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더라도 친구에게 소홀하면 안 된다
저자는 이 책에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솔직하게 풀어놓았다고 전한다. 자신이 경험했던,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을 통해 알게 된 30대 여자들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들려준다. 마치 이웃집 언니처럼 답답한 마음을 긁어주는 유쾌한 수다로, 때로는 내 마음을 안다는 듯 다독이는 든든한 수다로 풀어놓는다.
2013.10.11

※ 기사 내용에 <블루 재스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여하연 작가(오늘은 편집장이 아닌 작가다)의 초대에 응한 독자들이 소공동 롯데 에비뉴엘관에 삼삼오오 모였다. 우디 앨런의 신작 <블루 재스민>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작가와의 만남은 영화관람 후 GV(Guest Visit)의 순서로 마련되었다. GV의 진행은 여 작가와 오랜 친분을 갖고 있다는 W매거진의 황선우(이하 ‘황’) 기자가 맡았다. 황 기자는 여 작가를 ‘함께 식사하면서 수다를 떨고 싶은 친한 언니 캐릭터’로 소개했다.
책을 소개하는 자리에 뜬금없는 영화가 왜 나왔을까. 얼핏 보면 영화는 ‘요리’와 ‘수다’가 주제인 신간과는 밀접한 관련이 없어 보였다. 때마침 책의 출간 시기와 영화의 개봉시기가 맞아떨어지기도 하지만, ‘여자의 인생과 행복에 관한 화두를 던진다’는 점에서 영화와 책의 공통점이 있을 것이라는 작가의 말이 이어졌다. 오늘의 관람이 두 번째라고 밝힌 작가는 처음 영화를 봤을 때와는 다르게 새롭게 캐릭터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 영화가 교훈을 담고 있다. 집이 망했을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 지에대한 ‘힘든 일이 생겨도 공공장소에서 혼잣말은 하지 말자’라든가, ‘옷은 좀 비싸도 좋은 것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첫 장면부터 재스민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재스민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와중에 1등석을 타고, 샤넬 트위드 재킷에 목걸이를 휘감고, 루이비통 여행 가방을 세트로 가지고 다닌다. 다음에 밝혀지는 여자의 사정과 대조되는 장면이고, 이 여자의 허영을 보여주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비난할 수만도 없는 것은 비싼 옷과 가방을 남겨놨기 때문에 다음 남자를 만날 수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웃음) 재스민이라는 여자는 화려함, 허영 같은 것을 놓을 수도 없고, 그것 때문에 불행해지는, 딱하기도 하고 싫은 면도 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여: 재스민과 동생 진저는 대비되는 캐릭터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의 상징인 재스민, 어딘가는 모자라지만, 나의 눈에는 평범하게 느껴지는 진저. 개인적으로는 진저의 삶이 루저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영화를 두 번째 보니까 재스민의 다른 면모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현실감이 없는 모습이 되려 귀여워보였다. 할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반복하고 회상하는 장면을 보면, ‘그녀가 남편을 정말 사랑했구나.’가 느껴진다. 단지 부자이기 때문에 사랑한 것은 아닌 것 같다.
황: 내 생각엔 작정하고 만난 것 같다.(웃음) 왜 우리도 소개팅에 나가면 단시간에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꾸며내는 부분이 있지 않은가. 재스민이 새 남자 드와이트를 만나면서 그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재스민과 진저가 남자를 만나는 방식 역시 다르다.
여: 재스민과 진저, 두 자매의 또 다른 차이는 ‘불행에 대처하는 방식’에서 나오는 것 같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불행은 깊이가 아니라 낙차에서 온다’고 말한 것과 같다. 재스민은 계속해서 현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데, 진저는 로또 당첨금을 몽땅 잃었음에도 태연하게 받아들인다.
황: 진저가 언니 재스민을 향해 ‘우월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그런데 삶을 긍정하고 불행을 극복하는 태도만 본다면 면역력의 유전자는 진저가 더 우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는 플래쉬백(과거회상) 기법을 빈번하게 사용하는데, 그 때마다 재스민이 과거의 좋은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사실 예전이 좋았다는 생각은 우리도 하지 않나. 전 직장, 전 남자 등등. 하지만 물리적으로 돌이킬 수 없고 다시 시작해야할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재스민은 그러지 못해 점점 미쳐가는 것이다.
여: 개인적으로 케이트 블란셋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다. 물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반지의 제왕> 등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재스민이 허무하게 앉아서 혼잣말을 하는 장면에서 흥미로운 점은 항상 그녀가 들고 다니던 켈리백이 없다는 것이다. 연출적 의도가 있는 함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황 기자가 여하연 작가를 향해 물었다. 결말 이후, 재스민이 어떻게 됐는지 작가의 생각이 궁금하다고 했다. 여하연 작가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을 것 같다며’ 호탕하게 웃는다. 많은 독자도 그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적어도 영화 전체를 통해 재스민이라는 사람을 이해했다면. 영화 수다는 이렇게 친구들끼리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진행되며 종반부를 향해갔다. 재스민이 만약 드와이트와 잘 되었다고 해도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는 황기자의 날카로운 지적에 여 작가가 말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한 말인데 ‘여자의 지조는 남자가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알 수 있고, 남자의 지조는 그가 모든 것을 가졌을 때 판가름난다’고 한다. 남자 덕을 보고 싶어 하는 신데렐라들이 많은데, 세상에 공짜는 없고, 새로운 남자를 만나서 행복해진다 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행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놓치기 아까운 두 사람의 말말말
※ <블루 재스민>의 깨알같은 교훈들 BEST3 ※ 1. “베이직한 아이템을 갖추자” : 시종일관 가난한 재스민은 몇 가지 명품 아이템을 돌려입고 나온다. 사소하지만 현실적인 대목이다. 2. “연애를 하더라도 친구에게 소홀하면 안 된다” : 재스민은 상류계에서 주변 친구들은 많았지만 남편이 바람을 필 때 그 누구도 얘기를 해주지 않는다. 자기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친구의 존재는 끝까지 남는다. 3. “진정한 ‘substantial’함이란?” : 재스민은 영화 속에서 말한다. “나는 뭔가 substantial(중요한, 의미있는)한 것을 원해요”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 찾아 헤멘 것들은 그녀의 삶을 단단하게 받쳐주지 못한 신기루나 허상이었다. 우리 모두 소중하게 가져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판별하는 눈을 기르면 어떨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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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30대에 지금의 싱글들이 그러는 것처럼 집에서 ‘혼자’ 밥을 먹어왔고, 사람들과 맛집 투어를 통해 끼니를 챙겼다. 그런데, 서른 중반 즈음에 자기만의 부엌을 꿈꾸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음식이 두고두고 기억나는 건 ‘맛’ 때문이 아니라,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추억 때문이라는 작은 깨달음은, 저자의 삶을 변화시킨다. 사람들을 집으로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같이 밥 먹는 시간’에 함께 웃고 떠들며 서로를 토닥여주던 이야기들을 담은 것이다. ‘혼자’가 아닌 ‘같이 먹는 밥’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섞여들어, 식탁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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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엘프에디터
지금은 남의 목소리를 듣고 정리하는 일을 합니다. (트위터 @tappingsth)
샨티샨티
2013.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