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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친구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낚시 바늘에 꿰인 1달러 지폐에 관심을 보였던 전설의 주인공,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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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100년 뒤에도 이 아이는 늘 아이로 남아있을테다. 신경 끄고 넘어가도 사실 별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우리들의 장식장 한 칸, CD 보관함 한 칸, MP3 화면 한 칸을 차지하는 소년들의 근황이 가끔은 문득 궁금해질 때가 있다. 잘 자라고 있을까. 등장하는 대부분이 필자보다, 혹은 여러분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사실은 잠시 제쳐두고, 이 친구들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길(?) 기대하며 특집을 시작해본다.

1. 너바나(Nirvana) - <Nevermind>

이 테마의 변함없는 영순위가 아닐까 싶다. D로 시작하는 나라에 덴마크로, E로 시작하는 동물에 코끼리로 답해야만 하는 우리의 두뇌는 벌써부터 너바나의 <Nevermind> 커버를 떠올리고 있다. 낚시 바늘에 꿰인 1달러 지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우리의 귀여운 주인공은 생후 3개월의 영아 스펜서 엘든이다. 음반을 제작할 당시 커트 코베인은 데이브 그롤과 함께 본 TV 프로그램을 통해 수중분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출산 장면을 그대로 커버에 옮기는 것이 커트 코베인의 초기 계획이었으나, 상품 그래픽으로서는 조금 역하지 않겠냐는 주변의 ‘만류’와 필름 사용료로 연간 7500달러를 제안한 촬영 업체의 ‘선견지명’ 덕분에 게펜 레코드의 아트 디렉터 로버트 피셔와 너바나는 새로이 사진을 찍어 작업하는 것으로 방향을 돌린다.

스펜서 엘든은 사진을 촬영한 포토그래퍼 커크 웨들의 친구의 아들이다.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지역 스포츠센터에서 필름이 탄생되었고 혹시 모를 사고를 우려해 초당 18 프레임으로 2초간 촬영했다고 전해진다. 지폐와 낚시 바늘은 나중에 붙여졌다. 이쯤에서, 유아 모델 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우리의 주인공은 이 사진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Nevermind> 발매 20주년을 기념하며 가졌던 CNN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냥 던져졌다’고 술회한다. 워낙 어렸을 때의 일이라 별 감흥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앨범과 함께 나이를 먹었으니 약관을 넘기고도 만으로 2살이 더 많다. 우리의 눈에는 영원한 아기겠지만 시간은 잔상만을 허락한다. 자라면서 같은 콘셉트로 촬영한 사진이 두어 장 더 있다. 이후의 필름들에서는 아쉽게도 하의를 입고 있다.


2. 유투(U2) - <Boy>, <War>


그 다음으로 유명한 아동이 아닐까. 너바나 베이비에 앞서 유투 키드를 먼저 떠올렸을 음악 매니아들도 상당할 테다. 모델의 이름은 피터 로웬으로, 유투의 앨범 커버 모델로 꽤나 많이 출연했다. 제대로 얼굴을 알린 것은 밴드의 1980년 데뷔 앨범 <Boy>에서였다. 그보다 1년 먼저 발매한 EP <Three>의 앨범 자켓이 협업의 시작을 알리는 공식적인 첫 작품이었고, 1983년의 명반 <War>에서는 강렬한 눈빛을 던지는 것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컴필레이션 <The Best of 1980-1990>에서는 방탄헬멧을 쓴 모습으로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유투와는 나름 각별한(?) 관계가 있는 사이다. 지금은 해체한 아일랜드의 포스트 펑크 밴드 버진 프룬스의 멤버 구기(본명 데릭 로웬)가 그의 형인데, 유투의 보노와 유년기를 함께 보내온 절친한 친구라고 한다. 에지의 형인 기타리스트 딕 에반스도 버진 프룬스에 몸 담았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모든 걸 아는 듯한, 활자로 나타낸 설명보다도 더욱 많은 것을 표현하고 있는 피터 로웬의 표정 너머에는 사실 초코바 한 박스가 약속돼 있었다. 상의 탈의 연출이 창피할 법도 한 7,8 살의 나이로 이토록 멋진 필름을 남길 수 있었던 데에는 그만한 원동력이 존재하는 셈. ‘뭔들 못 하겠냐’며 모델을 달려들게 한 초대형 계약이었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피터 로웬은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상업용 사진 작업을 여러 차례 가졌고 종종 U2와 함께 활동 기록을 남기기도 한다. 현재는 웨딩 사진 기사로도 발을 넓혔다. <Boy>의 후속으로 <Man>을 만들자는 U2 멤버들끼리의 농담이 있다.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모델은 이미 확실한데, 당사자의 반응은 과연 어땠을까. U2 팬들과의 인터뷰에서 피터 로웬은 긍정의 응답을 남긴 바 있다. 단, 여기에는 전제가 하나 붙는다. ‘예의 초대형 계약과 그 조건이 동일할 것.’


