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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 싫은 프로야구 구단의 ‘암흑기’ - 삼성과 LG, 현대(히어로즈) 편

8개 구단 ‘흑역사’ 이야기 (1편) 어느 팀이나 ‘암흑기’는 있는 법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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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커브 다섯번째는 ‘흑역사’ 이야기입니다. 어느 팀이든 우리 역사의 구한말처럼 ‘흑역사’는 있게 마련입니다.

‘흑역사’란 무엇인가

역사서 읽기를 꽤 좋아하는 지인이 있습니다. 한국사의 주요 사건들은 줄줄이 꿰고 있어서 같이 이야기 나누는 게 즐거운 분인데 이 분이 유독 말하기를 꺼려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고종의 집권에서 망국으로 이어지는 시기입니다. 주변 열강들에 너무나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이 시기의 역사를 보면 ‘울화통이 치민다는’ 것입니다. 소위 민족 최대의 ‘흑역사’는 보기도 읽기도 생각하기도 싫다는 것인데 아마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꽤 계실 것입니다. 야구로 치면, 내가 응원하는 팀이 상대 투수에게 퍼펙트 게임을 당한 그 경기를 또 보고 싶은 팬이 누가 있겠습니까.

돌커브 다섯번째는 ‘흑역사’ 이야기입니다. 어느 팀이든 우리 역사의 구한말처럼 ‘흑역사’는 있게 마련입니다. 최고의 명문 구단이라는 뉴욕 양키스도 10년 간의 암흑기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죠. 원인과 결말, 그 후유증 등은 모두 다 다르지만 각 구단마다 그 팬들이라면 기억하기 싫은 역사가 있습니다. 기분으로야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사실 흑역사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도래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한번쯤 이 시기를 되짚어 보는 게 필요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신생팀 NC 다이노스를 제외한 현 8개 구단의 가장 임팩트가 강했던 흑역사를 두 번에 걸쳐 간략히 정리해 봤습니다. 순서는 현재 팀순위에 따랐고, 연고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여 SK 와이번스는 쌍방울 레이더스로, 넥센 히어로즈는 현대 유니콘스로 대체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져주다가 진짜 지다! (1984년)

삼성 라이온즈는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지금까지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원년 당시 팀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는 유이한 구단입니다. 대한민국 최대 재벌이 모기업인 만큼 항상 든든한 지원 속에 좋은 선수들을 확보해 호성적을 기록해 왔지요. 정규시즌 기록만 놓고 보면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한 팀이 삼성입니다. 원년부터 2012년 시즌까지 보면 통산 2091승 1617패로 5할6푼3리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후기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1985년의 경우는 77승 32패 1무로 무려 7할이 넘는 승률을 기록한 적도 있습니다. 31 시즌 동안 5번 우승(1985년 전/후기 통합우승 제외)을 차지했고 4위 밑으로 떨어진 적은 4번,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진 적은 5번에 불과합니다. 삼성 팬들은 야구 보면서 즐거웠던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물론 삼성도 아킬레스건이 있었습니다. ‘눈물의 가을’이 그것입니다. 2002년 첫 우승 전까지, 포스트시즌에는 자주 나갔으면서도 정작 한국시리즈에서는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으니까요. OB 베어스에 패한 원년도 뼈아팠지만 삼성 라이온즈 역사에서 가장 뼈아팠던 ‘흑역사’는 1984년 한국시리즈일 것입니다. 혼자 4승을 챙긴 ‘무쇠팔’ 최동원이 영웅으로 탄생한 그 시리즈가 삼성에게 있어서는 가장 기억하기 싫은 순간인 것이지요.

1984년 한국시리즈는 잘 알려진 것처럼 ‘져주기 논란’ 등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던 시리즈였습니다. 당시 최강 전력을 구축하고 있던 삼성은 시리즈의 상대로 나름대로 탄탄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던 원년 우승팀 OB 베어스 대신 ‘만만해 보이는’ 롯데 자이언츠를 선택합니다. 이미 전기리그 우승으로 한국시리즈 티켓을 확보하고 있던 삼성은 후기리그 우승이 OB와 롯데의 치열한 대결로 진행되자 롯데에 일부러 지면서(결국 후기리그는 롯데가 반게임차로 우승) 시리즈 파트너로 롯데를 선택하게 됩니다. 상대전적 9승 1패로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당시 삼성 김영덕 감독은 우승을 100%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리즈 우승은 4승 3패로 롯데에 돌아갔습니다. ‘승부조작’이라는 오명을 감수하면서까지 롯데를 택했으나 그 상대에게 제대로 당하고 만 것입니다. 최동원이 믿을 수 없는 4승의 기록을 남겼고 7차전 유두열의 극적인 3점 홈런은 아직도 롯데 팬들에게는 최고의 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패배 이후 18년이 지나서야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김영덕 감독은 이후에도 삼성과 빙그레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단 한번의 우승도 차지하지 못하게 되죠.


LG 트윈스-카리스마에서 금지어로(2004년~2006년)

LG 트윈스 팬들에겐 죄송한 말씀이지만 현재 시점에서 ‘흑역사’하면 바로 떠오르는 구단은 LG 트윈스입니다. 2002년 준우승 이후 작년까지 무려 10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구단은 KBO 역사상 전무했습니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 수도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프리미엄, 열성적인 팬 등 성공의 조건을 모두 갖추었음에도 LG는 암흑의 역사를 계속 해 오고 말았던 것이죠.

