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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당신의 여행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여행 마니아들에게 듣는 여름 휴가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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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철이 시작됐다. 당분간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안부 인사는 “휴가 어디 가세요?”. 방콕도 싫지 않지만 한 해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소중한 휴가. 자칭 타칭 여행 마니아들로 불리는 이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여행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여행지에서 일기장 사보셨어요?

핸드메이드 작가 조인숙

핸드메이드 작가 조인숙은 두 딸의 드로잉으로 인형을 만들고 아이와 함께 집안 가득 그림을 그리는 일이 취미다. 아이와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5년 전, 첫째 민소와 단둘이 3개월간 런던 여행을 떠났고, 지난해 여름방학에는 중학생 조카까지 합세해 북유럽을 여행했다. 아이들에게 선진국의 교육, 세련된 디자인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없었다. 딸 민소가 좋아하는 무민(토베얀숀의 그림책 속 주인공)을 만나러 헬싱키 무민월드(난탈리)를 가고, 레고 디자이너가 꿈인 조카를 위해 덴마크를 여행하기로 한 것. 홀로 떠나는 여행에서는 쇼핑에 관심이 많았지만 아이들과 떠난 여행에서는 ‘자연과 함께하는 북유럽 투어’를 계획했다. ‘아라비아 핀란드’ 공장 투어를 신청해 제품이 만들어지는 생산과정을 직접 보고, 박물관에 가서 알바 알토, 오이바토이까의 디자인 과정을 보면서 그들의 철학과 장인정신을 볼 수 있게 했다.

“특별한 키워드는 없습니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취향이 맞는 곳 이랄까?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레 시나브로 취향이라는 것이 생겼고 내 취향에 맞는 곳이 어디라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오래된 이야기가 있고 공원과 작은 골목이 있으며 그 골목을 돌아가면 수공예 숍이 있는 그런 곳을 좋아해요. 그런 이유로 런던, 파리, 도쿄를 여러 번 갔어요. 미련이 많은 성격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정말 내 취향에 맞았던 곳, 좋았던 곳은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사진만 봐도 설레고 간혹 꿈에 나오기도 해요. 평상시엔 아무리 바쁘고 힘들어도 그곳을 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요.”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와 함께 해외 여행을 가면, 비싼 돈을 들여 왔으니 좋은 것을 모두 다 보여주자는 의도로 일정을 무리하게 잡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유적지, 관광지에는 관심 없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한가로운 공원이나 미술관 뒤뜰에서 놀았던 기억이 훨씬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그래서 조인숙 작가는 아이들에게 보고 느낄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짧은 시간에 여러 나라를 다기기보다는 한 두 곳에서 느긋하게 방을 얻어서 밥도 해먹고 산책도 하며 그곳을 관찰하는 즐거운 여름방학을 보낸다. 그 추억들은 『런던에서 보낸 여름방학』, 『북유럽에서 보낸 여름방학』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하루키의 『먼 북소리』라는 책을 보면 북유럽에서 온 배낭여행객들은 최대한 적은 돈으로 빈곤과 고행을 추구하는 여행을 한다는 말이 나와요. 그렇게 힘든 여행을 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서 취직을 한 후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다시 한번 유럽여행을 한다고 해요. 두 번째는 젊을 때와는 대조적으로 최대한 고품격 여행을 하지요. 그런 다음 자신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또 다시 고난의 여행을 떠나 보낸답니다. 저도 대학 때 유럽 배낭여행을 했는데 그때 일주일간 기차에서 자는 등 갖은 고생 많이 했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만큼 추억도 많고요.”

이번 여름에는 두 딸과 보름간 삿포르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둘째가 5세라서 장거리 여행은 힘들고, 여름이라 시원한 곳을 선택했다. 북해도는 일본이기는 하지만 거리상 원전의 피해가 없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많아서 아이들과 지내기에는 부담이 없는 여행지다. 조인숙 작가는 삿포로에 방을 얻고 당일치기나 1박으로 근교인 비에이, 후라노, 노보리베츠온천 등을 다녀올 계획이다.

여행키워드: 나의 취향.
여행좌우명: 욕심을 줄이면 여행은 배로 즐거워진다.
여행노하우: 무거운 DSLR 대신 로모나 스마트폰 이용하기. 현지에서 산 일기장에 일기 쓰기.
나만의 여행소품: 아이가 입을 원피스와 소품을 직접 만들어 입히기.
추천 여행지: 런던. 일단 10여 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고, 아이의 경우에는 기차를 비롯해 모든 교통비가 무료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 문화 유적을 손쉽게 접할 수 있고 편의시설도 발달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이라면 추천한다.


