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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 그 애착과 분리의 과정

10대 자녀의 ‘인생독립선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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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되면 자녀도 부모를 평가하게 된다. 부모가 어른스럽다면 자녀도 당연히 부모를 어른으로 인정하고 따른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크고 나면 용돈밖에 원하는 것이 없다고 푸념한다. 하지만 부모에 대한 자녀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출처: http://www.morguefile.com/archive/display/188512 by CarolinaJG]

10대 청소년을 대할 때 부모가 겪는 어려움의 하나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지 못했으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수습은커녕 자기 뜻대로 하려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해주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부모가 조금만 뭐라고 하면 간섭하지 말라며 말문을 닫아버린다. 이처럼 부모의 입장에서는 의무는 등한시한 채 권리만 주장하는 무책임한 존재가 바로 10대 자녀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은 다음과 같은 말로 화풀이한다. “내 집에 사는 동안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일단 대학이나 붙고 나서 네 맘대로 해라.” 아니면 다음과 같은 말로 신세 한탄을 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니?”, “너도 나중에 나이 들어봐. 부모 마음 알지.” 자식이 자신을 멀리하는 것이 부모는 서러운 것이다. 10대 자녀의 ‘인생독립선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를 보게 되면 권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 시드니 루멧(Sidney Lumet) 감독의 <허공에의 질주(Running on Empty)>다.

보통 영화에서는 부모가 보수적이고 자식이 진보적으로 나오는데 이 영화의 부모는 색다르다. 아버지인 아서와 어머니 애니는 베트남전쟁을 반대하는 의미로 군사 실험실을 폭파한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실험실 안에 경비가 있었고 그가 실명을 하면서 부부는 15년간 FBI를 피해서 도피 생활을 한다. 이들이 이렇게 도피 생활을 하는 이유는 아들 대니, 해리와 떨어져 있기 싫어서였다.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6개월마다 미국 전역을 이름을 신분을 바꾸면서 이동을 해야 했다. 불안정한 생활이지만 아서와 애니는 정성을 다해서 아이들을 키운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대니는 점점 자신만의 삶을 주장하기 시작한다. 새로 다니게 된 학교의 음악 선생님 딸 로나를 좋아하게 된 대니는 로나 곁을 떠나기 싫다. 그리고 피아노 연주 실력을 인정받은 대니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줄리아드에 가서 오디션을 보지만, 과거 고등학교를 다닌 기록이 없기 때문에 입학이 어렵게 된다. 이번에 또다시 아버지와 어머니를 따라 떠나게 된다면 대니는 음악도, 여자 친구도, 모든 것을 잃어야 한다. 고민하던 대니는 결국 부모를 따라가기로 마음을 먹고, 어렵게 여자 친구 로나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 대니가 자전거를 타고 부모님과의 약속 장소로 오고 자전거를 차에 실으려는데 아버지 아서는 대니에게 다시 자전거를 타라고 한다. 영문을 모르고 멍한 대니에게 줄리아드에 가라고 말을 하고, 대니와 아버지는 서로에게 V자를 그려 보이며 이별을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애착(attachment)는 심리학 용어이기도 하다.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가 어려서 부모의 돌봄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 성인이 되어서의 인간관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표했다. 지금은 유행어처럼 사용되는 애정결핍도 사실은 심리학 용어에서 기인한다. 초기 애착이론에서는 부모가 일방적으로 애정을 줌으로써 아이의 애착이 형성된다고 가정했다. 그런데 아무리 부모가 애정을 줘도 아이가 애착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관찰되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자폐증이다. 처음에는 애착이론에 따라서 부모가 무의식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자녀를 대하는 경우 자폐증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반대라는 것이 밝혀졌다. 자폐증 환자들은 부모가 애정을 줘도 반응이 제한적이기에 나중에는 부모도 지치게 되는 것이다. 정상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 겪게 되는 분리 감정을 자폐증 환자를 둔 부모들은 자녀가 서너 살 때부터 경험해야 하는 비극이 발생한다.

