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술 좋아하던 「운수 좋은 날」 현진건, 일제와는 절대 타협 안해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 현진건은 누구?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현진건(玄鎭健, 1900년 8월 9일 ~ 1943년 4월 25일)은 일제 강점기 조선의 소설가 겸 언론인이다. 「운수 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등 20편의 단편소설과 7편의 중ㆍ장편소설을 남겼다. 일제 지배하의 민족의 수난적 운명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 묘사를 지향한 리얼리즘의 선구자로 꼽힌다.

4월 25일은 단편 「운수 좋은 날」과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살 보도(동아일보)로 유명한 현진건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현진건(玄鎭健, 1900년 8월 9일 ~ 1943년 4월 25일)은 일제 강점기 조선의 소설가 겸 언론인이다. 「운수 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등 20편의 단편소설과 7편의 중ㆍ장편소설을 남겼다. 일제 지배하의 민족의 수난적 운명에 대한 객관적인 현실 묘사를 지향한 리얼리즘의 선구자로 꼽힌다.

그가 태어난 곳은 지금의 대구광역시 중구 계산동 2가의 속칭 ‘뽕나무골’이라 불리던 마을이었다. 여섯 살이 되어 동네에서 한학(漢學)을 배우던 그는 2년 뒤에 아버지가 세운 대구노동학교에 들어가 신학문을 배우기 시작했다. 국권 피탈 뒤인 1915년, 16세의 나이로 당시 경주 향리의 부호인 진사 이길우의 딸과 혼인하여 처가에서 신혼생활을 하였다.

1920년, 현진건은 문예지 『개벽』에 「희생화」를 개재하면서 처음으로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자전적 성격도 동시에 가진 것으로 알려진 「희생화」는 당시 문예평론가 황석우로부터 “소설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하등 예술의 형식을 갖추지 못한 무명 산문”이라는 혹평을 받는다.

1921년에 현진건은 다시 『개벽』에 단편소설 「빈처」를 발표하였는데, 이번에는 문단의 호평을 받았다. 11월에는 단편 「술 권하는 사회」와 중편소설 「타락자」를 발표하였다. 1923년에 『개벽』지에 중편 「지새는 안개」를, 9월에는 동인지 『백조』에 단편 「할머니의 죽엄」을 발표하였다. 「지새는 안개」는 당시의 문인 염상섭이 “살아있는 춘화도”라 평하고 있을 정도로 정밀하고 세련된 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최남선이 주재한 동인지 『동명』의 편집동인으로 참여하게 된 현진건은 단편 「까막잡기」와 「그립은 흘긴 눈」 「운수 좋은 날」「B사감과 러브레터」를 발표했다. 평론 「조선혼과 현대정신의 파악」을 기고했는데 오늘날 현진건이 가진 ‘민족주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1929년 7월 8일부터 12일까지 신라의 고도였던 경주를 답사하고, 그 기행문 「고도순례 경주」를 두달간 동아일보에 연재하였다.

독립운동으로 3년의 옥살이를 마치고 6월 10일에 출소한 형 현정건은 현진건이 「동아일보」지면에 장편소설 「적도」를 연재하기 시작한지 열흘 뒤에 옥살이의 후유증으로 숨을 거두고, 이듬해 형수도 자살하는 등 현진건에게 개인사적 비극이 잇따랐다.

현진건은 1936년 동아일보 사회부장으로 일할 때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 말살 보도사건으로 구속되어 1년간 복역했다. 이후 신문사를 떠나 양계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불우한 시기를 보냈다. 그 뒤 동아일보에 《무영탑》을 시작으로 장편 역사소설을 쓰기 시작하였으나 《흑치상지》의 연재가 중단되고, 《조선의 얼골》 또한 금서처분을 받는 수난을 당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항일운동을 전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본인과는 만나지 않은채 조선인들하고만 친목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형인 현정건이 일제에 의해 목숨을 잃었던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제의 아시아 침략전쟁이 격화되고 군국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앞에서 이광수, 최남선 등 조선의 많은 문인들이 변절하여 친일파로 돌아서는 와중에도 현진건은 끝까지 일제와 타협하지 않은 채 반일사상을 고수했다.

1943년 4월 25일 연재 중이던 마지막 작품 《선화공주》를 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제기동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나고 만다. 향년 43세였다. 현진건이 사망한 뒤에 그의 친아버지 현경운도 대구에서 사망하였고, 부인 이순득도 대구의 친정에서 죽었다.