여행은 ‘기억을 구입하는 쇼핑’

월간 <HIM> 기자 김다니엘

『남자를 미치게 하는 남미』의 저자 김다니엘은 서른이 되던 해, 남미를 여행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베이스캠프 삼아 다섯 달의 남미 여행을 시작했다. 남자가 일생에 한 번은 꼭 가봐야 할 여행지로 ‘남미’를 꼽는 김 다니엘. 그는 남미에서 프로축구, 남미 클럽 대항전, A매치 등을 수십 번 관람했고, 남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리터짜리 병 맥주로 소위 병나발을 불었다.

“남미가 가진 여행지로서의 매력은 아무래도 사람인 것 같아요. 남미 남자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축구에 관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 친구가 된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펍이나 바, 클럽 같은 흔히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장소 외의 다른 공간에서도 아름다운 여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고, 가까워질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좋아요. 예를 들어, 장을 보러 간 마트의 계산대에서 예쁜 여종업원을 봤어요. 그럴 때, ‘당신이 이 마트에서 제일 예쁜 여자인 것 같아요’고 별 생각 없이 말할 수 있고, 또 상대방은 그런 칭찬에 대해 웃으며 고맙다고 말해주는 그런 여유 있는 분위기가 좋았어요(웃음). 지구 반대편에서 홀로 떠나온 여행자로서, 그런 분위기가 자신감을 찾거나 빨리 현지에 적응하는 데에 도움이 됐죠.”

남미 여행을 보다 잘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언어 공부를 하는 게 좋다. 김다니엘의 경험에 의하면 “꿈에 그려왔던 라틴 미녀를 만났는데, 아무 말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다 놓쳐버리면 너무 아쉽지 않은가!” 언어적인 능력이 있다면 훨씬 더 즐거운 경험, 안전한 체류가 가능하다. 사람들은 보통 남미 사람들이 어느 정도 영어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김 다니엘이 만난 남미 사람들의 대부분은 영어를 잘하지 못했다. 숫자를 세는 것도 어려워할 만큼이었다.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를 조금만 공부해 간다면 더욱 알찬 남미 여행이 가능하다.


“여행을 갈 때 꼭 정장을 챙겨가요. 짧은 여행이라면 한 벌, 여행이 좀 길어진다 싶으면 두 벌 이상 가져가는 편이에요. 여행을 하다 보면, 현지 사람들에게서 
아, 저 사람 여행중인 외국인인가 보다라는 인상을 주게 되는 것이 좀 불편한 상황을 초래할 때도 있고 어떤 사건, 사고의 타깃이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거든요. 뭐, 그런 일들은 자주 있는 건 아니지만요. 좀 더 본래 의도에 가깝게 말을 하자면,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3~4일 후 자기 나라로 돌아갈 남자라는 느낌을 주게 되는 게 싫어서예요. 옷차림에서 그런 단정적인 느낌을 줘버리면, 좋은 인연으로 발전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애초에 차단되는 거잖아요(웃음). 그래서 가끔은 수트를 입고 현지의 비즈니스맨 같은 느낌으로 여행을 할 때도 있어요.”


올 여름 휴가는 가족과 함께 상하이를 갈 계획이고, 혼자 떠날 여행지로는 동유럽을 선택했다. 6개월 정도 기간을 잡고 독일에서 출발해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등을 돌아볼 생각이다. 『남자를 미치게 하는 남미』의 후속작도 기획 중이다.

