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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추억하는 단 한 권의 여행에세이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부터 ‘생활여행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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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분들은 여행에세이를 읽고, 문득 여행을 떠난 적이 있나요? <채널예스> 운영자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에세이’를 한 권씩 소개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이상현 저 / 시공아트

내게 가장 편한 곳은 집인데, 굳이 다른 장소로 여행가서 쉬어야 할 필요를 아직은 느끼지 못한다. 물론 경치 좋은 휴양지에서 푹 쉬고 오는 여행에도 나름의 장점이 있겠으나, 기왕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장소에 갈 거라면 역사적인 공간을 선호한다. 지구사 연구자나 세계체제론자처럼 지구를 통째로 보려는 광활한 시각은 아직 갖추지 못한 터라, 외국 여행보다는 한국의 곳곳을 다니려 한다. 경주 안압지나 경복궁과 같은 대형 건축물도 좋지만 나와 같은 일반인이 살았던 흔적에 관심이 많다. 그런 면에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은 내게 딱 맞는 책이다. 한옥 전문가인 이상현 저자가 전국을 답사하며 쓴 글을 담았다.

다른 사물도 그렇지만 한옥에는 보면 볼수록 읽어낼 거리가 많다. 과거 사람들이 집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공간을 어떻게 이용했는지와 같은 인류학적 접근. 어떤 자재를 쓰고 어떤 형태로 집을 지었는지와 같은 건축학적 접근. 건축과 자연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에 관한 미학적 접근 등등… 저자는 이런 다양한 접근으로 한옥에 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풀어놓는다. 그럼에도 한옥만 보러 가기에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사람도 많을 테다. 이런 사람을 위해 책은 한옥과 함께 둘러 볼 만한 주변 관광지를 소개해 놓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수록된 병산서원과 양동마을을 이번 여름에 찾고 싶다.
(손민규) 


  









7번 국도 Revisited
김연수 저 | 문학동네

한때, 여행은 그저 먹고 마시는 여가일 뿐이었다. 여행 후엔 얼마나 돈을 썼는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빴다. 『7번 국도 Revisited』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이 소설의 문장들을 만나고서야 알았다. 여행은 망각의 시발점이 아니라 ‘내가 죽은 뒤에도 그 기억들이 남을 수 있도록, 이 세계 곳곳에 그 기억들을 숨겨두는 일’이었다! 이후, 나는 여행의 값진 기념품으로 보물 숨겨놓기 놀이를 얻었다.

소설을 다 읽은 이듬해 봄, 나는 제대로 보물 숨겨놓기 놀이를 하기 위해 친구가 사는 남쪽 도시로 향했다. 소설 속 ‘나’와 ‘재현’처럼 가장 동쪽의 바다를 따라 가는 길을 머릿속에 그리며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그들의 내밀한 청춘이 텍스트를 넘어 현실로 넘실거렸다. 포항에서 시작한 여행은 울진군을 거쳐 평해, 속초를 지난다. 그들의 여행은 7번 국도를 떠나 서울에 돌아와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 계속 나아간다. 소설을 여러 번 읽고 7번 국도를 간다면, 그 청춘의 궤도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나와 내 친구는 여행에 돌아와서도 종종 7번 국도 이야기를 한다. 가끔은 우리가 소설인물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내밀한 보물들을 꽁꽁 숨기러 올해도 7번 국도를 넘어 다른 시공간 속으로 또 여행을 간다. 
(김유리)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강제욱,권태균,석재현,윤광준.이상엽,진아라 공저 | 이른아침

올 여름 휴가를 어디로 갈까 고민하던 누군가가 내게 물었다.
“몽골 가보셨죠? 거긴 뭐가 좋아요?”
“음… 글쎄요. 뭐라고 딱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냥 다 좋았다! 라고 말하면 이해할 수 있나요?”
어물쩡한 대답에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떫떠름한 반응을 보고 난 속으로 웃었지만 그가 그럴만하다고 느낀 건, 나 역시 일년 전에 같은 대답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미 몽골을 다녀온 후배로부터.

몽골을 다녀온 사람들은 수년 내로 다시 그곳을 찾게 된다. 화려한 해변이나 리조트도 없고, 딱히 맛있는 음식이나 멋진 경관도 찾기 힘들다. 더구나 교통이 불편하고 물이 귀한 나라라 씻는 것조차 쉽지 않은데 왜 사람들이 오는 것일까? 몽골 초원에 서면 어느 곳에 시선을 두더라도 짙은 녹색 초원과 파란 하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이 대체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감이 오지 않는다. 그만큼 몽골은 거대한 땅이다. 남한보다 무려 16배 넓은 면적에서 겨우 300만 명이 살고 있다. 초원에는 인공적인 불빛이 전혀 없기 때문에 밤은 암흑의 공간이며 그 위를 꽉꽉 들어찬 별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3명의 여성 웹툰 작가 서나래, 김진, 필냉이는 포털 웹툰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를 공동 연재했다. 일상에 지친 세 여인이 무작정 떠난 몽골에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에 독자들은 배꼽을 잡다가도 마지막 26회가 끝나는 순간, 자연스럽게 몽골 여행을 꿈꾸게 된다. 실제 이 웹툰을 보고 몽골 여행을 다녀온 독자들의 후기가 봇물을 이룬다. (웹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Id=500945)

