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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 빨간 팬티 순정남에서 팬티 벗은 강철남까지

<맨 오브 스틸>과 함께 본 슈퍼맨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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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지휘 아래 잭 스나이더 감독은 헐렁해 보이던 슈퍼맨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다. 슈퍼 영웅의 어둠과 고뇌를 그려내는데 재능을 가진 크리스토퍼 놀란은 시나리오를 통해 슈퍼맨 스스로 자신이 인간인지, 외계에서 온 괴력을 지닌 외계인인지를 고뇌하게 하고 잭 스나이더는 경쾌하고 박력 있는 연출력을 발휘해 ‘슈퍼맨’을 초강력 슈퍼 히어로, ‘강철 인간’으로 리부트 시키면서 트릴로지가 기대되는 시리즈의 포문을 그럴 듯하게 잘 열었다.


<맨 오브 스틸>이 이전의 슈퍼맨 시리즈와 무엇이 다를까요, 라는 질문에 슈퍼맨이 ‘빨간 팬티’를 벗었어요, 라고 대답했었다. 얼핏 우스갯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건 <맨 오브 스틸>이 새롭게 정의하는 슈퍼맨의 정체성에 대한 진지한 답변이기도 하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슈퍼맨’을 지우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안경을 벗고 쫄쫄이 바지 위에 빨간 팬티 하나만 걸치면 누구도 몰라보는 슈퍼맨의 정체 혹은 정체성을 새롭게 쓰겠다는 욕심이 <맨 오브 스틸>에는 가득하다. 경쟁사 마블이 <어벤져스>와 <아이언맨> 시리즈로 승승장구하는 동안 DC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로 맞서왔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그 동안 팀 버튼으로 대표되던 <배트맨> 시리즈를 지우고 새로운 역사를 썼던 경험을 되살려 이번엔 제작자로 나서 배트맨과 함께 DC의 가장 강력한 영웅 슈퍼맨의 역사를 새롭게 쓰려고 한다. 게다가 DC는 2015년 개봉을 목표로 <어벤져스>에 필적하는 DC 영웅들의 총집합 <저스티스 리그>를 준비하고 있기에 <맨 오브 스틸>에 차기작의 성패까지 걸린 셈이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시리즈부터 브랜든 루스의 <슈퍼맨 리턴즈>는 물론 90년대 딘 케인 주연의 TV 시리즈, 청소년기의 슈퍼맨을 그린 스핀 오프 격의 <스몰빌>, 애니메이션까지 우리는 너무 많이, 슈퍼맨을 만나왔다. 안경 쓴 어리숙한 기자에서 슈퍼 영웅으로 변신하는 과정(공중전화 박스 혹은 회전문을 통과하면서 쓔웅 하늘로 날아오르는)과 동료기자 로이스 레인을 향한 순정적인 짝사랑, 크리스토프 리브와 한 줄의 곱슬머리, 빨간 팬티, 가슴팍의 S 마크 등 슈퍼맨의 상징들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다. 그만큼 슈퍼맨은 인기가 있지만 어떤 면에서 식상한 부분도 있는 셈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지휘 아래 잭 스나이더 감독은 헐렁해 보이던 슈퍼맨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춘다. 슈퍼 영웅의 어둠과 고뇌를 그려내는데 재능을 가진 크리스토퍼 놀란은 시나리오를 통해 슈퍼맨 스스로 자신이 인간인지, 외계에서 온 괴력을 지닌 외계인인지를 고뇌하게 하고 잭 스나이더는 경쾌하고 박력 있는 연출력을 발휘해 ‘슈퍼맨’을 초강력 슈퍼 히어로, ‘강철 인간’으로 리부트 시키면서 트릴로지가 기대되는 시리즈의 포문을 그럴 듯하게 잘 열었다.


슈퍼맨 75년의 역사

슈퍼맨은 1938년 <액션 코믹스 1호>에 연재를 시작한 제리 시걸, 죠 슈스터의 공동 창작 코믹 <슈퍼맨>을 통해 처음 대중에게 선보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초기 슈퍼맨에게 ‘비행능력’이 없었다는 점. 망토를 펄럭이며 하늘을 나는 능력은 40년대 중반 장착되었다고 한다. 코믹 <슈퍼맨>은 1940년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된 것을 시작으로 1941년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제작되어 더욱 큰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이어 1951년 <슈퍼맨과 몰맨>이라는 제목의 극장판은 큰 인기를 끌었고, 그 인기에 힘입어 <슈퍼맨의 모험>이라는 TV 시리즈가 제작되었는데 초기 클라크 켄트 역할은 조지 리브스라는 배우가 맡아 큰 인기를 끌었다. 이어 1966년에는 <그것은 새다, 그것은 비행기다, 그것은 슈퍼맨이다>라는 제목의 뮤지컬로 제작되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슈퍼맨 1>


