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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장은 야근하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한국에 마녀사냥이 유난히 많은 이유 진짜 언론운동을 하려면 ‘국민TV’를 만들 게 아니다 인쇄술과 매체의 발달이 본격화시킨 마녀사냥 - 『마녀 프레임』 이택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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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6일, 서울 서교동 자음과모음 사옥에서 『마녀 프레임』 출간기념으로 이택광 저자가 독자들과 마녀사냥의 기원과 프레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네티즌 수사대’라는 말의 다른 이름은 ‘마녀사냥꾼’이다. 어떤 사건이 터졌다싶으면 인터넷은 특정 인물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리곤 ‘신상털기’라는 이름으로 그 사람을 발가벗긴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지젝도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믿어야 할 충분한 이유를 발견했기 때문에 믿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이미 믿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믿음을 입증해줄 이유들을 발견하는 것이다.” 마녀사냥은 그런 것이다. 자신의 가진 세계의 폭을 넘어선 것을 배제하기 위함이다. 달리 다른 방도가 없다. 사유하긴 싫고 신념을 바꿀 수 없을 때, 사람들은 마녀를 만든다. 메이저보다 마이너스러운 노래를 부른다는 싱어송라이터 초이의 선율이 봄밤을 연다. 「우울한 수요일」 「언타이틀드」 그리고 사회비판적이고 일탈을 꿈꾸는 노래라고 소개한 「옥상의 파티」. 이택광 교수의 팬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봄밤의 공연 직후, 이택광 교수가 등장했다. 이 책, 한국에선 생소한 주제임에도 의외로 잘 나가고 있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프레임에 대해 그리고 마녀사냥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말하고 싶었다.




인쇄술의 발달은 마녀사냥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마녀사냥과 관련해 많은 역사책이 있다. 판결문도 많다. 그런 내용을 갖고 쓴다면 마녀사냥 소개 책밖에 안 되겠더라. 검색해보니 마녀사냥 책은 거의 절판이었다.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거지. 쓰고 싶었던 건, ‘어떻게 마녀가 만들어지는가’였다. 현재 마녀사냥,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녀사냥에 대해 써줄 수 있느냐는 청탁이 와서, 잡지에 연재를 했다.”

이 교수, 마녀사냥의 작동원리를 연구하면서 다른 어떤 책이나 저술에서 언급하지 않은 독창적인 지점을 찾았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한국사회의 독특한 상황 덕분에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그것은 인쇄술이었다. 그에 의하면, 마녀사냥은 독서의 행위가 확산되는 것과 시기가 적중했다.

“마녀사냥을 연구하는 분들은 사법 체계와의 관계, 마녀의 규정 등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다. 이걸 인쇄술의 발달, 매체의 대중화라는 측면과 연결한 책은 없다. 그 부분이 독창적이다. 그게 이 책의 핵심이다. 프레임, 즉 언어의 구조인데,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이 언설, 담론이다.”

“마녀 프레임은 근대 매체 등장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매체는 주체성 구성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근대 주체성 탄생이 인쇄술이라는 새로운 매체 출현을 통해 가속화되었던 것이다.”(p.9)




대한민국, 우파의 나라

이 교수, 정치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그가 보기에 한국의 공화정(리퍼블릭)은 한계상황에 도달했다. 그것을 드러낸 것이 지난 대선이다. 명목상 유지해온 공화정이 위기에 처했음을 명백히 보여줬다는 것. 공화정의 위기 상황, 서양은 이때 ‘사회’라는 것을 발명했다. 시민사회였다. 막스 베버의 『시민 사회론』이 그것을 보여준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성장했고, 국제적으로도 민주주의를 완성한 나라라는 평을 듣는다. 그런데 왜 공화정이 위기에 처했을까? 새누리당이 민주당과 같은 공약을 말하고, 경제민주화, 사회적기업 등을 이야기한다. 대선을 관통하면서 종편이 정권비판을 했다. 우파들에게 종편이 지금 공적이다. 이게 무슨 현상일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되게 웃기는 상황이다. 우파 논객들이 왜 민주주의를 하나같이 얘기할까. 우파들이 정신을 차려서 그리하는 게 아니다. 왜 그렇게 할까. 한국의 신용평가 때문에 그렇다. 신용이 중시되는 경제, 다시 말해 신용이 능력이 되는 사회다. 그래서 엄마의 치맛바람이 중요하다. 좋은 대학, 좋은 고등학교 다 신용이다. 능력과 상관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혼용하고 있다. 능력을 측정할 수 없는 표준이 없으니 신용이 최우선이다. 정의를 이야기하는데, 서울대 나온 사람들끼리의 평등을 이야기한다.”

