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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와 ‘묘사’가 담긴 음악 - 그리그, <페르 귄트 모음곡 1ㆍ2>

게으름뱅이에 허풍쟁이 몽상가인 페르 귄트의 ‘황당한 일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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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그는 이 극음악을 관현악을 위한 모음곡으로 개정합니다. 1888년에 <모음곡 1번 op.46>을, 1892년에 <모음곡 2번 op.55>를 작곡했다가, 1893년에 다시 한 번 손을 보지요.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듣는 <페르 귄트 모음곡 1ㆍ2번>입니다. 1번과 2번에 각각 4곡씩 담겼지요. 그래서 모두 8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지난주에 들었던 브람스의 <독일 레퀴엠> 어땠나요? 음악이 좀 어렵고 무거운 느낌이 있었지요? 하지만 귀에 익숙한 소품만 들어서는 음악을 ‘내 것’으로 만들기가 좀 어렵습니다. 보다 본격적으로 음악에 육박해 들어가려면 ‘큰 산’을 2박3일 종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필요가 있지요. 그렇게 힘든 등산을 몇 차례 거치고 나면 동네 뒷산쯤은 쉽게 오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내 인생의 클래식 101’에는 묵직한 대곡(大曲)이 종종 올라옵니다. 지난주의 <독일 레퀴엠>이나 몇 주 전 들었던 바흐의 <마태수난곡> 같은 음악들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떤가요? 실제로 몇 차례 들어 보면, 음악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나’에게, 그 긴 음악을 들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 아울러 그것을 들을 만한 ‘낭만적 열정’이 고갈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요.

‘나’와 음악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음악을 ‘실제로’ 들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이미 형성된 ‘어떤 생각’의 틀에 갇히거나, ‘클래식 초보자를 위한 매혹의 선율’에만 빠져 있어선 안됩니다. 클래식을 듣고 유식해져야지, 라는 허위의식도 내려놓아야 합니다. 음악 듣기는 아무런 현실적 이득이 없는 무위(無爲)의 행위에 가깝습니다. ‘왜 음악을 듣는가’라고 누군가 당신한테 물어오면, ‘그냥 좋아서’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결국 ‘사심 없는 사랑’과 비슷합니다. 그냥, 가슴을 열고 음악을 포옹하시기 바랍니다. 때로는 마음먹고 ‘큰 산’을 올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노르웨이의 작곡가이자 피아노 연주자였다. 베르겐에서 출생하였으며, 극작가인 입센과 비교할 정도로 유명한 민족주의 음악가이다. 그리그의 특징은 첫째로 생애의 거의 모든 시기에 걸쳐 계속해서 작품을 쓰고 있었으므로 가곡을 보면 그의 예술의 발자취를 잘 알 수가 있다. 가곡 다음으로는 피아노의 소곡이 중요하며 10권 66곡으로 된 <서정소곡집> 등 그 수도 가곡만큼 많다. 관현악곡 분야에서도 성공한 것은 입센의 극에 곡을 붙인 <페르귄트>의 음악 등 소곡의 모음이다. 만년의 약 10년간은 학생 때 앓은 폐병이 재발하여 어두운 나날을 보내야 했고 64세 때까지 살다 출생지에서 사망했다. 유골은 작업장 아래에 있는 피오르의 벽면 우묵하게 들어간 곳에 안치되었다.
-[출처: 위키피디아]
또 군말이 길어졌지요? 오늘은 비교적 덜 추상적인 음악을 듣겠습니다. 말하자면 ‘스토리’와 ‘묘사’가 담긴 음악입니다. 지난주에 제법 큰 산을 종주했으니 오늘은 그에 비해 좀 편안한 음악을 골랐습니다. 제목에도 올라와 있는 것처럼, 오늘 들을 음악은 북구의 나라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작곡가 에드바르트 그리그(1843~1907)의 <페르 귄트 모음곡 1ㆍ2>입니다.

자, 이 곡은 애초에 연극을 위해 작곡된 ‘극음악’이었습니다. 저는 4년 전에 노르웨이의 서쪽 해안, 그러니까 대서양에 어깨를 대고 있는 도시 베르겐에 간 적이 있었는데요, 그곳이 바로 작곡가 그리그의 고향입니다. 수도 오슬로에 이어 노르웨이에서 두 번째 규모의 도시라고 합니다. 저는 지금까지도 그곳에 도착했던 날짜를 기억합니다. 2009년 5월 21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지요. 호텔에서 이틀째 되던 날 아침에, 일행 중 한 명이었던 중국인 친구가 “당신 나라 대통령이 죽었대!”라고 알려줬습니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지요. 곧바로 인터넷을 뒤져보고는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날 제 일정은 그리그의 생가와 박물관을 방문하는 것이었는데, 차마 그곳에 가서 마음 편히 둘러볼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이 멍해진 상태로 베르겐 시내 이곳저곳을 혼자 방황하던 생각이 납니다.