그러면서 심리학자들은 영유아가 흔히 생각하듯이 수동적이지 않다는 것을 점점 인식하게 되었다. 부모의 관심과 돌봄을 얻어내기 위해서 아기들도 귀여운 표정, 예쁜 표정, 괴로운 표정을 계속 지어내고 부모의 반응을 살핀다. 처음에는 표정, 몸짓으로 부모의 애정을 얻어내다가 나중에는 예쁜 말로 부모의 관심을 자아낸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부모의 입장에서도 자녀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나 자녀가 성장하게 되면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점점 줄어든게 된다. 그러면서 과거에 부모의 애정을 받기 위해서 하던 행동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만약 이때 부모가 여전히 자녀에 대해서 애착을 가지고 있다면 서운하고, 화가 나고, 슬프고, 서러운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면서 자식을 놔야 할 때 놓지 못한다. 자식을 놓지 못하는 명분은 아직 자식이 판단력도 떨어지고 제구실도 못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구실일 뿐이다.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서 부모가 자식의 애정을 필요로 하는데 자식이 그러한 애정을 주지 않기에 부모가 자식을 놔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서로 상처받지 않고 멀어질 수 있을까?

우선 억지로 통제하기 보다는 자녀의 입장에서 끌릴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10대가 되면 자녀도 부모를 평가하게 된다. 부모가 어른스럽다면 자녀도 당연히 부모를 어른으로 인정하고 따른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크고 나면 용돈밖에 원하는 것이 없다고 푸념한다. 하지만 부모에 대한 자녀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부모는 자녀가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기를 바라지만 과연 부모는 현재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고 있는가? 부모는 자녀에게 지겹더라도 매일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라고 하지만 과연 부모는 매일 자신의 업무를 얼마나 성실하게 준비하고 있는가? 자녀에게는 게임 하지 말고 텔레비전 보지 말고 공부하라고 하는데, 부모는 무언가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가? 부모가 자녀에게 요구하는 삶과 부모 자신의 삶이 괴리될수록 부모에 대한 자녀의 기대치는 점점 낮아진다. 존경받을 만한 부모가 되면 자녀는 알아서 부모를 존중한다. 하지만 부모의 삶과 부모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 일치하지 않으면 자녀는 의무는 등한시하고 권리만 주장할 것이다.

부모가 각자 한 사람의 개인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에게 있어서 자식은 매우 중요하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공부를 잘하면, 자식이 성공을 하면 행복하다. 하지만 부모의 행복의 원천이 자식 말고도 다른 것들이 있다면 자식이 어떻게 사느냐에 영향을 덜 받을 것이다. 부모 각자의 삶이 불행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부 간의 사이도 안 좋다면 자식만 바라보고 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다 컸다고 자식이 주장을 하는 순간 서러움이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외로움을 자식이 채워줬으면 하고, 곁에 있는 시간이 길었으면 한다. 곁에 두기 위해서 야단도 치고, 징징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자식은 부모 곁을 떠날 생각만 한다. 자식을 곁에 두고 싶다면 역으로 자식에게 감정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 대신 자식에게 자연스럽게 감정적으로 무언가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집이 화목해야 자녀도 밖으로 나돌지 않는다. 집에만 들어오면 가슴이 턱 막힐 정도로 답답함이 밀려온다면 당연히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게 된다. 하지만 집에 오면 항상 웃어주는 부모가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따뜻한 잠자리가 있다면 아이는 밖에서 지내다가도 집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부부가 서로 재미있게 지내야 한다. 부부가 서로 웃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직장에서 있었던 웃긴 이야기, 본인들이 친구들에게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면 자녀들도 거기에 끼고 싶다고 생각하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게 된다. 그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중에는 서로의 심금을 드러내며 힘든 이야기도 하게 되고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게 될 것이다. 사춘기 애착과 불안이 오가는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도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다 보면 자녀가 눈에서 멀어져도 마음은 멀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부모의 확신이 서게 된다. 부모의 분리불안이 크지 않기에 자녀는 적절할 때 부모와 떨어질 수 있고, 부모에게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 서슴없이 부모에게 다가가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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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명기

지은이 최명기는 마음경영 전문의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2003년 듀크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고, 내친김에 건강의 통합적 방법을 모색하다 듀크 대학교 Health Sector Management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에 돌아와 부여다사랑병원을 열었다.
경영학을 공부한 정신과 전문의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경영학과 정신의학을 통합한 마음경영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고 있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병원경영 강의를 했으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직교수를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즈리뷰」에서 마음경영을 주제로 칼럼을 썼고, 의료전문 사이트 ‘메디게이트’에 의료경영 칼럼을 연재 중이다.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CEO 마인드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정신분열증을 대처하는 방법』,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마음이 경영을 만나다』, 『트라우마 테라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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