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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의 목적은, 결국 아이를 떠나보내는 것

아이 스스로 세상이라는 ‘길’을 걸을 수 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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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다 감싸 안고 해결해주면 아이는 오히려 더 불행하다. 어떨 때는 “그건 네 잘못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더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자랄수록 자신의 손에 잡고 있던 아이와의 끈들 을 하나씩 놓아주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아이의 능력이 된다. 부모를 떠나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발달에 맞춰서 아이가 부모를 떠나갈 수 있도록 서서히 준비해주는 사람이다.

정서지능, 독립심, 사회성, 자존감, 도덕성 등의 최종목표는?

우리가 아이를 잘 키워야 하는 이유는 사실 ‘잘 떠나보내기 위해서’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학교생활에도 적응을 잘하고, 자기 의견을 똑똑하게 말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배려할 줄 알고, 자존감이 높아 실패하더라도 툴툴 털고 일어나고, 다정다감하고 붙임성이 좋아 친구가 많고, 예의가 발라 웃어른들이 좋아하고, 뭐든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고, 독립적이면서 인정이 많고……. 아이를 이런 모습으로 키우고 싶은 것은 부모를 떠나 자신의 삶을 개척할 때 어려움이 없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요즘 부모들이 육아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단어는 정서지능, 독립심, 사회성, 자존감이다. 방송이나 신문기사, 잡지, 책에서도 육아라는 것을 다루고 부모를 대상으로 한다 싶으면 이 단어들이 단연 단골이 된다. ‘00이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00 있는 아이로 키우려면’, ‘00 좋은 아이가 행복하다’, ‘00 기르는 놀이원칙?대화법’ 등. 00에는 네 가지 단어들이 번갈아 가면서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부모들을 자극한다.

‘정서지능’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자기감정을 조절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아이에게 매우 중요한 능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독립심’은 남에게 의지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해내려는 마음이다. 이것은 학습이나 성취와 바로 연관이 될 뿐 아니라 또래들과의 집단생활이 시작되면 개인별로 차이가 드러나기 때문에 많은 부모가 오래전부터 신경 쓰던 개념이다.

‘사회성’은 간단하게는 다른 사람과 어울려서 생활하려는 성질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애착 형성, 자아개념의 발달, 성 역할의 발달, 사회적 행동(감정이입, 이타행동)의 발달, 또래 관계의 발달에 모두 관여하는 개념이다. ‘자존감’은 ‘자아 존중감’의 약자로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이다. 자신이 어떤 모습이든 간에 자신은 사랑받을 만한 존재이고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마음이다. 자존감은 학교 성적은 물론 또래 관계와 사회성 발달 등에 모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행복한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정서지능, 독립심, 사회성, 자존감 또한 목표로 삼는 시점은 아이의 ‘미래’이다. 부모와의 관계가 아니라 부모를 떠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 과제, 생활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옛 선조들 또한 이렇게 키우든 저렇게 키우든 육아의 목적은 하나였다. 일정한 나이가 되면 부모를 떠나 오롯한 성인으로 홀로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래서 육아의 작은 방법들 역시 ‘아이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방향에 맞춰져 있다.