<슈퍼맨 4 : 최강의 적>

1978년, 모두를 놀라게 한 슈퍼맨 실사 영화는 크리스토퍼 리브 주연, 리처드 도너가 연출한 <슈퍼맨 1>이었다. 지금 봐도 크게 어색하지 않을 만큼 정교한 기술로 슈퍼맨의 초인적 능력을 가시화하면서 정지된 만화를 성공적인 실사로 안착시켰다. 고작 안경하나 썼을 뿐인데 슈퍼맨과 클라크가 동일 인물임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설정은 <아내의 유혹>의 ‘점’ 만큼이나 믿어지지 않지만, 기자 클라크는 동료 여기자 로이스를 짝사랑하고, 로이스는 슈퍼맨을 사랑한다는 ‘순정남’ 설정은 많은 여성관객들도 사로잡았다.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시리즈는 1987년 <슈퍼맨 4 : 최강의 적>의 혹평과 흥행실패 때문에 더 이상 제작되지 못했다. 사이에 스핀 오프 격인 <수퍼걸> 등이 제작되었지만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대신 1993년 한국에서도 방영된 적이 있는 <로이스와 클라크: 슈퍼맨의 새로운 모험>이라는 TV 시리즈가 제작되었는데, 이 시리즈는 영화에서 채 피어오르지 못했던 로이스와 클라크의 연애담에 초점을 맞춘 시리즈였다.


<스몰빌>


<슈퍼맨 리턴즈>

2000년에는 새로운 TV 시리즈 <스몰빌>이 만들어졌다. 여기에는 하늘을 나는 장면도 쫄쫄이 바지와 팬티도 없이, 청소년기의 슈퍼맨을 그린 시리즈였다. 슈퍼맨이 너무 낡은 소재라는 젊은 층의 고정관념을 깨고 큰 인기를 얻었던 TV 시리즈의 새로움 덕분에 다시금 영화 슈퍼맨의 부활이 얘기되기 시작했고, 브라이언 싱어는 2006년 열렬한 슈퍼맨의 팬임을 자처하면서 <슈퍼맨> 시리즈의 프리퀄 <슈퍼맨 리턴즈>를 연출했지만 1987년 시리즈의 실패 이후 20년의 세월을 보상할 만큼의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2013년 다시 돌아온 <맨 오브 스틸>이 슈퍼맨의 의상과 외모, 초능력에 더욱 큰 힘을 실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맨 오브 스틸>은 이미 두 번이나 실패한 슈퍼맨의 부활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크리스토퍼 놀란은 <배트맨 비긴즈>가 프리퀄이 아니라 리부트(reboot)라고 밝힌 바 있다. ‘리부트’는 시리즈의 이미지는 차용하되 전혀 다른 이야기로 승부를 걸겠다는 최근의 경향인데, 그런 점에서 <맨 오브 스틸> 역시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프리퀄 <슈퍼맨 리턴즈>와 달리 새로운 리부트 작품이라 할만하다. 더불어 잭 스나이더 감독은 <300>을 통해 선보였던 맨몸 액션의 현란한 기술과 함께 블록버스터라면 ‘기물 파손’이 이 정도는 되어야지 할 만큼 도시 곳곳을 순식간에 날려버리면서 현란한 액션 장면을 선보인다. 강철남 슈퍼맨이 된 헨리 카빌은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근육질로 다듬어졌는데, 그가 새로운 슈퍼맨으로 얼마만큼 관객의 호감을 얻는가는 마지막 숙제로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맨 오브 스틸>을 통해 슈퍼맨이 자신보다 한참 후배인 <아이언맨>에게 구겨진 원조 슈퍼 히어로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앞으로 더욱 큰 인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빨간 보자기 하나만 두르면 하늘이라도 날 수 있을 것 같았던 내 맘 속에 슈퍼맨은 나의 첫 초강력 슈퍼 울트라 영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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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재훈

늘 여행이 끝난 후 길이 시작되는 것 같다. 새롭게 시작된 길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보느라, 아주 멀리 돌아왔고 그 여행의 끝에선 또 다른 길을 발견한다. 그래서 영화, 음악, 공연, 문화예술계를 얼쩡거리는 자칭 culture bohemian.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후 씨네서울 기자, 국립오페라단 공연기획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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