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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글 “내 콤플렉스를 들여다보면 성공 창업 가능하다”

창업 성공 스토리 <백만불짜리 가슴> 펴낸 빅사이즈 속옷 전문몰‘로라’박영글 대표 이젠 내 콤플렉스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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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액으로 봤을 때 저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둔 회사도 많습니다. 다만, 사장인 저와 직원들, 그리고 고객이 모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었다는 자부심 면에서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습니다.”



아무리 스펙을 쌓아도 취업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어찌어찌 직장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팍팍한 현실. 그런데 여기, 재벌 2세도 아니면서 하루 4시간만 일하고 여유롭게 사는 사람이 있다. 한 달에 열흘은 제주도에 내려가 쉬다 오고 맘 내키면 세계여행도 자유롭게 다닌다. 바로 ‘로라’ 의 박영글 대표가 그 주인공. 20대 후반에 자본금 500만원으로 1인 회사를 차린 뒤, 10여 년 동안 연매출 12억을 넘어서는 탄탄한 회사로 키워낸 여성이다.

그녀는 IMF의 직격탄을 맞은 세대로, 수십 장의 이력서를 쓰고도 다 퇴짜를 맞은 뒤 구로상가에 있는 작은 무역회사에 입사했다. 커피 타는 일부터 은행 심부름, 해외에 보낼 문서 영어 번역 업무 등을 하다, 학창시절 갈고닦은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매출 상승을 이끌었고 3년 반 동안 회사는 3~4배 성장했다.

그러다 스물여덟에 독립해 무역회사를 차렸지만 두어 달 만에 망했다. 급한 마음에 전혀 알지도 못하는 수입 주방기구 수입에 손을 댔다 그나마 있던 자본금마저 탕진하고 만다. 서른을 앞두고 빈털터리가 된 그녀가 관심을 돌린 분야는 바로 자신의 오랜 콤플렉스였던 ‘큰 가슴’ 여성을 위한 속옷. 그동안 한 번도 몸에 잘 맞는 속옷을 입어보지 못한 박영글은 자신의 니즈를 활용하여 틈새시장을 찾아냈다.

“금액으로 봤을 때 저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둔 회사도 많습니다. 다만, 사장인 저와 직원들, 그리고 고객이 모두 만족하면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었다는 자부심 면에서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습니다.”




제목이 자극적이면서도 중의적인 느낌을 준다. 표지 그림만 보면 로맨스 소설이 아닌가 착각할 수도 있다. 제목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해 달라.

연매출 10억을 돌파했던 몇 년 전, 당시 달러 환율이 1000원대였다. 10억이면 딱 백만불이다. 만약 내가 E컵 가슴을 갖지 않았다면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기획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러면 연매출 10억을 돌파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거나 중도에 사업을 접었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들자 큰 가슴이 정말 고맙더라. 친구에게 연매출 10억 돌파 얘기를 하면서 “그래서 내 가슴은 백만불짜리야.”라고 농담으로 말했고 출판사와 계약을 할 때 마땅한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웃으면서 ‘백만불짜리 가슴’을 가제로 가자고 했다. 이 제목이 책 내용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 같아서 제목으로 확정했다.


빅 사이즈 속옷만 전문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빅사이즈 속옷시장을 틈새시장으로 본다면, 그 규모와 시장성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작년 기준 국내 속옷 시장 연간 규모가 1조 4천억 원이었다. 여성 속옷만 본다면 절반인 7천억 원이고, 빅 사이즈 여성의 비율을 2%로 잡는다면 어림잡아 140억 원 규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로라의 작년 매출이 13억 원이었으니 아직 확보해야 할 고객이 많다고 본다.


큰 가슴이 콤플렉스라고 했는데, 불편했을 것 같다.

90년대에 20대를 보냈는데 ‘섹시하다’는 말도 함부로 쓰지 않던 시절이었다. 20대에는 목욕탕에도 안 다니고 길거리에서 이상한 아저씨들의 노골적인 성희롱도 여러 번 겪었다. 무역회사에 입사해서 거래처 사장을 데리고 점심식사를 하는 도중 화장실에 갔다가 방에 들어가려는데 거래처 사장들이 내 신체를 주제로 키득거리는 얘기를 듣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대화가 끝나길 한참 기다렸다가 모른 척 들어다. 빅 사이즈 속옷 쇼핑몰을 하면서 고객들과 게시판으로 소통했다. 나만 이런 문제를 겪는 게 아니라는 걸 안 뒤로 치유가 되더라. 지금은 후배들이 가슴 수술한 거 아니냐고 물어보면 당당하게 자연산 백만불짜리 가슴이라고 말한다.


처음에 입사한 회사가 성장하면서 다른 회사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텐데 왜 창업을 택했나.

무역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본 거래처 사장 중에 스카우트를 제의한 사람도 있었다. 일하던 곳보다 규모가 조금 더 큰 정도의 중소 무역회사였기 때문에 이직할 만한 매력을 못 느꼈다. 대기업이나 규모가 큰 종합무역상사는 신입으로 들어가기에는 나이가 많았고, 경력직으로 들어가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영업을 제외한 회사의 모든 업무를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창업에 대한 자신감이 컸다. 그래서 스물여덟의 나이에 창업에 도전했다.


