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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페이스북 담당자, 댓글만 읽으며 하루를 보낸 사연

<채널예스> 페친소 4편: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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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특집기획으로 페이스북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인기 출판사들의 페이지를 소개합니다. 네 번째 주인공은 1974년 단행본 출판을 시작한 이래 문학, 인문, 사회, 교양, 어린이•청소년, 교과서 등 각 분야의 양서들을 꾸준히 펴내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 출판사 ‘창비’입니다.

창비 페이스북 페이지(//www.facebook.com/changbi)를 보면 대한민국 출판계가 보인다?! 팬수 2만 4천명을 코 앞에 둔 창비 SNS 담당자 김정규 씨는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서, ‘오늘은 어떤 글을 올릴까?’ 즐거운 고민에 빠진다. 주로 창비의 다양한 신간과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 작가와의 만남 행사 소식을 전하지만 때론 파주출판도시의 들녘 풍경, 비 오는 날 퇴근길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담백한 카피와 다정한 말투로 팬들의 애정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김정규 씨, <채널예스> 지면을 통해 귀여운 4살 딸아이의 아빠라는 사실을 슬쩍 공개했다. 작은 글 하나에도 애정을 담뿍 담아내는 창비 페이스북 담당자 김정규 씨를 서면으로 만났다.




‘페친소’ 네 번째 주인공이 되었어요. 소감이 어떠세요?

오래 살다 보니 언론을 타는 일이 다 생기네요. 창비 입사 후 가장 뿌듯한 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거 스크랩해서 부모님께 보여드려야겠어요(웃음). 성별을 밝히면 수많은 남성 팬님이 떠나갈 것 같아 밝히지 않으려 했지만, 진정성을 보여드리고자 남자임을 밝히고요, 기대하며 설레어 하고 계실 수많은 여성 팬님께 죄송하지만 귀여운 4살짜리 딸아이 아빠라는 통곡할 만큼 슬픈 소개도 함께 전해드립니다.

창비는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도 운영할 뿐 아니라, 매주 신간이 나오는 출판사이기 때문에 페이스북 콘텐츠 노출 경쟁이 있을 것 같습니다. 선택의 기준이 있나요?

아직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노출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아쉽네요. 창비의 콘텐츠만 계속 노출하면 너무 광고페이지 같아 질까 조심스럽고요. 결론적으로 노출 기준은 제 마음대로입니다(웃음). 제 마음에 들어야, 제가 재미있어야 더 솔직하고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으니까요. 다만, 매일 전화로, 문자로, 메신저로 압박하시는 팟캐스트 담당 팀장님이 너무 성가셔서(?) 팟캐스트만은 알아서 잘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황모 팀장님 이거 안 보시겠죠.)

페이스북의 운영하는 데 있어 꼭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나요?

특별한 운영 지침은 없습니다. 자유롭게 운영되는 편이죠. 다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오타를 내지 말자. 입니다. 운영을 맡은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어떻게 보면 별거 아닌 오타를 냈었는데요, 진지하게 오타를 지적해 주신 댓글이 달리고 회사 내에서도 크게 이슈가 되어 엄청나게 민망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페이스북 글은 수정도 안 돼서 (마크 주커버그 미워ㅠㅠ) 발을 동동 굴렀었네요. 일반 기업 페이지가 아니라 출판사 ‘창비’라서 그런지 팬님들도 오타나 잘못된 정보에 무척 민감하시다는 사실을 알았고 어쩌면 그것이 창비가 가지고 있는 프라이드를 반영한다는 생각에 더욱 조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오타사고는 있었고, 더 이상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흑)




SNS를 다루다 보면 많은 팬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이 있을 것 같은데요. 가장 일할 맛이 났던 기억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엄청나게 더웠던 지난여름 어느 날, 뜨거운 강남에서 외근을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그야말로 너무 더워서 이 더위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오늘 가장 더웠던 사람은 댓글을 달아달라고 즉흥적으로 올렸었지요. 지옥철을 타고 가는 1시간 동안 LTE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200명이 넘는 팬님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읽으며 참 즐겁고도 짠했습니다. 종일 아기와 씨름한 초보 엄마부터 몇 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까지, 정말 다양한 분들이 창비 페이스북을 보고 계시다는 생각에 집으로 돌아가며 더 많이 소통하고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 갑자기 하나 더 생각나네요. 책과 사람이 만나 감동과 재미를 나누는 버라이어티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을 창비에서 방송하고 있는데요, (막간 홍보 죄송) 얼마 전 정치사회 이슈가 살짝 들어간 회를 홍보하는 글을 올렸었거든요. 그때 수많은 분들이 악플과 욕설로 페이지를 가득 채워주셨던 적이 있습니다. 원색적인 욕설이 들어간 글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창비 페이지 아직 ‘살아있네~!’ 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네요. 갑자기 눈물이!