이 교수, 덧붙인다. 물론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다. 미국은 학벌세탁을 위해 MBA가 있다. 등록금만 내면 학교는 ‘크레딧(credit)’을 준다. 심지어 학점도 ‘credit’으로 표현한다.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자본주의 패러다임의 변화다. 산업자본주의에서 금융자본주의로의 변환. 그는 지금 사회는 금융자본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모든 자본주의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이 세계는 바디우가 이야기했듯 19세기 자본주의와 비슷하다. 그래서 지금 칼 맑스의 『자본론』 3권을 읽자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 금융자본주의를 다뤘거든. 1980년대 욕망을 다룬 『자본론』 1권을 읽었고, 지금 금융자본주의와 관련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자본론』 3권이 주목받고 있다. 금융자본주의 시대는 글로벌해지는 시대다. 우리나라 기업은 더 이상 우리나라 것이 아니다. 이건희는 대주주일 뿐이다. 그래서 재벌 반대 투쟁은 의미가 없다. 삼성은 이미 외국 자본 건데. 이게 딜레마다. 그래서 진보가 몰락하고 있다. 비전이나 대안이 없다. 한국의 우파는 미국처럼 되자고 한다. 이명박 정부의 목표는 미국을 구하자는 것이었다.”

금융자본주의, 촘촘하게 세계적으로 엮여 있다. 한국은 미국을 좇았고, 미국의 일부분이 됐다. 이 교수에 의하면, 결정적으로 방점을 찍은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김대중 정부였다. 박근혜 정부는 김대중 정부를 벤치마킹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또한 박근혜가 독재를 못하는 이유다.

“청와대, 새누리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개판이다. 그러나 개판은 되지 않을 거다. 우리는 한 번도 혁명을 만들지 못한 대신, 전쟁을 경험해서다. 법이 내재화돼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가 어떤 방식으로 발전했고 왜 이리 됐는지 살펴야 한다. 미국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요구한 것은 자유민주주의였다. 이상하게 생각한 적 없나? 미국이 왜 우리의 민주주의를 걱정했을까.”

이 교수, 그 이유를 든다. 첫째, 미국의 엘리트들이 진짜 자기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전파하는 십자군으로 믿고 있다. 둘째, 서구가 비서구에 진출할 때 명분을 가지고 가는데, 늘 두 개(십자가와 바이블)가 따라붙는다. 그 뒤에는 군대가 따라간다. 그 군대에게 물품을 보급한다는 명분으로 상인이 붙는다. 서양의 확장 역사다. 모든 제국의 원리가 그러하듯. 미국은 이걸 습득하고서, 기독교, 인권, 민주주의 등을 명분으로 가져가 전파한다. 그리곤 공산주의를 막는 명분을 걸어 군사적 헤게모니를 가진다.

“힘을 기르자고 하는 것이 우파의 논리다. 사회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미국이라는 강자에게 빌붙어서 우리가 살았다. 결과적으론 잘 한 거지. 명분 싸움한 북한은 지금 상황에 처해 있는 거고. 한국의 우파들은 트라우마가 있다. 해방 당시, 지식인들은 다 북한으로 갔지만, 그때 우파는 아무 것도 못했다. 미국만 바라보고 있었다. 우파는 생존에 대한 치밀한 계산이나 생존에 대한 로직이 있었다. 한국은 서양에서 말하는 원리와 원칙이 안 들어맞는다. 큰 틀에선 맞지만 좌파가 왜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 우파가 기적적으로 승리한 국가가 한국이며, 우파의 기적을 보여주는 공화국이다. 우파가 잘 해서가 아니라 줄을 잘 서 있다 보니 로또가 됐다. 지금까지가 그렇다.”

이택광 교수는 발상을 바꾸는, 그것도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총선대선을 거치며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변별성이 없어졌다. 싸워야 하는데, 다른 소리를 내지 않는다. 싸우는 것처럼 할리우드 액션을 취하고 있을 뿐이다.




