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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현 “멘토라는 것에 숟가락 얹고 싶지 않다”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여덟 단어 너무 불편한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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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라는 것에 숟가락 얹고 싶은 마음이 지금도 전혀 없다고 박웅현은 밝혔다. 그래서 책을 출간하기 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출판사의 편집자가 인생에 관한 강의 내용을 왜 책으로 내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메일을 보내왔다. 내용은 굉장한 설득력이 있었다. 결국 책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강남역에 위치한 과학기술회관 대회의실에서 박웅현 작가의 『여덟 단어』 출간 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책은 도끼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로 10대부터, 대학생, 청년 그리고 직장인 등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층의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저자. 이번 책에는 젊은 사람을 위해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여덟 단어로 정리했다. 이번 강연회는 저자가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대답해주는 자리었기에 앞서 뽑아둔 독자의 질문 외에도 여느 때보다 편안하게 질의응답을 했던 시간을 보냈다.

Be Yourself, 너 자신이 되어라. 제가 딸에게 자주 하던 말입니다. 지금 대학생이 된 딸이 어렸을 때에는 숫기가 너무 없어서 다른 사람과 말도 잘 못했어요. 그 시절에 딸아이에게 매일 이야기해줬습니다. “Be Yourself, 너는 너다.” 다른 사람이 되려고 하지 말고 너 자신이 되라고 말이죠. 여러분은 모두 폭탄입니다. 아직 뇌관이 발견되지 않는 폭탄이에요. 뇌관이 발견되는 순간,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가질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니까 즉 자존을 찾고 자신만의 뇌관을 찾으세요. (p.34)


작가의 이야기

3월, 숭실대에서 젊음에 대한 우리의 자세에 관한 강연을 한적이 있다. 박웅현은 젊은이들에게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관한 얘기를 했다. 그러다 북하우스 출판사와 젊은 사람들과 함께 예스24와 같이 강연을 진행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는 책을 먼저 쓰고 강연을 진행하지는 말자고 했다. 가치 없는 말로 책을 묶어내는 건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강연이 괜찮을 때가 있고 어떤 강연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머리를 쥐어 잡으며 ‘에이, 그 얘기부터 할걸.’ 하며 후회하는 날도 있었다.

요즘 ‘멘토’, ‘멘토강의’ 등과 같은 말이 유행이다. 많은 사람이 멘토에 의존하기 시작하는 것 같다. 멘토를 찾아 삶에 대한 생각을 바꾼 듯, 능동적인 자세를 가진 듯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멘토에 기대만 하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수동적인 자세일지도 모른다.

‘멘토’라는 것에 숟가락 얹고 싶은 마음이 지금도 전혀 없다고 박웅현은 밝혔다. 그래서 책을 출간하기 전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출판사의 편집자가 인생에 관한 강의 내용을 왜 책으로 내야 하는지를 설득하는 메일을 보내왔다. 내용은 굉장한 설득력이 있었다. 결국 책을 내기로 마음먹었다.

박웅현은 멘토가 참고사항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어떤 멘토도 답을 줄 수 없다. 만약 답을 준다면 사기꾼이다. 그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을까. 그러니 박웅현에게도 의지하지 말고 차라리 밟고 갔으면 좋겠다고 그는 밝혔다. 인생은 몇 번의 강의, 몇 번의 책으로 바뀔 만큼 시시하지 않다. 대단한 것도 있고 질책할 만한 것도 많다. 몇 번의 강의와 책들로 내 인생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는 이 사회의 잘못된 풍토를 꼬집었다. ‘하루만에 읽는 세계사’와 같은 제목의 책. 어떻게 하루 만에 세계사를 읽을 수 있을까, 다 개인의 욕심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연봉이 1.5배 오르겠지? 저 강연자의 말을 듣고 나면 힘든 일이 적어지겠지?’ 하는 기대를 많이 하지만 각자의 인생은 각자가 채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저자가 제목을 정할 때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책 제목 후보는 ‘인생은 공책이다’ 였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생각이 에너지다’, ‘책은 도끼다’, ‘~는 ~다.’ 같은 공식은 이제 지겹다고 해서 쓰지 않았다. 그럼에도 저자는 그 제목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 인생은 공책이다. 읽고 싶어하고, 직접 써나가기도 한다. 그리고 공책을 써나갈 때에는 참고사항이 될 만한 요소도 있다. 박웅현에게는 소설 『안나 카레니나』가 그랬다.