예상 외로 반응이 좋았던 이벤트는 무엇인가요?

팬이 15,000명이 다 되어 갈 때였는데요, 막상 15,000명이 넘으면 뭘 할지 전혀 생각을 안하고 있었어요. 아니나다를까 넋 놓고 있는데 15,000명이 되었고 부랴부랴 굽신 대고, 협박하며 회사 여기저기를 훑어서 약 30권의 책을 모아 대충 박스에 넣고 사진을 찍어 한 분께 드리겠다는 이벤트를 했었어요. 즉흥적으로 만든 이벤트에 좋아요가 3,000개, 댓글은 1,700개가 넘게 달려서 얼마 동안 일은 안하고 댓글만 읽으며 살았던 기억이 나네요. (팀장님 죄송.)

가장 고마운 팬이나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가끔, 아주 가끔, 좋아요를 누른 사람 목록에 프로필 사진도 없는 (페이스북을 잘 안 하실 것으로 추정되는) 사장님 이름이 뜰 때가 있습니다. 뭔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창비 페이스북에서 허튼 짓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던 날로 기억되네요.

창비 페이스북 이벤트에 당첨될 확률이 높은 댓글의 유형이 있을까요.

애정이 얼마나 느껴지느냐에 달린 것 같습니다. 짧은 글이지만 그런 애정이 느껴지는 댓글이 있거든요. 도서 이벤트를 진행할 때 ‘이 책은 이미 있어서 상품은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응원합니다.’ 같은 대인배 팬님들의 댓글이 종종 달리는데요, 그런 분들은 오히려 다른 거라도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벤트를 진행할 때 상품은 어떻게 준비하나요?

개인적으로 평소 갖고 싶던 것, 돈 주고 사긴 아까운데 갖고는 싶은 것 위주로 이벤트 상품을 준비합니다. 고로 거의 모든 이벤트 상품이 제가 갖고 싶었던 것들이지요(웃음).

창비 페이스북의 팬이 되었으면 하는 작가나 명사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식상한 멘트가 되겠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전부 팬이 되었으면 합니다. 물론 대부분 팬이지만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는 분도 많고, 자기 회사 페이스북에서 활동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거든요. 다 들어와서 왁자지껄 떠들면 재미도 있고, 저도 외롭지 않고 좋을 것 같아요. 창비 페이스북이 직원들도 자유롭게 들어와서 신나게 놀고 싶을 만큼 재미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도 하나의 목표입니다.

SNS 담당자로서 2013년이 가기 전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팬이 이렇게 많아지기 전에는 좀 더 가볍고 발랄한 페이지를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창비에서 만들어지는 콘텐츠보다는 책이 쌓여있는 책상 모습이나 노랗게 벼가 익어가는 파주들판, 점심은 뭘 먹었는지, 회사 정원에 어떤 꽃이 폈는지 같은 것들을 올리며 유유자적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드렸었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팬도 많아지고 회사에서 바라는 것도 생기다 보니 조금 딱딱해지고 재미없어지진 않았나 하는 자기반성의 시간을 주신 <채널예스> 측에 다시 한 번 감사 드립니다. 앞으로는 창비가 보여드릴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보여드림과 동시에 팬님들과 소소하게 소통할 수 있는 거리를 많이 만들어 타임라인에 스쳐 지나가는 그냥 그런 페이지가 아니라 즐겨 찾아오는 페이지가 되었으면 하는 작은 목표가 있습니다. 도와주세요. 꾸뻑.

창비 페이스북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친애하는 팬님들, 이벤트 당첨되시면 주소 보내실 때 우편번호도 꼭 함께 주시고요, (우편번호 찾기 너무 힘들어요. ㅠㅠ) 언제 당첨 메시지 갈지 모르니 틈틈이 메시지 확인하시고요. 소중한 시간 내서 글도 읽어주시고, ‘좋아요’도 꾹 눌러주시고, 댓글까지 달아주시는 팬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새벽시장에 나가는 심정으로, 항상 신선한 콘텐츠를 준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채널예스 페이스북 친구를 만나다’는 매주 화요일 독자들을 찾아옵니다.
다음 회는 돌베개의 SNS 담당자 조원형 씨를 인터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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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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