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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 터너 록 제국’의 출범을 알리다

그녀 스스로의 인생 역경을 녹아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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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 터너는 환갑에도, 그리고 고희에도 음악의 유혹에 자진 투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 시대의 백전노장이며 또한 록이 나이와 상관없는 표현의 장임을 증명한 위대한 여신이다. 이 음반의 성공과 그래미 정복 이후 그는 멜 깁슨이 주연하고 감독한 영화 <매드 맥스> 2편에 출연하는 등 전성기로 내달렸다. 10년 이상 철옹성이었던 ‘티나 터너 록 제국’의 출범이 이 컴백 앨범으로 가능했다. 그 제국을 통치한 암사자 그리고 이 기념비적 앨범은 ‘1980세대’에게 잊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1984년, 티나 터너는 45살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이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앨범에는 남편이었던 아이크(Ike)로부터 받은 고통들과 같은 그녀 스스로의 인생 역경이 녹아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티나 터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앨범은 그래미 어워드 세 개 부문에서 수상을 하는 등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티나 터너가 남긴 기념비적 앨범, <Private Dancer>를 지금 소개해드립니다.


티나 터너(Tina Turner) <Private Dancer> 1984

40세에 이르면 세상일에 미혹하지 않는다고 해서 흔히 불혹(不惑)이라고 하지만 티나 터너(Tina Turner)는 45살의 나이에 다시 한 번 대중음악의 중심에 들어섰다. 그것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잊지 못하는 노장의 욕심이나 유혹 때문이 아니었다.

그에게 아이크 & 티나 터너(Ike & Tina Turner) 시절, 남편으로부터 당한 정신적, 육체적 폭력을 완벽하게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음악뿐이었다. 음악은 그가 버틸 수 있는 중심이었고 모든 것이었다. 또 1980년대 중반 팝 계는 관록의 가수, 그것도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인간승리의 표본’, 그것도 가능하면 여성이 필요했다 (당시 마이클 잭슨, 프린스, 라이오넬 리치 같은 흑인 남자 가수들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러한 음악사회의 수요를 정확히 맞출 수 있는 공급 포인트는 바로 티나 터너였다.

티나 터너가 1984년에 발표한 <Private Dancer>는 《롤링스톤》에 따르면 ‘1980년대의 가장 호쾌한 컴백 앨범’(The Most Spectacular Comeback Album)이다. 이 ‘위대한 사건’을 만들어낸 숨은 주역은 미국인도, 여성도, 그리고 흑인도 아닌 영국 출신의 백인 남성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와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의 믹 재거(Mick Jagger)였다.

사춘기 때, 티나 터너의 노래로 음악에 대한 감수성과 섹슈얼리티를 축적한 두 브리티시 영웅에게 티나 터너의 보컬은 하나의 커다란 영감과 준거를 제시했다. (나이로 보아도 38년생의 티나 터너는 43년생의 믹 재거, 47년생의 데이비드 보위보다 한참 선배다) 데이비드 보위와 믹 재거는 자신들을 사실상 뮤지션의 길로 인도한 위대한 선배의 불행은 자신들의 보이지 않는 짐이었으며 음악계의 커다란 손실이라고 여겼다. 데이비드 보위는 이 앨범에 자신의 곡 「1984」를 스스럼없이 제공했으며, 믹 재거는 외곽에서 성공을 기원한 뒤 뜻대로 되자 나중 롤링 스톤스의 공연에 그를 정중히 모셨다.

다른 뮤지션들도 이들의 부담을 온당한 것으로 보았다. 그리하여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와 기타의 거장 제프 벡(Jeff Beck) 그리고 신스 팝그룹 헤븐 세븐틴(Heaven 17)의 마틴 웨어(Martyn Ware)와 그렉 월시(Greg Walsh) 등이 티나 터너의 재집권 시나리오에 동참했다. 상기한 면면이 말해주듯 주로 영국 출신의 뮤지션들이 미국 출신의 흑인 여가수 티나 터너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것은 특기할 사항이다.

마틴 웨어와 그렉 월시가 옛 노래를 신스 팝으로 해석한 리메이크 앨범을 냈을 때, 그들이 초청한 여러 가수 중 한명인 티나 터너의 곡 「Ball of a confusion」은 영국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터너에겐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음반계약의 기회가 주어졌다. 웨어와 월시가 지휘해 티나 터너가 부른 알 그린(Al Green)의 고전 「Let's stay together」가 또다시 히트를 치자 안달이 난 캐피톨 레코드사는 빨리 독집 앨범이 나와야 한다고 재촉했다.