여행키워드: 본전.
여행좌우명: 고정관념을 버리고 여행지를 대하기.
여행노하우: 현지 맥주 마시기. 스포츠, 공연, 영화제 등 이벤트 참여하기.
나만의 여행소품: 정장.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금방 떠날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걸 차단할 수 있다.
추천 여행지: 홍콩. 군을 제대한 20대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다. 홍콩은 서양과 동양이 혼합되어 있는 국제도시인 만큼, 혼자서 어딜 가더라도 큰 불편함 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2년간 군대에서 사회와 떨어져 있던 젊은 청년들이 기분을 전환하고, 어떤 새로운 감각 같은 것들을 되찾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빅토리아 피크 정상에서 홍콩의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제대 후의 삶을 그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뭔가 참신한 아이디어나 잘 해낼 수 있다는 의지 같은 것들이 불현듯 생겨날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과 가볍게 떠나세요

일러스트 작가 유혜영

스페인신문 <El Punt AVUI>의 전속 일러스트로 활동 중인 작가 유혜영은 ‘나는 이상한 노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림을 그리며 그림쟁이로 산다. 바르셀로나 엘리사바 디자인학교에서 멀티미디어를 전공하고 스페인에 둥지를 틀고 산 지 10여 년. 언제나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고 있는 그녀는 낯선 여행지에서 만나는 특별한 음식에 대한 애정이 극진하다. 음식에 대한 편집증적인 애정과 호기심은 급기야 『스페인 타파스 사파리』라는 책을 쓰게 했다. 스페인 여행자들에게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타파스’란 아침과 점심 사이 빈속을 채울 수 있도록 준비하는 한입에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의미한다.

“스페인은 오감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곳이에요. 온화한 기후, 다양한 문화유산, 색의 향연으로 풍성한 예술가들의 작품, 시원한 푸르름을 담은 하늘과 바다, 뜨거운 태양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모든 감각을 일깨울만한 요리와 와인이 넘치는 나라 스페인은 당연 최고의 여행지로 꼽을 만해요. 스페인에서 사용되는 공식 언어가 4개 언어이며 지역별 특성이 남달리 강하고 독특해요. 언어가 다르다는 것은 지역마다 정치, 철학, 이상 그리고 문화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스페인의 역사와 지역적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여행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도 매우 유익해요. 예를 들어 우리가 잘 아는 스페인 축구팀 바르샤와 레알 마드리드의 힘 겨루기와 기 싸움의 배경이 단지 운동 경기 이상의 역사적인 이야기가 깊이 베어있다는 사실을 알고 경기를 관람한다면 그 맛은 크게 달라지겠죠?”


현재 타라고나 근처 시골 바닷가에 살면서 아기를 키우고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진 유혜영 작가는 여행지를 떠날 때마다 각기 다른 허브 오일병을 준비해 간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거나 호텔에 있을 때 오일은 말랑말랑한 기분을 만들어주는 데 최고의 아이템이다. 또한 여행지에 가서는 현지의 문구점을 찾아 화구나 간단한 펜, 스케치북 혹은 종이 등을 구입한다. 처음 간 도시의 한 모퉁이에 있는 화방을 알아 두는 일은 여행 중 갖는 가장 큰 기쁨이다. 그녀는 항상 사진으로 기억의 한 조각을 기록하고 스케치와 함께 간단한 메모를 남긴다.

“여행에서는 마음의 소리를 들어야 해요. 듣는다고 너무 기를 쓰며 귀를 기울이면 자연스러움이 줄고 힘이 들어가니 힘 빼는 일도 중요하고요. 짐은 간소하게 마음은 가볍게 정보는 충분하게 준비해요. 단 놀라움이 깃들 수 있도록 마음 공간을 조금 남겨놓고요.”

유혜영 작가는 7월 중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8월에는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 피레네오 산맥에 자리한 면세국가 안도라(Andorra)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낼 계획이다. 가까운 남 프랑스의 알려지지 않은 작은 마을도 찾아갈 생각이다. 스페인 바닷가 마을에서 살고 있는 만큼, 휴가철에는 바닷가를 떠나 만년설이 쌓인 산길을 한적하게 걷고 싶기 때문이다.

여행키워드: 마음의 소리 듣기.
여행좌우명: 가볍게 떠나기. 여행 중 마주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즐겁게 받아들이기.
여행노하우: 즐거운 여행 친구와 떠나기. 남편이 될 수도 있고 초등학교 동창 친구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누구를 먼저 정하지 말고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서 가장 멋진 시간과 공간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나만의 여행소품: 여행지에 맞는 허브 오일병.
추천 여행지: 스페인의 작은 섬 이비자(Ibiza)와 포르멘테라(Formentera). 아이들 교육, 남편 뒷바라지에 청춘을 바친 40대 주부들 혹은 전문직으로 사회생활에 잔뼈가 굵은 40대 싱글족 여자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다. 이비자는 60년대 말부터 클럽이 들어서고 히피들이 모이면서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낭만적인 섬으로 알려져 있지만 스페인을 찾는 한국 여행객 중 클럽을 좋아하는 20대의 젊은이들을 제외하면 찾는 이가 거의 없다. 이비자는 클럽문화뿐만 아니라 독특한 섬 문화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특히 바로 곁에 있는 천연의 섬 포르멘테라의 환상적인 해변은 치유와 재생의 힘을 지니고 있다.

