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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허당 액션 히어로가 나타났다! 스칼렛 핌퍼넬, 한지상

한지상, 그의 다양성은 측정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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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상은 영웅을 이렇게 정의 내린다. “강한 것보다 강하다고 믿게 만드는 것” 실제로 강하지 않아도 강하다는 믿음이 있다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그에겐 영웅은 아니지만 그런 매력이 있는 형들이 있다. 주변 사람 잘 챙기는 선배 박건형, 군대에서 후배인 자신에게 보컬 레슨까지 받으며 완벽을 추구하는 형 조승우, 한지상은 그런 형들을 굳게 믿는다. “믿으면 기대게 되죠. 그 기댐은 ‘나한테 기대’하는 게 아니잖아요. 무언의 설득력이죠.” 로맨틱 허당 액션 히어로에 대한 믿음은 한지상이기에 가능해 보인다.



“스칼렛은 한심해지는 영웅이거든요”

짙은 눈썹과 친근해 보이는 수염, 모자까지 쓰고 대기 중이던 배우 한지상을 본 순간, 떠오르는 영웅 하나, 아이언맨?

“같은 영웅 역이다보니까 이번에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무척 감사한 말이죠. 처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영화를 접했을 때 행동이 제 코드와 비슷하더라고요. 행동 패턴에 괜히 공감이 됐어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위트 넘치면서도 다정다감한 연기까지도 닮아 보이는 건 왜인지. <스칼렛 핌퍼넬>을 본 관객들, ‘내가 알던 히어로’가 아니라고들 말한다. 그래서 실망한 관객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유쾌한 스칼렛으로 평가받는 배우 한지상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모든 히어로가 멋있게 변신을 할 때, 스칼렛은 한심하게 변신하는 영웅이죠. 굉장히 한심해지는 모드로 변해요. 머리로 싸우는 게 스칼렛 핌퍼넬이에요. <스칼렛 핌퍼넬>에서 본인이 직접 그런 말을 해요. ‘싸움은 머리로 하는 거다’ 칼싸움도 잘 못하고요. 머리로 위장하고, 계략을 짜고, 사기를 치는 거죠. 영웅물에 대한 기대를 하고 오시는 분들은 호, 불호로 나뉠 수가 있죠. 하지만 유쾌하게 즐기시면 돼요. 이런 영웅도 있구나, 이렇게 해결할 수도 있구나 하시면 될 거예요. 여지를 두세요. 관객님들!”


“건형이 형이 이렇게 따뜻한 줄 몰랐어요”

스칼렛 핌퍼넬, 설마 기사를 읽으면서도 여자 이름인 줄 알았다면 수정하시길. ‘별봄맞이꽃’이라는 뜻으로, 퍼시 블레이크니 경의 가명이다. 낮에는 블링블링한 생활을 하는 한량으로, 밤에는 어쨌거나 용감무쌍 영웅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퍼시, 그리고 프랑스에서 가수로 화려한 삶을 살다 퍼시의 아내가 된 마그리트, 마그리트의 옛 남자이면서 야망을 위해 스칼렛 핌퍼넬을 쫓는 공포정치 권력자 쇼블랑. 이들의 삼각구도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더욱 팽팽해진다. 같은 퍼시 역을 맡고 있는 박건형, 박광현과도 퍼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저는 이번에 정말 형들의 따뜻함에 반했어요. 건형이 형은 뮤지컬 선배잖아요. 워낙 팬이었고 멋있는 배우였는데 이렇게 따뜻한 형인 줄 몰랐어요. 광현이 형도 무척 자상해요. 두 형이 마음 편하게 연습할 수 있게 저한테 열어줘서 진짜 고마웠어요. 건형이 형한텐 회식자리에서 ‘형 참 따뜻했다’고 표현도 했어요. 제가 형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더 그렇게 느꼈나 봐요.”

한지상은 지금 형, 누나들과 연기 중이다. 특히 김선영의 팬이었던 그는 배우 대 배우로 만나서도 여전한 설렘을 간직하고 있었다.

“바다 누나는 톡톡 튀고 상큼해서 저도 그런 걸 좋아해서 저와 잘 맞아요. 선영이 누나는 지금도 설레요. 팬이었던 게 남자 대 여자로 연기를 하는 것에 무슨 영향을 주겠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니더라고요. 배우로서, 팬으로서 느꼈던 설렘이나 김선영이라는 배우에게 매료됐던 부분이 지금 퍼시로서 느끼는 감정과 다르지 않아요.”


“옷을 열 번은 갈아입어요”

2만송이 장미로 꾸며진 영국식 장미정원을 비롯한 화려한 무대, 더구나 500여벌에 달하는 배우들 의상에만 2억 원 가까운 제작비가 투자됐다. 블링블링한 걸 좋아하는 퍼시 역시 패션모델만큼이나 자주 옷을 갈아입는다.

“퇴장하고 쉬지 못해요. 옷 갈아입는데도 에너지 소모가 커요. 한 열 번 갈아입어요. 한 번은 스릴 넘치게 부츠 지퍼가 안 올라가는 거예요. 거의 콜 1, 2초 전에 팍 올라갔어요. 직전에 바로 올라가서 식은땀이 났었죠.”

