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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11] 비가 오는 날이면 떠오르는 클래식 -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아르페지오네는 누구였나? 아니, 어떤 악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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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마다 떠오를 것 같은 이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앨범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이 앨범에 담긴 첼리스트의 기교와 표현력 두 가지가 마음에 든다. 한 음의 울림 소리만으로도 연주자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낸다. 어떤 음의 울림소리는 기지개를 켜는 듯 나른하고, 어떤 음의 울림소리는 한없이 고개를 떨구게 하니 말이다.

슈베르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

만약 어떤 사람이 내가 쓴 글이나 만든 영화 따위는 한 번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김수영? 음, 그 왈가닥 여자애?”라고 (내가 가진 백 가지 특징 중에 그저 그런 한 가지 특징으로) 기억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보니, 그런 경험이 있다. 슈베르트를 생각하다 보니, 아주 오래 전 해묵은 기억까지 떠오르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담임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종이를 돌리며, 서로에 대한 인상평을 한 마디씩 쓰라고 했다. 그걸로 학급 문집을 만든다고 했다. 짓궂은 내 짝꿍은 엉뚱하게도 내 이름 옆에 ‘욕쟁이’라고 썼다. 장난치지 말라고 아웅다웅했지만, 종이는 그렇게 넘어갔다. 그 밑에 댓글 달리듯, 이런 글들이 따라붙었다. 인상평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아갔다.

“어머, 욕쟁이었어?” “욕 좀 시원하게 들려줘.” “욕 좀 하냐? 매력 있다” 등등의 장난스런 코멘트. (해명하려는 건 아니지만, 나는 어린 시절, ‘나쁜 놈’ 정도를 최고 수준의 욕으로 발설하던 여린 학생이었더랬다. 말싸움이 됐기 때문에 굳이 모욕할 것도 없었단 말이지.)

결국, 졸업 기념 학급 문집에 나는 ‘욕쟁이’로 남았다. 내 학창시절과는 아무 상관 없고, 나란 사람을 그다지 알려주지 않는 단어로. (아… 짓궂은 짝을 뒀다는 거?) 누군가 얼핏 문집을 뒤적이며 나를 기억해내려고 애쓴다면, 이렇게 말하겠지. “아…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걔가 그… 욕쟁이였던가?” (맙소사. 선생님의 뜻은 이게 아니셨겠죠?)


슈베르트를 보니, 문득 ‘내가 슈베르트한테 이런 종류의 실례를 범하고 있던 게 아닌가’ 싶었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서 사귀기 전에는 그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랐거늘) 슈베르트를 떠올려보자니, 그의 음악은 생각나지도 않고, 그저 그가 소심하고 우울했던 사람이었다는 것만 기억나는 것이다. “아, 그 우울한 작곡가?”

<겨울 나그네> 한 소절이라도 부를 줄 알았다면, 덜 미안했을 텐데. 그가 소심했다는 게 사실이든 아니든, 사람을 그런 식으로만 기억하는 건 좀 미안한 일이다. 더군다나 예술가를 말이다.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음악을 작곡했는지 아는 건, 음악의 이해를 돕지만, 이번에는 ‘슈베르트 = 부끄럼쟁이 = 우울했고 세심함?’, 이 도식이 너무 강렬해, 음악 그 자체로 들어보려고 애를 썼다.


31년 동안 음악만 생각한 사람


슈베르트의 명가곡 <들장미>, 빈소년 합창단의 노래한다.

“왜 슈베르트 노래를 몰라. ‘웬 아이가 보았네. 들에 핀 장미화.’ 노래가 절로 들리지 않아? 가사도, 제목도 익숙한 <들장미> <보리수> <송어> <마왕>이 다 슈베르트가 작곡한 곡이야. 동요같이 맑고 경쾌한 선율에서부터, 폭풍 속을 정신 없이 달리는 듯한 <마왕>의 숨 막히는 리듬까지. 우리나라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배우고 넘어갔을, 말 그대로 주옥같은 가곡을 쓴 작곡가가 바로 슈베르트야. 가곡의 왕이라고 불렸을 만큼, 가곡을 많이 남겼고, 빼어난 작품들이 많아.”

슈베르트는 무려 15살에 교향곡을 작곡하고, 18살에 대표적인 가곡 <들장미>와 대표작 <마왕> 등의 수많은 가곡을 완성하셨단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게다가 슈베르트의 인맥 중 낯익은 이름이 하나 들린다. “슈베르트 역시 기꺼이 ‘천재’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데, 여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 슈베르트한테 음악을 가르쳐준 사람이 누군 줄 알아? 영화 한 편으로 팬들에게 악당으로 각인되어버리고, 정신과 증상에 이름까지 붙여진 살리에리야.

