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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화면보다는 공감과 위트 있는 책이 더 낫지 않아요?

『1cm+』 김은주, 양현정 인터뷰 선물하기 좋은 책을 만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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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에 출간된 『1cm』의 저자, 김은주 카피라이터가 돌아왔다. 전작의 “인생이 긴 자라면, 우리에게는 1cm만큼의 ( )가 필요하다”는 부제처럼 이번 신작에서도 그녀는 우리에게 1cm 만큼의 무언가를 더 주려고 한다. 카피라이터 특유의 기발한 발상과 관찰력이 돋보이는 『1cm+』는 양현정 그림 작가와 협업으로 낸 책이다.

근황을 말씀해 주세요.


김은주 작가(이하 김) : 가로수길에 있는 외국계 광고 대행사인 TBWA에서 종종 야근을 하며 일하고 있습니다. 원래 올빼미형 인간인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쉽지 않네요. 그래도 잠깐 프리랜서로 일하다 다시 회사에 소속되어 일하고 있는데, 더 집중할 수 있고 에너지도 얻는 것 같습니다.

양현정 작가(이하 양) : 프리랜서로 캐릭터 디자인과 일러스트 작업을 하며 개인 작업도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7살이 넘은 고양이 하루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허류는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자  에너지의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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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작가 


기존의 『1cm』가 해외번역 수출되고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요 지금의 1cm 는 어떻게 달라졌는지요.

 

김 : 일러스트와 짧은 글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같지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달팽이 안에 달』이라는 책도 출간했고,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이라는 책의 번역과 카피라이팅 작업도 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또 조금 더 살아온 인생이 더해져 더 다양한 시각이 생겼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1cm 플러스』  를 만들었습니다. 1cm에는 신선함이 있었다면 1cm 에는 신선함 더욱 깊어진 크리에이티브가 담겨있습니다. 또 일러스트 작가와 함께 작업한 덕택에 일러스트의 완성도도 더 높아졌습니다. 첫 책에서는 신경쓰지 못했던 여러가지 디테일한 부분까지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점을 많은 독자가 알아줘서 정말 기쁩니다. 


양현정 작가와는 원래 알던 사이였나요?


김 : 저와 양현정 작가가 만나게 된 과정은 마치 지구 위 두 남녀가 만나는 과정과 비슷했습니다. 마치 겹겹이 이루어진 페스츄리 빵처럼 여러 우연이 겹쳐져 만나게 되었는데요. 한 때 북유럽 인테리어에 매력을 느껴 여러 사이트를 검색하다 커먼키친이라는 인테리어 소품 사이트에 들어갔습니다. 거기서 양현정 작가의 일러스트 포스터를 봤어요. 첫 눈에 사랑에 빠졌습니다. 현정 작가는 당시 허즈베리라는 가명을 쓰고 있었고, 일러스트도 매우 신선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연히 외국 일러스트 작가인 줄 알았어요. 이후에 검색을 해보고 블로그를 찾아냈답니다. 기쁜 마음에 러브콜을 보냈고 그렇게 1cm 가 시작되었어요.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인테리어 소품 사이트를 운영하는 분이 현정 작가의 동생이라 현정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었어요. 제가 북유럽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현정 작가의 동생이 소품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만남조차 운명적이면서 위트 있지요? 게다가 첫 날 똑같은 머리 스타일, 똑같은 스타일의 블랙 코트에 디자인이 완전히 같은 구두를 신고 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나이도 똑같고 생일도 똑같이 겨울이고, 취향도 비슷해서 아 이건 '운명이다'라고 느낄 정도였죠.


작업은 어떻게 협업했나요?


