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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건강검진의 비밀 1

좋은 건강검진의 전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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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친구에게서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부모님의 칠순 기념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게 해드리고 싶은데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나서 어떤 검진 상품으로 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에도 이런 질문을 여러 번 받았던 지라 비용을 아끼면서도 꼭 해야 할 검사를 빠뜨리지 않으려면 어떤 검진항목을 선택해야 할까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얼마 전 한 친구에게서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부모님의 칠순 기념으로 종합건강검진을 받게 해드리고 싶은데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나서 어떤 검진 상품으로 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에도 이런 질문을 여러 번 받았던 지라 비용을 아끼면서도 꼭 해야 할 검사를 빠뜨리지 않으려면 어떤 검진항목을 선택해야 할까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글은 저의 주관이 꽤 들어가 있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도 물론 설명할 것입니다.

건강검진의 목적은 이미 생긴 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과 혹시 생길지도 모르는 병을 미리 찾아내어 예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인데, 좋은 건강검진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건강검진에서 찾아내려는 병은 매우 희귀한 병이 아니라 누가 생각해도 충분히 걸릴 만한 흔한 병입니다. 예를 들어, 위암의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50~80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비교적 드물다는 췌장암의 발병률도 10만 명당 10명 정도로 봅니다. 그런데 멀쩡한 사람이 이런 흔한 암을 제쳐두고 10만 명당 2명 정도가 걸린다는 ‘활막육종’ 같이 드문 병을 찾기 위해 검사를 받을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둘째, 흔한 병이라 할지라도 건강에 대한 위해성이 그다지 크지 않다면 꼭 조기진단과 예방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당뇨병은 그냥 방치할 경우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꼭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를 시작해야 하겠지만, 그냥 두어도 저절로 나을 감기를 진단하기 위해서 각종 바이러스 검사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셋째, 조기발견을 했을 때 조기치료의 성과가 있어야 합니다. 즉 일찍 병을 발견해도 특별히 치료할 필요가 없다면 과연 그 병을 미리 아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류머티즘 관절염을 조기진단하기 위해 전혀 증상이 없는 사람이 각종 피검사를 받아서 일부 항체가 양성 반응이 나온다고 한들 치료할 것도 아니고 병을 예방하기 위해 특별히 할 것도 없기 때문에 불안감만 커지게 됩니다. 학문적으로 따지면 그 외에도 몇 가지 조건이 더 있으나 방금 말씀드린 세 가지 조건만 염두에 두어도 현명한 건강검진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의사의 문진

의사가 진찰하고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질병의 단서를 찾아내는 단계입니다. 아마도 가장 싸지만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검사 단계입니다. 이에 더해 활력 증후라고 하는 혈압, 맥박, 호흡 수, 체온 측정을 함께 하게 되고 허리 둘레나 비만도 등을 함께 측정하는데 역시 위험이 없고 저렴한 측정이기에 누구나 받아야 할 필수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눈과 귀에 대한 검사

보통 시력, 청력, 안압, 안저 검사 등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사람에게 이 검사가 필요한가에 대해서 의문이 조금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 기본 패키지로 따라와서 현실적으로 제외할 수 없고 그냥 검사를 받더라도 비용도 그리 비싸지 않으므로 굳이 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만약 학생인데 책 읽기를 싫어하면서 안통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나 노안이 와서 안경에 관심이 생기는 시기라면 시력 검사를 해볼 만하고, 이어폰을 자주 사용하면서 작은 소리를 잘 못 듣는 젊은 사람이나 나이든 어르신은 청력 검사가 필요합니다. 안압 검사는 두통이나 눈의 통증이 있는 사람이 녹내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볼만합니다. 안저 검사는 원래는 시력이나 시야에 문제가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만, 시력에 이상이 없어도 당뇨가 있다면 검사해야 합니다.