그때 제 눈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았지만, 베르겐의 풍광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5살 무렵부터 피아노를 쳤다는 그리그는 15살 되던 해에 역시 베르겐 출신이었던 당대의 바이올리니스트 올레 불(1810~1880)을 만나게 되지요. 이런 거장을 만나게 되면 어린 음악도들은 당연히 오디션을 보게 됩니다. “선생님, 제 연주를 한번 들어봐 주세요”라는 것인데, 물론 부모들이 자식을 위해 그런 자리를 주선하기 마련입니다. 어쨌든 올레 불은 어린 그리그가 피아노를 치는 걸 보고는 매우 감탄했다고 하지요. 멘델스존이 설립한 독일 라이프치히 음악원으로 당장 유학을 떠나라고 권유합니다. 사실 베르겐은 음악적으로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도시였습니다. 옛 바이킹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수산업 도시라고 할 수 있지요.

올레 불은 그리그에게 라이프치히 유학을 권유해 유명한 작곡가로 거듭나게 했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바이올리니스트의 이름을 좀 더 기억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노르웨이의 근ㆍ현대 예술사에서 그가 끼친 영향력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또 무엇이 있을까요? 오늘 거론되고 있는 음악극 <페르 귄트>의 원작자를 기억하시나요? 바로 헨리크 입센(1828~1906)입니다. 그는 <인형의 집>으로 유명한 노르웨이의 대표적 극작가이지요. 올레 불은 바로 그 입센이 극작가로 자리를 잡게 이끌어줬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1851년 베르겐 국립극장이 개관했을 때, 올레 불은 찢어지게 가난한 무명작가였던 입센을 극장의 전속작가이자 무대 감독으로 추천했고, 입센은 그곳에서 6년간 일하면서 본격적인 극작 수업을 거치게 되지요. 말하자면 베르겐 국립극장은 입센이 극작가로서의 노하우를 체득했던 ‘학교’였습니다.

그뿐 아니지요. 입센과 쌍벽을 이루는 또 한 명의 노르웨이 극작가 비욘스제른 비외르손(1832~1910, 비에르손, 뵈른손 등으로도 표기함)을 혹시 아시는지요? 이 작가는 19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입니다. 입센과 비외르손은 지금까지도 노르웨이가 국가적으로 숭앙하는, 그야말로 노르웨이의 근대 문학, 혹은 근대 연극의 대표적 작가들이라고 할 수 있지요. 수도 오슬로에 자리한 국립극장의 왼편에는 입센의 동상이, 오른편에는 비외르손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올리니스트 올레 불은 입센보다 4살 아래인 비외르손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고 조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입센이 베르겐 국립극장에서 오슬로 국립극장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입센의 후임으로 베르겐에 당도했던 인물이 바로 비외르손이었는데 그것도 물론 올레 불의 추천이었습니다. 이 바이올리니스트는 그처럼, 당대 예술계의 재능 있는 후학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일에 매우 열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그의 안목은 정확했던 셈이지요. 입센과 비외르손 그리고 작곡가 그리그는, 오늘날에도 노르웨이가 가장 자랑하는 예술가들이니까요.

자, 그런데 네 살 차이였던 입센과 비외르손은 친하면서도 경쟁하던 사이였습니다. 물론 나중에 입센의 아들이 비외르손의 딸과 결혼해 두 사람은 사돈이 되기도 하지만, 개인적 측면에서 보자면 애증과 찬탄, 질시가 뒤범벅된 매우 복잡한 관계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이 중간에 끼여서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던 사람이 한 명 있었지요. 바로 그리그였습니다. 때는 1874년, 그리그는 당시 독일 드레스덴에 거주하고 있던 입센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지요. 자신의 희곡 <페르 귄트>를 위해 음악을 작곡해 달라는 편지였습니다. 그리그는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요청받은 희곡이 자신의 작곡 스타일에 맞지 않아서 망설였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입니다. 하지만 꼭 그래서였을까요?

