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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댓글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하나, 김동춘 교수

영화 「지슬」 상영회와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 출간 기념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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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는 『전쟁과 사회』의 초판이 나온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출간됐다. 이 기간 동안 김동춘 교수는 국가기관인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국가폭력이라는 주제를 심화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책에는 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겪은 일과 사유했던 고민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날 「지슬」 상영회와 강연회를 겸한 자리에서 그는 국가폭력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문제라고 진단했다.

8월의 어느 날, 김동춘 교수와 영화 「지슬」을 함께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사계절 출판사가 주최하고 예스24를 비롯한 인터넷서점이 후원했다. 행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이루어졌는데, 1부는 「지슬」상영회, 2부는 최근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를 출간한 김동춘 교수의 강의였다. 영화 상영회에 앞서 김동춘 교수가 짧게 인사말을 건넸다. 


“국정원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시위와 이에 맞서는 맞불시위가 대처하고 있는 오늘, 여전히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옛날과 같이 총을 든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과 같은 상황이다. 한반도 평화,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영화를 감상하고 4ㆍ3 이야기를 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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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지슬'은 제주 4ㆍ3을 다룬 작품이다. 1947년 3.1 발포사건으로부터 촉발한 제주 4ㆍ3은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번졌고, 이에 국가 공권력이 개입하면서 수만 명의 희생자를 냈다. 정부 측 조사로 밝혀진 사망자만 15,000명이고, 80%가 국군에 의해 죽었고 나머지 20%가 좌익 게릴라 활동 때문에 죽었다. 실제로는 이보다 희생자가 더 많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이에 2003년 10월 31일 노무현 대통령은 진상조사위원회의 의견에 따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4ㆍ3 평화공원이 조성되었다. 이로써 유족 측은 폭도라는 누명을 벗었지만, 정부 차원에서의 실질적인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제주 4ㆍ3사건 역사 바로 세우기 대책위원회’와 같은 보수 단체에서는 제주에서 벌어진 소탕 작전이 정상적인 공권력 사용이며, 희생된 사람이 억울한 희생자가 아니라 폭도였다며 헌법 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제주 4ㆍ3은 종결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진행 중인 우리의 현재다. 김동춘 교수가 진단한 4ㆍ3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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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학자 브루스 커밍스가 진단했듯, 제주 4ㆍ3은 대한민국을 보는 현미경이다. 제주 4ㆍ3은 지리산을 비롯한 소백산맥, 태백산맥에서 진행된 학살 중 일부다. 학살한 사람도, 당한 사람도 모두 피해자다. 우리에게는 좌우 대립이 원인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당시 제주 사람에게 이 사건은 육지 사람이 제주 사람을 괴롭힌 것으로 받아들인다. 제주는 지리적으로 육지와 떨어진 소외지역, 유배지역이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원래 전공이 노동사회학이었다. 한국의 산업발전 과정에 벌어진 노동 탄압을 고민하다 보니 문제의식이 국가폭력으로 이동한다. 그 결과물이 바로 『전쟁과 사회』다. 전쟁으로 발생한 물리적 폭력이 이후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분석한 이 책은 실제 전쟁을 겪은 보통 사람들의 체험에 초점을 맞췄다. 『전쟁과 사회』는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빈국이 뽑은 한국의 책 100권에, 2010년 동아시아 100권의 인문도서로도 선정됐다. 독일어, 영어, 일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학살이나 국가폭력은 마치 암세포와 같이 그것과 전혀 무관한 구성원들의 정치ㆍ사회의식과 도덕적 기반을 좀먹어 들어간다. 그래서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사회에 복귀시키고, 그 사실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하는 문제는 그 사회에서 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기억의 정치’는 한 국가나 사회의 헤게모니, 국가 정체성의 문제이자 사회의 질서, 법과 도덕의 기본이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중요하고 또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국가를 만드는 일과 맞먹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 서문 중)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전쟁과 사회』의 초판이 나온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출간됐다. 이 기간 동안 김동춘 교수는 국가기관인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국가폭력이라는 주제를 심화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번 책에는 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겪은 일과 사유했던 고민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날 「지슬」 상영회와 강연회를 겸한 자리에서 그는 국가폭력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문제라고 진단했다.


“영화에서 보인 학살 장면은 3광 작전이다. 모든 건 태우고, 빼앗고, 죽이는 게 3광 작전이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걸 없애는 게 목표인 이 작전은 일본군이 동학농민군을 토벌하며 보여줬던 모습이다. 학살은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소대립이 격화될 때, 대만이나 그리스, 이탈리아에서도 반복됐다. 한국은 광주 5ㆍ18이 그랬다. 지금 국정원 댓글 논란에서도 냉전의 그늘을 볼 수 있다. 좌우만 있고 중간 지대가 없을 때, 극단적인 양자택일을 강요받을 때, 한쪽이 한쪽을 살육한다. 이게 현재 대한민국의 엄혹한 현실이다.”


이후 김동춘 교수와 독자의 간단한 질의응답이 이어진 뒤, 2시간 30분에 걸친 이날 행사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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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 김동춘 저 | 사계절
이 책은 제주도의 서늘한 풍광 아래에서 검은 핏자국을 남기며 사라져간 사람들, 토벌작전?처형이라는 이름으로 무고하게 살해된 영령들을 추모하고 기억하고자 한다. 국가와 반공주의의 이름으로 억압되어 있던 학살의 비밀을 끄집어내고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된 학살의 기억을 되새기고자 한다. 억울한 죽음과 비통한 슬픔을 남긴 전쟁의 실체와 진실은 무엇인가. 원통한 죽음은 제대로 기억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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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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