혈액 검사

혈액 검사 항목은 수십 가지나 됩니다. 검사가 워낙 광범위하고 비용도 싸기 때문에 제 생각에는 불필요한 검사도 간혹 있어 보이지만 그래도 꼭 해야 합니다. (어차피 기본 항목에 다 포함되므로 빼고 싶다고 뺄 수도 없을 것입니다.) 혈액 검사로 할 수 있는 것은 빈혈 검사, 혈액형 검사, 혈액응고 검사, 간기능 검사, 신장 기능 검사, 당뇨 검사, 요산ㆍ칼슘ㆍ지질 검사, 간염, 매독, 에이즈 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가 포함됩니다.


그 외에 조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 종양 표지자 검사입니다. 특정 종양이 있으면 혈중에 특정 표지자가 되는 물질의 농도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 물질의 수치를 측정해서 암이 있는지 조기에 진단해보자는 취지에서 하는 검사인데 이론과 실제가 꼭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일단 위양성(암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나오는 경우)과 위음성(암이 있는데 없는 것처럼 나오는 경우)이 높습니다. 예를 들어, CEA라는 종양 표지자는 대장암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대장암뿐만 아니라 위암, 췌장암, 폐암, 유방암, 일부 갑상선암에서도 증가합니다. 이렇게 CEA 검사를 하나 했을 뿐인데, 우연히 높게 나왔다면 이 모든 암들을 다 새로 검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궤양성 대장염, 췌장염, 간경화, 만성 폐색성 폐질환은 암도 아닌데 CEA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또 아무 병이 없어도 일부 흡연자는 이 수치가 높게 나오기도 합니다. 그럼 흡연 때문이라고 미루고 이 모든 검사를 안 한다면 마음이 편할까요? 만약 이 모든 암을 다 검사했는데 정상이라고 나오면 그때는 마음이 편할까요? 이유도 모르는데 종양 표지자가 높다면 마음에 평화가 올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런 경우 차라리 처음부터 검사를 안 해서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대신 위암이 의심되면 위 내시경 검사를 하고, 대장암이 걱정되면 대장 내시경 검사를 확실하게 해서 암이 있다없다 결론을 내는 것이 좋지 어중간하게 종양 표지자 검사를 하면 아무것도 결론이 안 납니다. 설상가상으로 대장암이 있어도 CEA 수치가 그리 높지 않은 경우도 있는데 그렇다면 CEA가 정상으로 나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반면 이 검사를 꼭 받아야 할 사람도 있습니다. 앞에서 예로 든 CEA의 경우 대장암으로 이미 진단받고 수술 받은 사람은 이 수치가 뚝 떨어지는데 나중에 떨어진 수치가 다시 올라간다면 대장암 재발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하여간 각종 종양 표지자 검사는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둬야겠습니다.


대소변 검사

보통 대변으로는 기생충 검사와 잠혈 검사를 하는데, 잠혈 검사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대변의 피 성분을 찾아내서 대장암 등의 진단에 쓸 수 있습니다. 소변 검사로는 여러 가지 비뇨기계의 암을 비롯한 내과적 질환의 신호를 찾을 수 있기에 가치가 있습니다. 검사의 용이성과 낮은 가격을 고려하면 충분히 받을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치과 진찰

만약 검진 항목에 치과 진찰이 들어 있다면 평소에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서 스케일링과 진찰을 받지 않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기적으로 치과에 다니는 경우라면 꼭 필요한 검사는 아닙니다.


심폐 검사

심전도와 흉부 엑스선 촬영이 포함되는 검사입니다. 심전도로는 부정맥, 고혈압성 심질환, 과거 심근경색 진단이 가능하고, 흉부 엑스선은 폐암, 폐결핵, 만성 폐색성 폐질환 등의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진단이 매우 정확하진 않습니다. 둘 다 특별한 질환의 증상이 전혀 없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지만 역시 가격 대비 가치는 충분한 것 같습니다.