심한 알레르기를 앓던 미국 소녀 재스민에게 배운 것

<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를 진행할 때 미국의 워싱턴으로 흑인 여자아이를 취재하러 갔었다. 아이는 각종 음식 알레르기에 심한 아토피 피부염까지 가지고 있었다. 아이의 엄마는 알레르기가 하나씩 발견될 때마다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했다. 아토피 피부염 하나만 관리하는 것도 벅찬데 거의 모든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다니 그 심정이 어떨지 이해가 되었다. 엄마와 인터뷰를 하는데 조금 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2층에 있는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취재 팀도 따라 올라갔다. 아이 방을 둘러보던 중 나는 책상 옆에 붙여진 종이 한 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종이에는 일주일 동안 아이가 해야 할 일이 쭉 적혀 있었다. 자기 방 청소는 물론이고, 세탁, 집 청소, 잔디 깎기 등도 있었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는 들어오자마자 보습을 위한 로션을 바르고는 오늘 할 일을 체크했다. 아픈 아이가 알아서 로션을 바르고 일반 아이와 똑같이, 혹은 그 이상으로 제 일은 물론 집안일까지 한다는 것이 한국인 아빠로서는 솔직히 의아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 않은가. 아이 엄마에게 이렇게 시키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저는 내 아이가 병이 있든 없든 한 명의 독립된 어른으로 자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국엔 자신의 가정을 꾸리기를 바라죠. 그래야 아이가 행복해져요. 지금 안쓰럽다고 모든 것을 제가 해주면 아이는 나중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지금부터 훈련하는 겁니다. 아이의 병은 안타깝지만, 병에 대해 돌봐주는 것 외에는 아이가 하게 하지요. 그것이 아이를 위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이 스스로 세상이라는 ‘길’을 걸을 수 있게 하자

엄마의 대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아이를 독립시키는 것은 부모의 의무이다. 그녀는 아이를 키우는 목적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지금 아이의 상황이나 발달에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생각한 것이다. 어떤 부모들은 언제까지나 아이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싶어 한다. 아이가 어릴 때는 제법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아이도 원하지 않고 부모도 버거워진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내 성장을 위한 몫까지 부모가 잡고 있다고 생각해 불만스러워진다. 그리고 솔직히 부모는 아이의 모든 것을 제대로 책임지지도 못한다. 부모가 그럴듯하게 책임질 수 있는 것은 겨우 영아기, 유아기 정도다. 아이가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싶어 할 때는 그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이를 더 행복하게 하는 일이다.

부모가 다 감싸 안고 해결해주면 아이는 오히려 더 불행하다. 어떨 때는 “그건 네 잘못이야”라고 말하는 것이 더 안정감을 줄 수 있다. 부모는 아이가 자랄수록 자신의 손에 잡고 있던 아이와의 끈들 을 하나씩 놓아주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아이의 능력이 된다. 부모를 떠나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발달에 맞춰서 아이가 부모를 떠나갈 수 있도록 서서히 준비해주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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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생각 아이마음 김광호,김미연 공저 | 라이온북스
〈60분 부모〉, 다큐프라임 〈아이의 밥상〉, 〈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마더쇼크〉,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등 대한민국 최고의 육아 프로그램을 제작한 김광호 PD가 말하는 현실육아의 해법! 부모교육 프로그램, 자녀교육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 넘쳐나는 육아지식과 현실 속 육아 사이에서 현명하고 용기 있게 아이를 키워낸 수많은 부모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이의 눈높이’, ‘부모의 성찰’, ‘육아의 목적’이라는 세 가지 타이틀로 현실 속 맞닥뜨리게 되는 육아 고민들을 속 시원히 풀어낸다.

 



좋은 부모가 되고 싶다면!

마더쇼크
Mother Shock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아이의 식생활
(EBS 아이의 밥상)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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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광호, 김미연

김광호
1995년 EBS에 입사했다. 〈60분 부모〉,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밥상〉, 〈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마더쇼크〉,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005년 〈60부모〉로 한국방송대상, 2008년 〈다큐프라임 조선의 프로페셔널_화인〉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11년 〈다큐프라임_마더쇼크〉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남녀평등상, YMCA 선정 좋은 방송대상, 2012년 〈다큐프라임_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김미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1999년 웅진에 공채로 입사하여 육아잡지 〈앙팡〉에서 첫 잡지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여성조선〉, 〈주부생활사〉, 〈베이비 조선〉 등에서 일하며 인테리어, 요리, 육아 기사 등을 작성했으며 임신출산 무크, 건강실용서, 자녀교육서 등을 만드는 일을 했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해서는 그동안 취재만 해왔던 육아나 아이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에 한국방송통신대학 유아교육과에 입학해 아이가 3세 무렵 졸업했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취재와 인터뷰를 하며 육아기사, 자녀교육서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엮은 책으로는 《육아백과사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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