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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를 구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당신이었을 겁니다”

버지니아 울프,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을 쓰다 위대한 소설가이자 비평가인 그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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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자기만의 방』과 『3기니』등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특히 그녀의 작품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수십년이 흐름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3월 28일 오늘은 영국 작가 애덜린 버지니아 스티븐 울프(Adeline Virginia Stephen Woolf)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날이다. 그녀는 위대한 소설가이자 비평가로, 문학사에서 페미니즘과 모더니즘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20세기 주요 작가이다.

애덜린 버지니아 스티븐 울프
(Adeline Virginia Stephen Woolf)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영국, 빅토리아 시대 풍의 관습, 자유주의와 지성이 적절하게 혼합된 단란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인 레슬리 스티븐 경은 빅토리아 시대의 저명한 평론가ㆍ전기작가ㆍ학자로 『18세기 영국 사상사』의 저자이자 『국제 전기 사전』의 편집자였다. 그녀의 어머니 줄리아는 소문난 미인이자 문학계의 안주인으로 스티븐 가문을 이끌었다.

버지니아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아버지의 교육이었다. 그녀는 감성적으로 읽는 법과 훌륭한 글을 감상하는 법을 아버지에게서 배웠으며 세인트 에이브스의 별장에서 보낸 어릴 때의 여름철 경험이 그녀와 바다를 밀접하게 만들었다. 1895년, 어머니가 사망하자 울프는 최초의 정신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1904년 아버지가 사망하고 울프는 두 번째 정신이상증세를 보여 투신자살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부모가 죽은 뒤로는 남동생 에이드리언을 중심으로, 케임브리지 출신의 학자ㆍ문인ㆍ비평가들이 그녀의 집에 모여 ‘블룸즈버리그룹’이라고 하는 지적 집단을 만들었다. 리튼 스트레치, 로저 프라이, 레너드 울프, 클라이브 벨, 던컨 그랜트, J.M. 케인즈, 데스먼드 매카시 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미술, 문학, 인생, 정치, 경제, 그 밖의 모든 문제를 논하고 사상을 연마했다. 1905년부터는 《타임스》지(紙) 등에 문예비평을 써 왔다. 1912년 정치평론가인 L.S.울프와 결혼하였다.

1915년 처녀작 『출항』을, 1919년에는 『밤과 낮』을 발표하였다. 이들은 다 같이 전통적 소설형식을 따랐으나 1922년에 나온 『제이콥의 방』에서는 주인공이 주위 사람들에게 주는 인상과 주위 사람들이 주인공에게 주는 인상을 대조시켜 그린 새로운 소설형식을 시도하였다. 이와 같은 수법을 보다 더 완숙시킨 작품이 『댈러웨이 부인』(1925)이었다. 그 사이 평론 『현대소설론』(1919)과 『베넷씨와 브라운 부인』(1924)에서는 또 새로운 실험적 소설이 갖추어야 할 요소를 논하고,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진실에 대한 관점도 달라진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1927년에는 소녀시절의 원체험(原體驗)의 서정적 승화라고도 할 수 있는 『등대로』를 발표,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인간 심리의 가장 깊은 곳까지를 추구하며 시간과 ‘진실’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제시하였다. 친구 S.웨스트의 전기 『올랜도 Orlando』(1928)는 그와 같은 수법의 좋은 예이다. 1931년에 발표한 『물결 The Waves』은 소설이라기보다 시에 가까우며 그녀의 사상의 궁극과 한계를 말해 주고 있다. 그러나 그 후에 발표한 『세월』(1937) 『막간 Between the Acts』(1941)에서는 또다시 전통적인 수법으로 돌아갔다.

이 밖에 문예평론집에 『일반독자 The Common Reader』(2권, 1925∼1932), 여성론 『자기만의 방 A Room of One's Own』(1929) 등이 있다. 1941년 3월 28일 다음과 같은 편지를 남기고 우즈강에 투신 자살하였다. 원인은 소녀시절부터의 심한 신경증이 재발한 데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보, 나는 내가 다시 미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나는 우리가 또다시 그러한 지독한 시간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다시 건강해지지 않을 것입니다. … 당신은 놀라울 정도로 나를 참아냈고, 나에게 너무나 잘해주셨습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싶군요. 누군가 나를 구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당신이었을 겁니다. 당신의 호의에 대한 확신 이외의 다른 모든 것이 나를 떠났습니다. 나는 당신의 인생을 더 이상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어떤 두 사람도 우리들보다 더 행복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작 『자기만의 방』과 『3기니』등은 1970년대 이후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으로 재평가되면서 울프의 저작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특히 그녀의 작품 『자기만의 방』이 피력한 여성의 물적, 정신적 독립의 필요성과 고유한 경험의 가치는 수십년이 흐름 우리 시대의 인식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 작품



