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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를 알고 언어를 알면, 공부가 보인다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박문호 박사 강연회
인문학은 자연과학 속에 들어있는 극히 작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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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9일, 뇌 과학 전문가 박문호 박사의 신간『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의 출간 기념회가 있었다. 2008년에『뇌, 생각의 출현』을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으며 뇌과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이끌어냈던 그는 이번 책에서 뇌의 구조와 기능, 신경계의 발생과 진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이런 취지에 맞게 출간기념회는 ‘공부법’에 대한 박문호 박사의 강의로 꾸려졌다. 전자공학 박사가 된 뒤에도 자연과학 분야에서 꾸준히 자신만의 공부를 이어가는 박문호 박사의 평범하고 독특한 ‘공부법’을 전한다.

뇌과학은 흔히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 전문가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공부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2008년 출간된 책, 『뇌, 생각의 출현』은 우주현상으로서 생명과 생각의 기원을 추적하는 다소 어려운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 관심을 끌어냈다. 이 책은 <경향신문>, <문화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신문> 등 각종 매체에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뇌과학’이라는 낯선 낱말이 친숙하게 된 것도 아마 그 즈음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박문호 박사가 신간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이다. 뇌의 구조와 기능, 신경계의 발생과 진화를 가장 정확하고 쉽게 파악하는 방법은 바로 그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선 하나까지 분명하게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이번 책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림 작업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런 쉽지 않은 작업을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박문호 박사가 생각하는 ‘공부법’ 때문이다. 문자 언어가 아닌, 그래픽 언어를 사용해 공부할 것. 800쪽에 달하는 이번 책은 박문호 박사가 생각하는 공부법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다.


박문호 박사는 강단에 서자마자 곧장 강의를 시작했다. 인간의 특이한 점으로 말과 행동을 든 그는, 공부법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말’이라고 했다. 말은 1차 언어, 2차 언어, 3차 언어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들은 각각 기능과 목적이 다르다. 1차 언어는 음성언어로서 감정을 전달하고, 2차 언어는 문자언어로 기록을 담당한다. 여기서 박문호 박사는 문자의 형태로 되어 있다고 모두 문자언어인 것은 아니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하철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자나 카톡 등은 사실 모두 1차 언어라는 이야기였다. 그런 이야기들은 감정을 전달하는 음성언어로 ‘수다’라는 목적에 봉사할 뿐이니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공부를 잘 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3차 언어는 형상언어라고 했다. 그래픽 언어라고도 하는데 도표나 수식, 그리고 그래픽 등이 여기 속한다. 그는 3차 언어야 말로 간략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세계상의 표현이라고 했다. 박문호 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수식을 보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물리학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는 간단하게 정리된 수식들 앞에서 그 안에 숨겨진 너른 우주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3차 언어에 대한 설명을 마친 그는 갑자기 공부는 무엇인가, 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에게 공부란 ‘자연의 파악’이었다. 물론, 지나치게 물리학적인 관점이 아닌가, 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런 의문에 대해 자기만의 논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자연 안에는 무생물적 현상과 생물적 현상이 함께 존재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생물적 현상은 범위가 작다. 당연히 생물적 현상 안에서 있는 인간적 현상의 범위는 말할 나위 없이 작은 부분이 된다. 인문학은 인간이 만든, 인간을 위한 학문인데 과연 그것만으로 충분한 공부가 될 수 있을까? 그는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인문학만해서는 인문학자가 될 수 없고, 예술만해서는 결코 예술가가 될 수 없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가끔은 우주가 보여주는 풍경이, 물리학자가 만들어 놓은 수식이 어떤 예술보다 더 예술적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말이다.

이렇듯 자연을 파악하는 것이 공부라면, 우리는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까? 3차 언어를 통한 끊임없는 수련이 바로 박문호 박사의 해답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 90% 이상 1차 언어에 침윤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는 현재 제대로 3차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으며, 이는 학자들 중에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현대인이 문자언어조차 잡담수준으로만 사용하고 있다며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곧 다시 한번 3차 언어의 중요함을 강조한 그는 3차 언어에 대한 본격적인 설명에 돌입했다.

