. 물론 예전과 얼마나 다르냐고 했을 때 완전히 다르다고 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지난번과는 분명히 좀 더 다르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진정한 프로는 자신을 한 단계 뛰어넘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자신만의 특화된 장르가 있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이제는 그 명성에 걸맞은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줄 때다. 과연 <상속자들>은 김은숙 작가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답은 이 드라마가 끝날 때쯤에 내릴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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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황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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