가끔 폐기능 검사가 여기 포함되는데 흡연자나 천식 환자가 아니라면 특별히 가치가 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많은 흡연자들이 관심을 갖는 폐암에 대한 조기진단은 흉부 엑스선 촬영으로 충분히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객담 검사와 저선량 흉부 CT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건강검진으로 각종 CT 촬영을 하는 것에 대해 방사선 피폭의 가능성과 검사의 필요성 자체가 의문시되는 이유로 비판적인 입장입니다. 하지만 폐암의 고위험군인 사람(45세 이상의 20년 이상 흡연자)이라면 저선량 흉부 CT 검사는 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저선량 흉부 CT를 통해 폐암으로 인한 사망을 20퍼센트 정도 줄일 수 있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양성이 높고 이로 인해 불필요한 폐 조직검사에 따르는 고통과 비용, 부작용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또한 폐암은 조기진단으로 인한 이익이 위암처럼 크지 않아서 일찍 치료해도 사망률이 높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폐암의 조기진단에 신경 쓰는 것보다 담배를 끊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또 심장 초음파나 운동부하 검사가 검진 패키지에 들어 있기도 한데 흡연, 고지혈증,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심근경색의 위험인자도 없고 심부전 등의 심장질환도 없는 사람이라면 이 검사가 꼭 필요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무조건 검사를 많이 받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같은 비용을 들일 것 같으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검사를 골라서 많이 받는 것이 좋기 때문에 심장 초음파나 운동부하 검사가 과연 필요한지는 의사와 상담하여 결정하되 제 의견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 다음 주에 <병원에서는 알려주지 않는 건강검진의 비밀 2>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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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사의 건강백신 고수민 저 | 북폴리오
이 책은 생활 건강, 직장인 건강, 질병 건강, 여성 건강, 건강에 관한 단상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평소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을 알려준다. 또, 빠른 체중 감량 법, 자꾸 방귀가 나올 때, 검강검진의 비밀 등 궁금하고 의심스러웠지만 딱히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았던 것들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준다. 많은 방문자들의 사랑을 받은 파워블로거 특유의 입담과 글솜씨도 확인할 수 있으며, 생생한 사례와 일러스트가 곁들여져 유익한 정보를 재미있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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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수민

1996년 원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0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였다. 2005년 도미, 현재 Montefiore Medical Center에서 재활의학과 의사로 근무 중이다. 미국 의사시험(USMLE)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축적한 정보를 공유하고자 티스토리에 블로그 〈뉴욕에서 의사하기〉를 개설하였다. 의학정보, 영어공부법, 재테크 등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겪은 다양한 이야기가 블로거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단기간 방문자 1천만 명을 돌파, 2008년 포털 사이트 다음(Daum) 블로거 기자 상을 받았다.
그는 총 4개의 전공을 거친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2000년 삼성서울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내과 수련을 시작했으며, 2007년 재활의학으로 전공을 바꿀 때에는 이미 배운 인체 내부의 지식에 더해서 인체 바깥 부분을 담당하는 근골격계를 새로 배움으로써 의학지식을 완성하겠다고 생각했다. 그 후 3년의 과정을 마치고는 근골격계 증상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통증을 더 배우고 싶어 통증의학 전문의 과정까지 마쳤다. 그는 4년으로 끝났을지도 모르는 수련 생활을 11년가량 거치고 보니 환자들이 가진 여러 개의 질환을 서로 연결하여 볼 줄 아는 시각이 생기게 되었다고 말한다. 『뉴욕의사의 건강백신』에는 그런 종합적인 시각이 담겨있다.
『뉴욕의사의 건강백신』은 백과사전처럼 모든 질환을 골고루 정리해주기보다는 누구나 반드시 알아야 하는 건강 상식을 최대한 풀어서 설명하고 포인트를 거듭 강조해서, 책 한 권을 읽는 동안 머릿속에 각인되도록 했다. 저자의 글은 동네 아저씨처럼 친절하면서도 촌철살인의 명쾌한 진단과 처방, 직접 겪은 환자들의 생생한 사례들로 많은 블로거들의 사랑을 받았다.
2003년 카플란 학원 USMLE 설명회 강사, 2005년 GMES 미국의사시험 전문 학원, 서울 메디컬스쿨 USMLE 강사, 2005년 서울 상덕의원 부원장, 2007년 St. Mary's Health Center, St Louis, Missouri, Internal Medicine , 2008년 USMLEMASTER.com USMLE 설명회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Albert Einstein College of Medicine, Montefiore Medical Center, New York,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 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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