이쯤 되면 왜 공부가 3차 언어로만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한 답은 3차 언어만이 자연의 구조를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1차와 2차 언어가 인간적 언어인데 비해 3차 언어는 자연의 구조를 그대로 옮긴 언어다. 그래서 인간적인 감정이 배제되어 있고 예외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바로 이 점이 3차 언어만이 공부에 적합한 언어가 될 수 있는 이유다. 박문호 박사가 신간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을 독특한 형태로 기획한 까닭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은 바로 3차 언어로 이루어진 책이다. 3년 가까이 그림 작업에 매달린 이유는 오로지 ‘제대로 된 공부’를 위해서였다.

박문호 박사는 인문예술과 자연과학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했다. 그는 인문예술에는 범용성이 없으며 언제나 사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사조들을 보면 인문예술이 시대적 적용성에 따른 흐름일 뿐이라고 다소 파격적으로 정리했다. 그에 비해 자연과학에는 사조가 없다. 그저 잘못된 진실을 버리고 다음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것. 이게 바로 자연과학이라 말한 그는 인문학은 자연과학 속에 들어있는 극히 작은 일부라 설명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인문학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면서 자연과학에 대해 공부하지 않는 게 박문호박사에게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진리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이야기와 끊임없이 변화하며 제자리를 맴도는 이야기 중에 어째서 후자를 고르는지, 왜 3차 언어에 다가가려는 시도는 하지 않으면서 감정에 얽매여 끊임없이 잘못된 판단을 하는지, 그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사람들이 이 자명한 논리를 일상 속에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계속해서 의문이 따라다녔다.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문화적인 힘이었다. 우리가 문화 패턴의 힘에 따라 스스로의 삶을 한정 짓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3차 언어를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람으로 벤자민 프랭클린을 꼽았다. 그의 계획을 보면 ‘과식을 하지 말자’ 와 같은 명확한 어휘들이 등장한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언어가 아니라 누가 들어도 알아들을 수 있다. 기계적인 언어와 나열이 아닌 도표의 사용. 이 부분을 제대로 실행한 사람이 벤자민 프랭클린이라는 말이었다. 박문호 박사는 우리가 조금씩 자연의 구조로서의 인간을 인식하고 지금까지의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고쳐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연의 구조’ 안에 들어가는 것이 우리가 ‘자연을 파악하는 일’과 다름 아닌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길일 테니 말이다.

박문호 박사는 거의 로봇수준으로 3차 언어를 사용하며 스스로를 밀어 붙여야 공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훈련을 통해 전문가가 되는 것이라는 말과 함께 공부를 할 때, 운동선수를 떠올려보라고 했다. 감정을 섞지 말고, just do it! 이게 바로 그가 전하는 공부를 위한 또 하나의 메시지였다. 그에 따르면 1차와 2차 언어는 학습의 대상이 이지만 3차 언어는 훈련의 대상이다. 그렇기에 전문가가 되려면 3차 언어를 통하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1차 언어에는 감정이 엉겨 붙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감정을 교류하기 위한 언어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우리 삶에 필요한 언어임은 틀림없지만 학자를 위한 언어는 아니다. 그보다는 3차 언어를 통한 확장성과 끊임없는 훈련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사람은 조금 담담해야 한다는 말로 그는 공부의 자세를 말했다.

