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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 “다음 작품은 한국판 ‘위기의 주부들’”

『복수의 탄생』 이재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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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는 밥이었다. 독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시간으로 마련하고자 했었다. 그랬던 것이 술로 종목이 바뀌었다. 작가의 요청이었다고 한다. 5명의 독자가 초대됐다. 어쩌면 우연 혹은 의도. 모두 여성 독자로 초대됐다. 하나 같이, 작가가 연출했었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컬투쇼> 애청자들. 그런 이들이 지난 8월 13일의 한여름 밤, 서울 합정동의 한 이자카야(居酒屋)에서 술잔을 부딪쳤다. 『복수의 탄생』 출간기념 이재익 작가와의 취중진담 토크. 출판사 관계자들도 함께 했던 술 익는 여름밤. 술 따라서 여름 역시 익어간다. 밥에서 술로 바꾼 것, 아마도 ‘신의 한수’였으리라.

매순간, 소설의 영감을 얻는다

‘병권’을 쥔 이재익 작가의 손에서 ‘소맥’이 제조된다. 능수능란한 소맥의 배합이다. 한 잔씩 돌고 돌면서 이야기도 함께 돈다. 20~30대의 독자들, 현재와 앞날에 대한 불안이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한국, 어딜 가도 만날 수 있는 지구촌 불안 동지. 이 사회의 주류 지배 세력은 불안과 공포를 윤활유로 돌아가도록 만들어 놨다. 그렇다고 우린 이대로 망한 것인가?!

이 작가, 말한다. “나도 스물여섯까지는 망한 줄 알았다(웃음). 지금은 나쁘지 않다. 나도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도 앞선 두 직장을 나오고 난 뒤 스스로를 ‘루저’라고 여겼었다. 의욕도 없었다. 만화방, 나이트클럽 등을 전전했고, 부모님이 밖으로 나가실 때까지 자신의 방에서 폐인처럼 6~7개월을 보냈다고 한다. 빈둥빈둥 탱자탱자 시간을 죽이고 있던 그가 다시 취직을 하고자 마음먹은 것은 여자친구 때문이었다.

9년 연애를 했던 여자친구. 그에게 9년의 연애란 이런 것이었다. “그 정도 연애하면 헤어지거나 결혼을 하거나 그래야했다. 그런데 여자친구 집에서 타이틀(직장)도 없는 사람에게 딸을 못준다고 하시니, 그것 때문에 취직을 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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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SBS는 그렇게 다가왔다. 사실 입사를 기대하진 않았다. 본인도 운이 좋았다고 표현했다. 물론 그 운도, 따지고 보면 그의 다양한 재능 덕분이었다. 책 쓰고 시나리오를 쓴 이력. (주. 이 작가는 카투사로 복무하던 1997년 월간 문학사상 소설 부문으로 등단했고, 이듬해 첫 소설 『질주 질주 질주』를 내놓고 문학사상사 장편소설상을 받았다. 이 소설은 영화 <질주>로 만들어지기도 했었다.) 이 작가, 언론고시를 보겠다고 그 분야를 파고들거나 매달리진 않았었다. 그러나 그의 독특한 이력을 눈여겨 본 본부장들이 면접을 보고 싶다고 했고, 그것이 SBS 입사로 이어졌다.

“20대 중후반에 글 쓴 것을 후회하기도 했는데, 인생이라는 건 정말 모르는 거다(웃음). 소설가가 어릴 때부터 꿈이었고, 가장 좋았다. 나는 좋은 집, 좋은 차 등과 같은 물질적 욕심이 많은데, 소설가만 해서는, 하루키가 아니고서는 힘들겠더라. 글쓰기까지도 이런저런 곡절이 있었다.”

물론 그라고 전업 작가에 대한 로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글 쓰고 영화 일을 하고 싶어서 샌드위치 가게를 알아보기도 했었다. 그러나 자신 안에 있는 속물근성이나 두려움을 부정할 순 없었다. 그런 그의 이야기는 「레몬」이라는 단편소설에 잘 나와 있다. 「레몬」의 주인공은 당시의 이재익이 투영돼 있다. (참고 : 소설쓰기의 욕망을 숨길 수 없었던 <컬투쇼> PD //ch.yes24.com/Article/View/16414)

글 쓰고 방송을 연출해야 하는 그는 어떻게 영감을 얻을까. 만나고 접하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이런 술자리에서도 물론. 매일 매순간 사물과 사건을 관찰하고, 꼬아보려고 하는 것이 습관이 돼 있단다. 어떻게 서든 재밌는 것을 찾고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이 이재익의 촉이다. 이를 글로 만들고 방송에서 활용한다. 대중작가가 갖춰야할 덕목은 그런 것이다. 정리하자면,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도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촉과 이를 텍스트화 할 수 있는 창의성.

그는 철저히 대중작가다. 쉽고 재밌는 이야기하기를 자신의 작가적 캐릭터로 구축했다. 정제된 글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 없느냐는 독자의 질문에도 그는 단호하다.

“이야기와 문장, 선택의 문제다. 동시에 고민해야 하는데, 비중이 다르다. 나는 문장보다 이야기에 많이 기울어 있다. 문장은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기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어떤 사람들은 쉽게 읽힌다고 돈 아깝다는데, 오산이다. 어렵게 읽는다고 뭐가 남나. 나는 쉽게 쓰자는 것이 내 믿음이다.”
“세상은 놀랍도록 즐거운 곳이지만 그곳에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은 지루할 뿐이다. 그러나 가장 슬픈 일은 아예 그곳에 있지 못하는 것이다.”(p.335)
한국판 <위기의 주부들>을 기대하라

그 와중에 술은 계속 목구멍을 넘어간다. 누군가는 소맥을 받는 죽죽 한 번의 샷으로 넘긴다. 단 한 번도 폭탄주를 꺾지 않던 이 독자, 아버지와 평소 집에서 술을 마시는데, 아버지와 술을 마시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다며 웃음을 띤다. 다들 즐거이 여름밤을 마신다. 정서적으로도 알코올이 주는 편안함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재익 작가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자리의 흥을 돋우고 있다. 이야기와 캐릭터에 강한 작가답게.

