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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를 찾아 다니는 사랑의 메신저 - <헤이 자나>

사회 비판적 소재, 디즈니 만화처럼 풀어낸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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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는 날이네요우. 여기는 하츠빌 대학 방송국. DJ 탱크를 대신해서 축축한 날 DJ 썸머 인사드립니다. 요즘 삼성역 코엑스 아티움에 세워진 하트빌 대학교 얘기를 하려고 왔어요. 하츠빌, 잘못 들으면 하트빌, 이름에서부터 달달한 냄새가 느껴지죠? 늘 사랑에 굶주려 있는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헤이, 자나>는 하츠빌에서 벌어지는 발칙한 사랑이야기입니다.

큐피트 못지 않는 커플매칭의 달인, 자나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는 날이네요우. 여기는 하츠빌 대학 방송국. DJ 탱크를 대신해서 축축한 날 DJ 썸머 인사드립니다. 요즘 삼성역 코엑스 아티움에 세워진 하트빌 대학교 얘기를 하려고 왔어요. 하츠빌, 잘못 들으면 하트빌, 이름에서부터 달달한 냄새가 느껴지죠? 늘 사랑에 굶주려 있는 혈기왕성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헤이, 자나!>는 하츠빌에서 벌어지는 발칙한 사랑이야기입니다.

하츠빌 학생들은 매일매일 사랑하고 있답니다. 바로 사랑의 메신저, 자나 덕분이죠. 우리들의 친구 자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누구를 연결해줄까?”하고 숨어 있는 솔로를 찾아다니는 사랑의 수호천사랍니다. 이런 친구, 정말 갖고 싶죠?

물론 어떤 친구들은 “자나, 내 사랑은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완벽한 계획이 있다고! 제발 남의 애정 문제에 끼어들지 마!”라고 엄포를 놓지만, 오지랖 넓은 우리 자나는 좀체 가만히 있을 줄을 몰라요. 수줍어하는 친구 뒤에 나타나 사랑의 노래를 틀어놓는다든지, 고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든지. 자나는 말이 통하는 신기한 새와 마술봉으로, 그리스 시대 큐피트 저리 가라 할 만큼 굉장한 커플매칭 성공률을 보이고 있어요.

아, 그런데 공연을 보면 이내 뭔가 갸웃하실 거예요. 사랑에 빠진 커플을 보면, 낯선 데가 있죠? 왜 로버타는 자기 애인이라고 여자 친구의 팔짱을 끼고 있을까요? 저기 락카룸에서 키스하고 있는 체스 챔피언 마이크와 풋볼 쿼터백 스티브는 둘 다 건장한 남자군요.

네. 세상에는 없는 낯선 도시 하츠빌에서는 남남커플, 여여커플이 ‘정상’입니다. 그러니까 동성애를 당연시 여겼던 그리스 시대 관습이 쭉 이어졌다고 생각해보면, 하츠빌 같은 곳을 상상해낼 수 있겠죠. 여기에서도 이성애자는 혐오의 대상입니다.


“이성애자? 말도 안돼. 창조주의 뜻에 어긋난다고!”


멋진 남주, 여주 나오는 드라마보다 달콤하고 설레는 사랑의 시작을 묘사한 장면

문제는 축제 때 올릴 뮤지컬입니다. 반항의 아이콘(!)인 대학생들은 허츠빌 축제에 ‘혁명적인 공연’을 올리기로 작정합니다. 바로, “이성애자를 군대에서 받아들여도 되는가”에 관한 논쟁적인 작품을 만들기로 한 거죠. ‘창조주의 뜻에 어긋난다’며 반발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결국 “뮤지컬은 사회 비판적이어야 한다”는 논조에 맞춰, 이들은 위험한 공연을 준비합니다. 바로, 남자와 여자의 키스 장면이 담긴 공연을 말이죠. “이성애 혐오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하츠빌에 단 15분 정도 앉아있었던 저는 남남커플, 여여커플의 진한 애정행각에 놀란 건 사실입니다. (동성애, 이성애 문제가 아니라 입맞춤이 너무 진해서 말이죠. 쿨럭. 아니면 저도 모르게 ‘불편하다’는 편견이 작용한 것일까요?)

이 제작진은 1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이 전복적인 상황을 충분히 설득해야 합니다. 관객이 수긍하고 매료돼야 이야기에 공감하게 될 테니까요. 동성애라는 논쟁적인 소재를 설정하되, 그 외의 모든 것을 귀엽고,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핑크빛으로 덧씌워버렸습니다.

남성성, 여성성이 뒤바뀌어 남자들은 얌전하게 체스를 하고, 여자들은 미식축구와 볼레로를 즐깁니다. 남자들끼리 저녁마다 모여서 놀기도 하는데요. 무엇을 하고 놀까요? “남자들끼리 하는 일이야 뻔하지. 초콜릿 브라우니 만들고, 서로 왁싱해주고, 네일아트 해주면서 놀지.” 이들은 슬픈 일이 있으면 초코 우유에 크림 듬뿍 올려 취할 때까지 마십니다.

이런 아기자기한 설정에 김찬호, 김지휘, 이창희, 김용남, 서경수, 박정훈 등 외모만으로도 블링블링한 젊고 예쁜 배우들을 대거 포진시켜, “이런 세상도 괜찮지 않냐?”고 관객들을 설득합니다. 종종 오글거리긴 하지만, 귀엽기 짝이 없는 노래와 춤, 대사들에 관객들은 웃음부터 터뜨리게 되죠.