사실 당시의 그리그는 비외르손과 함께 오페라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리그가 망설임 끝에 <페르 귄트>의 작곡을 마침내 수락했을 때, 비외르손은 불같이 화를 냈다고 전해지지요. 이 장면은 노르웨이 근ㆍ현대 예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중요한 에피소드입니다. 아울러 우리로 하여금, 당시 노르웨이 예술가들의 내면과 작품 세계를 이해하게 해주는 작은 통로 구실을 하기도 하지요. 그날 이후, 비외르손은 그리그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려 버렸다고 합니다.

음악극 <페르 귄트>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게으름뱅이에 허풍쟁이 몽상가인 페르 귄트의 ‘황당한 일대기’라고 할 수 있겠지요. 페르 귄트는 아름다운 여인 솔베이그(영어식 표기로는 솔베이지)가 자기 곁에 있는데도 남의 결혼식장에서 신부 잉그리드를 납치해 산으로 도망칩니다. 또 산 속에서는 마왕의 딸에게 반해 유희를 즐기다가 마왕에게 혼줄이 나기도 합니다.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솔베이그와 함께 살면서도 여전히 몽상과 모험을 꿈꾸지요. 결국 솔베이그를 남겨 둔 채 배를 타고 머나먼 곳으로 떠납니다. 모로코와 아라비아의 사막을 떠돌며 사기를 치고 예언자 행세를 하다가 마침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을 발견해 엄청난 부자가 되지요. 하지만 금은보화를 싣고 고향으로 돌아오던 길에, 노르웨이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거대한 풍랑을 만나 결국 알거지가 되지요.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고 돌아와 백발이 된 아내 솔베이그의 품에 안겨 인생의 마지막을 맞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황당한가요? 입센의 초기작들이 보여주는 낭만적 경향의 희곡인데, 괴테의 <파우스트>에게서 적잖은 영향을 받은 듯 보입니다. 모험가이자 야심가로 설정된 남자 주인공은 물론이거니와 여성이 구원의 표상으로 등장하는 것도 그렇지요.

그리그는 이 극음악을 관현악을 위한 모음곡으로 개정합니다. 1888년에 <모음곡 1번 op.46>을, 1892년에 <모음곡 2번 op.55>를 작곡했다가, 1893년에 다시 한 번 손을 보지요.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듣는 <페르 귄트 모음곡 1ㆍ2번>입니다. 1번과 2번에 각각 4곡씩 담겼지요. 그래서 모두 8곡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1모음곡(op.46)의 1곡은 ‘아침의 기분’(Morgenstimmung)입니다. 원래 극음악에서는 4막의 전주곡이지요. 모험가 페르 귄트가 모로코에 당도해 맞이한 아침의 풍경을 음악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들으면 누구나 금세 알 수 있는 유명한 곡입니다. 플루트가 노래하는 목가적인 주제 선율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2곡은 ‘오제의 죽음(Ases Tod). 연극에서는 3막의 첫곡이지요. 어머니 오제가 산에서 내려온 아들의 허풍을 들으며 쓸쓸히 죽어가는 장면입니다. 바이올린이 매우 비통한 정조의 선율을 이끌어가는 음악입니다. 아마도 <페르 귄트 모음곡> 전곡에서 가장 슬픈 곡일 성싶습니다. 3곡은 ‘아니트라의 춤’(Anitras Tanz). 4막에 등장하는 곡이지요. 아라비아 추장의 딸 아니트라의 우아하면서도 요염한 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현을 퉁기는 피치카토 주법, 동양적 분위기의 선율이 인상적입니다. 4곡은 ‘산속 마왕의 동굴에서’(In der Halle des Bergkonigs). 애초에는 2막에 등장하는 곡입니다. 호른이 약간 음침한 느낌의 선율을 멀리서 연주하고, 첼로가 현을 퉁깁니다. 북구의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트롤)들의 춤이 펼쳐지면서, 점점 빠르게, 빙글빙글 도는 느낌의 악상들이 이어집니다.