그는 영화를 볼 때도 내러티브가 강한, 정서가 강한 영화를 좋아한단다.

“<설국열차> 좋긴 했는데, 정서가 별로 두드러지지 않아 아쉽더라. 봉준호 감독은 늘 색다른 정서를 선보인다. <괴물>에서도 딸 잃은 아버지와 부모 없는 아이의 교류를 봐라. 이걸 보곤 눈물이 안 나는데, 우리에겐 색다른 정서여서,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 <설국열차>도 그런 정서가 있을 수 있는데, 일부러 배제한 것 같다. 봉 감독이 내가 원한 게 아닌 다른 걸 선택해서 아쉬웠다. 봉 감독과 만난 적이 있는데, 굉장히 겸손하고 말수도 많지 않고 나와 완전 다르다(웃음).”


술과 함께 술술 흘러나오는 이재익 작가의 폭풍 수다. 다음날, 후회한 적 없느냐는 독자의 질문에 유쾌하게 답술이 따른다. “매일매일 후회하지(웃음). 그런데 그것도 반복되면 쪽 팔리지 않아.” 다음 책에 대한 궁금증에 앞서, 도 한 명의 작가가 술자리에 합류한다. 이재익 작가와 함께 공동 집필 중인 미모의 임재민 작가의 등장. 역시 술 잘 마시는 작가의 합류는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두 사람이 공동으로 만들고 있는 작품은 한국판 <위기의 주부들>이란다. 그리고 임 작가가 살짝 알려준 이 작가에 대한 팁 하나. 이재익 작가는 여성의 감수성을 잘 몰라.

“임 작가와 함께 집필하면서 굉장히 리얼해졌다. ‘29금’이다. 그만큼 심하다(웃음). 실은 『복수의 탄생』도 클린 버전이다. 네이버 연재 분은 클린클린 중학생 버전이고. 지금 임 작가와 함께 쓰고 있는 작품은 굉장히 재밌는 작품이 될 거다.”

그러면서 이 작가, 회심의 한 마디를 던진다. “하늘 아래 태양이 2개면 안 돼~” 술자리, 이 작가와 임 작가로 나뉘어서 수다가 진행되는 것에 대한 우스개. 모두 깔깔 웃어댄다. 그만큼 여름밤도 익어간다. 술 한 잔과 함께 이야기가 익어가는 밤. 작가와 독자, 모두가 즐겁다.

임 작가도 다음에 나올 작품에 대해 한 마디 덧붙인다. ‘줄리아나’를 아는지, 먼저 묻는다. 대부분 독자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아무렴,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추억의 그 이름. 과거의 이름이기 때문이다. 90년대 강남을 지배(?)하던 유명 나이트클럽이다. 강남하면, 줄리아나로 통용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제목이 가칭인데, ‘줄리아나를 알아요?’이다. 이 작가는 29금이라고 했는데, 내 생각엔 32금?(웃음) 결혼 10년 정도 지나면 알 수 있는 이야기다. 여기 주인공들도 젊은 시절 줄리아나를 다녔다. 결혼에 대한 내밀하고 재밌는 소설이 될 거다. 기대해도 좋다.”

소설을 넘겨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두 사람의 장점이 결합한 재밌는 이야기가 탄생하지 않을까. 3년 동안 소설을 쓰면서 단 한 번도 마감을 어긴 적 없고, 외려 마감보다 일찍 원고를 넘겨왔다는 이재익 작가의 집필 속도를 감안하면, 그 부족한 여성적 감수성을 임재민 작가가 보완해줄 것임을 믿는다면, 이재익이라는 이야기꾼의 폭풍수다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으니까. “소설은 1년에 4권이 적당하다(웃음). 1년에 1~2권? 내 인생이 너무 아깝다. 시간이 아깝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니까.
“오스카 와일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삶에 대해 알지 못할 때 글을 썼다. 그러나 이제는 삶의 의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글도 쓸 수가 없다. 삶이란 쓰여질 수 없는 것이다. 삶이란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p.357)
그렇게 여름밤은 술술 익어갔다. 예상한 시간을 넘겨 흥겨운 대화로 여름밤을 채웠다. 2차까지 만남이 이어졌다. 한 가지 팁을 얻었다면, 2차를 하더라도, 술 취한 친구는 부르지 않는 걸로. 그것에서도 어떤 영감을 얻어서 소설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술은 적당할 때 더욱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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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탄생 이재익 저 | 네오픽션
이 책은 네이버 웹소설에 2013년 4월부터 6월까지 연재되었던 작품이다. 신이 선물한 능력과 집념으로 자신이 욕망하는 바를 하나씩 현실로 만들어낸 남자 한석호는 겉으로는 최고 인기의 아나운서이자 방송국 회장 딸의 자상한 남편, 두 아이의 좋은 아빠이지만 그 이면에는 숱한 여자들과 바람을 피우며 쾌락을 즐긴다. 게다가 방송국 회장인 장인어른으로부터 후계자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기까지 했다. 그런 그 앞에 조태웅이라는 난생처음 본 남자가 나타나, 석호가 다른 여자들과 쾌락의 밤을 보냈던 사진들과 동영상을 들이밀며 협박이 고리를 조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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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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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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