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갱스타 랩의 표본 -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1960년대 정신을 계승한 예비 ‘갱스타 랩’의 살벌한 파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이 앨범은 이처럼 흑인 랩의 새로운 패턴을 제시해 다대(多大)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흑인 음악이 어떤 것을 합성하고 덧입히고 하는 작위적 작업방식이 여기서 비롯되었다. 그 뒤로단순히 곡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꾸미는 것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이 작품이 시대를 가르는 명반 대열에 빠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1987년에 데뷔한 랩 그룹 퍼블릭 에너미는 저항적인 랩의 본질을 구현해내며 갱스타 랩의 표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이들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두 번째 앨범은 흑인 현실에 대한 메시지와 강력한 사운드를 통해 뚜렷한 인상을 남깁니다. 이로써 이 앨범은 시대를 가르는 음반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 소개해드릴 명반, 퍼블릭 에너미의 <It takes a nation of million to hold us back>입니다.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 <It takes a nation of million to hold us back> (1988)

1960년대 정신을 계승한 예비 ‘갱스타 랩’의 살벌한 파티

《뉴스위크》는 1992년 10월 미국사회의 여론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 엘리트 100인’을 선정했다. 영화, 레코드, 신문, 방송 등 문화관련 분야의 유력 인사들이 고루 지명되었는데 대중음악관계자로는 마돈나, 윈턴 마샬리스, 워너 뮤직 회장인 로버트 모가도, 랩 프로듀서 러셀 시먼즈 그리고 처크 디(Chuck D)가 포함되었다.

처크 디는 바로 랩 그룹 퍼블릭 에너미(Public Enemy)를 이끄는 인물로 리드싱어이자 노랫말을 대부분 쓰는 그룹의 명실상부한 간판이었다. 그가 랩 가수에 불과하면서 그처럼 문화 엘리트에 꼽힌 이유는 당연했다. 흑인들의 거리음악인 랩에 흑인정신을 실어 많은 흑인들에게 자긍심을 일깨워준, 가수의 위치를 넘어선 흑인 지도자였기 때문이다.

흑인들은 그의 주장에 따라 움직였으며 그의 노랫말에 일말의 후련함을 맛보았다. 이 앨범이 그들의 대표작이자 문제작이었다. 1988년에 발표되어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흑인 제시 잭슨 목사가 부상하던 시기에 회오리를 야기했다.

여기에는 흑인 현실에 대한 자각을 기반으로 한 단결과 결집 요구, 투쟁의식 고취, 소요의 정당성, 백인 파워 엘리트에 대한 성전(聖戰) 의식 등 흑인의 항거의식이 총망라되어 있다. ‘최후의 결전을 향한 카운트다운’(「Countdown to armageddon」) 마인드 테러리스트’(「Mind terrorist」) ‘폭탄보다 요란한’(「Louder than bomb」) ‘중단 없는 저항’(「Rebel without a pause」) 등 노래 제목을 보라!


‘권리, 평등! 우린 그것을 쟁취하러 간다. 이 투쟁의 잔치는 (19)66년에 시작되었지. 흑인을 찬양하는 과격성을 섞어서 말야. 그 때 12시에 어떤 힘이 그것을 잘라내면서 지옥으로부터 출현했지. 그것이 바로 너희들의 정부란 거야. 그것 때문에 우리의 파티가 있는 거지.’
‘Power, Equality, and we're out to get it / … / This party started right in 66 / With a pro Black radical mix / Then at the hour of twelve some force cut the power /And emerged from hell / It was your so called government / That made this occur’
‘투쟁의 권리를 위한 파티’(「Party for your right to fight」)
처크 디는 이 앨범을 "리얼리즘을 표출한 마빈 게이의 앨범 <What's going on>을 힙합(hip hop)으로 해석하고자 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회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마틴 루터 킹, 말콤 X 등 흑인지도자와 과격한 운동단체 블랙 머슬림(Black muslim)의 리더 루이스 퍼러칸의 이름을 수록곡 곳곳에 등장시키고 있다. 백인에 대한 공격성이 실로 이보다 과격하게 또 무시무시하게 표출된 앨범은 없다.

음악적으로도 퍼블릭 에니미는 랩이 가지는 ‘소음’의 성격을 감추지 않고 헤비 메탈을 랩과 섞는 등 한층 시끄러움을 증폭시키려 했다. 프로듀서 행크 쇼클리는 ‘랩의 소음을 확실히 보여주자. 대신 그것에 무언가를 생각해보도록 할 것을 집어넣자’는 기획에 따라 이 앨범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수록곡 「Bring the noise」가 그 증거다.

이 앨범은 이처럼 흑인 랩의 새로운 패턴을 제시해 다대(多大)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흑인 음악이 어떤 것을 합성하고 덧입히고 하는 작위적 작업방식이 여기서 비롯되었다. 그 뒤로단순히 곡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꾸미는 것이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이 작품이 시대를 가르는 명반 대열에 빠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다.

릭 루빈의 데프 잼 레코드사와 계약하면서 음반을 낸 퍼블릭 에니미는 직설적인 가사로 인해 1987년 데뷔 시절부터 ‘랩의 블랙 팬더스’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이른바 초강력 갱스타 랩(gangsta rap)의 표본그룹이 되었다. 하지만 닐 영의 지적처럼 1960년대 저항음악의 언어를 계승한 랩의 본질을 누구보다 잘 구현해 그들의 2집인 이 음반에 이르러서는 일각의 백인들도 예의 주시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과격 속에 흐르는 진실이 일부 공감을 얻게 된 것이었다.

당시 너무나 오해된 랩의 저항의식과 시대를 앞서간 사운드가 농축된 고(高)부가가치 앨범이다. 여기에선 백인 지배층에 대한 불신을 담은 「Don't believe the hype」가 싱글로 나와 히트했다.

글/ 임진모(jjinmoo@izm.co.kr)


[관련 기사]

-이보다 더 미칠 순 없다! - 카니예 웨스트 <Yeezus>
-화나(FANA) “평생 완벽하지 않은 뮤지션으로 남고 싶어”
-랩으로 아내와 어머니한테 손가락질한 ‘백인 쓰레기’ - 에미넴(Eminem)의 The Marshall Mathers LP
-런 디엠씨(Run-DMC), 랩의 메인스트림 입성을 공표하다
-문화 대통령 서태지가 그립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