세상에서 나만 다른 사랑을 한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일까?


하츠빌에서는 남남커플, 여여커플이 보통이다. 이성애자는 있을 수 없다.

극 중 뮤지컬은 잘 끝났는데, 문제는 이 공연을 하면서, 남자 배우와 여자 배우가 정말로 눈이 맞아 버렸습니다. 사건이죠. 소위 커밍아웃! 뮤지컬 <헤이, 자나!>는 동성애나 이성애를 관념적인 단어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질문으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세상 속에서, 나만 다른 사랑을 한다는 건 얼마나 슬픈 일인가?’

<헤이, 자나>는 ‘세상에 나 홀로 있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의 메신저 자나 역시 친구들을 위해 한결같이 헌신했지만, 나중에는 ‘그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외톨이가 되죠. 우리는 누구나 몇 번쯤 그런 경험을 하지 않나요? 세상에 나에게만 등진 것 같은 외로운 기분을, 꼭 성 정체성이 흔들릴 때만 겪는 일은 아니니까요.

다만, 이성애자들 세상에서 동성을 사랑하게 된 문제는, 이렇게 외로운 기분을 극단적으로 느끼게 되는 상황일 겁니다. 사랑은 좋은 거잖아요? 분명 좋은 건데, 왜 누구는 사랑해도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걸까? 이런 질문을 안고, 세상 전체와 홀로 맞짱 떠야 하니까요.

흥미로운 건, 공연이 시작하고 두 시간쯤 흐른 뒤에, 그러니까 남남 커플/ 여여 커플의 달콤하고 진한 애정행각이 쏟아져 나온 이후에 남녀 커플의 애정씬이 나오는데, 그 순간 뭔가 어색함을 느꼈던 건 저뿐입니까? 저는 살짝 낯설었습니다. 그러니까 단 2시간 만에 세뇌가 된 걸까요?

‘이게 맞아, 우린 다 그래.’라고 남남커플, 여여커플이 끌어안고 있는 게 처음엔 분명 이상했는데, 이내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남녀 커플이 낯설어진겁니다. (세뇌(!)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우리는 원래부터 남녀커플‘만이’ 정상이라고 배워왔잖아요. 그렇게 믿어온거죠. 하지만 동성애에 대한 담론,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오늘날의 사회는 상당히 ‘다른 것’을 포용하려고 노력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끼실 겁니다. 예전과 달리요.

믿음으로 만들어진 금기는 어쩌면 생각한 것보다 훨씬 허약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눈 한번 딱 감고 금을 넘어보면, 와장창 깨지는 금기도 있을 테니까요. 물론 모든 금기를 부숴버리자,고 으쌰으쌰 선동하는 건 아니고요. 다만 우리가 갖고 있는 금기가, 단 한번도 의심없이 주어진 것, 그저 그게 옳다는 믿음으로 만들어진 건 아닌가 해서 말이죠. 나는 번지점프 정말 못해. 정말 싫어. 라는 얘길 하는 사람 중에는, 단 한번도 번지점프대 근처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요.

직접 해보고, 가까이서 경험해보고, 직접 생각한다음에 금기를 정해도 늦지 않잖아요? <헤이, 자나!>를 보고 두 시간 만에 남남 커플이 자연스럽게 느껴진 걸 보고, 물론 이건 허구라는 가상을 전제한 것이지만, 동성애를 왜 반대하는지? 왜 나쁜지? 왜 당연히 안된다고 여겼는지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갖고 있는 ‘결코’나 ‘절대’라는 부사를 동반하고 있는 철석같은 삶의 믿음들을 한번 점검해봤습니다. <헤이, 자나!>는 그래서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사회 비판적 소재, 디즈니 만화처럼 풀어낸 뮤지컬 <헤이, 자나!>


뮤지컬은 사회 비판적이어야 한다? 삶에서 비롯되는 모든 예술은 사회 비판적인 속성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이 유독 그래야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뮤지컬은 연극, 무용 등의 공연 예술 중에 가장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장르니까요.

만약 <헤이, 자나!> 같은 이야기를 잔뜩 진지하게 ‘바꿔보자’고 선동했다면,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버렸겠죠. 그런 의미에서 ‘사회 비판적 소재’를, 디즈니 대중 만화처럼 풀어낸 <헤이, 자나!>는 영리했습니다.

이 공연을 보면서, 뮤지컬, 그러니까 공연은 힘이 세구나. 느꼈습니다. 비록 단 2시간이지만, 우리에게 가장 강렬한 경험을 선보이니까요. 책에 나온 한 줄의 글이,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TV 브라운관 속에 한 장면이, 이렇게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실제 연기만한 강렬함을 안겨줄 수 있을까요?

좋은 작품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건 이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공연예술의 강력한 매력에 한번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이렇게, 10년이 넘도록 극장 주변을 배회하고 있나 봅니다. (쿨럭)

<헤이, 자나!>는 비가 그치고, 여름이 지나갈 즈음인 9월 15일까지 코엑스 아티움에서 공연됩니다. 혼자라고 외로워 말고, 자나를 만나보세요. DJ 썸머였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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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답게 잘, 헤쳐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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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헤이,자나!>
    • 부제: 뮤지컬<헤이,자나!>
    • 장르: 뮤지컬
    • 장소: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
    • 등급: 14세(중학생) 이상 관람가
    공연정보 관람후기 한줄 기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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