창업은 두려운 일이다. 더구나 소규모 자본으로는 성공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조언해 준다면.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대박을 바라지 말고 ‘소박’하게 ‘평생’ 사업할 생각으로 도전하라는 것. 대박은 자신의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달인 급의 능력자이거나, 대규모 자본 투자가 가능한 사람이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조건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대박을 꿈꾸면서 무작정 창업하는 건 무모한 도전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직장 다닐 때의 월급만큼, 또는 월급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의 돈을 벌면서 평생 정년퇴직 없이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소박한 롱런’을 창업 목표로 잡는다면 현실성 있다. 매출 한 건,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을 다하고 감사히 대해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친절로 평생 단골을 만들 수 있다. 단골이 많아지면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두 번째는 지금 잘 팔리는 아이템을 쫓아가지 말고 지금 없는 제품, 지금 없는 서비스인데 고객이 원하는 아이템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라. 그런 아이템을 찾기 위한 작은 팁이 바로 나처럼 본인의 콤플렉스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또는 가족의 콤플렉스나 친구의 불만 등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찰하고, 이거다 싶으면 시장조사로 가능성을 타진해 봐라.
소박한 마음으로 작고 다르게 창업을 하면 평생 롱런하는 안정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


하루 4시간만 일하고 한 달에 한 번은 제주도에 간다고 했는데. 더 많이 일하고 돈을 더 벌 생각은 없는가?

전혀 없다. 지금 아파트도 있고 차도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맛있는 밥을 사줄 수 있는 월급도 나오고 부족한 게 없다. 오히려 놀 시간이 부족해서 하루 4시간 일하는 것도 너무 많이 일한다고 생각한다. 명품백이나 비싼 옷에 관심이 없어서인지 주로 여행이나 사람들 만나는 일에 돈을 쓸 뿐이라 딱히 돈을 더 벌 이유가 없다.




‘나 자신과 직원들 그리고 고객이 모두 만족하는 것이 회사의 존재 이유’가 경영관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직원과 고객이 만족해야 사장이 마음 편하게 하루 4시간 일할 수 있다. 직원이 자주 바뀌면 새로운 직원을 구해서 트레이닝을 시켜야 하고, 숙련된 직원이 아닌 초보에게 서비스를 받는 고객은 만족도가 낮다. 친절하지 않은 직원의 응대는 쇼핑몰 게시판에 항의글로 올라와 쇼핑몰의 매출에도 악영향을 준다. 직원이 이직을 하지 않도록 좋은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직원들이 회사에서 만족도를 느끼면서 일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고객들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들은 계속 우리의 단골이 된다. 이렇게 안정된 시스템 속에서 내가 맡은 업무를 하면서 여유롭게 삶을 즐기는 것이다.


대기업 위주로 운영되는 한국 경제에서 ‘작은 회사’의 경쟁력은 뭐라고 보나.

작은 회사는 고객과 스킨십할 수 있는 회사다. 큰 회사는 거대 자본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 최대 이익과 최고 효율을 추구하느라 콜센터에 고객 상담을 외주로 주고 AS 센터도 자회사나 용역회사와 계약해서 맡긴다. 작은 회사는 고객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회사다. 동네 언니처럼 제품에 관한 이야기로 수다를 떨고 필요한 제품을 구해줄 수 있다. 고객의 의견이 제품 제작에 빠르게 반영된다. 이익과 효율을 이야기하지 않고 고객이 필요한 제품을 서비스하고 그 서비스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받는다. 고객은 왕이고 직원은 시녀가 되는 회사가 아니라, 고객과 직원이 이웃처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회사가 작은 회사다.


그럼에도 한국에는 대기업을 원하는 구직자가 많다.

작은 회사에 다니면 근로조건도 열악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할 폼도 나지 않지만, 큰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언젠가 작게라도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작은 회사에서 원가정산부터 영업까지 업무 흐름의 전반을 익혀서 내 사업을 하기 위한 체험과 학습의 장으로 잘 이용하길 바란다. 만약 사업할 생각이 없고 여유롭게 사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현재의 작은 회사를 다니면서 나오는 월급으로 자신의 능력을 업그레이드시켜서 더 좋은 대우를 해주는 회사의 문을 끊임없이 노크해보길 권한다.


앞으로도 어떤 책을 쓰고 싶나.

하루 일과 중, 아침에 일어나 일기 쓰는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매일 글을 쓰다 보니 글을 쓰는 과정 자체를 취미처럼 즐기게 됐고 책까지 출간했다. 블로그에 결혼 전 연애했던 경험과 실연을 통해서 삶이 성숙해지는 얘기를 썼는데 블로그를 방문한 사람들이 공감 덧글을 남기더라. 이때 글로 소통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알게 됐다. 블로그에 남긴 글을 다듬어서 연애와 실연에 관한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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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불짜리 가슴 박영글 저 | 북로그컴퍼니
‘로라’는 C컵 이상의 빅 사이즈 속옷만 판다. 더 구체적으로는 C컵부터 H컵까지의 브라 전문 쇼핑몰이다. 2000년대 초반은 인터넷 쇼핑몰 창업의 광풍이 불던 시기였다. 자고 나면 수십 개의 쇼핑몰이 생겨났고, 다시 자고 나면 그보다 많은 쇼핑몰이 사라졌다. 그 피 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 자본금 500만원의 쇼핑몰 ‘로라’는 어떻게 살아남았고, 또 어떻게 업계 최장수 쇼핑몰로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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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백만불짜리 가슴

<박영글> 저11,700원(10% + 5%)

콤플렉스로 시작한 회사, 동종 업계 최고가 되다 ‘로라’는 C컵 이상의 빅 사이즈 속옷만 판다. 더 구체적으로는 C컵부터 H컵까지의 브라 전문 쇼핑몰이다. 2000년대 초반은 인터넷 쇼핑몰 창업의 광풍이 불던 시기였다. 자고 나면 수십 개의 쇼핑몰이 생겨났고, 다시 자고 나면 그보다 많은 쇼핑몰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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