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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총, 정의롭고 게으를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내 삶을 바꾼 한 구절』작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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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월일기』, 『욕쟁이 예수』의 저자로 유명한 박총 작가. 그의 신작 『내 삶을 바꾼 한 구절』강연회가 지난 7일 광화문에서 열렸다. 작가는 “여기 실린 반짝이는 구절들이 한껏 교태를 부려, 어서 독자들을 유혹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박총이란 이름에는 어떤 캐치프레이즈가 담겼다.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서울 수유리 삼각산 자락에 셋집을 얻어 소비문화를 거스르며 사랑하는 안해(집‘안’의 ‘해’, 그는 아내를 안해라 부른다)와 네 아이 해민ㆍ화니ㆍ해언ㆍ해든과 다복하게 살고 있다. 탁월한 영성 작가라는 평에 걸맞게, 안방에서 애를 낳고 손수 산후조리를 했으며, 차상위계층으로 살면서도 유기농 식단을 꾸리고 불필요한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등 생활 속에서 복음을 살아내려 애쓰고 있다.

『내 삶을 바꾼 한 구절』은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삶의 갈피마다 켜켜이 스며든 125개의 문장으로 이뤄졌다. 오늘의 그를 있게 만든 문장들이다. 이날 모인 독자들은 기꺼이 그의 삶에 동행하고자 했다. 독자는 스스럼없이 물었고, 작가는 답했다.




대구에서 태어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함이 느껴지지 않아요.

저는 1971년 음력 10월 2일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단칸방에서 태어났습니다. 8살까지 대구에서 살다 서울 변두리로 이사 왔죠. 제 성격은 어머니의 영향이 컸습니다. 풍부한 어휘, 다정다감한 미소, 따뜻한 마음을 지닌 분이셨는데요. 어머니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곤 했는데, 어찌나 재밌었던지 지금 돌이켜봐도 막 가슴이 설렐 정도입니다. 그런 어머니의 성품을 많이 닮아,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함에서 구원(?)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웃음).

책 제목이 『내 삶을 바꾼 한 구절』입니다. 정말 책이 삶을 바꿀 수 있나요?

책 한 권, 한 구절의 반짝이는 문장을 읽는다고 해서 사람의 삶이 금방 바뀌진 않아요. 우리 삶은 만만하지 않잖아요. 삶이 책 한 권 읽어서 바뀐다고 말하면 그건 삶에 대한 모욕이죠. 전 책이 삶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고 생각해요. 놀라운 건 삶의 태도가 바뀌면 점차 삶이 바뀐다는 점이죠. 저는 안해와 10년 동안 연애했는데요. 연애기간이 긴만큼 위기도 많았죠. 그럴 때마다 저를 붙들어 준 것은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와 같은 책이에요. 제가 가정 출산을 계획했던 것도 미셸 오당의 『농부와 산과의사』의 영향이 절대적이었고요. 차상위계층으로 살면서 유기농 식단을 계속 고집한 것도 『녹색평론』, 제레미 리프킨 『쇠고기를 넘어서』 등과 같은 책의 영향을 계속해서 받은 덕분이에요.

책의 내용 중 오늘 모인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구절이 있나요?

‘시든 꽃에 반하다’와 ‘늘 있는 것들을 위한 노래’를 고르고 싶어요. 저는 우울증 때문에 1년 반 정도 정신과 치료 상담을 받고 있어요. 여기 오기 전에도 병원에 다녀왔고요. 오늘 의사가 ‘사람의 마음속에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있기에, 다른 사람이 욕망하는 것을 내가 욕망할 수도 있다’라는 말을 했어요. 이 말은, 만약 남이 내게 바라는 일이 있어요. 나는 남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 그 일을 해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착각하면서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이걸 혼돈해요. 그런 사람들에게 “아직 반할만하다”라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기쁠까, 행복할까, 힘이 날까라는 생각에 이 시를 골랐어요. ‘늘 있는 것들을 위한 노래’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늘 마시는 공기, 뺨에 스치는 바람 한 줄기, 밥 한 숟갈, 물 한 모금을 노래하고 기뻐할 수 있다면, 이 사회가 승자ㆍ강자를 위해서만 노래 부르는 땅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바람을 담아 선정하게 됐고요.

시들어가는 꽃을 보면, / 놀라지 않게 조심스레 다가가, / 입술에 닿은 깃털의 촉감 같은 목소리로 / “아직 햇빛이 반할 만하오”라고 속삭여주어야지.
_황선하 <그린음악농법>

피는 꽃엔 웃음 짓고 지는 꽃엔 찌푸리기 마련인데 여기, 시든 꽃을 향한 시인의 마음 씀씀이가 극진하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많은 여인들은 날마다 이울어간다. 여성이 꽃이라고 믿는 이라면 속삭여주자. 입술에 닿은 깃털의 촉감 같은 목소리가 느끼하다면 평소보다 조금만 더 다정하게 속삭여 보자. 아직은 반할 만하다고.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18p ‘시든 꽃에 반하다’
작가님 정도의 경력이면 글감이 떠오르는 대로 글이 써질 것만 같은데요.

