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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유

부와 명예를 버리고 가족애를 택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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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전달과도 상관없고, 대리 만족과도 상관없는 또 다른 사랑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중증 지적장애에 간질이 겹친 이제 중년에 돌입하는 늦둥이 아들의 약을 타기 위해서 매달 병원에 오는 노모가 계시다. 아들의 몸에 상처라도 생길까 집에서 하루 종일 닦아주고 자리를 바꿔주는 것이 일이다. 그분의 사랑이야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또 다른 사랑이다.


[출처: www.morguefile.com]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심리학자는 유전자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부모의 유전자를 절반씩 지닌 존재가 자식이기 때문에 우리 안의 유전자가 자식을 희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형제끼리의 우애도, 친척에 대한 배려도 진화심리학자들은 유전자를 통해서 설명한다. 유전자를 많이 공유할수록 서로를 위해서 희생할 가능성이 올라간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 희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부모를 구성하는 유전자가 자신의 카피본을 남기기 위해서 부모를 희생시킨다. 하지만 부모가 그것을 알아채고 자신을 위해서 합리적으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식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할 때 부모는 자신의 자유의지라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유전자의 계략에 넘어가서 행하는 맹목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뇌를 해부하고, 유전학을 공부한 의사이기 때문에 필자 역시 그런 생각에 일정 부분 동의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천 카이거 감독의 <투게더>를 보고 나서 이러한 논리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화의 주인공은 시골의 천재 소년 바이올리니스트 아들 샤오천과 그 아버지다. 아버지는 막노동을 비롯해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아들의 뒷바라지를 한다. 13살의 어린 나이인 아들은 지방 콩쿠르에서 우승할 정도로 실력이 출중하다. 부자는 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서 북경에 가는데 심사위원의 부정 때문에 5등에 머무른다. 북경에서 제대로 된 선생한테 배워야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버지는 북경의 음악 선생 지앙에게 샤오천을 맡긴다. 그러던 중 아버지는 우연히 중국 최고의 음악 선생인 류 선생을 만나게 되고 샤오천을 가르치도록 설득한다.

그러나 반복적인 연습과 갑갑한 생활로 샤오천의 연주에서 영감이 사라지고 류선생은 샤오천을 자극하기 위해서 아버지로부터 들은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동안 아버지를 친아버지로 알고 지냈지만 사실은 어린 샤오천을 바이올린과 함께 기차역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아이를 훌륭한 바이올린 연주자로 키워달라는 친어머니의 편지대로 친자식이 아니지만 샤오천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한 것이다. 샤오천은 아버지에게 달려와 그동안의 행동을 사죄한다. 리허설을 앞두고 샤오천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는 고향에 다시 내려간다고 말한다. 샤오천은 콩쿠르를 포기하고 아버지를 찾아 북경역을 헤맨다. 겨우 발견한 아버지 앞에서 샤오천은 감동의 연주를 하고 부자는 사랑을 확인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행위가 유전자 복사본을 남기기 위한 DNA의 간계 때문이라는 학자들의 주장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여전히 세상에는 많이 존재한다. 장애 아동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그중 하나다. 중증 지적장애 아동의 경우 결혼을 해서 자손을 남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이 심한 장애를 지녔더라도 자식을 사랑한다. 유전자 복사본이 후세로 전달될 가능성이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진화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여전히 생물학적 이론으로 설명하고자 노력한다.

인간이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유전자 복제본을 남기기 위해서다. 그런데 인간이 자식을 사랑하는 이유를 그렇게 논리적으로만 생각하게 되면 감정이 배제된다. 감정이 배제되면 희생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유전자는 부모로 하여금 그 자식이 유전자를 남길 가능성 있든 없든 무조건 사랑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자식이 중증 장애일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그러한 본능은 결국 유전자가 자신의 후세에 남기는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부모가 중증 장애인 아이를 사랑하는 것 역시 여전히 유전자의 간계이고 자유의지에 의한 희생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투게더>에 나오는 샤오천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들은 피를 섞이지 않은 부자지간이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둘은 남남이다. 유전자 이론대로라면 그들은 서로를 위해서 희생해서는 안 된다. 샤오천은 어른스럽고 현명하기 때문에 일자무식 아버지와 갈등을 일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피가 섞이지 않는 남남이라는 것을 알고 샤오천은 아버지에 대한 의무감을 버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샤오천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 장면을 본 많은 사람이 감동받는 것을 보면 우리 안에는 남이더라도 온전히 사랑을 하는 본능이 있다. 만약에 그러한 본능이 없었다면 우리는 샤오천이 기차역에서 아버지를 위해 연주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는 대신 말도 안 된다면서 피식피식 웃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샤오천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에 대리 만족이라는 감정이 숨어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막일꾼 아버지는 별 볼일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샤오천의 아버지였을 때는 샤오천이 천재가 되면 꽤 관심을 받는 존재가 될 수 있고, 자신의 일생은 평생 막일꾼에서 멈추겠지만 아들은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아들이 돈도 많이 벌게 될 것이고 자신도 득을 보게 된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샤오천의 아버지는 그런 유혹에 빠져서 샤오천을 아들이 아닌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만 봤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샤오천이 성공을 거두게 되는 시점에서 샤오천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아들을 통한 대리 만족을 자신의 마음에서 걷어내버린 것이다.

