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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산책에서 마주친 돼지가 『28』을 만들어” 2013 문학캠프 1편

2013 예스24 문학캠프 전라도 편 전근대와 근대가 공존하는 전주한옥마을 답사, 동편제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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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산책가는 산이 있다. 하루는 산에 갔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돼지 새끼 4마리와 함께 산을 내려 오더라. 그 돼지가 특허 받은 '산책 돼지'라고 했다. 산책을 하면서 성장한 돼지라 비싸게 팔린다. 다음에 갔더니 그 돼지가 커 있더라. 그리고 그 다음에 갔더니 할아버지는 큰 돼지가 아니라 돼지 새끼를 산책시켰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남편과 삼겹살 집에 갔더니 깨달았다. 다 큰 돼지가 어떻게 됐을까......

예스24가 주최하는 제 10회 문학캠프는 8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전라도에서 열렸다. 이번 문학캠프에는 2005년 ‘한국의 대표작가’로 선정된 조정래 작가와 올해 ‘한국의 젊은작가’로 뽑힌 정유정 작가가 함께했다. 예스24 문학캠프는 해마다 개최되는 ‘네티즌 추천 한국의 대표작가’ 투표의 후속 행사로, 이번에는 86대 1의 경쟁률을 뚫은 독자 200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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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와 근대가 공존하는 전주한옥마을 답사


첫째날인 29일, 집결지였던 여의도에는 밤부터 비가 세차게 내렸다. 폭풍우를 뚫고 독자들이 하나둘씩 버스에 탑승했다. 9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버스는 전주로 향했고 정오에 도착했다. 일행의 점심 식사가 끝난 뒤 문화 해설사의 안내로 전주한옥마을과 경기전, 전동성당을 둘러봤다.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왕의 초상화)를 모신 곳인 경기전과 근대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전동성당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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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성당(좌) 경기전(우)


전주한옥마을 일대를 답사한 뒤 일행은 동편제 판소리 전수관으로 이동했다. 판소리는크게 동편제, 서편제, 중고제로 나뉘는데 이중 동편제는 섬진강의 동쪽지역에서 성행한 판소리를 일컫는다. 서편제가 부드러우면서 애절하다면 동편제는 이에 비해 호탕하면서 웅장하다. 이곳에서 회원들은 동편제를 직접 배워보고 가야금 연주를 감상하는 소중한 기회를 누렸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저녁을 먹은 뒤, 정유정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날 독자와 만남에는 정유정 작가와 평소 친분이 두터운 『제리의 김혜나 작가가 함께 했으며, 허희 평론가가 사회를 맡았다. 사전에 예스24 페이스북으로 받은 독자의 질문과 정유정 작가의 답변을 중심으로 대담이 이어졌다.


집필 활동의 기본은 체력


비지니스맨에게는 영업 비밀이라고도 할 수 있는 창작비법을 물어보는 질문에 정유정 작가와 김혜나 작가는 스스럼 없이 답을 공개했다. 정유정 작가는 복싱과 등산으로, 김혜나 작가는 요가로 평소 체력을 단련한다고 했다. 다른 일도 그렇지만, 집필 활동에도 체력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참고로, 두 사람은 9월 1주에 히말라야로 떠났다. 이에 대해 허희 평론가는 재밌는 해석을 달았다.


하루키는 달리기로, 정유정 작가는 복싱과 등산으로 단련한다. 하루키와 대결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


산책에서 마주친 돼지가 『28』을 만들다


정유정이 이번에 발표한 『28』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그녀는 『28』을 쓰면서 지리산에서 4달 정도 머물렀다고 한다. 한편, 『28』을 쓰게 된 계기와 관련해서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들려 주었다.


항상 산책가는 산이 있다. 하루는 산에 갔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돼지 새끼 4마리와 함께 산을 내려 오더라. 그 돼지가 특허 받은 산책 돼지라고 했다. 산책을 하면서 성장한 돼지라 비싸게 팔린다. 다음에 갔더니 그 돼지가 커 있더라. 그리고 그 다음에 갔더니 할아버지는 다 자란 돼지가 아니라 돼지 새끼를 산책시켰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남편과 삼겹살 집에 갔더니 깨달았다. 다 자란 돼지가 어떻게 됐을까...... 마침, 그 무렵에 구제역 파동이 생겼다.


『28』은 도시를 덮친 전염병과 봉쇄된 도시에서 살아남으려 하는 인간과 동물을 묘사한 소설로, 정유정 작가는 구제역 파동이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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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코패스에 관한 소설을 써보고 싶어


차기작에 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내가 변태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못된 케릭터를 좋아한다. 사이코패스에 관심이 많아 관련 책도 많이 읽는다. 정서적인 일을 겪을 때, 감정을 못 느끼는 부류가 사이코패스다. 섬뜩하겠지만, 인류 중에서 마지막까지 살아 남는 부류가 어쩌면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신창원, 유형철 팬클럽이 생겼듯, 순수 악인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듯하다. 이런 악인을 소설로 만들어 보고 싶다.


이외에도 계속된 질문에 정유정 작가와 김혜나 작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 줬다. 작품이 많이 읽힌 이유에 대해 정유정 작가는 “소설은 이야기의 예술인데, 내 소설은 이야기성이 강하다.”라고 답변했다. 장편을 고집한다는 지적에는 김혜나 작가가 “장편이 삶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데 유리한 형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롤모델로 생각하는 작가로 정유정 작가는 스티븐 킹과 레이먼드 챈들러를 꼽았는데, 이들 작가로부터 이야기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밝혔다.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는 사람을 위해 조언해 달라는 부탁에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간호사에서 소설가가 되었다. 원래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었지만 엄마가 반대를 많이 했다. 그러다 돌아갈 곳을 아예 없게 만들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들에게도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물론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게 어렵다. 일찍 발견하면 행운아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한 뒤에는 모든 걸 던져야 하지 않을까.


정유정 작가와 김혜나 작가의 이야기가 모두 끝난 뒤에는 사인회가 이어졌다. 정유정 작가의 친필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독자의 행렬이 수십 미터까지 이어졌다. 이에 보답하듯 정유정 작가는 독자 한 명 한 명과 기념 촬영에 응해주며 훈훈하게 행사를 마무리했다.


⇒ 2013 문학캠프 둘째 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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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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