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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도우미 vs 박찬호 도우미

류현진과 박찬호, 이들의 도우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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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커브 세번째는 최초의 코리안 메이저리거 박찬호, 최초의 KBO 출신 메이저리거 류현진 등 한국 야구사를 빛냈고 빛내고 있는 두 선발 투수의 도우미들 이야기입니다.

야구는 누가 뭐래도 ‘투수놀음’입니다. 하지만 투수의 힘만으로는 승리를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투수가 9회까지 완벽한 피칭을 한다 하더라도 타자들이 점수를 내지 못하면 기껏해야 무승부를 기록할 수 있을 뿐입니다. 투수는 타자들이 안타든 상대 실책이든 뭐든 1점이라도 내 주어야 자기 커리어에 ‘1승’을 추가할 수 있는 것이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투수가 승수를 쌓기 위해서는 동료들과의 궁합이 중요합니다. 선발 투수의 경우 5회 이상 마운드를 지키고 스코어가 앞서고 있는 상황이며 이후 동점이 되거나 뒤집히지 않고 경기가 종료되어야 승리투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는 곧 투수가 난타를 당하더라도 우리 팀 타자들이 점수를 더 뽑으면 승리투수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5회까지 10실점을 했어도 타자들이 그 이상 점수를 뽑으면 된다는 것이지요. 반대로 9회까지 1실점으로 아주 잘 던져도 타자들이 한 점도 뽑지 못하면 승리는 커녕 패전투수가 되고 맙니다. 1점 앞선 9회 1사 만루상황, 명품 싱커로 땅볼을 유도해도 내야수들이 병살 플레이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승리는 날아갑니다. 결국 공격에서건 수비에서건 ‘도우미’가 많아야 승수를 쌓을 수 있습니다. (류현진은 작년 그 구위를 가지고도 ‘고작’ 9승에 그쳤었지요)

돌커브 세번째는 최초의 코리안 메이저리거 박찬호, 최초의 KBO 출신 메이저리거 류현진 등 한국 야구사를 빛냈고 빛내고 있는 두 선발 투수의 도우미들 이야기입니다.


전담포수 채드 크루터, 강타자 숀 그린과 게리 셰필드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을 거둔 박찬호에게는 많은 도우미들이 있었지만 한 시즌 최다승을 거둔 2000년 시즌만 보기로 하겠습니다. 2000년 시즌 박찬호는 LA 다저스 소속으로 34게임 선발로 나와 18승 10패 평균자책점 3.27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습니다. 커리어하이 시즌이었죠. 탈삼진도 217개를 잡아 랜디 존슨에 이어 내셔널리그 2위에 올랐습니다.

어떤 투수든 그 투수의 최고 도우미가 되어야 하는 포지션은 포수입니다. 배터리와의 호흡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죠. 특히 당시 박찬호처럼 정교한 컨트롤이 아닌 힘으로 윽박지르는 스타일의 투수에게는 노련한 포수의 리드가 더욱 중요합니다. 2000년 시즌 박찬호에게도 전담포수 채드 크루터라는 도우미가 있었습니다. (신인 시절 배터리를 이뤘던 마이크 피아자는 투수들 특히 어린 투수들에게는 그리 친절한 포수는 아니었죠.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되면 자세히 하기로)

‘전담포수’라는 건 당시 국내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기는 했습니다만 메이저리그에서는 흔한 일이었습니다. 당시 다저스의 주전 포수는 전형적인 공격형 포수 폴 로두카였지만 박찬호가 선발로 등판한 날에는 로두카가 아닌 채드 크루터가 마스크를 썼습니다. 박찬호가 크루터와의 호흡이 가장 좋았고 그가 공을 받아주길 원했기 때문이죠. 채드 크루터는 2000년 다저스에 입단하기 전 12시즌 동안 통산 홈런이 40개에 불과하고 통산타율이 2할3푼인 전형적인 수비형 포수였습니다. 하지만 박찬호와 배터리를 이루면서 야구인생의 마무리를 뜻깊게 할 수 있었습니다. 2003 시즌에는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박찬호와 다시 배터리를 이루기도 했지요.

타선에서는 두 명의 강타자, 숀 그린과 게리 셰필드가 맹활약했습니다. 95년 빅리그에 데뷔해 99년까지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하다 2000년 다저스로 이적한 숀 그린은 이 해 24홈런, 99타점 2할8푼9리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합니다. 홈런 수는 토론토 마지막 시즌 42개에 못 미쳤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적시타나 홈런을 쳐 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홈런을 치고 덕아웃으로 오면 덕아웃 근처 꼬마 관중에게 꼭 장갑을 벗어 주던 장면도 인상적이었죠. 실력은 물론 매너와 외모도 뛰어났던 선수였습니다.