모든 작업은 이메일로 주고받으며 진행되었는데요. 마치 어렸을 적 친구와 하던 펜팔 같아서, 힘든 작업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언제나 텍스트와 비주얼이 합쳐졌을 때의 시너지를 중요시하는데요, 제가 먼저 글에 어울리는 비주얼을 구상해서 스케치한 후 보내드리면, 그것을 참고하셔서 현정 작가님이 일러스트 작업을 하셔서 메일로 보내주십니다. 그 일러스트를 보고 제가 또 구체적으로 의견을 드리고, 이렇게 수많은 의견교환과 여러 번의 수정작업 끝에 일러스트가 하나씩 완성됩니다. 굉장히 공이 많이 들어가는 과정이고, 그 만큼 멋진 작품으로 나와준 것 같아 모든 작업을 마치고 저와 현정 작가님 둘 다 정말 행복해했습니다. 그 행복을 독자 여러분도 느끼시리라 확신합니다. 


양현정 작가님은 책 작업은 처음인데요. 어땠나요.


양 : 책이라는 매체로 일러스트로써 이야기하고 그 느낌을 전달하는 것은 또 다른 설렘과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김은주 작가와 함께 아이디어와 표현에 관해 재미있고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해봤습니다. 새로운 도전이었죠.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여러가지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어서 더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힘과 위로를 받았기에 더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었고 그 마음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이 다른 에세이나 자기계발서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김 : 무엇보다 저는 모든 것에 초탈한 현자도 아니고 나이가 많아 세상의 이치를 모두 깨달은 도인은 더더욱 아닙니다. 야근으로 녹초가 되기도 하고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독자와 똑같이 생활하는 사람입니다. 똑같이 꿈을 좇고 좌절도 하고 사랑하고, 또 힘들지만 스스로를 다독여 일어서는 사람이기에, 제가 발견하고, 배우고, 힘을 얻은 것들을 독자들이 더 공감할 수 있고, 또한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작가로서, 지나칠 수 있는 인생의 부분들을 포착하고 거기에서 잊고 있었던 의미들, 우리에게 필요한 삶의 가치들에 대해 재조명하고, 공감하고, 다시 돌이켜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하지요.


『1cm 플러스』를 만드시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 : 책을 쓰면서 항상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위트와 공감입니다. 공감에 대해서는 위 질문에서 대답을 했으니 위트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위트는 다른 말로 소통이고 또한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나르시시즘이나 권위주의에 매몰된 사람은 위트를 가질 수 없습니다. 남은 신경 쓸 필요 없이 오직 자기 자신만 즐거우면 되고 세상의 중심은 자신입니다. 그에 반해 위트는 다른 사람을 향하고 있습니다. 위트는 따뜻합니다. 또한 위트는 크리에이티브입니다. 평범한 것으로부터 색다른 포인트를 찾아내어 즐거움을 주죠. 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고 늘 크리에이티브한 시각을 갖고 의미를 찾고 전달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래서 1cm 에서도 심각한 얼굴과 어려운 척 하는 단어는 던져버리고 위트로 많은 것들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마냥 위트만 계속 되는 것은 아니고 즐거움과 진지함이 반반씩 공존하지요. 인생처럼요.

 

책에는 글과 그림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재미난 장치가 들어있는데요.


책 속에 숨어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장치들은 『1cm』,『달팽이 안에 달』, 『1cm 플러스』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독서량은 OECD국가들 중 가장 낮다고 합니다. 또 스마트폰 때문에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책을 외면하도록 만들기 보다 책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만들고 책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cm >는 책을 좋아하는 독자부터 많이 읽지 않는 독자들까지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책이라서 가능한 여러가지를 시도해봤습니다. 페이지를 접으면 내용이 반전된다거나, 세계최초 독자 몰래카메라(?)를 숨겨놓는다거나, 다른 페이지로 건너 뛰게 만든다거나 하는 흥미로운 장치들이 그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준비한 마지막 페이지에 붙어있는 한정 일러스트 엽서도 멋진 선물인 동시에 그러한 장치 중의 하나가 되겠지요. 하나의 멋진 무대를 위해 철저하게 무대장치를 준비하는 것처럼 『1cm 』를 구입해서 첫 장을 넘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책을 덮을 때까지 총체적인 과정이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디자인되었습니다.1cm 를 읽는 것이 노래방보다 놀이공원보다 재미있을 수 있도록, 그래서 책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도록 책 한 권에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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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라이터답게, 책 속에는 짧지만 강력한 문장을 많이 썼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근거 없는 낙관이 대책 없는 비관보다 낫다’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책 속에 담은 문장은 인용 없이 모두 창작하신 건지요? 두 분이 1cm 에서 마음에 드는 꼭지를 하나씩 소개해주신다면?