2모음곡(op.55)의 1곡은 ‘신부의 약탈과 잉그리드의 탄식’(Der Bruderovet Ingrids Klage). 애초에는 2막의 전주곡입니다. 혼례 장면을 묘사하는 이른바 ‘약탈의 주제’가 단호한 느낌의 관현악으로 터져 나오지요. 하지만 이어서 잉그리드의 탄식을 묘사하는 애처로운 선율이 흘러나옵니다. 그러다가 다시 혼례의 장면으로 돌아가지요. 2곡은 ‘아라비아의 춤’(Arabischer Tanz). 4막에 등장하는 곡입니다. 아라비아 사막에서 펼쳐지는 젊은 아가씨들의 춤을 묘사하고 있지요. 페르 귄트는 자신이 예언자라고 뻥을 치고는 그 춤을 감상합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자신의 마음에 쏙 드는 아름다운 아가씨의 춤이 등장하는데, 그 춤의 주인공은 추장의 딸 아니트라입니다. 앞부분은 아가씨들의 군무를, 뒤에 등장하는 좀 더 고혹적인 선율은 아니트라의 춤을 묘사합니다. 3곡은 ‘페르 귄트의 귀향’(Peer Gynts Heimkehr). 5막에 등장하는 곡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떼돈을 번 페르 귄트는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고향 앞바다의 성난 폭풍우였지요. 곡의 시작부터 터져 나오는 급박한 느낌의 관현악이 폭풍우 치는 바다의 정경과 페르 귄트의 두려움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4곡은 ‘솔베이그의 노래’(Solveigs Lied). <페르 귄트 모음곡>의 백미와도 같은 곡이지요. 늙고 지친 페르 귄트, 천신만고 끝에 고향의 오두막으로 돌아온 그는 백발의 솔베이그가 불러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마침내 죽음을 맞습니다. 관현악 버전뿐 아니라 소프라노의 성악 버전으로도 널리 사랑받는 곡이지요. 편안한 마음으로 전곡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오이빈 피옐스타트(Oivin Fjeldstad)ㆍ런던 심포니/1958년/Decca

아쉽게도 국내 매장에서 CD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눈에 띄는 대로 구입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명연이다. 가장 북구적인 연주라는 평을 듣는다. 오이빈 피옐스타트(1903~1983, ‘외이빈’으로도 표기))는 노르웨이 오슬로 태생의 명지휘자. 일반적으로 많이 청취되는 카라얀의 음반에 비하자면, 북유럽의 차가운 웅장함, 예컨대 노르웨이의 깍아지른 듯한 피요르드와 웅대한 숲의 기운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장쾌한 연주라고 할 수 있다. 북유럽의 심원함을 관통하는 극적 묘사력, 아울러 런던 심포니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금관의 광채가 찬란하게 빛난다.



카라얀(Herbert von Karajan)ㆍ베를린 필하모닉/1971년/DG

생전의 카라얀은 <페르 귄트 모음곡>을 모두 세번 녹음했다. 오늘 추천하는 음반은 1982년 녹음이다. 물론 1971년 녹음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두 연주 모두 현악기군의 빼어난 합주력이 인상적이다. 앞서 언급한 피옐스타트의 연주가 관악기에서 빛난다면,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현악기 쪽이다. 아울러 한번 더 비교하자면, ‘숲의 야성’과 ‘도시의 깔끔함’이라는 비유도 가능하다. 약음과 강음의 섬세한 조절, 그로 인한 서정미의 연출이 빼어난 연주다. 특히 ‘솔베이그의 노래’가 보여주는 애틋함이 인상적이다.



에사 페카 살로넨(Esa-Pekka Salonen)ㆍ오슬로 필하모닉/1987년/Sony

현재 활약중인 북유럽 출신의 지휘자들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히는 이는 역시 핀란드 태생의 살로넨일 성싶다. 앞세대의 거장 피옐스타트처럼 낭만적 에너지가 꿈틀대는 연주는 아니다. 하지만 그의 감각적인 지휘봉은 북유럽 특유의 신비한 정취를 아스라한 느낌으로 형상화한다. 약간 차가우면서도 지적인, 그러면서도 음악적 흥취를 은근히 살려내고 있는 연주다. 알려져 있다시피 살로넨은 1958년생. 오슬로 필하모닉을 지휘해 이 곡을 녹음할 당시, 그의 나이가 고작 스물아홉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살로넨은 <모음곡>이 아니라 애초의 극음악에서 18곡을 발췌해 연주했다. 소프라노 바바라 헨드릭스가 부르는 ‘솔베이그의 노래’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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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문학수

1961년 강원도 묵호에서 태어났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소위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서양음악을 처음 접했다. 청년시절에는 음악을 멀리 한 적도 있다. 서양음악의 쳇바퀴가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구 부르주아 예술에 탐닉한다는 주변의 빈정거림도 한몫을 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음악에 대한 불필요한 부담을 다소나마 털어버렸고, 클래식은 물론이고 재즈에도 한동안 빠졌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재즈에 대한 애호는 점차 사라졌다. 특히 좋아하는 장르는 대편성의 관현악이거나 피아노 독주다. 약간 극과 극의 취향이다. 경향신문에서 문화부장을 두차례 지냈고, 지금은 다시 취재 현장으로 돌아와 음악담당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2013년 2월 철학적 클래식 읽기의 세계로 초대하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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