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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비주얼 가수’로 거듭난 국가대표 보컬리스트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곁에 없으면 찾게 되는 버라이어티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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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 노래쟁이다. 음악분야에서 빼어난 목소리는 외모를 ‘업’해준다. 냉혹한 외모지상주의자라고 할지라도 “그가 갑자기 잘생겨져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쭈뼛쭈뼛 거리는 것을 찾을 수 없는 자세는 뭐니 뭐니 해도 남자는 자신감이라는 진리를 확실히 알려준다. ‘근자감’이 아니면서 어딘가 끌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가창력을 견주어 볼 때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을 가수는 누구일까.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조용필, 이승철, 김건모, 그리고 신승훈 등을 제외하고 나면 즉답이 어려울 것 같지만 이 가운데에서도 후발 주자로 들어설 만한 가수가 있다. 여태껏 누적해온 성공 지표로 본다면 앞서 나열된 가수들에 비해 미약한 면은 사실이지만 2000년대를 들어서 흔히 ‘가수들이 꼽는 가수’에서 대부분을 공천 받은 것을 전제한다면 국가대표 보컬리스트 대열에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범수다.

여기서 천부적 감성을 지닌 이승철이 김범수의 손을 확실하게 들어준다. 본인이 생각하는 노래를 가장 잘하는 후배, 자신의 노래 「떠나지 마」를 부른 모습에도 역시 잘한다며 찬사를 보냈다. 앞서 2005년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에서는 이문세의 「오래된 사진처럼」을 수록한 적이 있는데 선배가수인 이문세로부터 ‘내 노래는 리메이크 하지 마라’라는 조금은 짓궂은 칭찬도 들은 바 있다.


그 모든 것은 주지하다시피 가창력에서 비롯되었다. 서서히 이름을 알렸던 2000년 「하루」(당시 송혜교, 송승헌의 뮤직비디오 출연으로 제작부터 화제를 모았다), 4년간의 ‘얼굴 없는 가수’ 전략에서 탈피하게 한 노래이면서 김범수를 대표하는 곡 「보고 싶다」 그리고 이후 「가슴에 지는 태양」, 「슬픔 활용법」,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그리고 「끝 사랑」 등의 노래는 히트여부를 떠나 외모를 잊어버리게 할 만큼 발군의 가창력을 전해주었다.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는 이름 석 자에 대중의 신뢰가 쌓이기 시작했다.

김범수는 하지만 그때까지도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중가수’의 면모를 거의 구축하지 못했다. 가창력이란 공간에서만 가련하게 존재했다. 데뷔한지 10여 년이 지나고서 빛을 보는 가수의 사례가 전에 있었던가. 대부분은 오래전에 소리 없이 무대를 떠나거나 가수가 아닌 다른 길로 일찍이 마음을 접는다.

초기 수년간은 존재감이 없었다. 하광훈이 쓴 데뷔작 「약속」은 실패하면서 바람 잘 날 없고 굴곡진 행보가 이어졌다. 데뷔 직후 4년 동안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얼굴 없는 가수라는 수식 아래 오디오형 가수로만 활동했다. 인터뷰 때도 사진촬영이 허락되지 않은 채 보도용으로만 배포되었다. 딱 한 번의 첫 TV 출연 후 음반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평소 외모 콤플렉스 따위는 없던 그에게 큰 상처였다.

심지어 2001년에는 「하루」를 알앤비(R&B) 장르로 전환하고 영어로 개사한 「Hello goodbye hello」가 빌보드 세일즈 차트에 51위에 오르는 기념비적인 도약에도 얼굴 없는 가수였기에 대중의 시선조차도 끌지 못했고 자축의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3집의 히트곡인 「보고 싶다」로 탄력 받아 야심차게 발표한 「가슴에 지는 태양」의 4집은 성과가 미미했다. 가창력 과잉이라는 일각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이후에도 드라마 <천국의 계단> OST로 알려진 발라드 가수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군 제대 후 2년 2개월 만에 발표한 6집을 통해 음악과 이미지의 변신을 노리고 비디오형 가수로 슬며시 자리를 잡으려 할쯤에는 그 역시도 아이돌 열풍에 휘말리게 되었다. 알만 한 사람들은 안다는 히트곡을 가졌음에도 김범수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그때까지도 드물었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찾아오기 마련. 프로 가수들의 노래경연 프로그램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에 출연하면서부터 마침내 그는 어둠의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데뷔 10여 년이 훌쩍 지났음에도 1위를 해본 적 없는 그가 나가수에서 1위를 맛보게 되고, 김범수 스타일로 재해석한 이소라의 「제발」은 2011년 상반기 음악차트의 히트상품이 됐다. 초기의 시련이 안겨주었을 뛰어난 감정전달에 기초한 흔들림 없는 ‘직구 열창’이 장안의 화제로 부상한 것이다.

여기에 기획 상품도 더해졌다. 도도한 가사가 인상적인 민해경의 「그대 모습은 장미」는 차분한 시작으로 곧장 작업이라도 걸 듯 한 익살맞은 목소리, 후반부의 예상할 수 없는 뱃심 가득한 애드리브까지. 감미로운 목소리 속에서 여자라면 누구나 탐스럽지만 가까이하기엔 어려운 장미가 된 듯 착각 하게 한다. 유영진의 「그대의 향기」는 진심이 듬뿍 묻어나는 가사에 김범수의 나른함이 간질간질하다 못해 금방이라도 사랑에 빠지게 한다.

당시 나가수의 음원이 음악차트를 모조리 독식한 가운데에서도 그의 곡은 매번 상위권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톡톡히 다졌다. 오직 노래로만 겨룰 수 있는 경연에서 빼어난 가창력은 물론이고, 안방까지 전해지는 서바이벌 경연의 긴장감은 특유의 예능 감으로 자연스레 풀어주었다. 나가수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이자 가수 이외의 인간적인 김범수는 어떤 남자일지 궁금하게 했다.

닮은 연예인을 말하라면 언제든 눈, 코를 가리면서 씩 웃는다. 자신을 스스로 영화배우 이병헌을 닮은 하관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주저 없는 모습에 한층 더 끌린다. 어설프게 못 생기느니 차라리 제대로 못생겨서 1위를 하겠다는 재치 있는 멘트마저 어딘가 모를 마성이 있다. 노래를 청하면 언제든지 바로 일어나 열창한다. 노래할 때만큼은 건들거리는 허세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천상 노래쟁이다. 음악분야에서 빼어난 목소리는 외모를 ‘업’해준다. 냉혹한 외모지상주의자라고 할지라도 “그가 갑자기 잘생겨져 보인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쭈뼛쭈뼛 거리는 것을 찾을 수 없는 자세는 뭐니 뭐니 해도 남자는 자신감이라는 진리를 확실히 알려준다. ‘근자감’이 아니면서 어딘가 끌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남자는 재미가 없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곁에 없으면 찾게 되는 버라이어티한 남자가 김범수다.

이제 아무도 그를 얼굴 없는 가수라고 부르지 않는다. 자신 스스로를 ‘비주얼 가수’라고 부른다. 위풍당당이다. 노래를 알리기 위해 예전처럼 얼굴을 숨길 필요가 없다. 음반 판매만 조용히 하라며 나무랄 사람도 없다. 오히려 김범수는 자체를 드러내야만 더 인기를 끄는 비주얼 가수이다.

글/ 허보영(stylishb@hanmail.net)

김범수 단독 인터뷰 보기
http://ch.yes24.com/Article/View/2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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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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