곧이어 지금까지 이어진 공부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학창시절 공부양식이 지나치게 문제를 푸는 것을 중시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문제풀이에 초점이 맞춰지면 더 이상 나아가기가 어렵다. 문제를 푸느라 문제 자체는 별로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 안에 숨어있는 공식 등도 쉽게 생각한다. 그저 공식을 외워서 답을 얻고 나면 끝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질문을 던지고 질문이 해소되면 더 이상 궁금한 게 없는 현재의 체계는 공부에 적합한 자세가 아니라는 거였다. 박문호 박사는 흔히들 공부에 대해 말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어떤 문제를 이해하려는 태도는 분명 감정을 만들어 내고 곧 그 감정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해를 목적으로 한 공부는 어떤 것이 이해되고 나면 더 이상 공부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이해’는 시험용 학습에서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공부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박문호 박사에게 학습은 무엇보다 뇌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었다. 이것은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기계적 습관이 학습의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1차 언어에서 3차 언어로, 인간의 감정에 침식당하지 않은 자연과학의 언어로 가는 길은 쉬운 일은 아닐 터였다. 공부법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마친 그는 자리를 가득 채운 독자들을 한번 쭉 둘러본 뒤, 운동선수들처럼 공부하라고 말했다. 간단하지만 분명한 메시지였다. 그는 신간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을 펼치고 설명을 이어갔다. 마치 지금까지 이야기한 공부법의 실전 적용편처럼, 함께 공부하는 듯 20페이지에 나온 글을 읽었다.

뇌는 세포배양기이다.
뇌는 전압펄스를 만든다.
뇌는 감각을 연합한다.
뇌는 감각, 지각, 생각을 만든다.
뇌는 기억을 만든다.
뇌는 의도적 움직임을 만든다.
뇌는 언어를 만든다.
이 간략한 정리를 읽은 그는 이해하지 말고 그냥 암기하세요, 라는 말을 던졌다. 단순암기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한 시대에 위험한 발언 같지만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게 가장 빠른 공부법입니다. 공부는 이해를 요하는 게 아니라고 덧붙이며 그는 암기를 하다 보면 언젠가 저절로 알게 된다고 했다. 마치 과거 선승들의 공부법과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공부 전에 단순 작업을 하는 게 좋다는 팁도 알려주었다. 기계적 작업모드를 미리 습관화하는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곧 뇌는 예민한 존재이고, 많은 양분을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말과 함께 우리는 뇌의 요구조건을 맞춰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몸의 요구가 아닌 뇌의 요구에 맞춰줄 때, 거대한 힘을 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주의해야 할 것은 뇌가 곧장 자신이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는 뇌의 신경세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나는 나고 뇌는 뇌다, 라는 생각이 건강하다고 말이다. 오히려 거리를 두면서 끊임없이 타협하고 협상하는 과정으로 조율해나가는 게 바로 공부의 핵심이라 했다. 하지만 뇌가 전문가가 되어야 우리도 전문가가 될 수 있으므로 우리는 계속해서 뇌가 원하는 것을 맞춰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박문호 박사는 자신이 함께 공부하는 공간인 (사)박문호의 자연과학 세상에 대해 소개했다. 세상이 한 방향으로만 달려갈 때, 그와 전혀 다른 길에서 다른 일을 해보겠다고 이탈한 사람들이 있다는 말로 운을 뗀 그는, 다시 이 모임을 우주를 공부해보겠다는 허황된 욕심으로 미친 사람들이라 설명했다. 호모사피엔스로 태어나 이 우주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자연이 무엇인지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그의 말에 단단한 열정이 묻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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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 박문호 저 | 휴머니스트
『뇌, 생각의 출현』으로 ‘거시적 관점의 뇌과학’을 선보였던 저자 박문호 박사가 지난 5년간 뇌과학 강의에서 다룬 내용과 그림을 책으로 엮었다. 전작에서 우주 현상으로서 생명과 생각의 기원을 추적했다면, 이번에는 뇌의 기능과 작용을 통해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치밀하게 탐구하는 ‘진정한 의미의 뇌과학’을 선사한다. 이를 위해 뇌를 포함한 신경계의 발생, 진화, 구조, 기능을 철저하게 파헤친다. 풍부한 내용, 다양한 그림, 강의의 입말을 옮긴 문체 등은 대학원 강의 수준의 심도 있는 내용을 쉽게 풀어주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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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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