독자들의 질문

인간은 도대체 왜 살아야 하나. 매일 아침 힘들게 눈을 떠서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먹고 자고 하는 것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이 죽기 직전에는 살고 싶어한다. 태어난 것은 축복이다. 힘들지 않은 삶은 어디에도 없다. 현재 봄이 오는 찬란한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님들은 인생을 ‘소통’이라 말한다. 주변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해보자. 질문자의 질문을 보면 ‘할일’이라는 것이 있지 않나. 할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좋은 부분을 많이 보려고 노력하자.

예비 부모다. 예비 부모의 마음가짐과 올바른 자세, 박웅현의 육아 경험과 사례를 듣고 싶다. 일상 생활에서 강박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도 알려 달라.

지금 내 딸이 20대니까 내가 조금 더 인생선배일 거라 생각한다. 아이는 나와 다른 유기체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부모는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고 개입도 많이 한다. 객관화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부모와 아이 둘 다 피폐해지지 않는다. 언젠가 누가 “아이는 내 작품이고 아이와 완벽한 작품을 더 만들고 싶다”라고 했다. 정말 무서운 말이었다. 아이는 조각품이 아닌데 어떻게 완벽한 ‘작품’을 만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냥 나 자신은 아이가 있는 행복한 엄마, 행복한 아빠로 만족하면 된다. 아이는 자판기가 아니다. 그리고 아이는 자기가 원해서 당신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고 모두 우리의 욕심 때문에 태어났다. 아모르파티.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 ‘내가 언젠가 죽을 것이니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태도가 중요하겠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자존’이다.

군대를 제대한 23살 복학생이다. 무엇을 해도 후회할 20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군대에서 저자의 책을 읽고 삶에 가치와 목표를 정하고 그대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정한 것이 모두 소위 말하는 스펙이더라.

세상에 무서울 게 없이 즐거워야 할 20대인데, 이 사회가 이렇게 만들게 된 것 같아 우리 모두를 보면 슬프다. 스펙은 악순환이다. 저렇게 스펙을 만든다고 해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자기중심을 잡고 바깥에 맞추려 하지 말고 내 안에서 먼저 맞추려고 해야 한다. 기업의 이기심, 취업 지원자가 너무 많으니 스펙으로 먼저 보고 싶은 거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에 초점을 맞추어 살게 되었고 삶의 가치에 대한 생각 같은 것도 없어져 버렸다. 자기자신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하라고 권하고 싶다. 인생을 나이 30까지만 살 생각이라면 스펙관리는 할 만하고 70까지 살 계획이라면 스펙을 목표를 잡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취업이 되었다고 해서 그 지점이 끝이 아닌 거다. 우리는 또 달려야 하니까.

당장 10대의 끝, 19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부족해진다. 삶에서 진로가 아닌 자기 실현을 위한 목표는 무엇이고 어떻게 정해야 하나.

우리들의 고민이 비슷하다. 나이에 따라 비슷하기도 하고. 내가 어디로 가야 할 지 너무 고민하지 말라. 그렇다고 19세에 어떤 길에 확신을 갖는다는 건 위험하다. 어떠한 선택이든 옳은 답과 옳지 않은 답이 모두 공존한다. 어떤 길이든 정했으면 그 길로 쭉 가라. 고민을 한다는 건 49대 51이다. 이 전공을 할까 저 전공을 할까? 유학을 갈까 말까? 하는 고민들도 마찬가지. 유학을 간다고 해도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다. 3개월은 정말 미친 듯 배우고, 적응하며 생활해야 한다. 이런 고민을 할 수 있는 10대는 축복이다. 어떤 선택이든 답이 없으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책이나 사색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현실감각이 둔해지기 마련이고, 사회생활에 몰두하는 사람들은 내면의 성찰이 옅어지게 마련이다. 박웅현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았다. 균형을 맞춘 비결이 무엇인가, 행동 원칙이나 가치관이 무엇인지.

