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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아빠! 어디 가?> 예능프로가 우리 삶에 주는 힘

“웃고, 감동하고,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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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름 예능을 통해 배운 게 많았다. 고마워, 예능! 그런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그래, ‘예능력’이다. 예능에도 힘이 있고, 우리는 예능을 통해 마음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그리고 나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만 모르고 있을 뿐. 배움과 깨달음은 먼 곳에 있지 않았던 것이다. 어려운 책에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의 가르침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고백건대, 지금 나의 상당 부분은 텔레비전 덕분이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웃고, 즐기고, 배우면서 자랐다. 어른들은 “저렇게 텔레비전을 좋아하니 너도 똑같이 바보상자가 되겠다.”라고 걱정하시기도 했지만, 상대적으로 관대한 부모님은 별다른 말씀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원 없이 브라운관에 빠져들어 자랐다. 그럼에도 나는 공부는 공부고, 텔레비전은 텔레비전이라고 여기며 살았다. 둘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일과 놀이가 구분되듯이, 책을 보고 공부를 하면서 얻는 것을 텔레비전에서는 구할 수 없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나는 시사나 뉴스 프로그램보다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만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서 정신과 의사를 직업으로 삼고 난 다음에는 예능 프로그램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는 한밤에 들어와 자기 전 지친 몸을 소파에 파묻고 텔레비전을 켠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놀러와」, 「강심장」, 그리고 「무릎팍도사」와 「라디오스타」, 「해피투게더」를 본다. 낄낄거리면서 웃다가 잠이 들고 다음 날 아침이면 뭘 보고 웃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런데 기분은 이상하게 한결 가볍다.

주말 저녁에는 「무한도전」, 「1박 2일」, 「런닝맨」과 「아빠! 어디 가?」를 보며 가족과 대화를 한다. 아이의 마음이 보이고, 어떤 변화가 있는지 보인다. 아, 그렇다. 예능 프로그램이 평일 밤에는 11시, 주말에는 저녁 시간에 주로 배치된 이유가 다 있었다. 평일에는 지친 마음을 풀어 주는 퇴행의 시간을, 주말에는 여유 있게 가족들과 대화할 거리를 던져 주는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리고 고맙게도 금요일 밤에는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없다. 그날 밤은 나가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친구를 만나라는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예능 프로그램들을 봤다. 내 머릿속에 켜켜이 쌓여 온 몇십 년의 예능 프로그램 시청 경험은 어느 순간 내 전문 지식과 크로스를 했다. 나의 뇌는 둘로 갈라져 있지 않은 하나이기에 벽으로 나뉘어져 있던 그 둘은 내 뇌에서 한곳에 모였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예능을 통해 지친 마음을 치유받았고, 나를 지켜내는 마음의 힘을 키웠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능력을 배웠고, 놀 땐 놀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과 의사라는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볼수록 예능이란 허투루 볼 것이 아니었다. 이 힘든 세상을 잘 버텨 나갈 수 있는 힘을 주고, 최적의 삶의 태도를 실시간으로 알려 준다. 예능만큼 사회의 ‘지금, 여기’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없었다. 이를 통해서 충분히 배우고 익히고 마음의 튜닝을 할 수 있었다.


그래, 나름 예능을 통해 배운 게 많았다. 고마워, 예능! 그런데,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그래, ‘예능력’이다. 예능에도 힘이 있고, 우리는 예능을 통해 마음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그리고 나만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만 모르고 있을 뿐. 배움과 깨달음은 먼 곳에 있지 않았던 것이다. 어려운 책에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사람의 가르침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요 몇 년 사이 배움을 갈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는 게 힘들고 팍팍해서 그렇다. 삶의 상처를 치유받고, 혼돈스러운 이 세상에서 나아갈 방향을 지도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그런지 힐링과 멘토가 대세다. 다들 더는 못 버티겠다고 얘기한다. 사실 그렇다. 내가 매일 진료실에서 만나는 분들도 그렇다.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텨 내기가 힘들고 이러다가 어떻게 될 것 같아 무섭다고 찾아온다. 일단 아프니 힐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차올랐는데 뭘 덜어 내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고, 어디를 빼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그런데 멘토가 다 해결해 줄 것만 같다. 구원 환상이다.