그런데 말이다. 안 그래도 여성관객이 주류인 뮤지컬, 러블리한 영웅의 등장으로 더 여성 취향에 편중되는 건 아닐까?

“남자들이 봐도 재미있죠. 여자를 구하고 동지를 구하고 어지러운 시대 상황에서 오는 큰 사명감과 갈등은 지금과는 동떨어져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의 임기응변은 남자들이 봐도 공감할 수 있을만한, 저런 아이템은 좀 훔쳐서 대응할 수 있겠다 하는 대리만족이 있어요. 사실 지금도 머리싸움할 일이 있잖아요. 가족 안에서나 사회에서나. 슬기롭게 대처하는 퍼시의 자세와 마인드는 분명히 써먹을 수 있는 아이템이 된다고 생각해요.”




와일드혼 씨, 새 곡은 언제?

가장 극적인 시대배경, 화려한 의상과 무대, 뮤지컬계 최고라 일컫는 제작진, 17개국에서 퍼진 입소문 등을 타고 한국에 첫 상륙한 <스칼렛 핌퍼넬>은 그러나 제목도 아직 입에 잘 붙진 않는다. 특히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임에도 귀에 꽂히는 노래가 없다?

“퍼시는 2막 초반에 ‘She was There’라는 타이틀을 부르고는 노래가 없어요. 그래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은데요. 얼마 전에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제 공연을 보러 왔어요. 그런데 그 얘기가 전달됐나 봐요. 퍼시 넘버가 초반에 끝나고 묵직한 한 방이 없다는 얘기가 전해졌는데 프랭크 와일드혼이 곡을 만들어주겠다고 했대요. 비하인드 스토리죠. 뭐 금세 나오지 않을까요?”

한 번 더 거는 딴죽, <레미제레블>류의 진중함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잦은 ‘웃음’으로 다소 가벼움을 느끼기도 하는 관객에 대해선?

“가볍단 얘기는 프리뷰 때부터 나왔어요. 가벼움에 대한 부정적인 분들이 꽤 계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럴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무겁고, 진중한 영웅들 많잖아요. 이런 영웅도 있다는 거죠. 다양성에 대해 조금 더 인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연기 배울 때부터 배우기도 했고요. 다양성은 결국 상상력이고, 예술이 발전하려면 여지를 둬야 하거든요. 이럴 수도 있다는 의외성이죠. 다양성에 대해 이런 키워드가 인지되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다양성은 예술 뿐 아니라 사회적, 국가적으로도 꼭 필요한 요소잖아요. 흑 아니면 백이라는 이분법적인 마인드가 국가 발전을 더 방해했다고 생각해요. 다양성이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얘기 써주셔도 돼요.”

이때부터 우리의 인터뷰는 다양성이 키워드가 되었다.


한지상의 다양성은 측정할 수가 없다!

익살 넘치는 연기로 주목받고 있는 한지상, 진지한 카리스마 작렬하던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때와 180도 다른 연기 변신에 놀라는 관객들도 있더란 말에…

“놀라셔도 돼요. 그 놀람이 아까 말씀드린 다양성이거든요. 스칼렛은 한심해지는 영웅이에요. 한심함이 빛을 발하고 의외성이 있고 나중에는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하죠. 유다와는 180도 다르죠. 하지만 유다나 핌퍼넬이나 자신이 느끼는 사명감 하에 행동하는 거예요. 유다는 지저스를 설득해야 한다는 사명감, 핌퍼넬은 자신의 여자와 동지들을 위해, 전쟁에 이기기 위해 사활을 거는 거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철학이 다른 거죠.”

사실 생각해보면 그가 지금까지 맡은 작품의 역할 대부분에서 유사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캐릭터가 고착화되는 게 싫어서 어떤 작품을 거부한 적도 있어요. 한 캐릭터로 굳혀지는 건 다양성에 위배되는 거죠. 다양성은 결국 입체감인 거고, 실생활에서 ‘저 사람 매력있다’고 말하는 건 꼭 반전이 있을 때 매력이 있다고 해요. 저런 면도 있었구나 하는 거죠. 그게 결국 차원이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이고, 고차원이 결국 입체감이라는 거죠. 반대말이 평면적이잖아요. 저 사람 참 평면적이다, 극도 평면적이라는 건 매력이 없다는 거죠.”

그런 다양성 차원에서 2006년 대학 선후배인 김무열과 김대명, 한지상이 모여 극단 ‘반상회’를 창단, 1년에 한 번씩 연극을 무대에 올려왔다. 인기배우가 되더라도 소극장에서 공연하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입체감과 다양성을 생각해서 올린 무대였죠. 학교에서 배웠던 것도 연극이었고, 뮤지컬만이 아닌 연극으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무모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저희는 밀고 나갔죠. 사비를 털어서라도.”

그렇다면 올해 또 한 편의 연극을 볼 수 있을까?

“저부터 문제인데요. 시간이 나질 않아서요. 그렇지만 반상회끼리 모여서 얘기를 해볼 겁니다. 군대에 있는 김무열 군과도 휴가를 나왔을 때 얘기해볼 수 있고, 소속 배우들과도 그렇고요.”

그래서 정말 어쩌면 올해 또 한지상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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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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