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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그룹 메인보컬, 누가 누가 잘하나!

씨크릿의 ‘송지은’부터 원더걸스의 ‘선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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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장르도, 세대도, 그리고 연령대도 모두 뒤섞여 보컬 갑(甲)을 순위로 정하는 것만 보고 들어왔을 뿐입니다. 그걸 잠시 차단하고, 2세대 걸 그룹으로 한번 범위를 한정해보는 게 어떨지요?

그동안 장르도, 세대도, 그리고 연령대도 모두 뒤섞여 보컬 갑(甲)을 순위로 정하는 것만 보고 들어왔을 뿐입니다. 그걸 잠시 차단하고, 2세대 걸 그룹으로 한번 범위를 한정해보는 게 어떨지요? 각기 다른 개성을 앞세운 걸 그룹 메인보컬 탐구입니다. 저 선배가수들처럼 이들도 한철장사로 왕창 벌어 반짝 스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할 노래이기에 진심으로 노래를 사랑하는 가수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노래하려고 하는 점이 사랑스럽지 않나요? 이왕 탐구하는 김에 그들이 불렀으면 하는 노래도 추천해봅니다. 참, 소녀시대의 제시카, 씨스타의 소유, 에프엑스(F(x))의 크리스탈 등이 없다고 아쉬워하지는 말기! 서브 보컬은 다음 편에!


‘무공해 보컬’ 씨크릿 송지은!

대세 콘셉트인 섹시를 굳이 밀고 나가지 않아도 ‘씨크릿’은 소리 없이 강합니다. 그들만의 명랑하고 발랄함은 걸그룹 전쟁에서 살아남는 깜찍한 무기 덕분일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메인보컬 송지은은 조금 특별합니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연기 등으로 부업을 하는 아이돌이 대부분이지만 씨크릿의 모든 곡에 코러스를 전담하는 점입니다. 가만히 들어보면 씨크릿의 인기곡 첫 소절과 코러스는 모두 송지은의 담당입니다.


풍부한 성량이나 과한 기교가 없이도 각기 다른 장르의 세곡을 들어보시면 그의 매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답니다. 색소폰 연주가 강렬한 「포이즌」은 특유의 여린 음색에 한껏 힘을 더해주니 과감하고 매혹적이고 스윙 리듬의 「샤이보이」는 깔끔하고 톡톡 튀는 목소리가 청량감이 넘치지요. 반면 알앤비 힙합 장르의 솔로곡 「미친 거니」는 그동안의 씨크릿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곡으로 싸늘하면서도 음습하게 들립니다. 가사 전달력과 표현력까지 섬세하죠.

이렇듯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리면 그리는 대로 그려지는 송지은의 보컬은 무공해입니다. 장르의 쏠림현상이 없는 게 최대강점이라고 할까요. 송지은의 보컬이 있기에 씨크릿이 강자로 군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노래 지망생들이 송지은 운운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보아 「록 위드 유(Rock with you)」 : 꾸밈없이 순수한 목소리가 강한 비트의 곡을 만난다면? 약간은 거친 음색이어도 괜찮으니 반전을 기대합니다.


‘아이돌판 나가수’ 씨스타 효린!

2010년 데뷔 후 「가식 걸」, 「니까짓게」 등이 은은한 인기를 끌었지만, 씨스타를 각인시킬 강력한 한 방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걸 그룹 홍수 속에 휩쓸릴 뻔했지만, 효린은 <불후의 명곡 2>의 합류와 동시에 첫 회 우승으로 단번에 인지도를 끌어올립니다. 그가 우승을 차지한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은 효린이 비축해두었던 모든 것을 발산합니다.


효린이 가진 모든 것은 씨스타의 곡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지만, 이 곡에 더욱 꽉 들어차 있지 않나 싶습니다. 고음 성대를 잠시 차단하고, 고요한 도입부에서부터 시작되는 감정전달과 집중력은 앞으로 3분여 동안 어떤 모습을 선사할지 기대하게 하지요. 안무를 하면서도 흔들림이 없는 보컬을 들려주기도 하고 시원시원한 음색은 듣는 이마저도 속이 탁 트이게 합니다. 특히 고음의 목소리는 흑인 남자꼬마 같기도 합니다.