글을 쓰다 보면 어떤 날엔 너무 기분 좋고 흥분되는 날이 있어요. 그것 때문에 글쓰기를 업(業)으로 선택하고, ‘글밥’먹고 살아야겠다고 결정했죠. 글쓰기는 즐거움인 동시에 고통이고 괴로움이에요. 평생 함께하고 싶은 여자와 좋아서 결혼했지만, 가끔은 그것이 고통이고 아픔인 것처럼. 시칠리아에 가면 청동으로 된 암소가 있어요. 죄인을 그 안에 넣고 불로 태워 죽이기 위해 고안된 일종의 사형 집행 기구인데, 소의 코에는 피리가 꽂혀있다고 해요. 사람이 불에 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지르면 이것이 피리 소리가 되어 밖으로 울려 퍼지는 거죠.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제 안에 있는 무수한 고통, 비명, 괴로움이 좋은 글로 나오는 것 같아요.




책에는 125개의 구절이 담겼는데요. 그 많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나요(웃음)? 어떻게 하면 독서를 잘 할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다 읽은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어요.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읽어야 독서인가요. 읽다가 재미없으면 보지 마세요. 짧은 인생인데 재미없는 책을 붙들고 살 필요 있나요. 완독한다고 상 주는 것도 아니고. 저는 24~28살 때 가장 책을 많이 읽었어요. 그때는 일 년에 300권씩 봤죠. 지금은 그렇게 절대로 못 읽어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제 일상이 그래요. 아침에 일어나서 네 명의 아이들 밥 먹이고, 씻기고, 학교 보내면 오전 9시 10분, 설거지하고 청소기 돌리면 10시 30분이에요. 제가 휴대전화가 없으니 밤사이 연락 온 것은 없는지 e메일ㆍ페이스북 체크하고, 잡무를 처리하다 보면 정오가 되죠. 대충 점심 먹고 책 보고 글을 쓰다 보면 3시,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요. 간식 챙겨주고, 숙제 봐주고 책 좀 볼라치면 저녁상 차릴 시간이 되죠. 책 읽을 시간이 거의 없어요. 매일 아이들에게 잠자기 전 1시간씩 시와 이야기책을 읽어주고 읽는데, 그때가 유일한 독서시간인 적도 많아요. 물론 이것도 아이들 개학할 때 이야기죠. 지금은 방학해서 얼마나 정신이 없나 몰라요. 책을 많이 못 읽는다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그냥 『내 삶을 바꾼 한 구절』을 보면 125권 읽은 효과가 나요(웃음). 이 책을 읽다 팍 꽂히는 문구가 있을 거예요. 그럼 그 책을 사서 읽으면 돼요. 즐겁게 독서 생활하길 바라요.

여기에 소개된 책 중 작가님의 네 아이가 꼭 읽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요?

여기 있는 책은 다 읽었으면 좋겠어요. 몇 권만 꼽자면,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소신껏 삶을 산다는 게 어떤 것인지, 정의의 길이란 무엇인지 알려주는 책이에요. 전 아이들이 손을 내밀면 기꺼이 그 길을 함께 비틀거리며 걸을 거예요. 다음으론 『문익환 평전』. 이 책에는 한국 근현대사가 다 나와요. 문익환 선생님 가정에서는 밥상머리에서 정치, 사회, 종교, 철학, 문학, 예술 등 각종 사회 현안들이 나오고, 가족끼리 불꽃 튀는 토론을 했대요. 진정한 명문가는 이런 게 아닐까 해요. 저도 아이들이 크면 사랑과 인생을 논하며 밥을 먹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은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 꿈꾸는 미래의 삶은 어떠하나요?

정의롭고, 게으를 수 있는 세상, 선택의 여지가 있는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게으름과 성실함 중에 선택할 기회를 주지 않고 무조건 열심히만 살라고 하는 사회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이에요. 또 순종과 불순종의 여지를 주지 않고 무조건 순종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대단히 악(惡)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는 특히 획일적이에요. 다양성이 확보되는 사회가 됐으면 하죠. 교회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나이 마흔 넘어서 레게머리하고 강대상에서 설교했어요. 보수적인 교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짓이죠. 왜 그랬을까요? 철없는 사십 대의 객기였을까요? 아뇨. 저는 교회 안에서 저 같은 미친놈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것을 넉넉하게 받아들일 줄 아는 사회ㆍ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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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바꾼 한 구절 박총 저 | 포이에마
성프란체스코의 잠언에서 네루다의 시까지, 권정생의 산문에서부터 폴의 노랫말까지 다양한 분야의 구절을 담은 이 책은 삶의 갈피를 잃고 헤맬때 당신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빛나는 삶의 지침표가 되어 준다. 끊임없는 성찰 속에 피어난 영성적 빛을 모아 한 권에 응축시킨 각각의 ‘한 구절’은 독자 스스로가 자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지를 알게 하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태어날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가슴에 불을 지르듯 인생에 지울수 없는 흔적을, 깨달음을 남기고자 한다면 이 책에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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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박현희

담백한 만남, 담백한 인생. hhpar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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