현진건이 활동한 시대는 봉건사회에서 근대사회로 넘어가는 시기로 일제의 강점에 의해 파행성을 면치 못한 시대였다. 그는 식민 지배 아래 핍박받는 우리 민족의 수난상과 사회 하층민의 빈곤의 참상을 폭로하고 고발하면서 일제에 대한 끈질긴 저항과 강렬한 민족의식을 표현한 작가로서의 길을 벗어나지 않았다. 서양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추종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가 맞닥뜨린 새로운 시대의 모순에 대하여 비판적인 의식을 갖고 대처해 생활과 문학을 하나로 일치시켜 살았던 작가이기도 하였다.

대표작은 「빈처」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등과 장편 『적도』, 『무영탑』 등이 있다. 현진건은 김동인, 염상섭과 함께 사실주의적 한국단편소설의 모형을 확립한 작가로, 사실주의 문학의 개척자로 평가된다.

2005년 8월 15일에 건국훈장 독립장(3급)이 추서되었다. 2009년에는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이름을 딴 ‘현진건 문학상’이 제정되었다. 생가는 주소만 남아있을 뿐 어디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가 살았던 인왕산 밑의 부암동 자택은 종로구에서 공용주차장을 짓기 위해 2003년에 헐어버려서 지금은 터와 ‘현진건 집터’라는 표석만이 남아 있다.


현진건의 일화

1) 술에 관한 에피소드가 적지 않다. 술과 관련해 하루는 『조선문단』에 함께 작품을 기고하던 염상섭이나 김동인ㆍ나도향ㆍ양주동 등과 잡지사에 모였다가 저녁에 술을 마시는데, 술에 취해 저마다 “나는 조선의 괴테가 될 테니 자네는 (조선의) 톨스토이가 되게”, “나는 베르렌이 될테니 너는 체홉이 되라” 등의 주정을 늘어놓으면 곧잘 “그놈의 톨스토이, 괴테 좀 집어치우시오” 하고 큰소리치곤 했다. 동아일보 사회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명월관에서 있었던 사원들끼리의 송년회식 자리에서 동아일보 사장에게 “이 놈아, 먹어, 먹으라고”하며 술을 권하다가 급기야 뺨까지 때렸다. 하지만 사장은 현진건을 내치지 않았다.

2) 1932년 7월 1일자 『삼천리』기사에서, ‘만일 금주법이 실시된다면’이라는 질문에 현진건은 “돈이 없어서 못 먹으니 차라리 끊어 버리는 것도 나을 듯 싶어서 벌써부터 끊으려고 하는데요.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날 보고 애주가로 인증하니 참 딱한 일입니다. 우선 귀사에서도 많은 인사를 제쳐 놓고 나에게 물어 보시는 것은 내가 술을 좋아한다고 해서 구태여 물어보시는 줄 암니다. 혹 먹고 싶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배운 재주라 그렇케 쉽게 버릴까 하는 것도 의문은 됩니다. 정, 먹고 싶으면 카포네 노릇이나 해야 먹게 될 줄 압니다.”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3) 결혼 생활과 관련해서 지인 대부분이 “아내만을 사랑한” 사람이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백기만은 “자기보다 두 살 더 먹은 아내를 일생을 두고 한결같이 사랑하였을 뿐이요, 다른 여자하고는 깊은 관계를 맺은 일은 없었다”고 했으며, 방인근은 “요릿집에서 술자리를 같이 할 때, 기생이 옆에 와서 지근덕거리면 미남에다가 신문기자라면 기생들이 홀딱 반해서 덤벼드는 시절이니 그러면 빙허는 좋아하는 체 대꾸를 하면서도 쌀쌀하게 범접치 못할 기상으로 난잡하게 굴지 않는다”고 회고하고 있다. 현진건의 아내도 남편이 아침에 새로 입고 나간 황라 두루마기와 비단 마고자가 술 때문에 엉망이 되어 들어와도 불평 한 마디 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4) 처가가 경주에서 알아주는 부호였지만 정작 본인은 집이 가난했기에 처가에서 보내주는 것으로 생계를 이었다. 처갓집에 간 아내가 구박을 받고 처남댁이 부자 행세를 하는 모습을 묘사하며 주인공이 분노한다는 「빈처」는 바로 그의 아내를 모티브로 쓴 것이라고 한다. 이후로도 글을 쓰는 중간중간에 멈추고 아내에게 자신이 쓴 글을 읽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현진건의 대표작품