막연하기만 한 몽골의 내면을 알고 싶다면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를 추천한다. 몽골의 매력에 푹 빠진 사진가와 여행가, 저널리스트 6명이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다양한 몽골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은 단지 아름다운 몽골의 자연을 카메라로 찍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몽골인들의 소소한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짧은 여름이 오면 대지가 온통 눈부신 녹색으로 바뀐다.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채는 투명하고 강렬하다. 한여름에는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가지만 한국처럼 습기가 많지 않고 건조해 그늘로 들어가면 시원하다. 몽골인들이 초원에서 푸른 대지와 청명한 하늘을 바라보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 중에서
몽골의 현실을 풀어쓴 몽골에 대한 무지(無知)와 막연한 두려움에 갈까말까 고민하던 나에게 이 책은 확신을 주었다. 무수히 많은 여행 후보지 중의 하나가 아니라,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몽골, 초원에서 보내는 편지>를 읽고 몽골을 다녀온 이후, 난 여전히 맑게 갠 하늘을 볼 때면 어김 없이 그곳이 그립다. 
(최경진) 



  









나를 줄이면 당신의 환한 바깥 『생활여행자』
유성용 저 | 갤리온

2008년 가을이었다. 겨울을 코 앞에 둔 가을. 소위 ‘뻗치기’를 하고 ‘헤딩’을 하며 직장생활을 했다. 뻗치기란, 스캔들이 난 취재원의 집 앞에서 마냥 기다리는 일이고, 헤딩은 약속 시간을 잡지 않은 채 무작정 인터뷰이에게 찾아가서 들이대는 취재 행태를 말한다. 나와바리가 없던 때라(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선배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헤딩을 하고 뻗치기를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요령이란, 다른 취재거리를 많이 잡아서 헤딩을 안 해도 쓸 기사가 많은 상황을 만드는 것. 월간지를 만들며 한 달에 좋은 사람 서너 명만 만나면, 조금 싫은 취재를 해도 그냥 견딜 만했다. 2008년 10월에 만난 서너 명 중 한 명은 『생활여행자』의 저자 유성용이었다. 한겨레신문에 연재했던 ‘스쿠터 전국 다방 기행’을 열독한 터라, 신간이 나오자마자 잽싸게 인터뷰를 청했다. 만났던 카페는 아마 대학로에 있었던 것 같다. 『여행생활자』에 이은 후속편 『생활여행자』. 제목부터 센스 돋고 표지 사진도 멋 부리지 않은 느낌. 여의나루의 추억을 말하다가 부다바의 어느 라운지 뮤직을 이야기하고, 또 사막의 비질 예술가를 떠올리다 자신의 연애담을 추억하는, 다소 분방해 보이는 이 여행 에세이의 주인공 실물이 궁금했다. 나와는 거의 띠 동갑이었는데, 실물을 보니 ‘간지 없는’ 미중년’이라는 프로필 소개와는 딴판이었다. 스스로 루저라고 말하고 있었으나 그는 외로워 보이지 않았다. 인터뷰 중 틈틈이 오는 지인들의 전화나 이야깃거리가 ‘여행자로 살아도 쓸쓸하지 않구나’를 증명했다. 한 시간쯤 대화를 나눴을까. 책 속에 실린 투박한 사진처럼, 포장을 못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아마 A로 말해도 A , A-로 채색되어 나오는 기사들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그랬을지도) 여하튼 그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사용했던 단어는 ‘극진’이었던 것 같다. 일상이나 여행 속에서 찾아오는 불편한 상황들을 극진히 대하면, 자신의 바깥을 볼 수 있다고. 생활 속 나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풍경과 사건 속을 헤매는 것이 ‘여행’이라고 말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염치 있는 여행자가 되자는 거예요. 자기만의 이유로 와서 애틋하게 사랑하고, 자기만의 이유로 떠나는 것, 상대를 소비 대상으로 생각하고 존중하지 못하는 것. 이런 모습은 아닌 것 같아요. 자기의 이유를 줄이고 현지인의 삶을 존중하면서 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여행 중에 오는 불편한 상황들을 극진하게 귀하게 여겼으면 해요. 불편한 것을 잘 보면, 자기 바깥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2008년 10월 인터뷰에서)
2011년 이후, 유성용은 『여행생활자』의 개정판을 제외하고는 책을 쓰지 않은 듯 하다. ‘지나치리만큼 홍수처럼 쏟아지는 여행 에세이의 썰물이 조금 지나간 다음, 그의 신간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침표를 찍으려는 찰나. 혹시 몰라 포털사이트에 ‘유성용’의 이름을 검색했더니 최근 백영옥 작가와 인터뷰를 했다. 기사를 훑어보는데, 충격인 것은 그가 현재 KBS <6시 내 고향>에 출연 중이라는 사실! 당최 매치가 잘되지 않지만, 어쩌면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프로그램일지도 모르겠다. 
(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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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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