댈러웨이 부인(Mrs. Dalloway, 1925)

버지니아 울프 저/최애리 역 | 열린책들

중년의 여인 클러리서 댈러웨이는 기다려오던 파티를 준비하느라 아침부터 분주하다. 평온했던 그녀의 마음은 부루톤 여사가 남편 리처드만 오찬에 초대하고, 과거의 연인 피터 월쉬가 찾아오는 등 여러 가지 일로 복잡해진다. 도착한 손님들을 응대하고 파티가 무르익을 무렵, 1차 대전에 참전했던 젊은이 셉티머스가 정신이상 증세를 앓다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시간상으로는 하루 동안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작가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이용하여 댈러웨이 부인과 주변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의식을 묘사하며 그들의 내면을 자세히 표현한다. 이 소설에 감명을 받은 마이클 커닝햄은 『디 아워스』를 써서 1999년 퓰리처상을 받았고, 그를 원작으로 한 니콜 키드먼, 메릴 스트립, 줄리앤 무어 주연의 영화 또한 2002년 제작되어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등대로(To the Lighthouse, 1927)

버지니아 울프 저/이숙자 역 | 문예출판사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중 가장 사랑받았으며, 「댈러웨이 부인」와 함께 2005년 《타임지》 100대 영문소설에 선정된 소설 『등대로』.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가족 울타리 안의 남성과 여성을 통해 시간과 ‘진실’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의식의 흐름의 기법’으로 제시하는 획기적인 작품이다. 외딴 섬에서 등대를 지키는 가족을 방문하려던 램지 가 사람들과 이웃들이 하루 동안 겪은 일과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러 전쟁을 겪은 후 살아남은 사람들이 다시 등대 방문 길에 오르는 모습을 그리며 한 사람 한 사람의 내면을 파헤친 이 작품은 ‘의식의 흐름’을 사용하여 인간 심리의 가장 깊은 곳을 추구하며 시간과 진실에 대한 새로운 관념을 제시해준다.




올란도(Orlando, 1928)

버지니아 울프 저 | Penguin Books

1928년 버지니아 울프가 그녀의 친구인 비타 색빌 웨스트를 모델로 하여 쓴 일종의 전기소설이다. 엘리자베스 시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300년에 걸친 올란도의 생애를 독특한 기법으로 전개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시대에서는 소년으로서의 올란도를, 17세기 콘스탄티노플에서 현대까지는 여성으로서의 올란도의 삶을 그녀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 / Three Guineas, 1929)

버지니아 울프 저/이미애 역 | 민음사

케임브리지 대학교 내 여자대학인 거턴과 뉴넘에서의 강연을 위해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한 울프는 강연 발표문의 내용을 발전시켜 「자기만의 방」에서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에밀리 브론테 등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을 고찰하고, 그들이 제한된 경험과 인습적 통제로 뒤틀린 작품을 쓸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발견한다. 그것은 여성 작가들을 문학사 안에 위치시킨 최초의 시도이자 성을 중심으로 문학적 유산을 논의한 최초의 이론서라는 역사적 의의를 넘어 여러 페미니즘 비평의 다양한 관심사를 아우르는 여성 문학 비평의 정전이 되었다.





파도(The Waves, 1931)

버지니어 울프 저/박희진 역 | 솔

『파도』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되어 소개되는 작품이다. 버지니어 울프의 영혼의 자서전이라는 평을 받을 만큼 작가가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은 작품으로 번역도 쉽지 않았을 뿐더러 독자들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해하기만 하다면 늦게나마 이 작품을 번역하여 세상에 내놓지 않았을 것이다. 『등대로』, 『댈러웨이 부인』 등 버지니어 울프를 떠올리게 하는 대작들이 여럿 있지만 많은 비평가들이 『파도』를 버지니어 울프의 최고 역작으로 꼽고 있다. 그만큼 이 작품이 예술적인 완성도 면에서 다른 작품이 따라올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작품 속 한 구절 한 구절 그 깊은 의미를 천천히 음미하며 작품을 읽어나가다 보면 파도처럼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시적인 표현과 이미지에 흠뻑 빠져들어 울프의 영혼이 들려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세월(The Years, 1937)

Virginia Woolf | Harvest Books

20세기 최고의 영국 여류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장편소설. 인간의 내면에서 몸부림치는 고뇌가 세월의 흐름 속에 담겨 나타난다. 1880년부터 그 당시의 현재(1920년)까지 40여년이라는 긴 시간의 흐름 속에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사고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인간의 성장배경과 활동 과정, 그리고 은퇴한 후의 인생항로를 등장인물들의 평범한 대화 속에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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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경진

지구에 춤을 추러 온 화성인입니다. 여행과 영화 감상을 좋아하며, 책을 사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잘 읽지는 못하고 쌓아만 둡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춤을 추는 게 삶의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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