만약에 내일 자녀가 죽게 되고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면 그때 자녀에게 공부해서 성공해야 한다고 닦달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만약에 다음 달에 자녀가 죽게 되고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면 그때 자녀에게 공부해서 성공해야 한다고 닦달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만약에 1년 뒤에 자녀가 죽게 되고 다시는 볼 수 없게 된다면 그때 자녀를 닦달하는 부모 역시 없을 것이다. 반대로 부모 자신이 죽게 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자녀의 얼굴을 볼 날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는데 자녀에게 공부해서 성공해야 한다고 닦달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죽게 되어서 자녀를 볼 시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공부하라고, 성공해야 한다면서 자식을 다그칠 부모는 없을 것이다. 삶이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자식이 원치 않는 것을 강요하면서 자녀와 갈등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부모가 자식과 지내는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 그것이 누구에게는 하루이고, 누구에게는 한 달이고, 누구에는 1년이고, 누구에게는 10년이고, 누구에게는 30년이겠지만 부모는 자녀를 영원히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유전자의 간계에 넘어가면 자식을 유전자 복사본으로만 보게 된다. 자식이 또 자손을 남겨서 유전자 복사본을 계속 후세에 전달할 확률은 자식이 성공하고, 부유해지고 유명해질수록 올라간다. 그래서 우리는 유전자가 획책하는 전략에 속아서 자식을 힘들게 한다. 때로는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을 통해서 이루고자 한다. 부모보다 공부를 잘하고, 부모보다 출세하고, 부모보다 유명해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성공한 자식을 보면서 나의 삶은 헛되지 않았다는 만족을 얻기를 바란다. 그게 많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자식이 원하지 않는 것을 자식에게 강요하고, 자식은 그러한 부모를 거부하고 반항하면서 갈등이 빚어진다.

하지만 유전자 전달과도 상관없고, 대리 만족과도 상관없는 또 다른 사랑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중증 지적장애에 간질이 겹친 이제 중년에 돌입하는 늦둥이 아들의 약을 타기 위해서 매달 병원에 오는 노모가 계시다. 아들의 몸에 상처라도 생길까 집에서 하루 종일 닦아주고 자리를 바꿔주는 것이 일이다. 그분의 사랑이야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또 다른 사랑이다. 영화 <투게더>에서처럼 입양을 해서 얻은 자식을 자신의 친자식보다 더 헌신적으로 돌보는 분들이 이 세상에는 많다. 그분들의 사랑 역시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또 다른 사랑이다. 이처럼 자녀를 대리 만족의 도구로 볼 것이 아니라 더욱 순수하게 사랑하고 아껴줘야 하지 않을까? 성적이 좋지 않다고 야단치기 전에 자녀의 실망을 위로해주고, 공부하지 않고 놀면서 돌아다닌다면서 잔소리를 하기 전에 오늘 하루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지 묻고 맞장구쳐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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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명기

지은이 최명기는 마음경영 전문의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했다. 2003년 듀크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하고, 내친김에 건강의 통합적 방법을 모색하다 듀크 대학교 Health Sector Management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에 돌아와 부여다사랑병원을 열었다.
경영학을 공부한 정신과 전문의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경영학과 정신의학을 통합한 마음경영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고 있다.
중앙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병원경영 강의를 했으며,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겸직교수를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즈리뷰」에서 마음경영을 주제로 칼럼을 썼고, 의료전문 사이트 ‘메디게이트’에 의료경영 칼럼을 연재 중이다.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CEO 마인드테라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정신분열증을 대처하는 방법』, 『심리학 테라피』, 『병원이 경영을 만나다』, 『마음이 경영을 만나다』, 『트라우마 테라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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