통상 성량으로 경쟁하는 보컬은 고음구간에서만 유독 자유로운 것이 전부일 수 있지만 효린은 기승전결마저 꼼꼼히 짚어줍니다. 먼 훗날의 디바로 가장 기대되기도 합니다. 특유의 허스키보이스에 탄탄한 가창력 그리고 구릿빛 피부의 3종 세트는 효린만이 가지고 있는 전무후무한 캐릭터입니다. ‘신의 한 수’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가요?

룰라 「3!4!」 : 허스키한 남자꼬마의 목소리로 이 곡을 부르면 어떨까요?


‘걸 그룹 원탑’ 소녀시대 태연!

끊임없이 쏟아지는 걸 그룹 덕분에 수요자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끊임없이 넓어지고 있는데요, 어떻게 태연은 그 전국 속에서도 독보적인 위치에 있을까요? 아마도 태연의 말 하는 듯 조근 조근 부르는 분위기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듣는 이에게의 전달력은 배가 되죠. 이러한 매력이 요즘엔 흔치 않지만, 예전에만 해도 여럿 있었습니다! 특히 故 유재하( 「우울한 편지」), 별( 「12월 32일」), 서인영( 「가르쳐줘요」)이 그렇지요.


화려한 알앤비 창법이 주류가 되어 그러한 목소리가 사라진 듯 보였지만 태연에게서 다시 느낄 수 있습니다. 노랫말 한자, 한자에 정성을 담아서 부르는 태연의 베스트 곡을 딱 하나만을 고르기는 곤란하지요. 라디오 DJ시절 라이브로 부른 김범수의 「보고 싶다」,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 지영선의 「소원」 등 절제감이 있는 발라드들을 떠올려 보세요. 「만약에」, 「들리나요」, 「미치게 보고 싶은」, 「사랑해요」 등 태연의 OST 분위기와 비슷하죠? 그가 잘 부르고 좋아하는 장르인 것을 느낄 수 있지 않나요?

하지만 그룹 활동을 하면서 「지(Gee)」, 「The Boys」, 「I got a boy」 등의 곡과 유닛 태티서에서의 「트윙클」까지, 각기 다른 장르의 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구김살 없이 피팅 했답니다. 태연은 고막을 잠식하는 전력보컬도, 짙은 호소력도 소유하고 있지 않답니다. 강렬한 개성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무기입니다.

투투 「일과 이 분의 일」 : 웬만한 장르는 다 소화해내고 보여주었기에, 1990년대 레게 붐의 향수를 부르면서도 신세대들의 사랑방식을 소통했던 이 곡은 어떨까요?


‘매혹의 숨소리’ 애프터스쿨 레이나!

‘본체(애프터스쿨)를 위협하는 유닛’ 오렌지 캬라멜의 메인보컬이기도 한 레이나는 흐느끼는 숨소리가 매력이 넘친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삽입곡에 어울릴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절정에 이르렀을 때의 숨소리를 동반한 애드리브 보컬은 정말 더할 나위 없습니다. 기본 3옥타브를 넘나드는 「너 때문에」, 「뱅(Bang)」, 「마법 소녀」 그리고 「아잉♡」 등에서 제대로 그걸 느낄 수 있죠.


오렌지 캬라멜의 「아직」 이라는 발라드 곡은 마치 레이나를 위해 존재하는 곡처럼 진성, 가성, 옅은 떨림, 애드리브 등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간혹 라이브 무대에서 보이는 불안한 모습들이 보완된다면, 레이나 역시 자신만의 개성을 확실히 잡고 있으면서 빈틈없는 보컬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사준 「Memories」 : 레이나 특유의 흐느낌으로 밀고 당기면서 불러낸다면 한층 더 새롭고 세련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에이핑크 정은지!