사회가 들끓고 있다. 얼마나 힘들면 힐링과 멘토라는 두 단어가 지난 몇 년 사이에 가장 빨리 일상화된 용어가 되었겠는가. 예능에도 「힐링 캠프」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해서 자리 잡았다. 좋은 사회라면 힐링과 멘토라는 단어가 이렇게 빨리 우리 사회 깊숙이 들어와 똬리를 틀어서는 안 된다. 힐링을 위해 힐링 여행을 가고, 치료자를 찾아가고, 뭔가를 배우러 다닌다. 사회적 불안정, 존재적 불안,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를, 돈을 내고, 시간을 따로 빼내고, 다른 특별한 장소로 가서 해결되기를 바란다. 멘토라고 할 만한 유명인의 강연을 들으러 가서 좋은 얘기를 듣고, 따끔한 질타를 받고, 즉문즉설을 하며 ‘아하!’ 해 본다. 하지만 똑 부러진 해답을 얻은 것 같지는 않고, 다음 날 아침에도 변화는 없다. 거기 그 자리다. 그때뿐이다.

제대로 된 책을 못 찾아서, 스승을 못 찾아서 그렇다고 여기기 쉽다. 이럴 때 생각의 전환을 해 보았으면 한다. 그 해답의 문은 바로 내 눈앞에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을지 모른다. 믿기지 않겠지만, 매일 보고 듣는 의미 없는 바보상자라고 여기는 텔레비전,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해답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돈 따로 들이지 않아도, 시간을 따로 빼지 않아도, 먼 곳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그저 매일 하듯이 텔레비전을 켜면 된다. 그냥 웃고, 감동하고, 즐기면 된다. 지금까지 그것을 어떻게 엮어 내 것으로 만들지 몰랐을 뿐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시각과 태도의 변환을 위한 문을 열어 줄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의외의 놀라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일상에서 내 삶을 점검하고, 평가하고, 그리고 변화를 위한 노력을 해 보자. 매일매일 보고 즐기는, 잉여와 시간 낭비의 상징이자, 길티 플레저의 대상이었던 예능이 내 삶의 등대가 되어 줄 수 있다면 정말 신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예능을 보고 온몸으로 즐기는 것만으로 내 일상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고, 힘든 상황을 견딜 능력이 생기고, 대인관계의 어려움이나 갈등을 풀어 나갈 해법을 깨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도 좋지만 매일 동네 뒷산을 산책하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도 건강해지는 효과는 얻을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 길도 좋고 템플 스테이도 좋지만 우리 집 마루의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충분하면 더 좋지 않을까.

예능을 알고 이해하고 즐기면 무엇보다 잘 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우리가 이 빡빡한 삶에서 잊어버려 가던 놀이의 힘, 잉여와 재충전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이성이 아닌 감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의 태도에서 핵심 키워드가 되어야 할, ‘의미와 가치’, ‘낙관의 힘’, ‘독창적이고 특별한 나’에 대해, 예능이 반복적으로 알려 준다는 것이다.

아주 익숙하고 낯익은, 또 별것 아닌, 그저 웃기기만 하던 텔레비전 속 예능이 우리 삶에서 드러내지 않고 해 온 중요한 역할을 다른 시각에서 밝혀 주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시간 낭비를 한다는 죄책감, 쓸데없는 걸 본다는 불안에서 벗어나 가슴 펴고 예능을 보고 즐기자. 마음이 다 필요로 하니 내 손이 리모콘 채널을 고정했던 것이다. 부디 이 책을 집어든 독자들도 나와 함께 예능을 보며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기를 바란다.

May the force of variety be with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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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력 하지현 저 | 민음사
정신과의 하지현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가 살면서 꼭 필요한 다섯 가지 마음의 힘을 말한다. 나를 지키는 마음의 힘,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마음의 힘, 삶을 놀이로 만드는 마음의 힘, 삶을 감동으로 채우는 마음의 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마음의 힘.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예능 프로그램이 이런 다섯 가지 마음의 힘에 대한 메시지를 주거나, 힘을 보태 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한 무대에서 버라이어티하게 보여 주는, 유머와 감동의 집합체인 예능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말한다. “오늘 하루도 나를 단단하게 지키며, 인생을 재미와 감동으로 채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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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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