「Let's stay together」(차트 26위)에 이어 레게리듬이 살짝 뿌려진 후속 싱글 「What's love got to do with it」은 3주 동안 차트 1위를 차지하는 센세이션을 야기하며 ‘티나 터너 신드롬’을 낳았다. 이 뮤비에서 선보인 티나 터너의 짧은 미니스커트와 사자 갈퀴머리 컨셉은 이후 트레이드마크 겸 브랜드가 되었으며 40줄을 넘은 아주머니들에게도 늘씬한 각선미를 가질 수 있다는, 요즘 말로 ‘몸짱 아줌마’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었다. 또 이 곡 제목은 훗날 1993년 그의 이지러진 삶을 소재로 한 영화의 제목으로 정해질 만큼 티나 터너와는 분리할 수 없는 ‘한 몸’이 되었다.

두 곡 외에도 1960년대 활동한 팝 그룹 선레이스(Sunrays)의 원곡을 재해석한 「Better be good to me(5위)」와 마크 노플러가 작곡하고 제프 벡이 연주한 「Private Dancer(7위)」, 그리고 「Show some respect(37위)」까지 모두 5곡이 탑 40 안에 랭크되는 스매시 히트를 터뜨렸다. 티나 터너는 이 음반으로 그래미에서 ‘올해의 레코드’ ‘여성 팝 가수’(이상 「What's love got to do with it」), ‘올해의 여성 록 보컬리스트’(「Better be good to me」)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언론은 ‘1984년 그래미 인물’로 받들어 가열 찬 플래시를 퍼부었다.

미디어는 당시 세를 얻어가고 있던 페미니즘에 적절히 편승해 ‘남편의 폭력과 설움을 딛고 일어선 감격의 인간승리’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남편 아이크 터너(그 또한 록과 소울의 전설이다) 측의 항의가 없지 않았지만 대중매체가 전 아내의 편으로 돌아선 이상 소용이 없었다. 시대는 ‘역경의 극복’ ‘여성’ ‘노장’ 등 만인을 통합할 수 있는 요소가 축약된 티나 터너를 원했다. 휴먼 스토리에 민감한 그래미가 이것을 놓칠 리 없었다.


다시 음반으로 돌아와 비틀스의 「Help」와 데이비드 보위의 「1984」의 커버 버전은 티나 터너가 얼마나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인지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다. 가창력은 말할 것도 없이 감정표현의 이식에 달려 있다. 앨범의 오프닝 트랙인 「I might have been queen」을 스튜디오에서 녹음할 때 가사를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후일담은 그가 노래를 어떻게 해석했을 것인가를 미리부터 짐작하게 한다.

앨범 도처에 티나 터너의 처절함 그리고 도저히 물러설 수 없다는 용단의 기운이 흐른다. 「Better be good to me」와 「Show some respect」, 그리고 앤 피블스(Ann Peebles)의 곡을 리메이크한 「I can't stand the rain」은 아픈 기억을 준 전 남편 아이크 터너와 일그러진 과거를 향해 외치는 외침이다.

부양가족을 위해서 옷을 벗고 춤추는 스트리퍼의 이야기를 담은 「Private Dancer」 역시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아이크의 폭력을 오랫동안 참아온 절절한 독백이다. 허구가 아닌 실제 스토리는 도입부에서 클라이맥스까지 점증하는 곡 구조에 실려 강렬한 감동을 분사한다. 이 곡은 국내에서도 널리 사랑을 받았다.

티나 터너는 환갑에도, 그리고 고희에도 음악의 유혹에 자진 투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이 시대의 백전노장이며 또한 록이 나이와 상관없는 표현의 장임을 증명한 위대한 여신이다. 이 음반의 성공과 그래미 정복 이후 그는 멜 깁슨이 주연하고 감독한 영화 <매드 맥스> 2편에 출연하는 등 전성기로 내달렸다. 10년 이상 철옹성이었던 ‘티나 터너 록 제국’의 출범이 이 컴백 앨범으로 가능했다. 그 제국을 통치한 암사자 그리고 이 기념비적 앨범은 ‘1980세대’에게 잊을 수 없는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글/ 소승근(gicsuc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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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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