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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스훈트는 왜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을까?

‘장님 코끼리 만지기’는 차별과 편견의 말 『인간의 오랜 친구 개』 김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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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 서울 마포구립서강도서관 4층은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인간의 오랜 친구 개』 출간 기념으로 저자 김황 선생이 아이들에게 조곤조곤 한국의 토종개, 외국의 개와 도우미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개만큼 인간과 가까이 지내는 동물은 없다. 반려동물 가운데서도 개는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다. 아이들에게도 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친구다. 다른 생명에 대한 존재와 가치를 자연스레 습득하게 하고, 함께 놀아주기도 한다. 이에 아이들을 초대해 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황 선생은 재일 한국인 3세로, 책을 통해 어린이에게 동물과 교감하는 방법과 생명의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는 작가다. 지난 2006년, 한국에도 나온, 『코끼리 사쿠라』로 일본아동문학자협회가 주최한 제1회 ‘어린이를 위한 감동 논픽션 대상’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탔다.




우리의 토종개들

“옛날부터 한반도에는 여러 종류의 개가 우리 민족과 함께 살고 있었어. 특히 진도, 제주, 거제, 경주, 해남 등지에 순수 혈통의 토종개가 많았단다. 그런데 오늘날 한반도의 토종개라고 인정받는 개들은 진돗개, 풍산개, 삽살개, 그리고 얼마 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주개 동경이 뿐이야.”(p.32)
김 선생은 우리의 토종개를 하나씩 꺼냈다.

우리에게 가장 널리 알려지고 한국을 대표하는 진돗개. 천연기념물 제53호다. 1938년 한국 개로는 처음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진돗개는 주인에게 충실하다는 점에서 한국 사람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팔려갔다가 300킬로미터를 돌아온 진돗개 백구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진도에는 ‘돌아온 백구상’이 있다.

털복숭이 삽살개도 빠질 수 없다. 천연기념물 368호인 삽살개는 털이 길어서 눈을 덮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귀신을 쫓는 개로 유명한데, 조선시대에는 삽살개 그림을 집 앞에 붙여서 나쁜 귀신이 오지 않도록 했다. 삽살개는 ‘악귀를 쫓는 개’라는 뜻이다. 신라시대 왕실의 개였던 삽살개는 조선시대에 서민적인 개가 됐다.

북한의 천연기념물 제368호인 풍산개는 호랑이 잡는 사냥개로 유명하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남북 정상이 서로 개를 교환했는데, 김대중 대통령은 당시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풍산개를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진돗개를 기증했다. 이 풍산개를 만나고 싶어서 김황 선생은 2004년 서울대공원을 찾았고, 풍산개와 함께 산책을 했다.

작년에 새로 천연기념물이 된 개가 있다. 제540호로 지정된 경주개 동경이는 고려시대 경주를 ‘동경’이라고 불렀고, 경주에서 볼 수 있는 개여서 동경이로 불렸다. 동경이의 특징은 꼬리가 없거나 아주 짧다는 것. 신라시대 토우에도 자주 나오는 이 개는 남아 있지 않았을 거라고 여겨졌으나, 7년간의 조사와 연구 결과, 2012년 토종개로 인정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외국의 개

개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이름을 대며 집중하던 아이들은 외국의 개에도 관심을 보였다. 물론 함께 한 부모에게도 개 이름을 물어보며 부모와 아이를 함께 생각한 김 선생의 진행이 돋보인다. 토종개에 이어 외국의 개들도 하나씩 소개됐다.

웰시 코기다. 가축을 돌보는 목축견, 목양견인 이 개는 동경이처럼 꼬리가 없거나 극히 짧다. 그러나 원래 없거나 짧았던 동경이와 달리 웰시 코기는 원래는 꼬리가 있었다. 가축들을 돌봐야 하는데, 꼬리가 밟힐 우려 때문에 어릴 때 꼬리를 잘랐다. 그래서 요즘은 자르지 않는다고 한다. 웰시 코기가 실제로 목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새 사냥을 도와주는 레브라도레트리버가 등장한다. 레트리버는 물에 뛰어들어 사냥감을 가져오도록 개량된 개로 ‘레트리버’는 회수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 한편 동물 사냥을 도와주는 사냥견도 있었다. 미니어처 닥스훈트가 대표적이다. 몸통이 길고 다리가 짧은 것이 특징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알쏭달쏭한 아이들에게 김 선생이 알려준다. “땅에 구멍을 파고 사는 오소리를 잡기 위해서 다리를 개량했어요.”

쥐 같은 작은 동물의 사냥을 도와주는 테리어도 있었다. 에어데일테리어가 대표적으로, 테리어 가운데 가장 커서 ‘테리어의 왕’이라고 불렸다. 테리어는 라틴어로 흙을 의미한다. 땅속에 있는 작은 동물을 잡는데, 에어데일테리어는 수달 사냥을 주로 했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사역견도 있었다. 위험하거나 큰 힘이 필요한 일을 하는데, 세인트버나드가 대표적이다. 구조견으로 주로 활동하는데, 산에서 조난당한 사람을 구하는 일을 한다. 김 선생이 세인트버나드 사진에서 목에 달린 작은 나무통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를 물었다. 한 아이가 맞췄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술이 정답이다.