김 : 네 모든 내용이 순수창작입니다. 하나를 꼽기가 참 어려운데 고르자면, '하늘색이라는 고정관념'입니다. '하늘색'이라는 고정관념처럼 우리를 둘러싼 고정관념과 그것을 깨는 새로운 생각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양 : '위로의 재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책에 있는 글과 일러스트가 어우러져 아름답습니다. 선물하기 좋은 책, 이라는 평도 있던데요. 이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 3명만 꼽아 주세요.


김 : 부모님, 멀리 캐나다 살아서 한국을 접하기 힘든 친구, 제 오랜 독자님께 선물하고 싶습니다 

양 : 부모님, 한결같은 오랜 친구, 따뜻한 배려로 고마운 분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책이지만 읽고 나면 가벼운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의도하신 것인지요?


저는 소통하는 크리에이터이고, 어려운 척 해서는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나올 수 없습니다. 감동이나 공감, 놀라움을 주려면 어렵게 접근하기 보다, 보는 사람이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제가 글을 쓰거나 비쥬얼을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인데요. 쇼펜하우어의'독자가 이해하지 못하는 글처럼 쉬운 것은 없다, 반대로 중요한 사상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끔 글을 쓰는 것처럼 어려운 일은 없다'라는 말에 100% 동의합니다. 이해하기 쉬운 책이지만 한편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난 독자분들은 가볍지 않은 책이라서 좋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글이 전하는 메시지에 인생의 가치나 진리, 그리고 우리의 일상과 현실에 관한 어떠한 통찰과 인사이트, 새로운 생각들을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김 : 1cm가 해외에 번역 수출 되었고, 벌써 『1cm 플러스』도 해외판권을 얘기하는 에이전시가 많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소설은 수출되는 경우가 많지만 에세이 같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들었습니다. 1cm 플러스에는 세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생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어 글로벌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러스트 또한 외국의 여느 일러스트레이터보다 뛰어나고 매력있어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알랭드보통이 있는 영국에서 사인회를 하는게 꿈인데 현재 한국의 많은 독자분들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하게 나아갈 수 있는 첫 신호라고 믿고 있고 제 꿈이 머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1cm나 앞으로의 작품을 통해 한국의 베스트셀러 뿐 아닌 세계의 스테디셀러로 한국 콘텐츠의 우수성과 한국 출판의 힘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양 : 사람들의 바쁘고 지친 일상에 『1cm 플러스』가 힘이 되고 잊고 있던 소중한 것은 다시금 일깨워주는 그런 책이 되어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앞으로도 즐겁고 재미있게 그림을 그리고 싶으며 소소하게 삶과 과정을 즐길 줄 아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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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플러스 김은주 저/양현정 그림 | 허밍버드
2008년 출간, “인생이 긴 자라면, 우리에게는 1cm만큼의 ( )가 필요하다”는 독특한 부제를 달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1cm》. 카피라이터 특유의 기발한 발상과 관찰력을 재기 발랄하면서도 인상적인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어 찬사를 얻었다. 그리고 2013년 여름,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1cm (1센티 플러스)》라는 제목에서처럼, 첫 ‘1센티’에서 보여주었던 재치와 위트, 감성을 한층 ‘플러스’해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읽는다기보다는 보고, 느끼고, 이야기에 직접 참여하도록 이끄는 이 책은 어제와 똑같던 오늘에 청량감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우리의 머리와 가슴을 움직여, 하루하루를 실로 새롭게 살아가도록 하는 에너지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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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민규(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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