당시에 살리에리는 잘나가는 궁정 작곡가였고, 여러 음악가와의 교류가 활발했거든. 슈베르트, 베토벤, 리스트 등 작곡가들을 그가 직접 가르치기도 했어. (그러니까 사실 그가 모차르트를 그렇게까지 음해할 이유는 딱히 없지. 같은 음악가로서 그 재능에 질투할 수는 있었겠지만, 음해까지 했을까? 아무도 모를 일이야.) 살리에리는 성악 쪽에 특히 탁월했다고 해. 슈베르트도 타고난 미성으로 합창단에서 활동했는데, 거기서 살리에리를 만난 거야.”


재미있는 인연이다. 들을수록 놀라운 이야기가 이어진다. “슈베르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사가 될 뻔했지만, 정식 발령을 받지도 못하고 가난을 벗어나지도 못해서 다시 작곡에 몰두하게 됐어. 하지만 31세의 나이로 요절할 때까지 특정한 거처도 없이 가난하게 살았지.

친구들의 도움을 근근이 받아가며 겨우겨우 생활했지만, 작품만은 풍요로웠던 사람이야. 무려 600여 개의 가곡, 9개의 교향곡, 수십 개의 실내악곡을 남겼으니까. 요즘에 태어났더라면 비틀즈나 그런 유명 작곡가로 인세를 부유하게 살았을 텐데 말이야. 안타깝지.”



영화 ‘해피엔드’ OST로 잘 알려져있는 슈베르트의 명곡 <피아노 트리오 2번 2악장>

슈베르트가 지은 방대한 곡들을 보면, 그가 서른한 살의 나이로 요절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31년 동안 꼬박 음악만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음악만 생각하느라고 몸이 서른 해를 버텨내지 못한 걸까. 여느 편견 없이 들어보려고 했지만, 31년 동안 무수한 작품을 남기며 불 같은 생애를 산 이 천재의 삶은, 천재의 음악은 환희나 열정보다도 슬픔과 처연함이 앞서 있다.

게다가 일기에 이런 글을 남겼던 남자다. 슬픔이야말로, 그의 힘이었던 모양이다. ‘기쁨도 친근감도 없이 하루가 지나갑니다. 또 나의 작품은 음악에의 나의 이해와 슬픔을 표현한 것입니다. 슬픔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세계를 가장 즐겁게 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슬픔은 이해를 돕게 하고 정신을 강하게 합니다.’

“슈베르트가 수줍음이 많았다잖아? 그런데 생활은 좀 방탕했던 모양이야. 성병으로 죽었다는 설이 있어. 생전에 베토벤을 무척 좋아했는데, 부끄러워하는 성격 때문에, 베토벤을 딱 한 번 밖에 만나지 못했다고 해. 베토벤은 슈베르트의 작품을 보고, 그를 매우 칭찬하면서, 더 일찍 만나지 못한 걸 아쉬워했다는데 말야. 그래도 죽은 후에 슈베르트는 베토벤 옆에 묻혔지.

오늘 소개할 <아르페지오네 소나타>(Arpeggione Sonata)는, 그의 여러 대표적인 기악곡 중에서 가장 편안히 들을 수 있는 음반이야. 부드러운 첼로의 음색, 아름다운 멜로디 덕분에 책을 읽거나 공부할 때 들어도 좋을 음악이라고 할 수 있지.”



아르페지오네는 누구였나? 아니, 어떤 악기였나?


로스트로포비치와 브리튼이 연주하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1악장
영상에서 오른쪽이 브리튼이다.

나는 마 선배가 미션 곡으로 건네준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앨범을 처음 들은 날짜까지 기억한다. 6월 18일이었다. 그 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뉴스에서 떠들썩했는데, 월요일엔 비가 오지 않았고, 화요일이었던 18일에 드디어 비가 쏟아졌다.

그때, 이 음반을 오디오에 재생시키고, 빗소리가 들릴 정도로 살짝 창문을 열어둔 채 누워있었다. “아, 정말 비가 오니까 꼼짝도 하기 싫다. 빗소리만 듣고 있어도 좋다.”고 중얼거리며, 꽤 오랫동안 누워서 이 음악을 들었다.

사뿐사뿐 조심스러운 피아노 걸음으로 시작해서, 첼로 현으로 첼로를 바삐바삐 긁어대다가, 3번 트랙, 그러니까 3막쯤 가서는 손으로 첼로줄을 뚱뚱 뜯는 소리가 이어지는데, 이 소리가 빗소리에 쫀득쫀득하게 달라붙었다. 피나 바우쉬의 무용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 제 몸보다 큰 첼로를 안고 있는 노인이 빗속에서 연주를 하는 장면이 절로 떠올랐다.