숀 그린보다 더 뜨거운 방망이를 휘둘렀던 타자는 게리 셰필드입니다. 특히 박찬호 등판 경기에 많은 홈런과 안타를 쳐서(2000시즌 43홈런, 109타점, 3할2푼5리) 당시 우리 언론에 ‘찬호 특급 도우미’로 불리기도 했죠. 방망이를 앞뒤로 심하게 흔드는 특유의 타격 준비 자세로도 유명합니다. 이후 게리 셰필드는 2009년 은퇴할 때까지 통산 509홈런의 위업을 달성하지만 약물 논란으로 빛이 바래고 맙니다.

이 밖에도 당시 LA 다저스는 아드리안 벨트레, 마크 그루질라넥, 토드 헌들리, 토드 홀랜드워즈 등이 타선에서 활약했습니다. 당시 박찬호 경기를 열심히 보셨던 분들이라면 이 이름들이 기억이 나실 겁니다. 불펜에서는 제프 쇼가 27세이브(평균자책 4.24)를 기록했었죠. 기록이 말해주듯 압도적인 마무리투수는 아니었습니다.


A.J 엘리스 “Ryu는 내가 챙긴다!”

류현진은 이 글을 쓰는 7월 26일을 기준으로 18게임에 나와 8승 3패 평균자책 3.25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신인왕을 노릴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죠. 데뷔 첫 승도 두 번째 선발등판인 피츠버그전에서 무난히 따냈습니다. 8승을 하는 동안 물론 많은 도우미들이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 거둔 승리인 7월 2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는 배터리를 이룬 A. J. 엘리스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이전부터 류현진과 좋은 호흡을 보여줬던 엘리스는 이날 타석에서도 4안타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특급 도우미로 활약했습니다. 특히 이날은 류현진이 5와 1/3이닝 9피안타 4실점으로 다소 부진한 내용을 보이며 마운드를 내려왔던 상태라 엘리스의 방망이 지원은 더욱 돋보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즌 타율이 2할6푼7리인 엘리스는 류현진의 등판경기 타율은 무려 4할4푼4리에 달합니다. 포수로서 그리고 타자로서 그야말로 ‘현진 특급 도우미’인 셈이지요.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의 도우미는 절친 루이스 크루즈였습니다. 5월 29일 펼쳐진 LA 에인절스 전. 이날 ‘제대로 긁힌’ 류현진은 에인절스 강타선을 철저히 봉쇄하고 있었지만 다저스 타선 역시 상대투수에 묶여 4회까지 점수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자칫하면 호투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던 차 이전까지 물방망이를 휘두르던 (당시 국내 중계진들이 ‘구박’을 할 정도로) 루이스 크루즈가 투런 홈런으로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 줍니다. 이 홈런이 없었다면 완봉승은 미뤄졌을지도 모릅니다. (아쉽게도 크루즈는 얼마 뒤 방출을 당하고 맙니다.)

이 외에도 부상에서 돌아온 천재 유격수 핸리 라미레즈의 활약도 눈부십니다. 류현진 경기 및 최근 다저스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라미레즈의 방망이는 거칠 것이 없습니다. 배트 스피드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샌프란시스코 전 단타 하나로 아쉽게 사이클링 히트를 놓친 후안 유리베, ‘쿠바산 괴물’ 야시엘 푸이그 등도 매서운 방망이로 류현진의 승수를 쌓아 줬습니다. 지금까지 추세로 보면 2000년 시즌의 박찬호보다 타선 지원은 더 잘 받는 느낌입니다.


팀으로 이기고 팀으로 진다

2002 월드컵 신화의 주역 히딩크 감독은 “우리가 한 골 넣으면 11명이 다 잘해서 넣은 거고 한 골을 실점하면 11명이 다 못해서 실점한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야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입니다. 2011 시즌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벤자민 주키치가 본인이 호투하고 내려온 경기를 마무리 투수 임찬규가 5연속 볼넷을 내주며 충격적 패배를 당하자(소위 6. 17 사태) 트위터에 “We win as a team, and we lose as a team, Hopefully tomorrow we can win as a team” 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다른 단체종목도 마찬가지지만 야구야말로 ‘팀으로 이기고 팀으로 지는’ 스포츠입니다.

박찬호, 류현진의 도우미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박찬호, 류현진, 숀 그린, 게리 셰필드, A.J 엘리스 모두는 그들 소속팀 다저스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것’, ‘내가 아무리 잘났어도 혼자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부모님들은 야구경기를 보여주면 됩니다. 야구에 이 불변의 진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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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용훈

서울 출생으로 MBC 청룡 어린이회원 출신이지만 지금은 자칭 ‘C급 동네해설가’로 활동 중이다. 시즌 중에는 퇴근하면 바로 TV 앞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비시즌에는 야구 책을 뒤적이며 허전함을 달랜다. 지인들과 집 근처에서 생맥주 마시며 야구 이야기를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저서로 『프로야구 감독열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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