중세의 붕괴가 가져온 마녀사냥

이 교수는 마녀사냥이 등장하는 결정적인 조건으로 가톨릭교회를 든다. 위계질서 때문이다. 가톨릭을 구성하는 세 위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교황은 왕이며, 밑에 수도사 프리스트가 있으며, 그 밑에 기사와 군사를 둔 피라미드 구조다. 그러다 중세 유럽, 흑사병이 발생하고, 수도사가 거의 다 죽었다. 수도원이 텅 비었고, 상인들이 그 수도원을 샀다. 이에 상인들이 돈을 무기로 제4계급으로 등장했다. 당시 그들에 대한 인식은, 돈 밖에 모르는 ‘버러지’였지만.

기사의 권위도 약해졌다. 십자군전쟁 때문이었다. 십자군전쟁은 중세를 붕괴시킨 결정적 요인이었는데, 상인들이 전쟁을 따라다니며 금은보화 실속을 다 챙겼다. 이 교수의 평가다. “역사에서 부르주아만이 인류역사에서 유일하게 혁명에 성공한 계급이다.” 철두철미한 성공이었다. 상인들이 이렇게 힘을 키우면서 근대가 출현했다. 위계가 붕괴되면서 가톨릭 세계도 붕괴했다.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의 전환은 도시도 탄생시켰다. 형식상으론 위계적이지 않은 수평적인 행정구역이 만들어졌다.

“한국에서 진보-보수가 사라진 것은 1987년 체제부터다. 얼마 전, 변희재가 낸시랭을 종북이라 했는데, 종북이 내용이 없음을 보여준다. 그 비슷한 게 마녀사냥이다. 마녀사냥은 모두가 모두의 감시자가 될 때 출현한다. 그것은 위계적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에서만 나올 수 있다. 근대적 민주주의가 만들어 낸 현상이다. 가톨릭적 의사소통 체계, 즉 언설 체계가 무너지고 합리성이 퇴화하면서 현세를 설명하려는 프레임, 이상한 말들이 등장한다. 합리적 소통, 대화 등이 붕괴하는 것이다. 공론의 장이 붕괴하는 것이다.”

중세의 가톨릭 의사소통체계는 위계적이다. 왕의 말이 곧 법이었다. 상명하달. 중세는 무의식이 그대로 의식화된 세계였다. 욕망이 숨김없이 그대로 드러났다. 바로크나 고딕, 심적 상황을 그대로 드러낸 양식이었다. 시각적인 모습에서 본질을 볼 수 있었다. 외양이 곧 본질이었다. 투명했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모든 세계가 꽉 짜여 져 있었다. 그러다 고해성사, 대고백운동(대부흥회)이 펼쳐졌다. 가톨릭 세계의 붕괴가 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고해성사가 잦아진다는 것은 통제가 안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중세, 그렇게 망했다. 시스템이 완성되는 순간, 시스템이 붕괴했다. 십자군원정은 무너져가는 가톨릭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으나, 결과는 참패. 프레임은 그 자리를 파고들었다.

하인리히 크라머가 마녀사냥에 불을 붙였다. 유부녀에게 구애했다가 거절당한 그는 그녀를 종교재판소에 마녀라며 고소했다. 그러다 무고죄로 축출당한 뒤, 절치부심해서 쓴 책이 『마녀의 해머』였다. 이 책, 베스트셀러가 됐다. 당시 인쇄술이 발달과 궤를 같이 했다. 집집마다 한 권씩, 20쇄 넘게 찍었다. 2만부. 당시 유럽에서 글 읽는 사람들이라면 다 본 숫자였다.

“서점을 통해 책이 판매되고 『마녀의 해머』라는 책을 수많은 사람이 읽었다는 것은 마녀사냥을 가능하게 한 이데올로기적 매트릭스가 출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p.53)

“신상 털기, 개나 소나 마녀사냥을 했다. 집집마다, 마을마다 마녀사냥이 벌어졌다. 마녀사냥 별 거 아니다. 그 당시 언설로서 설명이 안 되면 죽였다. 엘리트들은 자신이 아는 것을 계속 전파한다. 설명되지 아니한 것에 부닥치면 마녀의 탓으로 돌리는데, 왜 하필 마녀일까. 악마는 본 사람 없지만, 여자는 있는 거지. 이상한 여자는 있잖아. (웃음) 아이러니하게 매체의 민주화가 그걸 만들었다. 인터넷 마녀사냥, 그것도 마녀사냥이다. 이 글을 집필할 때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사건이 터졌다. 정확하게 마녀사냥이다.”

구조가 똑같았다. 타진요, 왓비컴스가 집요하게 글을 올린다. 사람들이 몰려와서 동조하기 시작한다. 집단지성이라는 이름으로 타블로의 학위 날조를 사실화해서 퍼져나간다. 타블로가 고소를 한다. 법원에서 벌금을 때리고 끝난다.