중요한 질문이다. 문화 쪽에서 보면 청유와 탕유 문화 라는 것이 있다. 클래식, 문화, 고전, 순수문학 등은 청유의 성향이고 연예, 연예게, 광고 등은 탕유다. 나는 청유의 성격인데 탕유의 직업을 선택했다. 만약 내가 신문사에 붙었다면, 신문사 문화부에 붙었다면 지금 삶과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사변적이라면 감각적인 부분을 자르면 된다. 내가 만약 감각적이라면 논리적인 것을 찾으면 된다.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찾는 것이 좋다. 실천을 하면서 자기가 느끼는 것, 내가 하고 있지 않은 분야를 바라보는 것도 좋다. 질문의 마지막 부분에 답을 하자면 나의 행동은 다른 분야를 하는 것이고 가치관은 다른 분야에 대한 궁금증이다.

남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이 필요할까?

상황에 따라, 직업에 따라, 나만의 인생 스테이지에 따라 다르다. 나 같은 경우, 10년 동안 별명이 ‘싸움닭’이었다. 고집불통이었다. 직장생활 9년 차에는 ‘합의의 신’으로 별명이 바뀌었다. 이렇듯 스테이지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경우에는 정말 노력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덜해도 된다. 자기가 너무 불편하면 하지 않아도 된다.

박웅현은 독자들의 질문에 정성스럽게 답을 해주며 자신의 말을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여 달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직장생활 27년 차, 그리고 딸의 아빠인 지금, 젊은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아직도 많이 있을 것 같지만 이번 책으로 ‘인생’이라는 가장 큰 과제에 대한 얘기를 전했다. 책에는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내용만을 충실히 담았고 중간중간 미술작품이나 다른 책 작품의 내용을 인용하며 생각과 깨달음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저자가 말하는 ‘지도’의 역할을 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연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부모의 날(Parent’s day)에 참가하기 위해 회사 일을 미루고 미국에 갔을 때에요. 아이는 대학을 가기 위한 과정으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저는 바쁜 와중에 잠깐 시간을 낸 것이었어요. 아이와 저 누구에게도 목표가 되는 시간이 아니었죠. 인생에 있어 어떤 중요한 역이 아닌, 그저 간이역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호텔 방에 들어서면서 연이에게 이렇게 말했었습니다.

“연아, 우리 여기가 종착역이라고 생각해보자.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너와의 이 일주일을 잘 보내기 위해 살아온 거야. 마치 내가 감옥에 있다가 이 일주일을 위해 휴가를 받아서 나온거지. 너도 저 감옥에 있다가 휴가를 받아 나온 거고. 우리 여기 있는 동안 이 일주일을 위해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지내자.” (p. 167)
(※ 이미지는 2013년 5월 23일 인터뷰 사진으로 대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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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박웅현 저 | 북하우스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 마주쳤을 여덟 가지 가치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만난 사람들, 그리고 책과 그림, 음악 등을 예로 들며 함께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왜 삶의 기준을 내 안에 두어야 하는지, 고전 작품을 왜 궁금해 해야 하는지, 동의되지 않는 권위에 굴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재의 행복을 유보시키지 않고 지금의 순간을 충실히 살아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본질을 추구하는 그의 이야기는 새로운 질문이 되어 우리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어떤 자세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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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민

닉네임은 가젤. 눈망울이 가젤을 닮았다고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다. 실제로 잘 뛰어다니며, 벌려놓은 일에 쫓기기도 한다.
인생 최대의 목표는 '재미'다. 문화와 예술, 철학과 심리학에 관심을 두고, 학습하는 것과 생각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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