지난 10년 간의 암흑기 중 팬들이 가장 기억하기 싫어하는 그리고 팀 자체가 가장 많이 망가진 시기가 2004~2005년 이순철 감독(현 기아 타이거즈 수석코치)이 지휘봉을 잡았던 2년 간입니다.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이 시기 LG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이른바 ‘팀 케미스트리’가 붕괴하고 말았습니다.

2002년 준우승에도 불구하고 ‘신바람 야구’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성근 감독을 해임한 LG는 94년 우승 당시 사령탑인 이광환 감독을 다시 영입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2003년 LG는 60승 71패를 기록해 6위의 성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합니다. 이 와중에 당시 주니치 드래곤즈 은퇴한 후 연수중이던 선동열 당시 KBO 홍보위원이 국내 지도자 진출을 선언하자 LG와 두산이 공개적으로 영입전쟁을 벌이게 되고 이광환, 김인식 두 감독은 이른바 ‘용퇴’ 형식으로 물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선동열 위원은 스승 김응용이 사령탑으로 있던 삼성에 투수코치로 가게 되고 LG와 두산 두 팀은 부랴부랴 새 감독을 선임하게 되는데 이 때 선임된 감독이 이순철, 김경문 감독입니다. 이후 두 팀은 상반된 길을 걸어가게 됩니다.

당시 LG 프런트는 이순철 신임 감독에게 현역시절의 카리스마로 팀을 강하게 운영하길 기대했고 실제로 이순철 감독은 강성으로 팀을 운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인위적 세대교체’가 무리하게 진행된 것이 문제였습니다. 기타 치는 것을 문제 삼아 LG의 상징 같은 선수인 이상훈을 SK로 보냈고 김재현 역시 FA를 통해 다른 팀으로 보냈습니다. ‘꾀돌이’ 유지현도 조기 은퇴를 시키고 말았죠. 팀의 구심이 사라지고 만 것이죠.

반면 본인이 주도한 트레이드나 선수 영입은 ‘참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진필중, 마해영, 최상덕, 강상수 등 데려온 선수들은 하나같이 극도의 부진을 보였고 반대로 기아로 보낸 이용규는 국가대표 중견수가 되었습니다. 지나친 강성 일변도의 팀 운영으로 선수들은 주눅들어 플레이하기 일쑤였고 급기야 팬들은 상당히 자극적인 문구의 현수막으로 퇴진을 요구했고 2006년 시즌 도중 자진 사퇴를 하고 맙니다. 이 해 LG 트윈스는 팀 역사상 최초로 꼴찌를 경험하게 됩니다. 구단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이순철이라는 이름이 ‘금기어’가 될 정도로 팬들이 이때 받은 상처는 컸습니다.

2위를 달리고 있는 올해, 과연 10년의 흑역사가 끝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현대 유니콘스(넥센 히어로즈)-왕조의 비극적 몰락(2008년)

원년 인천을 연고로 창단한 삼미 슈퍼스타즈는 약팀의 대명사였습니다. 삼미를 계승한 청보 핀토스는 참담한 성적을 남긴 채 2년 만에 없어졌고(허구연 해설위원이 1년 간 감독을 맡기도 했지요) 청보를 인수한 태평양 돌핀스도 강팀이었던 적보다 약팀이었던 적이 더 많았습니다. 이런 ‘인천 야구의 한’을 풀어준 팀은 태평양을 계승한 현대 유니콘스였습니다. 1998년 한국시리즈에서 LG 트윈스를 꺾으면서 인천 연고팀 최초의 우승을 이뤄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우승을 시작으로 ‘현대 왕조’가 건설되기 시작합니다.

프런트와의 기기 막힌 호흡을 통해 김재박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에서 본인의 야구를 꽃피웁니다. 정민태, 김수경, 임선동, 위재영, 조웅천, 조용준 등 막강한 투수진을 바탕으로 특유의 작전 야구가 만개하게 된 것이지요. 98년 우승을 시작으로 현대는 2000년, 2003년, 2004년 패권을 연달아 차지하면서 리그의 최강자로 군림하게 됩니다. 전성기 해태 타이거즈에 버금갈 막강 전력을 구축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대 왕조도 허무하게 몰락을 하고 맙니다. 2000년부터 시작된 모기업 현대전자의 재정난과 현대그룹의 분열, 2003년 구단주 정몽헌 회장의 자살로 인해 현대家에서는 지원을 완전히 중단하게 됩니다. 또 2000년부터 추진한 연고지 이전 건(인천->서울)으로 인천 팬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결국 4번의 우승을 차지한 왕조는 허무하게 2008년 10월에 해체되고 맙니다. 일부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은 옷을 벗어야 했고 연봉 삭감의 고통도 겪어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장원삼, 정성훈, 이택근(지난해 다시 복귀) 등 스타급 선수들도 팀을 떠나게 되었죠. 현대를 계승한 히어로즈는 이후 7-6-7-8-6의 성적을 기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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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용훈

서울 출생으로 MBC 청룡 어린이회원 출신이지만 지금은 자칭 ‘C급 동네해설가’로 활동 중이다. 시즌 중에는 퇴근하면 바로 TV 앞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비시즌에는 야구 책을 뒤적이며 허전함을 달랜다. 지인들과 집 근처에서 생맥주 마시며 야구 이야기를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저서로 『프로야구 감독열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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