3.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 - <Siamese Dream>


<Siamese Dream>, 제목이 그대로 커버 아트에 반영되었다. 샴쌍둥이처럼 얼굴을 맞댄 두 소녀. 얼터너티브의 대 역작을 대변하는 1990년대 록의 또 다른 아이콘 키드다. 2007년쯤이었나, 밴드를 재결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매싱 펌킨스의 빌리 코건은 이 두 여자아이들을 찾고 싶다는 내용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러나 호박 판 ‘TV는 사랑을 싣고’는 재회를 쉽게 성사시키지 않았다. 빌리 코건을 비롯한 멤버들은 다음 기회로, 또 다음 기회로 넘겨야 했고 애가 타는 기다림은 팬들에게도 역시 마찬가지. 그러던 도중 2011년, 사건이 발생한다. 트위터를 통해 빌리 코건은 두 소녀 중에서 왼쪽의 소녀를 찾아냈다고, 다름 아닌 밴드의 베이시스트 니콜 피오렌티노였다면서 놀랄 만한 소식을 전한 것이었다. (역시 등잔 밑은 늘 어둡다.) 커버 아트의 모델이라고 밝히면 밴드에서 활동하지 못 할게 될까봐 우려했던 주인공의 심려가 만남을 계속해서 미뤘다.

그런데 말이다, 여기서 잠깐 의문점을 품고 가야할 부분이 있다. 니콜 피오렌티노는 현재 34살, 태어난 해가 1979년이다. 그리고 <Siamese Dream>이 발매된 해는, 1993년이다. 자켓을 제작한 아트 디렉터에 따르면 사진은 다른 곳에서 가져온 것이나 빌려온 것이 아닌, 순수히 앨범을 위해서만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

음반 제작기간을 넉넉하게 1,2년을 두어도 니콜 피오렌티노는 10대가 넘은 나이에 달하는데, 그렇게 넘어가기에 우리 소녀들의 예상 연령은 그보다도 한참 어리지 않은가. 아아, 그녀가 아니었던 것이다. 밴드 공식사이트의 관리를 담당했던 관계자를 통해 리산드라 알과 알리 랭어라고 좌우의 두 소녀는 밝혀졌고, 그제야 제대로 된 재회가 이루어졌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트위터 소동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꾸러기 빌리 코건의 장난이었을까, 아니면 월척이 된 빌리 코건의 애탄 설렘이었을까. 진실은 오직 저 너머에.