처음에 팔로 활을 휘두르던 노인은 첼로와 한 몸이 돼서, 노인이 첼로를 연주하는지 첼로가 노인을 연주하는지 헛갈릴 정도가 된다. 음이 많고 빨라진다. 첼로가 바빠진다. 이렇게 내가 상상한 장면을 떠들어대다가 불쑥, 선배를 향해 진지하게 물었다.

“선배, 근데 아르페지오네는 어떤 여자였어요?”

그러니까 선배 말에 의하면, 아르페지오네는……. 여인이 아니고, 악기였더랬다.


“아르페지오네는 1800년대쯤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진 악기야. 첼로의 조상쯤 된다고 할까? 실제로 덩치는 첼로만 했고, 생긴 건 6줄짜리 기타 모양이었다고 해. 그러니까 기타를 활로 긋는 식으로 연주한 거지. 섬세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서 ‘사랑의 기타’라고 불리기도 했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리를 낸다는 신화 같은 이야기도 전해지지만, 이제 사라진 악기니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

그러니까 1800년대 이후로 잊힌 이 악기가, 바로 슈베르트 덕분에 그 이름만큼은 오늘날까지 살아 있는 셈이다.

“최근에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연주는 거의 첼로로 하고, 간혹 비올라로 연주되기도 해. 3인자쯤 되던 비올라의 인기가 우리나라에서만은 바이올린의 인기를 누를 기세이니까, 첼로 연주가 지겨우면 비올라의 연주로도 들어봐. 또 다른 신선한 느낌이 있어. (비올라 앨범으로는 리처드 용재 오닐을 추천해.)”

아르페지오네라는 악기를 위해서 만든 곡이라면, 그 악기가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한 곡이겠지. 첼로 소리가 종종 껑충껑충 뛰는 느낌이 드는 걸 보니, 아르페지오네는 그보다 훨씬 재빠르게 음을 바꿀 수 있는 악기였나 보다.

이 음악을 들으면 서정적이라는 추상적인 감정이 어떤 느낌을 말하는지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우아한 중년의 부인이 가볍게 탭댄스를 뛰는 것 같이, 우아하면서도 감미롭다. 앞서 가는 피아노는 청량하고, 기품 있는 첼로 소리가 율동을 하며 따라가는 모양이다.


로스트로포비치, 벤자민 브리튼의 명반


“부드럽고 우아한 멜로디가 편안하게 들리겠지만, 원래 아르페지오네네가 6현이라서 4현인 첼로로 그 소리를 표현하려면 꽤 힘들었다고 해. 우아한 백조가 떠 있는 수면 아래를 보면 정신 없이 헤엄치고 있는 발이 있다잖아. 그런 풍경이랄까.(웃음)

아직 소개하지 않은 곡이지만, 첼로 곡의 성서로 꼽히는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있어. 이 곡이 첼로 연주자들의 진지한 성찰 수준을 알아볼 수 있는 곡이라면,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연주자들의 감수성과 표현력을 엿볼 수 있는 곡이지.

잔잔한 피아노 소리로 시작하지만,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첼로의 활이 떠오르는 첫 번째 악장은 첼리스트의 기교를 가늠케 하고, 두 번째 악장은 한없이 애절하잖아. 많은 곡이 그렇지만 특히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첼리스트가 기교와 표현력 두 가지를 모두 갖춰야만 제대로 연주했다는 소리를 듣는 곡이야.”


비 오는 날마다 떠오를 것 같은 이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앨범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이 앨범에 담긴 첼리스트의 기교와 표현력 두 가지가 마음에 든다. 한 음의 울림 소리만으로도 연주자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낸다. 어떤 음의 울림소리는 기지개를 켜는 듯 나른하고, 어떤 음의 울림소리는 한없이 고개를 떨구게 하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나는 이 길을 동행하고 있는 피아노 연주에도 마음을 뺏겼다. 발소리를 죽이고 첼로 소리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움직이는 피아노 연주자는, 첼로에 가장 좋은 자리를 내주고, 그 소리가 제 매력을 뽐낼 수 있도록 반주를 해주는데, 가끔은 그 피아노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첼로 못지 않게 심금을 울리는 피아노 소리의 매력은, 곡을 시작하는 피아노 솔로에서도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선정된 음반은, 로스트로포비치와 브리튼이 녹음한 거야. 연주면 연주, 표현력이면 표현력 하나 빠지는 게 없고, 심지어 음질마저도 합격이지. 로스트로포비치는 2007년 죽기 직전까지 활발하게 활동한 살아있는 전설의 첼리스트였어. 많은 첼로연주자의 대 스승이기도 했지. 장한나가 꼬맹이 시절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아낌없는 후원을 보낸 것으로도 유명해.”


