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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로와 훈남들, 유럽 배낭여행을 떠나다 - 음악극 <유럽 블로그>

“갈 수 있을 때 많이 가자. 볼 수 있을 때 많이 보자” 대학로 훈남들과 함께 하는 유럽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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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못해서 겪는 난처한 상황, 우리와는 달리 요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유럽의 화장실, 배낭여행자의 가방을 노리는 도둑들까지, 한번이라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봄직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우리는 같은 공연을 보지만,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며 웃는다.

같은 공연을 보지만, 각자의 기억으로 웃는다


요즘 대학로에 줄 서서 티켓을 끊는 그런 극장이 있다. 관객이 얼마나 많은지, 입장할 때면 인산인해다. 한쪽에서는 재관람 관객에게 스탬프를 찍어주는데 거기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극장을 자주 다니는 나지만, 이런 콘서트 같은 분위기는 사뭇 낯설다. 배우 김수로가 하는 음악극이라고 입소문이 났고, 성두섭, 김재범, 조강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대학로 훈남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작품이라 더 그렇겠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인기가 좋다.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유럽 블로그>는 유럽 배낭여행을 소재로 한 음악극이다. 실제로 무대에 서는 여섯 명의 배우들은 3개국 8개 도시를 직접 여행하며, <유럽 블로그>를 경험하고 돌아왔단다. 그런 여행의 기억과 추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반가울 공연이다.

꼭 가보고 싶은 장소가 있어 사진 한 장을 들고 유럽에 오게 된 동욱, 바람난 여자 친구를 찾으러 온 석호. 두 사람이 떠나는 출입국 공항 심사장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어를 못해서 겪는 난처한 상황, 우리와는 달리 요금을 내고 들어가야 하는 유럽의 화장실, 배낭여행자의 가방을 노리는 도둑들까지, 한 번이라도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봄직한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우리는 같은 공연을 보지만,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며 웃는다.


계획대로 잘 안되는 게 바로 여행의 묘미


출입국 심사장에서 “어디에서 오십니까? 어디로 가십니까?”라는 질문을 듣고 동욱은 생각에 잠긴다. 나는 지금 어디에서 오는가? 어디로 가는가? 출발지와 도착지를 묻는 말이 순간 철학적으로 바뀐다. 꼭 출입국심사장이 아니더라도, 여행자는 항상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여행은 이런 질문에 나름의 답을 구할 수 있는 일이다.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하므로, 며칠의 배낭여행은 나를 조금은 다른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완전히 다른 일과에 놓여, 정해진 며칠 동안은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이라든지, 평소와 다른 생각을 기꺼이 할 수 있게 만드는 거다. 장거리 여행도 좋지만, 잠깐의 배낭여행도 달콤한 것은 이 때문이다. 무대 위에서 세 명의 배우들도 그렇다. 무대 위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배우들은 조금씩 다른 모습을 꺼내 보이기 시작한다.


사진 속 어떤 장소, 바람난 여자친구. 각자 찾는 것을 향해 좌충우돌 유럽을 헤매고 다니는 동욱과 석호. 그들의 여정에 유럽의 유명 관광지가 이어진다. 파리의 에펠탑, 스위스의 알프스, 이탈리아의 피렌체가 사진으로, 음악으로, 분위기로 무대 위에 펼쳐진다.

그 둘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여행을 하다 보면 알게 된다. 여행은 언제나 여행자에게 많은 것을 주는데, 여행자가 찾는 것이 아니라 생각지 못한 다른 것을 꺼내주는 일이 다반사다. 그 다른 것이 마음에 들면, 그 여행은 좋은 여행이 되고, 맘에 들지 않을 때 아쉬운 여행이 된다.

“여행의 묘미는 완벽한 지도 덕분에 매사가 계획대로 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거친 약도 때문에 길을 잃고 헤매는 동안 생기는 뜻밖의 만남에 있다.”는 극 중 대사처럼 인물들은 좌충우돌하며 예기치 않은 상황에 직면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서로에 관해 더 알게 된다. 그렇게 그들에게 ‘좋은 여행’을 해나간다.


상징으로만 그친 아쉬운 유럽여행


로드극인 탓에 그들은 목적을 향해 바삐 바삐 유럽 여행지를 스쳐 지나간다. 스토리와 배경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일까. 유럽의 상징적인 장소에서 기념촬영만 하고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당신이 그곳을 지나간 기억이 있다면, 그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의 풍경 덕분에 조금 더 풍성한 관람이 되겠지만, 그 정도에 그친다. 극 속에서 유럽이라는 장소는 상징적인 여행지 이상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극은 세 명 배우의 관계에 집중한다. 연극을 보고 나면, 유럽은 생략된 채, 여행이란 어디를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랑 가느냐가 더 중요하구나, 생각될 따름이다.

<유럽 블로그>를 거칠게 요약하자면, “갈 수 있을 때 많이 가자. 볼 수 있을 때 많이 보자”쯤 되겠다. 극 중 인물들처럼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은 우리에게도 많이 가고, 많이 보는 일은 만만치 않다. 때로는 돈이, 때로는 시간이, 때로는 체력이, 때로는 가족이 걸림돌이 된다. 떠나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직장이나 학교가 떠나지 못하는 핑계가 되어 줄 수 있다. 혹은 비행기 표를 끊을 돈이 없다는 것도 좋은 핑계가 된다. 내가 아는 곳보다 좀 더 먼 곳, 내가 상상하는 곳보다 좀 더 낯선 곳으로 떠나는 진짜 여행은 돈도 시간도 체력도 필요하지만, 사실 용기가 제일 많이 필요하다. 좋은 여행자들은 안다. 언제든 떠날 용기가 있다면, 나머지는 여행 중에 충당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여행은 그렇게 떠나는 연습이기도 하다.

관객들의 후기를 보니, 이 연극을 통해 예전 여행추억을 되새기느라 좋은 시간이었다는 얘기와 당장 떠나고 싶어 근질근질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여행의 인상, 여행의 느낌을 무대 위에 담아내고자 한 공연이다. 가장 빨리, 가장 가까이 떠날 수 있는 유럽 여행 <유럽 블로그>, 혹시 떠날 용기가 필요하다면 떠나야 할 이유가 필요하다면, 일단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으로 가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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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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