4. 반 헤일런(Van Halen) - <1984>


조지 오웰이 구축한 디스토피아를 연상시키는 제목에, 에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기 천사가 담배를 피우는 커버 아트. 세기말을 충분히 연상시키고도 남는다. 그러면서도 고개가 갸우뚱하는 것은 반 헤일런이 이런 세기말의 콘셉트에 과연 어울리냐는 것이다. 글쎄, 잘 모르겠다. 다만 내일이 세상의 끝인 양 쾌락을 즐기자고 외쳤던 것만은 분명 확실하다. 밴드가 기획했던 초기의 자켓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1984>의 커버 디자인을 제작한 마르고 나하스에게 처음으로 제안한 것은 크롬 재질의 네 여성이 춤을 추고 있는 장면이었지만, 악몽을 연상시킨다는 디자이너의 의견으로 초안은 거절당한다. 사실 이 시점에서 마르고 나하스는 일을 그만두려했다. 그러나 그녀의 남편이 포트폴리오를 대신 넘기면서부터 일은 다시 진행되었고 그 안에서 밴드가 택한 대안이 지금의 <1984>에 쓰인 그래픽 디자인인 것이다.

우선 이 그림은 사진을 기초로 해 리터칭한 결과물이다. 사진이라는 사실에 뜨악했을 음악 팬들을 위해 두 번째로 뜨악하게 만들(손에 주목할 것) 같은 연출의 원본 필름을 첨부한다. 모델은 마르고 나하스의 친구 아들인 카터 헬름으로 당시 연령은 생후 2년이었다. 천사와 악마 캐릭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던 마르고 나하스는 둘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한다. 친구에게 부탁을 해 아이를 만난 그녀는 콘셉트에 맞게 헤어 스타일링을 하고, 진짜 담배가 아닌 담배 모양의 사탕을 건네며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한다.

모델이 제대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데이빗 리 로스의 아들이 아니냐는 루머도 있었다. 마르고 나하스는 반 헤일런의 <1984> 외에도 스티비 원더의 <The Secret Life Of Plants> 앨범 커버를 작업한 바 있으며 지금도 디자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보다 더욱 중요하게 다루려 했던 주인공 카터 헬름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듯하다.


5.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 <Born Again>


생각난 김에 리터칭한 커버 아트로 하나 더 가보려 한다. 최악의 앨범 커버로도 종종 언급되는 블랙 사바스의 1983년 음반 <Born Again>이다. 악마에게 자식이 있다면 바로 이 소년이 아닐까. 밴드가 품고 있는 사타니즘의 성격을 그대로 담아냈다. 그러나 그 인상이 워낙 강렬했던 탓에 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발매된 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선호하는 앨범에 을 꼽는 드러머 빌 워드는 커버 아트만은 좋아할 수 없다고 언급했으며, 로니 제임스 디오의 후임 보컬로 들어온 딥 퍼플의 이언 길런은 심지어 그림을 보자마자 구토를 했다고도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의 꼬마 악마, 쉽게 죽지 않는다. 멤버들의 의사와는 별개로 블랙 사바스의 전권을 쥐고 있던 토니 아이오미가 긍정의 의사를 표하는 바람에 앨범은 지금의 자켓을 품고 간다. 덧붙이자면 기저 버틀러도 좋아했단다.

참 재밌는 것이 이 디자인의 원본 사진은 신생아인 듯한 아기의 모습을 담고 있다. 미국의 방송사 CBS에서 발매한 잡지 《Mind Alive》에 실린 ‘The First Breath’라는 기사에 사용된 사진인데 원래는 앨범의 아트 디렉터 스티브 줄의 부모가 더욱 열심히 공부하라고 사준 책이라 한다. (이런.) 스티브 줄은 이 제 막 태어난 여린 생명을 악마로 부활시키는 데 성공한다. 사진을 흑백 처리한 후에 뿔과 이빨, 손톱을 차례대로 붙였고 피부에 악마 특유의 빨간색을 입히면서 악의 유망주로 재탄생시켰다. 그렇다면, 주인공 아기가 어떻게 성장했을까. 아쉽게도 잘 모르겠다. 출처를 알 길이 어렵고, 원본을 담고 있는 《Mind Alive》 역시 흔치 않은 도서가 되었기에 행방을 수색하는 일은 여기서 막혀버렸다.