이밖에 애완동물로 길들인 개, 치와와를 언급했고, 달마시안의 사진도 보여준다. 달마시안에 대한 과거도 알려준다. 달마시안은 과거 마차의 경비견이었다. 옛날 거리가 어두워서 마차 앞에 달마시안이 달렸다. 달마시안의 무늬가 어둠 속에서 눈에 잘 띄었기 때문이다. 불독이라고 빠질 수 없다. 투견이었던 불독의 생김새에서 하늘로 향하고 있는 불독의 코는 이유가 있었다. 소를 물고도 호흡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고마워! 도우미견

개들은 인간을 위해 하는 일이 많다. 예전의 개는 먹을 것을 구하는 사람들을 돕거나 집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 짐을 지고 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전과 다른 또 다른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

독일어로 양치기라는 뜻을 지닌 저먼 셰퍼드. 범죄수사를 돕는 경찰견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셰퍼드는 세관에서 마약을 감지하고 마약 탐지견으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 지진 등의 재난이 일어났을 때 냄새를 맡아 조난자를 찾는 인명 구조견으로도 활동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인명 구조견 ‘백두’가 있었다. 119구조단에서 활동한 백두는 각종 재난 현장에서 15명의 생명을 구했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까지 나가서 활약을 하기도 했다.

사람의 눈이 되어주는 시각장애인 도우미견도 빠뜨릴 수 없다. 래브라도 레트리버는 사냥감을 주워오는 일 외에도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이자 도우미견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람을 좋아하고 친근감을 주는 외모에 힘이 있어서 도우미견으로 활동이 가능하다.

“시각 장애인 도우미견으로는 골든레트리버와 래브라도레트리버가 주로 활동해. 레트리버 종은 선천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잘 따르는 견종이야.”(p.123)
김 선생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말이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 차별의 말이라고 설명했다. 불교경전인 열반경에서 유래한 이 이야기는 각 시각장애인들이 코끼리의 한 부분씩만 만져보고 그것에 대해 판단한 것을 담고 있다. 누군가는 코를 만지면서 뱀 같은 동물이라고 했고, 상아를 만진 이는 송곳 같다고 말했으며, 귀를 만진 시각장애인은 부채 같다고 하는 등 사물을 자기의 좁은 소견과 주관으로 그릇되게 판단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전체를 못보고 일부만 보고 나쁘게 평가하는 것에 대한 교훈인데, 이 이야기를 고증해보자는 사람이 있었다. 시각장애인은 정말 코끼리를 알 수 없을까? 아니다. 마음으로 본 코끼리로 그들 각자의 상상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이 만져보고 그린 코끼리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와 다르다. 과연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마음으로 보고 만든 코끼리가 얼마나 상상력이 뛰어난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김 선생은 이어 시각장애인 도우미견을 널리 알린 일본의 ‘사브’이야기를 꺼낸다. 일본에도 30년 전만해도 도우미견에 대한 이해가 없었단다. 그런데 사브라는 개가 이런 인식을 바꿨고, 미국에도 초대받아 영웅 칭호를 받았다. 일본에선 『훌륭하다, 사브』라는 책으로도 나왔다.

“도우미견 사브도 어릴 때는 여느 보통의 집에서 자랐다. 그러다 커서 도우미견으로 훈련을 받았다. 7개월 간 훈련을 받고, 10년이나 도우미견을 기다린 시각장애인과 만났다. 사브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 1987년 11월 사브를 키운 훈련사들이 4마리의 도우미견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했다. 이어 1988년 서울 장애인 올림픽이 열리고 역사상 최초로 25마리의 도우미견이 행진을 했다. 그러나 그 도우미견은 일본의 개들이었다. 그래서 이를 안타깝게 여긴 이형구 씨가 1993년 ‘나들이’와 ‘마실이’를 우리나라 최초의 도우미견으로 만들었다.”

지금 도우미견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믹스견에 대한 언급도 빠뜨리지 않았다. 래브라두들이 그것으로, 레트리버(털이 빠지나 성격이 좋다)와 푸들(털이 빠지지 않으나 성격이 좋지 않다)을 교미한 믹스견이다. 믹스견은 서로 다른 종의 개를 의식적으로 교배해서 만든 개다. 국내의 래브라두들 ‘버팀이’는 시각장애인 도우미견으로 활약하다가 지금은 은퇴했다. 김 선생은 프로골퍼 신지애가 장애인 도우미견 육성을 위해 지난 2011년 1억 원을 기부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도우미견에 대한 관심을 널리 퍼지게 해달라는 당부의 말로 이날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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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오랜 친구 개
김황 글/김은주 그림 | 논장
김황 작가는 재일 한국인 3세로, 생물학을 전공한 뒤 주로 어린이를 위한 동물 책을 쓰는 동물 전문 작가이다. 특히 《인간의 오랜 친구 개》는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하여 인터뷰를 하고 손수 사진을 찍으며 발로 뛰어 쓴 소중한 결과물이다. 경산의 삽살개 목장,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서울대공원 등을 직접 취재하여 쓴 글은 옆에서 들려주듯이 때로는 대화하듯이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에는 현장감이 넘친다. 우리 곁의 다양한 생명들이 평화롭게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는, 깊은 속마음 역시 따뜻하게 전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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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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