“인터넷 마녀사냥은 타진요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본다. 타진요 이전에는 팬클럽 차원의 안티운동이었다. 타진요는 타블로를 나쁜 놈으로 지목한 것이었다. 윤리적 판단이었다. 타진요는 타블로를 제거하면 한국이 정의로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것은 기존 체제가 위기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 정의라는 개념이 바뀌고 있었던 거지. 정의는 내용이 있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마녀사냥, 근대화의 과정

이 교수, 근대화의 과정이자 근대성의 완성으로 이것을 바라본다. 한국사회가 지금 터닝 포인트에 와 있다는 것. 허나 근대화의 완성은 곧 붕괴와도 통한다. 마녀사냥을 야기한 중세적 시스템이 완성과 함께 소멸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기존 체제가 무너지고 다른 체제가 등장할 때, 서양에서는 마녀가 등장했다. 타진요는 일부의 광신적 행동으로만 볼 것이 아니란다. 근대화 과정에서 드러나는 필연적 현상.

“마녀 프레임은 근대성의 구성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인 의미에서 마녀라는 개념이나 마녀사냥은 사라졌지만 마녀를 만들어내고 마녀사냥을 추동했던 프레임은 여전히 남아서 작동하고 있다. 근대 국가를 지탱하는 논리 자체가 마녀 프레임과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녀 프레임은 특정 대상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항상 근대 국가를 이루는 논리에 내재해 있다.”(p.11)

“많은 사람들이 복지를 돈을 주는 문제라고 보는데, 아니다. 연대의 관점이어야 하는데, 돈을 주는 문제로 프레임을 바꿔놓은 거지. 기본소득도 연대의 문제로 얘기해야 한다. 돈을 주는 문제로 국한하면 안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진보는 이슈파이팅을 못한다. 마녀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근대성에 내재돼 있다. 근대적인 패러다임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것을 배제한다. 소통이 안 되고 정치가 정지된 상황에선 누군가를 마녀로 지목하면 해결될 걸로 생각한다.”

마녀사냥은 공론을 정지시키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말한다. 쟤 때문에 저리 된 거야. 모든 것이 이명박(MB) 때문이라는 말. MB에 대한 무차별적인 언급도 다르지 않다. 한국 자본주의의 모순은 이명박 혼자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반MB’ 자체도 마녀 프레임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마녀사냥이 횡행하는 공간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마녀에 대해 생각하면 된다. 즉, 타자에 대한 생각이다. 60년대 이후 모든 철학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다. 이제 세계를 그만 변화시키고 생각을 하자. 멈춰서 생각을 해보자. 근대화는 미친 듯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보라. 얼마나 많이 변했나. 이 변화 속에서 타진요 같은 마녀사냥도 일어났다. 마녀사냥은 변화의 와중에서 변화가 주는 스트레스, 현기증을 견디기 위해 과거 공동체에서 공유했던 내용이 공유되지 않음으로써 원인을 제거해 공동체를 복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열망이다. 타진요는 우파가 아니다. 나름 민주시민이었다. 타진요는 민주와 정의의 이름으로 그것을 했다. 종북은 뭘 복원하려는 걸까? 냉전질서다. 사유한다는 것은 명쾌하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고, 순수하지 않은 것, 하이브리드 한 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그게 마녀를 방지할 수 있는 길이다. 이게 나의 결론이다.”

“누구나 마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마녀는 다시 사유되어야만 한다. 그 사유를 통해 비로소 우리는 현재를 벗어날 수 있는 출구를 내면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p.166)




이택광 교수가 말한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은 프레임을 벗어나는 것에서 시작한다. 라캉은 나는 내가 생각하는 곳에 존재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지 않는 곳에서 존재한다고 했다. 모든 진리는 거짓말을 한다. 데카르트가 발견한 것은 주체가 아닌 의심이었다. 인간이 의심의 주체였다는 거지. 프레임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의심이다. <매트릭스>를 보라. 네오의 모험은 의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프레임 없이 사유할 수 없지만, 언어가 말하는 것과 다른 차원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인문학이 아닐까 싶다. 다른 차원을 생각하는 것, 뜬구름 잡으라는 게 아니다.