디페쉬 모드도 싱글 「New life」 를 발매하며 이 사진을 사용한 바 있다. 디페쉬 모드가 2년 정도 먼저 이 사진을 사용했는데 서로의 결과물을 인지하지 못 한 채 그냥저냥 넘어갔다고 한다. 기준을 정규 앨범으로 두었기에 블랙 사바스의 것을 실었다.


6. 콘(Korn) - <Korn>


하드코어의 기념비적인 작품. 콘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이다. 앨범 커버부터 심상치 않다. 그네에 타고 있는 소녀는 정면에서 날아오는 햇빛 때문에 남성의 얼굴을 잘 보지 못 한다. 얼굴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우리도 역시 이하동문. 이 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적어도 성인이라는 것과 손에는 말발굽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뿐이다. 문제는 음반을 뒤집으면서부터 발생한다. 놀던 소녀는 온데간데없고 타고 있던 그네만 휑하게 흔들리고 있다. 서 있던 남성도 마찬가지다. 앨범을 뒤집는 짧은 찰나에 그 또한 자취를 감췄고 흙바닥에는 그의 것으로 예상되는 발자국만 이리저리 찍혀있다.

일종의 범죄 현장을 연출한 셈인데, 소녀를 연기했던 저스틴 페라라는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맞은편에 서있던 그 범인 남성, 실제로는 정말 친절했단다. 햇빛이 그대로 눈에 들어와 눈부시다는 모습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 젠틀한 아저씨가 해를 다 가려주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한다. 오히려 당혹스러웠던 것은, 그리고 주인공보다도 주인공의 부모를 더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정식으로 앨범이 발매된 뒤의 일. 그저 그런 사진이 순식간에 범행 장면으로 둔갑되었으니 그 반응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저스틴 페라라의 유년기는 하드코어 팬들의 모먼트가 되었다. 그나저나 저스틴 페라라는 어떤 계기로 콘의 커버 아트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콘을 발굴한 에픽 레코드의 A&R 폴 폰티어스가 그녀의 삼촌이다.


7. 나스(Nas) - <Illmatic>

나스의 <Illmatic>이다. 알고도 있었고 예상도 했겠지만 커버 아트에 있는 소년은 나스 자신이다. 7살 무렵 재즈 뮤지션인 아버지 올루 다라가 찍어 준 사진을 기초로 하고, 여기에 포토그래퍼 대니 클린치가 촬영한 뉴욕 시내의 모습을 그래픽 디자이너인 에이미 맥컬리가 합성해 완성했다. 나스는 이 사진에 꽤나 큰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지난 1994년에 가진 MTV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시기를 자신의 인생 가운데 중요한 시기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지금 당장 주위에 있는 것들을 둘러보고 미래를 바라보는, 다시 말해 감각이 한 차례 틔워지는 때였다는 그 자신의 술회는 실로 묵직하게 다가온다. 그래서일까. 처음으로 발매한 데뷔 앨범과도 커버 아트는 잘 어울리고, 뉴욕의 현장을 가감 없이 표현해낸 <Illmatic>의 음악과도 훌륭히 맞아 떨어진다. 앨범은 팝 역사의 명반이자 이스트 코스트 힙합의 바이블로 남아있다. 7살의 소년이 바라봤던 그 때의 미래에는 이 명작이 들어있었을까.


