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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던진 한 마디, 왜 그러셨어요?

많은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을 하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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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서는 ‘소통’이 큰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이슈만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을 하는 사람들만 말을 하고 듣는 사람은 듣기만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소통’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을 하고 자신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나서 무슨 말을 하지?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깊은 고민에 빠진다. “무슨 말을 할까?” 모두가 공감하는 고민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힘든 일도 없다. 공통된 주제나 관심사를 공유하는 만남은 부담이 줄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배가 된다. 첫 만남 이후에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진다. “어떻게 말을 재미있게 할까? 오늘은 몇 번이나 웃길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쥐어짜고 있다. 때로는 예능인이 된 느낌도 든다. 그래서일까? 예능인의 고충에 크게 공감한다.

하지만 사람들과 대화를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인터넷의 등장으로 대화의 노출이 높아졌다. 매일 대화가 주는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떨쳐버릴 수 있을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처럼 화용론과 언어와 사고의 관계 속에서 대화를 즐기는 방법을 찾아보자. 먼저 언어와 사고의 관계 속에서 대화가 주는 의미를 찾아보자.


언어와 사고의 관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언어와 사고의 관계도 복잡하다. 선후관계를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게다가 인간의 뇌를 직접적으로 관찰하여 사고의 과정을 확인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언어를 통해서 사고와의 관계를 파악한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 속에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 다양한 사고를 한다. 사고를 표현하는 것이 언어라면,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사고를 알 수 있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사고와 그에 따른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 즉,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해를 위한 대화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때로는 대화가 아닌 힘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거나 심하게는 제압을 한다. 얼마나 어리석은 방법인가? 이와 같은 문제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문제가 될 수 있다. 갈등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대화로 발생한 갈등을 다시 대화로 해결하려는 점이다. 애초에 이해를 바탕으로 한 대화를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언어학적으로는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이해하고 있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어가 사고를 대변하는 것인지 사고가 언어를 대변하는 것인지에 대한 확답은 없다. 하지만 언어와 사고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사람들의 대화를 분석하면 큰 벽에 부딪힌다. 단순하게 발화된 문장만을 가지고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우리는 대화 속에서 의도치 않은 의미를 전달하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례를 보자.

한 부부가 거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부인은 남편에게 이와 같이 말을 했다.
“여보, 영화 보러 가자.”
남편은 부인에 말에 이렇게 말을 했다.

“왜?”

남편의 말을 들은 부인의 반응은 어떨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다음과 같은 부인의 반응을 생각 할 수 있다.

“왜? 아니 지금 내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는데 왜? 왜? 왜?!!!!” 하며 남편에게 짜증을 내는 반응이다. 하지만 남편의 “왜?” 라는 말을 단순하게 해석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상황을 고려하고 남편의 “왜?” 라는 말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어학적으로 보면 주변의 맥락, 즉 상황을 고려하여 대화의 의미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접근을 “화용론” 이라 한다. (화용론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서로 합의하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남편의 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말썽을 피우는 자식을 혼내려는 남편을 보고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한 아내의 말에 대한 대답. 평상시에 극장을 가기 싫어하는 부인의 제안에 놀라서 하는 남편의 대답. 단순하게 영화 보러 가기 귀찮은 남편의 대답. 이처럼 남편의 “왜?”는 단순하지 않다.

이런 상황은 남녀 간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은 책과 연애상담 관련 책을 보면 대부분 공감하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남자언어와 여자언어가 있다고 할 정도로 남녀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간의 언어(흔히 사투리라고 불리는 언어), 방송에서 사용하는 언어, 광고에서 사용하는 언어, 상담에서 사용되는 언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언어처럼 대화가 사용되는 공간이나 상황 그리고 매체의 성격에 따라 언어의 사용이나 쓰임에 차이가 있다. 사회언어학은 이런 차이를 연구하는 한 분야이며 상담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심리언어학으로 연구한다. 물론 심리학언어학은 범주가 이와 같이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말이 주는 힘

말이 주는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MBC 특집 다큐멘터리 <말의 힘> 에서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에 대한 실험을 했다. 실험의 내용은 한 통에 쌀밥은 ‘고맙습니다.’와 같은 긍정적인 말을 다른 한 통은 ‘짜증나”와 같은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놀라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부정적인 말을 한 쌀통의 쌀이 썩어버린 것이다. (두 통의 쌀은 동일 환경에서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의 실험변수 조작만 있었다.)


그렇다면 같은 실험을 사람에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쌀통의 쌀처럼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우리는 부정적인 말을 더 잘 기억한다. 따라서 부정적인 말을 줄이고 긍정적인 말을 사용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긍정의 힘!” “긍정적인 말을 사용하자!” 등의 슬로건은 공허 속의 외침이 아니다. 말이 주는 놀라운 힘은 때로는 경이롭다. 이처럼 우리는 말의 힘을 스트레스를 주는 대화 속에 적용할 수 있다. 사람들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이라면 말의 힘을 적용해보시길 추천한다. 대화 속에서 부정적인 어휘를 많이 쓰지는 않는지,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할 말만 하고 있는지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부정적인 어휘를 많이 사용한다면 긍정적인 어휘로 바꾸어 사용해보자.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이전보다 좋아질 것이다. 무엇보다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소통은 무엇인가? 우리는 ‘좋아요’에 중독되어 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로 진정한 소통을 찾아 나선 유명인사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과연 SNS에 글을 올리고 몇 백만의 사람들이 글을 읽는다는 것이 소통일까? 단순히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는 수준의 글은 아닐까?” 물론 SNS로 글을 올리고 사람의 공감을 얻었다면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상호간의 협력을 전제로 한다’의 화용론의 접근 방법으로 생각해본다면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만약 많은 사람들이 적절한 코멘트를 했다면 화용론의 전제가 성립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아니다. SNS의 공간은 대화를 통한 소통보다는 기업들의 광고의 공간이고 ‘좋아요’에 중독된 사람들의 공간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글에 기계처럼 ‘좋아요’을 누를 뿐이다. 경품을 주는 글을 공유하기에 혈안이 된 사람들을 발견한다. 과연 SNS는 소통의 공간일까?


필자의 페이스북(Facebook)의 계정. 엄지손가락이 하나밖에 없을 때 절망감을 느끼기도 한다.

과연 대한민국에 소통이란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어학이 고교과정에 없어서? 아니다. 중요한 문제점은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획일화된 암기식의 교육으로 ‘틀리다’ 만 강조하고 ‘다르다’를 강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틀 안의 교육을 받고 있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생각하면 선생님의 언어로 아이들에게 사고를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좋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 교육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학생인권조례처럼 여러 가지 이슈를 통해 ‘교권이 무너졌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단순히 학생들의 문제일까? 명문대 입학을 우선순위에 두고 아이들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일부 선생님의 문제는 아닐까? 따라서 선생님들의 문제도 일정부분은 있다고 생각된다. (선생님들의 문제를 넘어 교육제도와 사회적 문제도 마찬가지다.) 만약 학생들과의 원활한 관계를 꿈꾸는 선생님의 입장이라면 학생들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어떨까? 선생님이 조금만 관심 깊게 살펴본다면 충분히 학생들의 생각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서는 ‘소통’이 큰 이슈가 되었다. 하지만 이슈만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을 하는 사람들만 말을 하고 듣는 사람은 듣기만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소통’이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을 하고 자신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화는 강요가 아니다. ‘상대방을 이해를 마음’이다. 많은 사람들과 원활한 소통을 하고 싶은가?

“어떻게 말을 할까?” 와 같은 고민과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자세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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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윤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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