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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를 읽고

지금, 당신은 어느 역에 서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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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줄곧 역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온 다자키는 홀로 고향을 떠나 도쿄로 진학한다. 문제의 대학교 2학년 여름, 귀향을 한 다자키에게 친구들은 절교 선언을 한다. 충격에 빠진 다자키는 절교의 이유를 물어보지도 않은 채, 도쿄로 돌아와 반년 동안 눈을 감고 귀를 막고는 죽음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 16년 후 역을 설계하는 기술자가 된 다자키 쓰쿠루는 여자친구 사라의 권유로 16년 만에 ‘거부의 이유’를 찾으러 친구들을 향해 순례를 떠난다.

[편집자주]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출간을 기념하여 채널예스에서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줄거리와 감상을 예약판매 기간에 공개합니다. 해당 글은 번역본이 아니라 일본에서 출간된 원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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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난리다. 일본에서는 지난 4월 출간 이후 이미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한국에서는 선인세 때문에 출간도 되기 전에 말들이 많다. 『1Q84』 이후 무라카미 하루키의 3년만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둘러싼 논란이 자칫 작품 자체의 의미를 왜곡시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팬들은 이미 하루키스러운 제목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이상한 제목이다. 책을 보기 전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일까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이 책. 하루키는 여전했다. 간결한 문체, 미스터리 소설 같은 서사구조, 메시지까지. 첫 문장부터 강렬하다.

대학교 2학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다자키 쓰쿠루는 거의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았다. (p.3)
빨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다자키 쓰쿠루는 왜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았을까? 주인공 다자키 쓰쿠루에게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4명 있었다. 그들의 성에는 赤, 靑, 白, 黑,의 색깔을 나타내는 한자가 들어가 있다. 유독 다자키 쓰쿠루의 이름에만 색을 나타내는 한자가 없다. ‘색채없는’ 다자키는 자신의 이름에만 색깔 한자가 없다는 이유로 소외감을 느끼고, 친구들에 비해 자신은 너무나 평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역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온 다자키는 홀로 고향을 떠나 도쿄로 진학한다. 문제의 대학교 2학년 여름, 귀향을 한 다자키에게 친구들은 절교 선언을 한다. 충격에 빠진 다자키는 절교의 이유를 물어보지도 않은 채, 도쿄로 돌아와 반년 동안 눈을 감고 귀를 막고는 죽음의 세계에 발을 내딛는다. 16년 후 역을 설계하는 기술자가 된 다자키 쓰쿠루는 여자친구 사라의 권유로 16년 만에 ‘거부의 이유’를 찾으러 친구들을 향해 순례를 떠난다.



다자키 쓰쿠루는 고민이 생길 때마다 지하철 플랫폼에서 러시아워에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곤 한다.


상처, 그리고 상처를 회복하려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

하루키는 2010년 인터뷰에서 성장과정의 상처에 대해서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쓰다보니 점점 알게 된 게 있었어요. 유년 시절과 소년 시절에 내가 상처입지 않은 게 절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가 누구든 어떤 환경에서든, 사람은 성장과정에서 저마다 상처입고 다칩니다. 다만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뿐이죠.「문학동네 2010년 가을 64호 인터뷰 하루키, 하루키를 말하다 중 (p.475)」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리하며 산다. 그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상처를 입는다. 상처가 인간을 힘들게 한다. 현재의 자신에게 심리적인 문제가 있다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직면하라는 것이 소설의 메시지다.

다자키는 절교 이후 16년 동안 몇몇의 여성과 교제해왔지만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았다. 다시 버려질까 두려워서다. 그는 16년 전에 절교의 이유를 친구들에게 물어볼 수 없었다. 현실과 직면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기억을 감출 수는 있어도 역사를 지우는 건 불가능하다”라는 사라의 말. 이 말을 믿고 다자키는 자신의 역사와 직면하는 길을 택한다. 결국 상처를 치유하는 건 의지를 가진 저마다의 인간이라고 하루키는 말하는 듯하다.


색채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의외로 자신의 존재를 과소평가한다. 삶에, 시스템에 눌려 주눅이 들어있는 것이다. 자신을 개성도 없고 텅빈 존재로 생각했던 다자키 쓰쿠루. 옛 친구를 만나면서 그는 다른 친구들에게 없었던 개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어떤 면에서는 친구들에게 부러움을 샀다.

개인적인 판단이 더욱 불가능해져 가는 세계에서 색채를 잃거나, 색채 자체가 없다고 인식하는 현대인에게 하루키는 당신의 존재는 이미 충분히 소중하며 필요한 건 자존감 그리고 용기라고 말한다. 하루키 후기작의 테마는 ‘개인’이다.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고 난 후 세계의 규칙에 따라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어두운 우물 속에서 진지하게 생각한 이후 (『태엽감는 새』), 누가 뭐라 하든 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15세 소년이 되기로 결심한(『해변의 카프카』) ‘개인’은 이미 힘을 가진 색채있는 존재라고 책은 말한다.


쓰쿠루는 만들다라는 뜻이다

다자키 쓰쿠루는 결국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감각을 되찾고 싶어서 순례의 길을 떠난 게 아닐까. 그는 순례길에서 여자친구인 사라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때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그에게 옛 친구 쿠로는 말한다.

역을 만드는 것과 같아. 만약 그게 엄청나게 큰 의미와 목적을 가진다면, 조그만 잘못으로 쓸모없는 것이 되거나 몽땅 허공으로 사라지지는 않을 거야. 설령 완전하지 않더라고 역은 우선 만들지 않으면 안돼. 그렇지? 역이 없으면 전차는 정차하지 못해.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맞이하는 것도 할 수 없어. 만약 역에 결함이 발견되면, 필요에 따라 나중에 고치면 되지. 우선 역을 만들어. 그녀를 위한 특별한 역을. (p.324)
많은 논란에도 하루키의 소설은 출간될 것이고, 아마도 많은 사람에게 읽힐 것이다. 평가는 매스 미디어의 기자도, 문학평론가도 아닌 책을 접한 색채 있는 개인이 내려야 한다. 그게 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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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저/양억관 역 | 민음사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일본에서 50만 부라는 파격적인 초판 부수로 기대를 모으고, 출간 이후에는 7일 만에 100만 부를 돌파하는 등 베스트셀러의 역사를 다시 쓴 세계적 화제작이다. 철도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남자가 잃어버린 과거를 찾기 위해 떠나는 순례의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개인 간의 거리, 과거와 현재의 관계, 상실과 회복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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