8. 모비(Moby) - <Animal Rights>


1990년대의 새로운 일렉트로니카 전도사 모비의 네 번째 앨범 <Animal Rights>는 여러 가지 사운드가 혼재된 결과물이었다. 기존에 했던 테크노와 아티스트에게 영감을 주었던 앰비언트, 여기에 펑크와 하드코어까지 다양한 형식의 음악이 섞여있는데, 이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도 작품은 의견이 분분하다. 이 음반이 나오게 된 경위도 이견들이 빚어내는 갈등처럼 치열하게 전개됐다. <Everything Is Wrong>이라는 일렉트로니카의 명반을 1995년에 탄생시키긴 했지만 실질적으로 성공을 거두기 시작한 시기는 빅 히트를 기록한 <Play>의 1999년부터였다. 기존의 노선인 전자 음악과는 다른 록 사운드를 다량으로 선보인 것도 부진했던 대중음악 신에서의 공백을 메우기 위했던 것. 이 앨범을 이후로 모비는 그 다음 작품인 <Play><18>에서 큰 성과를 맛본다. 돌파구를 뚫기 위해 선보인 세찬 움직임과는 다르게 커버 아트는 그러나, 평화롭기 그지없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와 사랑스럽게 눈길을 주는 어른이 이루는 장면은 실로 고요하다. 사진 속의 아이는 모비다. 생후 2주에 할아버지와 촬영한 것이라고 한다.


9. 이언 듀리(Ian Dury) - <New Boots And Panties!!>


아홉 번째 앨범에 등장하는 열 번째 아이로 마지막 순서를 채워야겠다. 이언 듀리의 첫 앨범, <New Boots And Panties!!>에 등장하는 친구다.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낮지만 이언 듀리 또는 그가 조직한 밴드와 함께 일컬어 이언 듀리 앤 더 블록헤즈라고 한다면 영국의 펑크, 뉴 웨이브 신에서는 빼놓고 넘어갈 수 없는 아티스트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 악명(?)을 떨치던 섹스 피스톨즈의 펑크 사운드와는 확실히 다른, 어떤 지점에서는 미국의 펑크/뉴 웨이브 음악과 비슷한 사운드를 띄고 있었지만, 앨범에 수록된 여러 트랙들이나 이보다 한 달 앞서 발매했던 싱글 「Sex & drugs & rock & roll」 , 그리고 이후의 수많은 노래들에서 보였던 독특하고도 유쾌한, 때로는 냉소적인 가사를 생각해보면 왜 이언 듀리를 펑크 록의 범주로 포함시키는지 알 수 있다.

197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까지 20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왕성하게 활동을 펼치던 이언 듀리는 1996년 대장암 선고를 받게 된다. 진단 후에도 여전히 활력적인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병마는 쉽게 물러날 줄 몰랐다. 2000년 2월에 가진 자선 공연에서는 부축을 받으며 무대를 오르내려야 했고 한 달 뒤인 3월에는 이 공연의 무대를 일대기의 마지막 스테이지로 남겨버렸다. 아무 연고 없는 꼬마가 앨범 커버에 출연할리 없다. 사진에 나온 소년은 다섯 살 된 이언 듀리의 아들, 벡스터 듀리다. 수많은 뮤지션 2세들이 그러하듯 벡스터 듀리 역시 음악인으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버지의 그늘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오기는 하나 아들 자신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뮤지션 2세로서 가질 법한 불만보다는 오히려 근사한 업적을 남긴 훌륭한 아티스트로, 그 이전에는 사랑스럽고 쾌활했던 다정한 아버지로 기억 속에 남기는 쿨한 아들이다.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하기에 1년 앞선 2000년, 그러니까 아버지 이언 듀리가 죽은 그 해 그 달에 얼마 지나지 않아 그를 추모하는 공연이 한 차례 열린 바 있다. 이 자리에서 벡스터 듀리는 <New Boots And Panties!!>에 실린 「My old man」 을 불렀다.

“가장 좋은 친구였던 당신의 아들로부터.” 노래는 이렇게 끝난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관련 기사]

-막힌 가슴을 뻥 뚫어주는 후련한 하드록
-새로운 ‘세대 음악’의 출현, 그 성난 얼터너티브 록 - 너바나(Nirvana) <Nevermind> (1991)
-헤비메탈 영웅들(Heavy Metal Heroes)
-기타 연주의 청사진을 제시하다 - 밴 헤일런(Van Halen) <Van Halen> (1978)
-블랙 사바스, 전설의 원년 멤버들 다시 뭉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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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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