라캉을 메타윤리학이라고 한다. 윤리는 욕망과 관련된 것이다. 욕망은 편하고 좋은 것만 생각한다. 사랑과 다르다. 사랑은 메타윤리학에 가깝다. 그래서 라캉을 사랑의 철학자라고 부를 수 있다. 윤리의 작동과정을 고민하는 것이 메타윤리학이다. 좋은 것이라고 불리는 게 진짜 좋은 것일까 묻는 것이다. 의심의 사유방식인데, 그러면 사유는 무기력한 것이 아닌가? 아니다. 생각을 하려면 모일 공간이라도 있어야 한다. 공간을 만들고 자리를 만드는 것이 실천이다.

진짜 언론운동을 하려면 ‘국민TV’를 만들 게 아니다. 그것도 결국 비즈니스가 된다. 좌파도 사장이 되는 순간, 이윤을 내야 한다. 노동자를 착취해야 한다. 착한 사장은 없다. 착한 사장은 야근하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자기계발이라고 하면서 야근을 추동한다. 신자유주의는 열 명이 일할 것을 다섯 명이 일하게 한다. 제도주의자들은 대체로 공리주의자들인데, 나는 이들을 대체로 신뢰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정치가나 행정가가 됐는데, 지난 수십 년을 보면 이들이 아무런 사회 변화를 추동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을 변화시킨 것은 자본이었다. 무디스의 평가 항목에는 관리들의 부패지수가 있다. 우리가 청문회를 하는 이유다.

귀농, 나눔문화 하찮은 것 같지만, 공산주의는 윤리적인 것이다. 공산주의는 시스템이 아니다. 공산주의로 이행되는 과정은 윤리적이지 않지만, 기존의 체제가 붕괴했다는 것, 지금이 이행기에 있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정신 빠짝 차려야 한다. 과거의 인문주의로는 안 된다. 이해하지 못할 것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생각할 모임공간을 만들어내는 게 일상정치다. 생활부터, 삶부터 바꿔라. 좋아하는 것,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걸 버려봐라. 이런 게 힐링을 대처한다. 힐링의 문제는 좋아하는 것을 계속 가지기 위해 애쓰라고 한다. 이건 사랑과 다르다. 사랑은 하나가 되는 게 아니고, 차이에 의해 인정되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요 없다는 것이지. 결혼은 사랑을 저지하는 전략이다. 사랑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증상에 대한 인식, 인지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지식(knowledge)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사유다. 증상에서 실재를 보는 것, 그게 사유다. 안에서 뭔가 해야 하고, 안에 모든 것이 있다. 이 세계 안에.


마녀사냥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선?

사법체계는 우파적이다. 좌파는 제도밖에 있는 사람들이다. 좌파와 우파가 같이 가야 한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마녀사냥은 계몽의 어두운 점이다. 계몽은 관료사회를 만든다. 마녀가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는 걸 깨닫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화 과정, 대중화 과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거지. 우파가 말하는 주체는, 엘리트들이다. 엘리트 주도 하에 통제?관리하는 반면 좌파는 그것을 대중이 스스로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식인은 대중이 그것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직접 지도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마녀에게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같지만, 누가 어떻게 하느냐가 다르다. 타진요는 우파적으로 해결했다. 법이 개입해서. 타진요의 정의에 대한 요구는 중요한데, 그걸 밀고 나갔어야 했다. 기존 위계질서가 수평적 질서로 바뀔 때 피해자가 등장한다. 똘똘 뭉친 집단에서 마녀사냥이 일어난다. 농민들이 왜 마녀사냥을 주도했을까? 마을공동체를 이룬 집단인데. 과거의 마녀사냥이 물리적 공간을 공유한 사람이었다면, 사이버라는 추상적 공간, 상징적 공간을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 벌어진 것이 인터넷 마녀사냥이다. 마녀사냥은 근대성 속에 내재돼 있다. 모든 근대화는 배제하는 것이다. 자기들 생각이나 범주로 이해되지 않는 것을 배제한다.


(※ 사진은 2011년 8월 19일 인터뷰 사진으로 대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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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프레임 이택광 저 | 자음과모음(이룸)
이 책은 고대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성서에 등장한 마녀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중세와 근대에 이르러 마녀사냥이 급속하게 확산된 원인들을 사회 구조적으로 살펴본다. 인쇄술의 발달과 돌림병의 등장, 봉건 계급 사회로 바라본 ‘마녀 이야기’는 재미있는 통사 같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구조와 모양만 변했을 뿐 계속 유지되는 이데올로기임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내가 옳은 것인지 우리가 옳은 것인지 아니면 내가 아닌 타인이 옳은 것인지. 하지만 이 관점은 앞으로의 사회를 분석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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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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