에이핑크에서 그의 목소리는 다른 메인보컬들과는 어딘지 모르게 구별되는, 뭐랄까요 감추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듭니다. 숨겨진 실력을 잠시 비축해 두고, 걸 그룹 콘셉트에 맞춰 예쁘게 꾸민 목소리라고 할까요? 실제로 백상예술대상에서 더원과 함께 부른 「겨울 사랑」이라는 곡에서는 걸 그룹 분위기가 전혀 없습니다. 본인의 보컬 스타일을 시원히 드러냈던 그 곡에서, 왠지 모르게 편안해 보이는 모습은 물론, 걸 그룹 활동 때와는 전혀 다른 우렁차고 거침없는 보컬을 들려주었습니다.

언젠가는 소녀티를 벗는 걸 그룹의 고정 콘셉트 절차를 에이핑크도 밟게 된다면, 정은지가 보여준 성숙한 보컬을 그룹 활동에서도 볼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소녀시대 효연이 「I got a boy」를 만나고서야 드디어 본인의 스타일을 드러낸 것처럼 말이죠.

박미경 「기억 속의 먼 그대에게」 : 정은지가 가지고 있는 성숙한 보컬과 파워풀함이 이 곡에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올 수 없는 내공’ 브아걸 제아!

‘센 언니들’ 브아걸의 리더이자 메인보컬 제아. 앞서 소개한 메인보컬 중 가장 연장자인 그는 노련미와 내공 부문에서 누구도 따를 수 없습니다. 상당합니다. 2006년 데뷔곡 「다가와서」, 후속곡 「Second」는 직설적인 화법에 어딘지 모를 슬픔이 스며져 있는 곡입니다. 4명의 멤버가 다양한 개성을 갖고 있지만 그중 제아만이 유독 신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지요. 그건 실력 때문입니다.


절제감은 물론 탁월한 밀고 당김이 능숙합니다. 다양성을 시도한 곡 「식스센스」에서도 그의 매력은 여지없이 드러납니다. 속이 탁 트이는 음색도 시원스럽지만, 안정감 또한 넘칩니다. 어떤 노래에서도 주저 없는 유연한 곡 지배력은 물론 다양한 곡들을 소화해낼 줄 알지요. 제아는 언제든 실망을 주지 않는 믿음직한 보컬입니다.

클래지콰이 「She is...」 : 누구든 실연을 당한 것처럼 만드는 마성의 곡에, 제아의 뛰어난 감정전달이 녹아든다면 어떤 고독을 가져다줄까요?


‘Wonder vocal’ 원더걸스의 선예!

2001년 박진영의 영재 육성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약 6년간 연습생 시절을 지냈지요. 오랜 기간의 트레이닝을 통해서인지 티 없이 말끔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곡이든지 정석대로 소화해내며 감정전달 또한 뛰어납니다. 자신의 보컬 스타일로 변형시킨다거나 애드리브를 추가하는 등 강한 개성을 남기지 않습니다.


드라마 <한성별곡>의 삽입곡 「일월지가」라는 곡은 서로 만날 수 없는 슬픈 운명을 이야기하는 곡입니다. 섬세한 감정전달과 진지함을 요구하는 이 곡은 선예의 깊이 있는 음색이 인상적입니다. 그리움을 터뜨리는 절정,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운명을 인정해버리는 끝 부분까지 확실하게 짚어주며 발음도 정확합니다.

박진영과 함께 부른 「대낮에 한 이별」 역시도 위와 같은 기능을 여지없이 곡에 녹여냅니다. 다년간의 연습기간에 맺혀있는 피나는 노력으로 완벽한 소화력과 집중력을 길러주고 쓸모없는 버릇은 과감히 털어버렸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한 시대를 풍미한 걸 그룹으로 기억될 원더걸스의 리더 선예입니다.

글/ 허보영(stylish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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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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