그곳의 소리를 녹음해본 기억이 있나요?

서촌라이프 발행인 설재우

경복궁 서쪽마을 ‘서촌’에서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작가 설재우는 서촌에서 태어나 30년째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다. 동네가 점점 도시화되는 것이 안타까워 2009년부터 서촌을 알리고 기록하기 시작했고, 퇴출 위기에 있던 서촌의 마지막 청소년 오락실인 ‘용 오락실’을 인수해 지역문화 창작공간으로 사용하며 서촌의 문화와 예술에 관한 스토리텔링 발굴 및 동네 소식지 <서촌라이프>를 간하고 있다. “서촌에서 하루하루 감사할 일이 많아져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설재우 작가는 서촌의 오늘을 기록한 『서촌 방향』을 펴내기도 했다. 누군가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직업병인 마냥 
‘서촌’을 말하지만, 그것은 버릇이 아니고 본심이다.


“서촌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이에요. 여행이란 일상을 떠나는 행동을 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것이 바쁜 속도로 흘러가는 서울에서 아마도 유일하게 옛 향수와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지 않나 싶어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지만 시간이 없거나, 서울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서촌 여행을 꼭 추천해주고 싶어요.”

모두들 멀리 떠나기를 갈망하는 지금, 설재우는 가까운 곳 주변의 풍경에 더욱 집중한다. 여행을 떠날 때면 기록하는 것을 즐긴다. 주로 아이폰을 이용하는데, 단순히 사진뿐만 아니라 여행지의 소리까지 담고 싶어서 녹음을 할 때도 있다. 여행을 갈 때면 간단한 미술도구와 개성 있는 명함을 가지고 간다. 의외로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과 교류하게 되는 일들이 종종 있는데, 명함이 요긴하게 쓰인다. 서촌 이외에 추천하고 싶은 국내 여행지는 ‘군산’. 스탬프 여행을 이용하면 더욱 분명하고 지역을 목적 있게 둘러볼 수 있다.


“유명한 곳을 찍고 도는 방식의 여행보다는,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무르며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마이리얼트립(www.myrealtrip.com)을 주로 이용해요. 현지인이 만드는 진짜 여행이라는 주제로 운영하는 여행 중개 사이트인데, 이 곳을 통해 원하는 지역에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방문하는 편이죠.”

이번 여름 휴가는 부모님을 모시고 가까운 대전으로 추억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아이가 이제 막 돌이 지나서 멀리 갈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척 기대하고 있다. 부모님을 위해 유성온천에서 그간 쌓인 피로를 풀고, 대전 원도심에 있는 ‘성심당’이라는 오래된 빵집과 근처에 있는 ‘도시여행자’라는 카페에 들릴 생각이다.

여행키워드: 추억, 경험, 친구.
여행좌우명: 여행은 세가지 유익함을 준다. 첫째는 타향에 대한 지식, 둘째는 고향에 대한 애착, 셋째는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브하그
여행노하우: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무르며 현지인처럼 살아보기.
나만의 여행소품: 간단한 마술도구와 개성 있는 명함.
추천 여행지: 국내는 ‘서촌’. 해외는 탄자니아의 ‘아루샤’. 오래된 지역이 가지고 있는 매력과 개성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한 이색적인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곳이다. 둘 다 나의 고향 같은 곳이라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현지인과 함께 소통하는 여행, 어떤가요? 

여행작가 김형호, 고선영

신문, 잡지에서 글을 쓰던 아내 고선영과 사진을 찍던 남편 김형호. “우리 마흔 즈음엔 제주에 내려가서 한량처럼 살아보는 건 어때?”. 남편은 아내에게 제안했고 2010년 겨울이 시작할 무렵, 이들 부부는 실행에 옮겼다. 『제주 여행의 달인』을 쓰기 위해 머물렀던 6개월 동안, 뭔가에 홀렸는지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대평리의 농가주택을 빌려 작업실과 살림집을 만들고 있었다. 제주도민이 된 부부는 올해 두 번째 책인 『당신에게, 제주』를 펴내게 됐다. 신기한 것은 제주 정착 당시, 남편이 마흔이었다. 아마 제주는 부부에게 운명이었나 보다.