운수 좋은 날: 현진건 중단편선

현진건 저/김동식 편 | 문학과지성사

현진건이 1920년부터 1931년까지 발표한 작품 중에서 선정한 20편의 단편소설과 1편의 중편소설을 수록한 책. 현진건 소설은 삶의 미지의 영역에 대한 휴머니즘적인 탐구, 낭만주의적 아이러니의 강렬성, 억압적인 제도와 제한적인 신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이 중층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현진건은 근대적 단편소설의 모형을 확립한 작가의 한 사람이며, 근대적 사실주의 문학의 머릿돌을 놓은 중요한 소설가이다. 또한 근대 사회로 진입하는 과도기적 상황에 놓인 식민지 조선의 현실을 독창적인 소설 미학으로 형상화한 작가이기도 하다. 한국 근대 단편소설의 형식적 미학을 구축한 작가로서의 현진건의 면모를 잘 보여주는 작품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무영탑

현진건 저 | 하서

1938년부터 1939년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어 당시 가장 큰 인기를 모았던 현진건의 역사소설이다. 또한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에 얽힌 전설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작가적 침체기에 빠졌던 현진건을 다시금 작가적 역량을 발휘하도록 했다. 「무영탑」은 아사달과 아사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석공 아사달과 그의아내 아사녀 사이에 귀족 가문의 딸 주만이 나타나면서 갈등이 시작되는데, 결국 남편을 향한 아사녀의 숭고한 사랑과 신분을 초월한 주만의 순수한 사랑을 그려냈다. 당시 역사소설이 왕조의 영고성쇠(榮枯盛衰)나 세도가(勢道家)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그리는데 그쳤던 반면, 이 소설은 한 석공의 사랑과 예술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특별하고 낭만적인 향기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고향

현진건 저 | 일신서적출판사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마기 격으로 기모노를 둘렀고, 그 안에서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 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로 지은 것이었다. 그리고 발은 감발을 하였는데 짚신을 신었고, 고무가리로 깎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 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임을 꾸민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는 공교롭게 세 나라 사람이 다 모였으니, 내 옆에는 중국 사람이 기대었다. 그의 옆에는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동양 삼국옷을 한몸에 감은 보람이 있어 일본말도 곧잘 철철 대이거니와 중국말에도 그리 서툴지 않은 모양이었다. (본문 중에서)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6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최경진

지구에 춤을 추러 온 화성인입니다. 여행과 영화 감상을 좋아하며, 책을 사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잘 읽지는 못하고 쌓아만 둡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게 삶의 목표입니다.

오늘의 책

사람을 남기는 독서와 인생 이야기

손웅정 감독이 15년간 써온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김민정 시인과 진행한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독서를 통해 습득한 저자의 통찰을 기본, 가정, 노후, 품격 등 열세 가지 키워드로 담아냈다. 강인하지만 유연하게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손웅정 감독의 인생 수업을 만나보자.

쉿, 우리만 아는 한능검 합격의 비밀

한국사 하면 누구? 700만 수강생이 선택한 큰별쌤 최태성의 첫 학습만화 시리즈. 재미있게 만화만 읽었을 뿐인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마법! 지금 최태성 쌤과 함께 전설의 검 ‘한능검’도 찾고, 한능검 시험도 합격하자! 초판 한정 한능검 합격 마스터팩도 놓치지 마시길.

버핏의 투자 철학을 엿보다

망해가던 섬유공장 버크셔 해서웨이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난 과정을 보여준다. 버크셔의 탄생부터 버핏의 투자와 인수 및 확장 과정을 '숫자'에 집중한 자본 배분의 역사로 전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담아 가치 투자자라면 꼭 봐야 할 필독서다.

뇌를 알면 삶이 편해진다

스트레스로 업무와 관계가 힘들다. 불안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냥 술이나 마시고 싶다. 이런 현대인을 위한 필독서. 뇌과학에 기반해 스트레스 관리, 우울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수면과 식습관에 관해 알려준다. 처음부터 안 읽어도 된다. 어떤 장을 펼치든, 삶이 편해진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