“내 소리가 매일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지”


로스트로포비치와 브리튼이 연주하는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3악장

로스트로포비치. 그의 음악은 이제야 처음 들어봤지만, 이 이름도 내 기억 속에 있다. 성실함이라는 덕목을 설명하는 책에서 그의 일화를 여러 번 접한 적이 있다. “선생님은 왜 최고의 첼리스트인데도 매일 그렇게 연습하시나요?” 라고 물었을 때 이미 거장에 반열에 올라있던 그가 이렇게 대답했다지. “내 소리가 매일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지.”

나는 그가 누군지도 몰랐지만, 그 대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매일매일 조금씩 좋아진다는 게 뭘까,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장한나에게 “매일 이를 닦듯이 연습하라”고 조언했다는 얘기도 기억한다. 그렇게 자신의 엄격함을 유지하면서도 풍부한 감수성을 안을 수 있다니.

게으르고 부지런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천재와 보통 사람들의 차이는 사랑의 차이구나 싶다. 자기 계발하듯 더 훌륭한, 더 유명한 연주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으니까 더 좋으니까, 더 좋은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렇게 연습한 사람이었구나, 음악을 들으니까 확실히 알겠다.

벤자민 브리튼? 이 피아노 연주자의 이름도 낯설다. “<청소년을 위한 관현학 입문>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영국의 작곡가 브리튼이야. 영국에는 사실 클래식 쪽으로는 불모지에 가까운데. (영국은 록의 나라니까!) 브리튼의 등장이 이례적이었지. 원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 작곡가가 되면서 더 유명해졌어. 피아노가 음역이 많아서, 좋은 피아니스트 중에 작곡이나 지휘로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지.

이 앨범에서 브리튼과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는 어디 모자란 구석 없이 서로 잘 보완하고 있지. 경쾌한듯하면서도 애틋하고, 우수에 찬듯하지만 너무 비애감에 빠져들지 않는, 슈베르트의 특징을 잘 표현해내고 있어. 로스트로포비치 외에도 여러 첼리스트가 이 곡을 연주했으니, 어느 연주자가 네 심금을 울리는지도 찾아 들어봐.”


한 해의 절반이 흘렀다. 6월의 마지막 주 내내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를 들으며, 지나온 절반을 떠올려보고, 다가올 시간을 상상하며 보냈다. 선배 말대로 애틋하면서도 비애감에 빠져들지 않는 아름다운 음악이 6월의 마지막 날, 좋은 마무리와 가벼운 시작을 도왔다. 한 주 한 주 새로운 음반, 새로운 작곡가를 접할 때마다 나는 좋은 이웃, 좋은 친구를 소개받는 기분이다. 그리고 이 지면을 통해서, 당신도 꼭 (나의 다정한 새 친구) 로스트로포비치와 벤자민 브리튼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로 선택된 음반

   다닐 샤프란 :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로스트로포비치의 음반이 너무나 막강하여, 다른 음반들은 사실 고만고만하다. 그중에서 레닌그라드 출신의 첼리스트 다닐 샤프란의 음반을 골랐다. 이 사람의 연주는 희한하다. 엄청나게 유명하게 이름 날린 연주자도 아니고, 많은 녹음이 남아있지도 않다. 실제 들어보면 화려한 것 같지도 않고, 특징이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그 여운이 오래오래 남는다. 간이 절묘하게 잘 버무려진 담백하지만, 두고두고 생각나는 나물요리 같은 연주랄까? 아날로그에 너무나 잘 어울릴듯한 연주이기에, 그의 LP는 중고로도 수십만 원에 호가하며 구하기도 힘들다. 다행히 CD로도 발매되어있으니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맘에 들었다면 꼭 들어보자.

이 음반도 들어보세요~

   캐런 게이건 : 바순을 위한 판타지(아르페지오네 소나타, 보칼리제 수록)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는 멜로디가 아름답고 서정적이라 첼로 외에도 많은 악기로 연주되곤 한다. 굵직한 파이프 같은 형태를 한, 바순은 목관악기 중 낮은 음역을 담당하고 있는데, 현악기로 치면 첼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휘파람 같은 가볍고 경쾌한 소리를 내는 플루트와는 달리 소리도 첼로에 가까운 묵직하고 숨소리처럼 부드러운 저음을 낸다. 언뜻 들으면 첼로와 비슷한데 더욱더 편안하다. 케런 케이건은 BBC의 클래식스타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신예로 보기 드문 악기를 가지고 활동이 매우 활발하다. 이 음반은 여러 클래식 명곡들을 바순으로 연주한 것으로, 편안한 감상 음반으로도 안성맞춤인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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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답게 잘, 헤쳐나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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