“제주는 천 개의 계절과 천 개의 날씨를 가졌어요. 같은 장소라도 계절과 날씨와 시간에 따라 그곳은 완전히 다른 장소처럼 느껴지죠. 한 여름 소나기가 지난 후 진한 숲 냄새 진동하는 곶자왈, 지독한 안개에 휩싸인 사려니숲길, 8월의 여름밤 제주 바다의 수평선을 따라 반짝반짝 빛나는 집어들을 밝힌 채 띠처럼 늘어선 한치잡이 어선들, 폭풍우 몰아치는 애월의 바다, -햇빛 한 줌 들지 않는 여름날의 5.16도로의 숲터널, 연둣빛 바다가 마음을 홀리는 맑은 날의 월정리 바다 등 정말 손에 꼽기 힘들 만한 풍경들의 잔치가 벌어져요.”

10년 넘게 잡지기자로 일한 고선영은 세계 80개 이상의 도시를 방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주, 그리고 한국보다 더 멋지고 아름다운 곳을 찾아내지 못했다. 마산어시장의 북적거림과 늦은 밤 통술집에서 바닷것들을 안주 삼아 마시는 막걸리를 사랑하고, 여수 금오도의 비렁길을 걷고 굵은 소금 착착 뿌려 노릇하게 구워낸 군평서니구이를 먹는 것을 좋아하며, 안동 하회마을에서 46번 시내버스를 타고 병산서원에 들러 두 번 뜨는 달 구경을 즐긴다. 또 강릉 안목항에서 300원인 자판기 커피를 뽑아 해변에 털썩 주저앉아서는 지독하게 달콤한 커피를 홀짝이는 일을 그리워하고, 홍시 속살처럼 붉은 노을 내려앉는 남해 바다와 나란히 물미해안도로를 달리는 것도 최고의 휴식이다. 고선영의 여행은 길을 따라가는 여정이라기보다는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다. 만약 또 다시 어딘가로 떠나게 된다면 부산으로 갈 생각이다. 조금은 느슨한 기운이 공기 중에 부유하는 도시에서 잠깐 동안이라도 흥청망청(!) 살아보고 싶단다.


“현지인처럼, 현지인에게. 가능한 그곳에서 현지인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현지인들의 부엌인 시장에 자주 가죠. 시장에 가면 그곳 사람들의 삶을 금방 이해할 수 있어요. 궁금한 건 그곳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되죠. 특히 진짜 맛있는 집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제일 잘 알잖아요. 새로 문을 연 저렴하고 깨끗한 모텔도 동네 사람들이 가르쳐줄 거예요. 시간 여유가 있다면 숙소 근처 목욕탕에 가보는 것도 좋아요. 탕에 들어앉아 있는 동네 사람에게 넌지시 ‘어디가 좋아요?’ 하면 한 100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여행 칼럼을 쓰는 사람들에게 여름 시즌은 1년 중 가장 바쁜 때다. 바캉스 특집기사, 여름 추천 여행지에 관한 칼럼 등 8월까지는 대게 마감으로 눈코 뜰 새 없다. “게다가 굳이 비싸고 사람 많은 곳을 찾아갈 이유도 별로 없다”는 고선영 작가. 9월이 되면 방콕에 갈 계획이다. 외국의 도시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이 방콕인데, 싸고 좋은 호텔과 싸고 맛있는 음식, 그리고 허파를 흥분시킬 더운 열기가 있는 방콕에서 2주 정도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여행키워드: 안전, 건강, 정신줄.
여행좌우명: 현지인처럼, 현지인에게. 가능한 그곳에서 현지인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여행노하우: 숙소 근처 목욕탕에 가본다. 탕에 들어앉아 있는 동네 사람에게 넌지시 ‘어디가 좋아요?’ 라고 물으면 적어도 100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만의 여행소품: 라이너. 한 겹으로 된 침낭이라 생각하면 된다. 돌돌 말면 어른 주먹만 한 데 어디서든 쾌적하게 수면할 수 있어 좋다.
추천 여행지: 안타깝지만 단 하나의 여행지를 추천할 용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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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엄지혜


eumji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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